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철학자> 애덤 플래처, 루카스 에거
--“제일 쉬운 철학 강의”
강 일 송
오늘은 우리가 어렵게만 느끼는 경우가 많은 철학을 마치 화장실에서 편안하게 신문이나
잡지 한 권 보듯이 설명해 주는 책을 보려고 합니다.
이 책은 공동저자에 의해서 쓰여졌는데, 애덤 플래처(1983~)는 벌써 대마리가 된 영국인으로
주로 책을 쓰거나 기고문을 쓰는 작가입니다. 저서로는 “잘난 척하기 좋아하는 독일인들을
위한 부러진 잉글리시”, “날 독일사람으로 만들어줘” 등이 있습니다.
또 한 명의 저자는 루카스 N.P.에거(1983~)로 오스트리아인입니다. 현재는 인공지능에 관심이
높아 연구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한번 보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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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학이란
여러분은 오늘 화장실 대학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사람은 평생 1년 7개월하고도 보름을
화장실에서 보낸다고 합니다. 기왕지사 거기서 시간을 보낼 바에는 하루 평균 10~20분쯤
되는 그 시간을 의미있게 보내는 것은 어떨까요? 이곳은 해방감의 공간인 동시에 깨달음의
공간이 될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철학은 올바른 배움이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나침반과 같습니다. 철학은 우리가 일생동안
겪게 될 인성 발달 과정을 흔들림 없이 지탱해주는 든든한 받침대입니다.
철학은 어떤 질문에 대한 정답을 찾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철학의 목표는 답이 아닌, 질문을
제기하는 것입니다. 철학으로 하여금 여러분은 오래된 문제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될 것입니다.
한마디로 철학은 문제를 발견하는 데 더없이 완벽한 도구입니다.
다시 한번 철학에 대해 말한다면, 철학이 지닌 진정한 힘은 우리로 하여금 새로운 시각에
눈을 뜨게 하고, 세상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것에 있습니다.
★ 철학을 둘러싼 신화 그리고 그와 관련된 네 개의 대표작들
우리의 머나먼 선조들이 태양을 가리키며 “으잉? 저게 뭐지?”라고 했던 순간부터 인류는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우리 조상들이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사용한 대표적인
키워드들은 다음과 같다.
1. 무(無)
2. 신(神)
3. 세상의 태동에 관한 엉뚱한 이야기들(여기에는 용, 유니콘, 괴물 등이 잘 등장함)
4. 인류(지구상에 존재하는 그 어떤 생물체보다 인류가 우수하다고 봄)
학문적으로만 따지면 이 키워드들은 꽤 괜찮은 것들이었다. 물론 지나치게 작위적이거나
논리에 전혀 맞지 않는 것도 많았지만, 적어도 ‘아, 내가 이 세상에 대해 이다지도 아는 게
없다는 말인가’라는 한탄과 한숨을 조금은 덜어주었다.
특히 신의 존재나 신을 둘러싼 신화 같은 이야기들은 인류의 마음에 쏙 드는 이론들이었다.
왜 불행한 일이 발생하는지, 왜 어떤 일은 아무리 간절히 원해도 일어나지 않는지에 대해
깊이 고민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강력한 힘을 지닌 어떤 전지전능한 존재가 세상을 조절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그저 바라
볼 수밖에 없다고 믿으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지금으로부터 대략 2500년 전, 삐딱한 철학자들이 나타나 그 수가 늘어났다.
“인생이란 다 그런거야.”, “세상은 원래 그래” 라는 설명밖에 하지 못하는 교조적(어떠한
상황에서도 절대로 변하지 않는 진리인 듯 믿고 따르는 것) 이론들의 부당함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신화에서 점점 로고스(이성,논리)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 행복이라는 쾌락의 쳇바퀴
인간이 가지는 만족감은 지속력이 그다지 길지 않다. 자신의 현재 모습에 대한 만족도가
꽤 높다는 이들도 대개 ‘조금만 더’ 높은 지위에 오르고, ‘조금만 더’ 부자가 되기를 꿈꾼다.
