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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헌 서재 Sep 18. 2017

<인간의 위대한 여정>

<인간의 위대한 여정>

--“무엇이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가”


                                    강 일 송


오늘은 고전인문학자인 저자가 펼치는 인류 역사의 대서사를 보려고 합니다.

인간은 어디서 오고, 언제부터 인간이었는지, 그만의 새로운 해석으로 긴 인간의 여정을

풀어나가고 있는 책입니다.


저자인 배철현(1962~)교수는 서울대 인문대학 종교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미국 하버드 대학교에서 셈족어와 인도-이란어 고전 문헌학을 전공하여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습니다.

저서로는 <신의 위대한 질문>, <인간의 위대한 질문>, <심연>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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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류의 여정


3만 2000년 전, 오늘날의 유럽 지역은 수십 미터 두께의 빙하로 덮여 있었다. 인간은 하루

종일 몸집이 큰 동물들을 쫓아다니며 사냥했다. 동물을 제압하기 위해 돌도끼나 창을 다듬고

늑대나 호랑이와 같은 포식자들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전략을 세웠다.

적자생존이라는 절박한 시대에 살았던 그들은 약육강식만이 최선의 삶이라고 생각했다.

이들을 ‘호모 사피엔스’라고 부른다. 호모사피엔스는 뛰어난 지적 능력을 바탕으로 먹이사슬의

최강자가 됐다.


그런데 그들 중 소수의 인간은 밤하늘의 별을 보며 고민에 빠졌다. “나는 누구인가? 누가 저

달과 별을 밤하늘에 수놓았는가?, 나는 태어나기 전에 어디에 있었는가? 나는 죽은 후에

어디로 가는가? 저 동물들은 영혼을 가지고 있는가?”

그들은 생존과 전혀 상관없는 이런 질문들을 가슴에 품은 채 살다가, 우연히 균열이 생겨

만들어진 커다란 동굴을 발견하게 된다. 땅 속 깊은 곳에서 새어나오는 바람을 감지한 그들은

지하로 내려가기로 마음먹는다. 한 손에 횃불을 들고 몸 하나 겨우 들어갈 정도로 좁은 동굴

입구를 지나 점점 더 깊은 곳을 향해 들어간다.


동굴 안은 세상의 소리와 빛이 차단된 원초적인 장소였다. 너무 고요해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유일하게 자신의 숨소리와 심장이 뛰는 소리만이 들릴 뿐이었다. 그들은 횃불을 들어

동굴 안을 비춰보았다. 동굴 안에는 수억 년에 걸쳐 만들어진 종유석이 천장부터 바닥까지

닿아 있었다. 동굴 바닥은 에메랄드처럼 빛나는 우유빛 석순으로 가득했다. 그들은 고색창연

한 보석으로 가득 찬 이 공간에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에 휩싸인다.

그리고 그들은 동굴의 벽에 뭔가를 그리기 시작한다.


바로 이 순간, 인간은 ‘호모 사피엔스’에서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로 도약했다. 그들은

동료와 경쟁하지 않았다. 그들이 발견하고 극복해야 할 대상은 자기 자신이었다.


★ 이타적 인간의 탄생


인간은 의미를 찾는 정신적이며 영적인 동물이다. 나는 왜 사는가? 이 근원적인 물음은

우리 내면에 잠재해 있는 무언가를 일깨운다. 그것은 바로 ‘이타심’이다.

우리는 이것을 배우지 않고도 이미 그 존재를 알고 있다.


100만 년 전 인간이 불을 발견한 이래, 사냥한 동물을 날것으로 먹지 않고 불에 구워

먹기 시작하면서 신체적으로 큰 변화가 일어났다. 특히 뇌의 크기가 이전에 비해 2배

커졌고, 그 결과 태아는 어미의 좁은 산도를 통과하기 위해 미성숙한 상태로 태어나야만

했다. 대부분의 온혈 포유류는 태어나자마자 발을 땅에 디디고 홀로 일어선다. 그리고

어미의 털을 잡고 스스로 어미의 젖을 찾아 먹는다. 하지만 갓 태어난 인간의 아기는

몸에 털이 없는 어머니에게 매달릴 수가 없었다. 그 이유는 이렇다.


