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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려도 좋지 아니한가>

by 해헌 서재

<틀려도 좋지 아니한가>

--“괴짜 수학자의 지그재그 인생론”


강 일 송


오늘은 특이한 방식의 사고를 하는 괴짜 수학자의 글을 한번

보려고 합니다.


저자인 모리 츠요시(1928~2010)는 도쿄대학교 수학과를 졸업하고

교토대 명예교수를 한 함수공간 해석의 권위자였습니다.

자유로운 발상과 날카로운 논평으로 유명했다고 하고, 그는 획일적

인 삶보다는 지그재그라도 다양한 경험을 하는 삶을 권유하고

있습니다.


한번 보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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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틀려도 좋지 않은가


언제나 옳은 것만을 하려고 생각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인간은 가급적 홀가분하게 뭐든 해보는 게 좋지요.

우리가 삶을 살다보면, 옳다고 알려진 것보다 옳은지 그른지 알 수

없는 것이 훨씬 더 많습니다. 어차피 언젠가는 옳은지 그른지도

모르는 것을 말하고, 옳은지 그른지도 모르는 채로 행동해야

합니다. 옳다고 알려진 것에만 한정하고 애매한 영역을 피해

살아가는 인생은 좁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나 자신도 여러 차례 틀린 적이 많고, 옳은 것과 그른

것이 뒤얽힌 가운데 살아온 사람이라서 타인의 잘못을 결코

우습게 보지 않습니다. 오류에서 배우고 오류 속에서 진리가

나온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기 때문이지요.


처음부터 옳은 일만 하기보다 지그재그로 나아가는 것이 훨씬

더 좋다는 생각입니다. 더욱이 젊을수록 수정할 여지가 많으니

틀려도 두려워하지 마세요.


★ 서로서로 폐를 끼치자


‘타인에게 폐를 끼치지 말고 살라’는 말을 합니다.

그런데 과연 그런 일이 가능할까요? 당신이 지망한 학교에

진학하게 되면 누군가는 들어가지 못합니다. 그에게 당신은

상당히 폐를 끼친 존재일지 모릅니다. 취직할 때도, 주택을

분양받을 때도 타인에게 폐를 끼치게 됩니다.


부모 자식 사이도 서로에게 폐를 끼칩니다. 친구도 그렇지요.

‘아무에게도 폐를 끼치지 않는다’고 뽐내는 사람은 그 말을

하는 것만으로도 민폐의 극치를 달립니다.


가장 큰 문제는, 타인에게 폐를 끼치지 말라고 강요하는 태도

입니다. 이것은 특히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의 근원이 됩니다.

세상에 폐를 끼치는 주제에 납죽 엎드려 살라는 식의 차별이

생기는 것입니다.

세상과 관계를 맺으면 맺을수록 타인에게 폐를 끼칠 기회는

많아지고 타인에게 비난을 받는 일이 증가합니다.


그렇다고 은둔자가 되어 타인과의 관계를 끊는 것이 자유로이

살아가는 것이라 생각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타인과 많은 관계를 맺고 그것으로 서로가 폐를 끼치는

기회를 가지고, 여기저기 부딪치면서 살아가는 것이 인간으로

서의 자유일 것입니다.


인간의 자유에는 위험이 따르게 마련입니다. 타인에게 폐를

끼치고 나쁜 말을 들을 위험을 각오하지 않고서는 인간 사회

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서로가 폐를 끼치며

살아가는, 그런 사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 부디 바보가 되세요.


나는 인간이라면 대개 어느 부분에는 바보 같은 구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부분에 사람들은 호감을 느낍니다.

그것이 그 사람의 ‘애교’가 되기도 하는데, 극단적으로 말하면

바보같은 구석이야말로 그 사람의 본질이나 근원에 맞닿아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바람직하지 않은 부분을 감추려고 하지만 그렇게 하는

것이 오히려 억지스러운 모습이 나오게 합니다.