학자들은 현실에의 적응과 더 나은 미래에의 기대 사이의 끊임없는 순환을
‘쾌락의 쳇바퀴(Hedonic Treadmill)이라 부른다.
예컨대 과거보다 조금 나은 수입이 보장되면 경제적 만족도가 잠깐 올라가는 듯하다가
이내 원래 수준으로 다시 미끄러진다는 뜻이다.
바쁜 일상 속에서 우리는 이 사실을 늘 쉽게 망각해버린다. 작은 집을 가진 사람이 테라스가
딸리고 주차 공간이 있는 집으로 이사할 수만 있다면 훨씬 더 행복해질 것 같다는 착각에
빠진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손에 넣고 나면 금세 여기에 익숙해져 다시 쳇바퀴의 출발점에
서게 된다.
기원전 4세기의 철학자들도 이러한 사실을 간파하고 있었고, 성 아우렐리우스 아우구스티누스
는 “우리의 욕심은 휴식을 모른다. 그것은 무한히 지속되는 영원한 고통”이라 기록했다.
버트런트 러셀은 “원하는 것을 갖지 못하고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행복의 필수적인 구성 요소
다.”라고 말한 바 있다.
행복은 성취감에서 오는 것이지, 새로 갖게 된 물건 자체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인간은 행복한 일을 겪었든, 불행한 일을 겪었든 행복도는 통상 6개월 안에 다시 원래 수준
으로 되돌아 온다는 사실은 여러 연구에서 밝혀졌다.
행복이 절대 평가가 아니라 상대 평가라는 사실은 정말이지 다행스러운 일이다.
행복이 만약 절대 평가식 점수에 따른 것이었다면 캄보디아의 길거리에서 하루하루 목숨을
연명하며 살아가는 아이들은 모두 다 불행해야만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행복의 쳇바퀴는 우리 대부분에게 있어 평형추 역할을 한다.
★ 폭스바겐 미니버스와 테세우스의 배
당신이 5년 전쯤 환상적인 폭스바겐 남색 미니버스 한 대를 구입했다고 상상해보자.
해당 모델은 1974년에 출시된 것으로 한정판 특별 시리즈 중 하나였고, 서라운드 스피커가
장착된 홈시어터도 갖춰져 있었다. 당신은 그 차에 반했고 이름은 ‘오토’라 지었다.
당신은 오토와 함께 유럽 대륙의 절반 이상을 누볐다.
하지만 긴 여행 끝에 오토는 낡은 부품들을 교체해 주어야 했고, 오토의 몸에서 빠져나온
부품들은 산더미처럼 쌓였다. 처음 구입했을 때의 상태에서 그대로 남아있는 것은 백미러에
매달아놓은 닳고 낡아 더러워진 주사위 모양 쿠션뿐이다.
그것을 보면 당신은 당신 앞에 주차된 이 친구가 진짜 오토일까 하는 의심이 갑자기 든다.
만약 오토가 그 오토가 아니라면 언제부터 오토가 아닌 게 된 걸까? 부품의 절반을 갈아
치웠을 때부터? 아니면 60%? 하지만 결국 당신은 그래도 오토는 나의 오토, 나만의 오토야
하는 결론에 이른다. 부품이 새것이든 옛것이든 상관없다.
그러다가 산더미처럼 쌓아놓은 낡은 부품들을 보고 아이디어가 하나 떠올랐다. 옛 부품들을
잘 조립해서 모으면 새로운 미니버스 하나를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다. 이 때, 또다른
의문이 생긴다. 이렇게 모아서 미니버스를 만들면 이 버스가 진짜 내 친구 오토가 아닐까?
아니면 오토라는 친구가 내게 두 명 생기는 것일까?
위 이야기는 플라타르크 영웅전에 나오는 ‘테세우스의 배’를 현대적으로 각색한 것이다.
