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문학 기행>

“날자, 한 번만 더 날자꾸나”

by 해헌 서재

<서울 문학 기행> 방민호

--“날자, 한 번만 더 날자꾸나” 이상(李霜), 날개


강 일 송


오늘은 우리의 수도인 서울을 문학이라는 창을 통해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볼까 합니다.


저자인 방민호(1965~)교수는 시와 소설의 사연이 깃든 서울을

찾아 다양한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줍니다.

방교수는 서울대학교 국문과에서 학사를, 동대학원에서 박사학위

를 받았습니다. 현재 서울대학교 국문과 교수이자 문학평론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1994년 <창작과 비평> 제1회 신인평론상 당선하였고, 2001년

<현대시학>에 신인추천작품상을 수상하며 시인으로 등단하였

습니다.


한국문학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가들과 서울이 그들에게 남긴

문학과 삶 이야기를 담은 책으로, 오늘은 그중 천재 시인

이상(李霜)의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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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같이 생긴 외로운 사내


이상(1910-1937)은 얼굴형이 길어서 ‘말같이 생긴 외로운

사내’라고 표현이 됩니다.

굉장히 가난한 양친에게서 태어났고 백부가 세상을 떠난 후에는

매우 궁핍한 삶을 살았습니다.


이상은 어려서부터 그림을 좋아했습니다. 그는 보통학교인 신명

학교를 다닐 때부터 한국의 툴루즈 로트레크라 불렸던 구본웅

(1906-1953)과 절친했습니다.

구본웅은 어릴 때 불의의 사고를 당해 곱추가 되었고, 이상보다

네 살 위였지만 둘은 늘 친하게 지냈습니다.


이상도 학창 시절 줄곧 그림을 그리며 화가를 꿈꾸었습니다.

이상의 시 중에는 “거울”과 “명경”같이 유독 자신에 관해서

쓴 글이 많은데, 자화상이란 콘셉트는 화가지망생이었던

이력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싶더군요.


★ 셔츠 대신 한복 입은 이상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이상은 서구 모더니즘 계열의 작가지요.

하지만 그는 밤색 두루마기를 잘 입었다고 합니다.

이상의 내면 의식에서 중요한 줄기 가운에 하나가 바로 강렬한

민족적 자각이었습니다. 일제에 대한 저항감으로 항상 한복을

입고 다녔다고 합니다.


이상은 사직동 165번지에서 출생한 후 세 살 되던 해 현재

‘이상의 집’으로 알려진 통인동 154번지로 이사를 왔습니다.

결혼은 했지만 후사가 없던 백부 김연필은 자기 동생의

큰아들인 이상을 양자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는 신명학교를 거쳐 보성고등보통학교를 다니며 화가의

꿈을 키웠고 후에 경성고등공업학교에 진학합니다.


★ 경성 모더니즘의 탄생


우리에게 이상은 모더니즘 작가로 각인되어 있습니다.

알렉스 캘리니코스라고 하는 외국학자는 모더니즘이란 모더니티

(현대성)가 가장 발달된 곳이 아니라, 오히려 새로운 문물이

유입되는 낙후한 사회에서 나타난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경성은 모더니즘이 나타나기 적당한 곳입니다.

농경사회에서 오직 경성만이 모던화를 겪고 있었는데, 1910-

1920년대에 경성에는 각종 공공건물이 현대적으로 생기고

있었습니다.

경성역사가 지어지고 조선총독부 건물, 미쓰코시 백화점 등이

들어선 것입니다.


★ 소설 <날개>


이상의 소설 <날개>는 알레고리 형식을 취한 소설입니다.

알레고리는 쉽게 말해 우화입니다. 이솝우화가 가장 널리 알려진

알레고리 형식을 가진 글이지요.

날개의 작품속 아내는 자본주의적 현대성을 은유하는 인물입니다.

그리고 나는 자본주의적 현대성에 의혹을 가지고 그것을 상대

하는 자기 의식적 존재를 가리킵니다.


이상이 바라본 현대 사회의 본질은 돈으로 무엇이든 사고파는

세계, 상품과 화폐 관계가 최우선의 가치가 되어버린 세계

였습니다.


소설에는 이런 부분이 있습니다.

“나는 불현 듯이 겨드랑이가 가렵다. 아하 그것은 내 인공의

날개가 돋았던 자족이다. 오늘은 없는 이 날개, 머릿속에서

희망과 야심의 말소된 페이지가 딕셔너리 넘어가듯 번뜩였다.”


