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문화 순례>
--“혼종성, 이베리아 반도의 원형질”
강 일 송
오늘은 스페인에 관한 책을 보려고 합니다. 유럽의 여러 나라들 중 스페인은 독특한
위상을 가지고 있는 나라입니다. 이베리아 반도에 위치하며 이슬람세력이 수백 년을
함께 혼재하였고 다양한 문화가 매력적으로 존재하는 곳입니다.
이 책의 편저자인 김창민(1959~)교수님은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서어서문학과를 졸업하고
스페인 마드리드 콤풀루텐세 대학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서울대학교
서어서문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다양한 책의 내용 중, 이베리아 반도의 원형질인 “혼종성”에 관해서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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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서고금을 막론한 ‘스페인 열병’
낭만주의의 열기가 유럽을 휩쓸던 19세기, 유럽에는 일종의 ‘스페인 열병’이 유행했다.
형식과 규범에 얽매이기를 거부하며, 정열과 감성으로 새로운 이상향을 표현하고자 했던
많은 작가와 예술가들은 신비롭고 비이성적이며 비유럽적인 문화가 녹아 있는 스페인으로
시선을 돌렸다.
바이런, 슐레겔, 위고, 메리메 등 위대한 작가들의 펜에 활력을 불어넣었고, 리스트, 비제,
쇼팽, 베르디, 드뷔시, 라벨, 림스키코르사코프 등 당대 내노라하는 음악가들은 경쟁하듯
스페인이라는 이름을 붙인 작품들을 내놓았다.
두 세기가 지난 지금도 전 세계에서 매년 6,000만 명이 넘는 관광객들이 또 다른 낭만주의자
를 꿈꾸며 이베리아 반도를 찾는다. 특히 이들의 85%는 두 번 이상 스페인을 방문했고,
무려 열 번 넘게 방문한 사람들도 40퍼센트에 이른다고 하니 한번 걸린 스페인의 마력은
쉽게 풀리지 않는 것 같다.
이런 스페인의 흡인력은 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한 작가는 스페인의 근원에는 두 가지
불변의 법칙이 있다고 하는데, 첫째, 스페인은 상투적인 이미지와 그것에 반대되는 이미지가
함께 들어 있다. 둘째, 스페인의 예술적 감성에서 드러나듯 그들에게 주변적인 것, 왜곡
된 것, 배제된 것을 예술적 실재로 통합시키는 능력이 있다.
결국 너무 흔한 표현이지만 다양성이야말로 스페인 역사의 핵심이라는 것에서 하나의 답을
찾을 수 있다. 이베리아 반도는 오랜 기간 이슬람의 지배를 받았고 그 속에서 기독교도,
이슬람 교도, 유대인들이 공존하며 살았으며 아랍어로 된 고대 그리스 고전들을 라틴어로
재번역하여 유럽으로 건네준 것도 이곳이었다.
★ 문명의 교차로에 위치한 대륙의 축소판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는 구세계의 극지점, 지중해의 서단, 유럽 대륙의 땅끝 등 다양한
수식어로 불렸던 이베리아 반도는 좁은 육로마저 피레네 산맥으로 차단되어 있어 반도보다는
거의 섬이나 다름없는 곳이었다. 하지만 관점을 조금만 바꾸면 동서로 지중해와 대서양이
만나고 남북으로 유럽과 아프리카가 접하는 문명의 교차로임을 알 수 있다.
또한 해발 400미터 이상의 토지가 전 국토의 73%에 달하는 스페인은 산악국가인 스위스
다음으로 평균고도가 높은 나라이다. 지역별로 고립되어 있는 지리적 환경은 독자적인
각 지역의 문화와 언어를 발달하게 하였고 지역 민족주의가 뿌리내리는 배경이 된다.
이렇듯 변화무쌍한 모습들을 볼 때, 스페인은 하나의 국가라기보다는 차라리 ‘작은 대륙’
이라 부르는 편이 더 어울릴 듯하다.
★ 초기 문명, 타르테소스
유럽에서 가장 먼저 인류가 살기 시작한 곳은 이베리아 반도였다. 선사시대를 대표하는
가장 유명한 유적은 알타미라의 동굴화일 것이다. 지금부터 약 1만 5,000년 전인 후기
구석기 마들렌문화에 해당하는 그림들이다. 이후 이베로족, 켈트인을 거쳐 선주민과
이민족 간의 활발한 교류에 의해 ‘타르테소스’문명이 일어난다.
★ 로마의 창작물, ‘히스파니아’ 탄생
서기 5세기까지 약 700년간 이베리아 반도를 지배한 로마인들은 언어, 법령, 종교, 예술,
문화, 나아가 정치 사회제도까지 이식하려 하였다. 히스파니아의 로마화는 도시를 중심
으로 전개되었다. 또한 순차적으로 시민권을 부여하였고 히스파니아는 로마의 가장
중요한 곡창지대가 되었다.
로마제국이 위기를 맞는 5세기에는 이곳에도 게르만족이 침입을 하였는데, 처음에는
알란족, 수에비족, 반달 족이 왔지만 반도에 최종적으로 정착하여 새로운 국가를 만든
민족은 마지막으로 들어온 서고트족이었다.
★ 이슬람인의 지배
이베리아 반도는 이슬람인들이 지브롤터 해협을 건너 들어온 711년부터 마지막 왕국
그라나다가 몰락하는 1492년까지 약 800년간 이슬람 세력의 지배와 영향을 받았다.