인간의 밑바닥에는 누구나 바보 같은 데가 있다는 태도를 가지는

것이 좋습니다.


인간의 존재 방식에는 절대적으로 좋은 것도, 절대적으로 나쁜

것도 없습니다. 선과 악은 반드시 뒤죽박죽 뒤섞여 있습니다.

좋은 점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표면적인 교류일 뿐입니다.

‘그 사람은 바보같고 밉살스러운 점도 있지만, 그것이 그 사람다움

이며 나름의 장점’이라고 인정하는 관계에는 ‘깊이’가 있습니다.


★ 한눈팔고 내 방식대로


인간이 살아간다는 것은 본디 까다롭고 위태로운 일입니다.

이러한 까다롭고 위태로운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신이 “유연해야” 합니다.


시대에 뒤처진다는 비난을 각오하고 말하자면, 나는 한눈팔기를

즐기는 가운데 목적지에 다다르는 것을 좋아합니다.

시장에 수다를 떨러 가고 그 김에 장보는 것을 좋아합니다.

목적 이외의 사소한 일을 즐기고 그 결과 목적을 이루는 것이

좋습니다.


나는 목적을 향하여 일직선으로 곧장 나아가기 보다는 목적지에

다다르는 것이 다소 늦어지더라도 적당히 샛길로 들어가 보고,

그렇게 한눈팔기를 즐기는 가운데 결과적으로 목적지에 다다르는

것이 더 즐거운 일이고 자신에게 이득이 된다고 여깁니다.


목적지에 다다르는 코스가 짧은 것보다, 도중에 여러 가지 복잡

한 에피소드가 있는 여정이 더 즐거울 테니 말입니다.

매사에 너무 단호해서는 안 됩니다. 삶의 여정에서 복잡하고

까다로운 일을 없애려고 하면 즐거움도 함께 줄 테고, 그러면

결국 자신에게도 손해일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의 즐거움이 목적을 달성하는 즐거움보다 더 깊음을

살다보면 알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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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아주 독특한 사고를 하는 일본의 괴짜 수학자 교수님의

글을 보았습니다.


세상은 어떻게 보면 무난한 사고를 하는 사람보다는 남과 다른

사고를 하고 다른 길을 찾는 사람에 의해서 역사든 문화든 발전을

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대체로 일본 사람들은 규칙을 잘 지키고 남에게 폐를 끼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국민성으로 알고 있는데, 이 일본의 노교수는

서로서로 폐를 많이 끼치자고 합니다.

그리고 이 책의 제목처럼 틀려도 좋으니 마음이 편한대로 행동하

라고 조언합니다.


세상을 살다보면 틀릴 수도 있고, 다른 길을 갈 수도 있고, 실수도

할 수 있는 것이니 너무 마음을 엄격하게 스스로를 얽어매지

말라고 말합니다.

읽다보니 마음이 좀 편안해지는데, 여러분도 그러하시지요?^^


우리는 그동안 뭐든지 빨리 해야하고 곧바른 길로 가야한다고

배우고 익혀왔지만 인생사는 그렇게만 흘러가지 않지요.

저자의 경험에서 나온 조언처럼, 우리는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지그재그로 갈 지라도 거기에서 평소

보지 못하고 알지 못하던 것을 느끼고 배우는 지혜를 가져야

하겠습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일부러라도 안 가던 길이나 새로운 길을

가보는 용기 혹은 호기심도 필요하리라 생각합니다.


저자는 또한 인간의 존재방식에는 절대적으로 옳은 것도

절대적으로 나쁜 것도 없다고 말합니다.

인생을 삶에 있어서 까다롭고 힘든 일을 만났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이 마음의 "유연성"이라고도 말해줍니다.


지난번 올렸던 장자의 글처럼, "먼짓 길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서

마음의 유연성을 잃지 않고, 좀 돌아가고 둘러가도 편안한

마음을 유지할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좋은 주말 누리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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