이 인공의 날개는 무엇일까요? 이것은 바로 이카로스의 날개

가 돋았던 자국을 의미합니다. 이 자국은 예술적 삶으로

현실을 초극할 수 있었던 삶의 기억입니다.


미쓰코시 백화점 문을 나서서, 결국 아내로 상징되는 자본

주의적 현대의 메커니즘이 지배하는 생활 속으로, 그 피로한

세계 속으로 다시 들어가야 하는가를 고민하고 있고,

과거의 ‘나’에게는 예술적 삶과 정열로 이 생활의 세계를

지양하고 초극할 수 있는 힘이 있었습니다.

그때 ‘나’는 이렇게 외쳐보고 싶었던 것입니다.


“한 번만 더 날아보자꾸나.”


★ 이상의 도쿄행과 죽음


이상은 자기가 태어나고 자란 경성이라는 공간을 자기 문학의

재료로 쓰고, 주제로 삼을 줄 알았던 작가입니다. 그리고 그

현대성이 자기에게 잠재되어 있다는 사실을 예민하게 의식

했으며, 그런 세계로부터 탈주해나갈 수 있는 길이 무엇

인가를 애써 찾아나갔던 사람입니다.


그는 1936년 10월 말 도쿄로 향합니다.

평소 퇴폐적인 삶을 살아가는 것처럼, 또 모더니즘 예술만

하는 것처럼 보이는 중에도, 그는 조선의 현실에 대해 깊이

번민했습니다. 이상의 문학은 시공간에서 자유로운 모더니티

가 아니라 식민지 모더니티의 산물이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1937년 2월 12일 이상은 일본 경찰에 의해 체포됩니다.

그 이유는 ‘첫째, 하숙집 책상 위에 불온 책자가 놓여

있었고, 둘째, 본명 김해경 말고도 이상이라는 이상한 이름을

쓰고 있고, 셋째, 노트에 불온한 내용을 끄적여놓았다.’

는 것이었습니다.


좌익으로 내몰린 이상은 결국 사상범으로 잡혀가 한 달 동안

투옥됩니다. 그리고 3월 3일에 풀려나지만 한 달 만인 4월

17일에 세상을 뜹니다.

일본식 주택에는 원래 온돌도 없고, 특히 감방에서 난방시설

을 기대하긴 어렵습니다. 폐결핵 환자인 이상에게는 치명

적인 환경이었을 수 있지요.


이상은 식민지시대의 시작인 1910년 태어나 식민 시대

한복판인 1937년 세상을 떠나야 하는 자신의 운명에서

끝내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이상은 자기 시대의 역사를 기록하였고, 그 현실을 드러내고,

그 변해가는 시대가 인간 삶에 미친 문제들을 그의

작품들을 통해 말하고 싶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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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천재작가 이상을 통해서 서울이라는 공간을 조명하고

우리가 몰랐던 이상의 세계에 관해서 보았습니다.


이상은 천재시인의 대명사이지요. 난해하면서도 모더니티가

강한 작품을 남겨, 일반인이 이해하기에 힘든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오늘 저자는 그 당시 경성에서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 여유

있던 큰아버지에 입양되어 공부를 하고, 다양한 삶을 영위

하다가 일본으로 건너가서 옥살이후 결핵으로 세상을 떠난

이야기까지 우리에게 들려주었습니다.


그의 남겨진 부인과 친구들에 의해서 증언된 바에 의하면

단순히 모더니티를 추구한 모던보이가 아니라, 민족적

자각을 가진 고뇌하는 지식인이었음을 알게 됩니다.


또한 1920년대의 경성에서 현대식 건물들이 세워지고, 백화점

이 들어서며 자본주의적 속성에 물들어가는 시대를 경험합니다.

그리고 그는 "날개"라는 작품에서 인공의 날개가 돋았던 자국

을 떠올리며 예술적 삶으로 현실을 극복하려고 합니다.


식민시대의 시작과 더불어 태어나 식민시대의 끝을 보지

못한 채 스러져간 그는, 후에 일본에서 옥사한 윤동주의 삶과

오버랩이 됩니다.

둘 다 일본에서 생활 중 사상범으로 옥살이를 하고, 그 여파로

세상을 젊은 나이에 떠나게 됩니다.


시대의 아픔을 고스란이 안고 간 천재 문학가, 이상은 그의

작품과 함께 오히려 오랜 시간 우리 민족과 함께 하리라

생각을 하고, 그가 살았던 서울의 생가를 한번 찾아가 보아야

겠다는 마음이 듭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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