이슬람인들이 들어온 계기는 서고트왕국의 내분때문이었다. 새로운 왕 로드리고가
즉위하자 반대편 세력이 북아프리카의 이슬람인들에게 요청을 하였고 이들은 713년
수도 톨레도에 입성했고, 716년경 스페인 영토의 대부분을 점령한다.
이들은 토착문화를 인정하고 기존의 계급 질서를 유지한 채, 최고 지배층으로 군림
하는 전략을 사용하였다. 이슬람으로 개종하는 수가 늘어났지만, 비이슬람 교도들도
다양한 세금과 신분적 불이익을 받아도 종교적 신념을 지키기에는 감내할 만한 수준
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 레콩키스타
잃어버린 서고트 왕국을 회복하려는 기독교인들의 저항이 시작되었는데 이를 레콩키스타,
즉 국토회복전쟁이었다. 레콩키스타는 코바동가에서 기독교군이 이슬람군을 최초로
격파한 722년을 그 출발점을 삼는다.
초기에 바스크인들이 주축인 나바라 왕국이 건설되고 레온 카스티야 왕국, 아라곤 왕국
이 국토회복전쟁을 주도하는데, 11세기 초 후기 우마이야왕조가 붕괴되고 기독교 스페인
이 군사적 우위를 점하면서 중대한 전환점을 맞는다. 이후 13세기까지는 비약적인
진전을 보여 대부분의 지방을 되찾고 나스리 왕조의 그라나다 왕국만을 남겨두게 된다.
1492년은 레콩키스타의 완료, 콜럼버스의 출항, 안토니오 데 네브리하의 “스페인어 문법”
발간 등 역사적인 해이지만, 유대인과 이슬람인들의 추방으로 그늘진 해이기도 하다.
유대인들은 가톨릭으로 개정하거나 이베리아 반도를 떠나야 하는 처지에 몰렸다.
중세 시대 대부분에 걸쳐 다양한 철학과 학문, 사상과 종교가 공존하던 이베리아 반도는
중세가 막을 내릴 무렵 오히려 타종교, 타문화에 대한 배타적인 분위기 속에서 근대를
맞게 된다. 종교적 순혈주의는 일시적으로 국가를 통제하고 국력을 확장하는 데 기여
한 드 보였다. 그러나 그러한 경직성은 모든 분야에서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온 근대
세계에 스페인이 쉽게 적응할 수 없게 만드는 장애물이 된다.
★ 현대의 콘비벤시아를 그리며
1991년 10월 30일,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회담이 마드리드에서 열렸다. 이스라엘
과 팔레스타인이 만났는데 구체적인 결론은 도출하지 못했지만 최초의 평화회담이라는
데서 이미 커다란 결실을 맺은 것이었다.
회담 장소가 마드리드로 결정된 것은 무엇보다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기독교인,
이슬람인, 유대인들 사이의 공존(conivencia)의 역사가 이곳에 새겨져 있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중세시대 다양한 종교 간의 공존을 지칭할 때 콘비벤시아, Convivencia
를 쓴다는 점이다. 이는 더불어 사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상호관계를 중시해서이다.
결론적으로 스페인 문화의 혼종성은 공간적 요인과 시간적 요인이 서로 맞물리며 엮어
낸 거대한 작품이다. 지리적 다양성을 가진 이베리아 반도에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다양한
이민족들이 들어와 그들 방식의 관계를 형성함으로 스페인만의 독특한 문화가 생겨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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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아주 독특하고 매력적인 나라, 스페인에 관하여 함께 보았습니다.
스페인은 축구의 나라이기도 하고, 정열적인 투우, 플라멩코의 나라이기도
하지만 문화에서도 개성이 뚜렷한 나라입니다. 문학에서 세르반테스,
미술에서 고야와 벨라스케스, 달리, 피카소, 음악에서는 세고비아,
플라시도 도밍고, 호세 카레라스 등이 있지요.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오늘 주제로 이야기한 "혼종성"입니다. 다양한 문화가
서로 섞이고 융합되면서 그 장점이 합쳐져 독특하고 특별함이 만들어진 나라,
스페인은 그럼으로 현대에 있어서도 프랑스, 미국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많은
관광객을 불러들이는 관광대국이 되었습니다.
유럽인들이 가장 먼저 거주한 땅, 이곳에는 선사시대의 그 유명한 알타미라동굴
벽화가 있으며 타르테소스 문명을 거쳐, 로마의 영향이 오랫동안 지속이 됩니다.
이후 게르만족 서고트왕국이 들어서서 기독교 문화가 지배하다가 이슬람 세력이
유입되면서 무려 800년간 이곳에 머무르지요.
레콩키스타, 즉 국토회복운동이 완성되기 전까지 이곳은 기독교, 이슬람, 유대교
3 종교가 공존하는 특이한 현상이 지속됩니다.
이를 콘비벤시아라고 하며, 현대에 와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회담이
열리기까지 하는 그 역사적 배경이 됩니다.
오늘은 스페인이 남미 대륙을 점령해서 만든 라틴문화에 대한 이야기는 미처
언급하지 못했지만, 이러한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아메리카를 아우르는
스페인의 다양한 문화는 늘 열정적이고 새로움을 추구하는 긍정적인 면으로
그들에게 나타났음을 알게됩니다. 또한 다른 어느 지역에서도 보이지 않았던
문화와 종교간의 화해와 공존인 콘비벤시아가 이곳에서 발현하여 세계적으로
쌓인 민족간 종교간 갈등에 어떤 전기를 마련해주는 아름다운 역사가 시작되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