테세우스의 배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점점 낡아져 나중에는 결국 선체가 교체되어 두 척의
배가 탄생한 것이다.
최근의 일화를 들어보겠다. ‘슈가베이브스(Sugarbabes)'라는 영국 출신의 3인조 걸그룹이
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원래 멤버들은 하나둘씩 떠나고 모두 새로운 멤버로 교체
되었다. 어느날 갑자기 오리지널 멤버 세 명이 다시 한데 뭉쳐 자신들이 더 낫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새로운 이름으로 가요계에 컴백했다. 자 그렇다면 두 그룹 중 누가 진짜
슈가베이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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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마치 화장실에서 편하게 글을 읽듯, 쉽게 쓰여진 철학책 한 권을 함께
보았습니다.
저자들은 철학을 답을 제시해 주는 학문이 아니라 오히려 질문을 하게 하는 역할
의 학문이라고 합니다. 질문을 하려면 자신이 현재 어떤 상황인지 무엇을
진정 원하는지 먼저 생각을 해야 하겠지요. 결국 스스로 생각하게 해 주는 것이
철학의 역할이라는 것입니다.
또한 늘 익숙한 것을 다르게 새롭게 볼 수 있는 눈을 열게 해 주는 것도 철학의
임무입니다.
오랜 옛날 우리의 선조들은 모든 게 모르는 것 투성이고, 위험이 주위에 깔려 있
었습니다. 다른 동물들과 달리 질문을 하게 된 인류는 도저히 자연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자, 자신들만의 신화와 이야기를 만들어 나갑니다. 즉, 현대로 치면
스토리텔링이라고 하겠습니다. 이런 이야기들은 모르는 것 투성이였던 선조
들에게 그당시 인식상황에서는 상당히 합리적인 답을 제시하였지요.
다음은 ‘쾌락의 쳇바퀴(Hedonic Treadmill)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인간은 아무리
바라던 것을 이루어도 그 만족감과 행복감은 유통기한이 짧아 금방 과거의
행복도로 되돌아 갑니다. 이것을 "쾌락의 쳇바퀴"라고 하는데, 기원전에 이미
철학자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정확히 지적합니다.
“우리의 욕심은 휴식을 모른다. 그것은 무한히 지속되는 영원한 고통”이라고요.
행복감의 평가는 절대평가가 아니라 상대평가라는 말이 가슴에 와 닿습니다.
마지막으로 과거 그리스의 플루타르크 영웅전에 나오는 "테세우스의 배"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현대로 각색해서 미니 버스를 대체해서 꾸몄는데, 과연 이 상황
이 된다면 어느 것이 본래의 버스인지, 어느 것이 본래의 배였는지 판단을 하기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거기다가 "슈가 베이브스"라는 그룹도 오리지널 멤버가 다시
결성한 그룹이 진짜 슈가 베이브스인지 누구도 결정내리기 쉽지 않습니다.
저도 20여 년전에 군의관을 할 때였는데, 군용 앰블런스는 1/4톤 짚차를 개조해서
뒤를 길게 빼어 들것이 실릴 수 있게 한 차였습니다. 억지로 뒤로 길게 늘이다보니
무게 중심이 앞으로 쏠려 뒤에 환자를 태우고 가파른 곳을 올라가다 앞바퀴가
들리는 일이 있을 정도였답니다. 일반적으로 군용차는 부품이 단순하고 오래
사용을 하다보니 나중에는 엔진까지 다 갈아서, 본체 프레임만 남은 경우가 많았
습니다. 그당시 결국 부품을 다 갈고 나면 전혀 새로운 차가 오래된 차를 대체
하겠구나 생각을 했더랬습니다.
독서의 묘미나 철학의 묘미나 비슷합니다.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고 다른 생각을
가지게 되는, 고정관념을 흔들어 마음의 변화를 모색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하루도 쾌락의 쳇바퀴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는 행복한 하루가
되시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