인간이 유인원이던 시절, 인간보다 빨리 달리는 동물을 포획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동물이

먼저 지쳐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할 때까지 계속 뒤를 쫓아가는 것이었다. 인간의 생존 전략은

오래 달리기였다. 그러다 보니 몸의 열을 발산하기 위해 털이 점점 빠지도록 진화한 것이다.


아기는 태어난 지 1년이 되어야 겨우 혼자 걷기 시작한다. 갓 태어난 아기의 생존은 누군가의

헌신적인 보살핌 없이는 불가능하다. 아기는 뇌가 형성되는 가장 중요한 시기에 누군가의

헌신적인 노력을 통해 자신이 생존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무의식적으로 배운다.


인간의 본성의 핵심은 ‘이타적 유전자’다. 공감, 배려, 친절, 정의, 희생, 정직 등은 여기에서

피어난 꽃이다. 그 열매가 바로 ‘컴패션,compassion'이다. 컴패션은 다른 사람의 고통

즉, passion을 자신도 함께 com 느껴, 그 고통을 덜어주려고 애쓰는 마음과 행동이다.

이타심을 한자로는 ‘자비,慈悲’라고 한다. 자비는 ‘사랑 자,慈’와 ‘슬플 비,悲’로 이루어진

단어다. 자비란 한자 그대로 타인과의 경계가 가물(玄)가물하게 되어 하나가 된 마음(心)이다.

동시에 타인의 슬픔을 같이 공감하고 마치 새의 양 날개처럼 한쪽이 기울어지려고 하면

다른 한쪽이 받쳐주는 마음이다.


아랍어에서는 컴패션을 ‘라흐민, rahmin'이라고 부른다. 이 말은 이슬람 신인 알라의 별칭

이다. 히브리어에서는 컴패션을 ‘레헴, rehem'이라고 하는데 동시에 ’어머니의 자궁‘을 의미

하기도 한다. 어머니가 목숨을 담보로 아이를 탄생시키고, 그 아이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헌신하는 숭고한 노력이 바로 ‘레헴’이다. 모든 인간은 바로 이 레헴의 창작물이다.


문명과 도시, 문자와 언어가 발명되기 훨씬 이전부터 인간은 타인과 공동체의 아픔, 동물과

자연의 아픔을 자신의 일부로 느끼는 영적인 동물이었다. 인간은 타인의 죽음을 자신의

죽음처럼 공감했고, 그들을 위해 정교한 장례를 치렀다.

인간은 생존을 위해 동물을 사냥하면서도, 동물이 신음하며 죽어가는 순간에 함께 절규하며

눈물을 흘렸고, 경쟁자인 늑대를 공감과 교감을 통해 개로 길들이면서 인간의 친구이자

동반자로 만들었다.


10만 년 전 호모 사피엔스는 자신과 전혀 다른 인종인 네안데르탈인을 유럽 한복판에서

만났을 때도 그들을 배척하지 않고 오히려 그들과 교류했다. 그리고 그들은 현생 인류의

조상이 됐다. 우리 안에는 네안데르탈인의 피가 섞여 있다.


오늘날의 우리를 있게 한 위대한 혁신의 원동력은 바로 이타심이었다. 6백만 년 인류의

역사는 바로 이 영적인 유전자를 스스로 발견하고 발휘하는 여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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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기존에 알려진 인간의 탄생과 그 여정에 관한 이론을 저자가 나름의 이론

을 더하여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는 책을 같이 보았습니다.


이전에는 다윈의 "적자생존"과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인 유전자" 이론이 큰 주류

를 이루어 흘러 왔는데, 이에 저자는 단순히 적자생존과 이기적인 속성만 가지고

서는 이렇듯 인류가 성장하고 인간답게 되었을리가 없다는 전제하에서 이 글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배교수는 인간이 인간으로 사회를 이루고 예술과 종교가 탄생하고 공동체를

이루는 데에는 결정적으로 공감(compassion), 즉 타인의 아픔을 같이 자신의

아픔으로 공감할 줄 아는 데에서 출발했다고 말합니다.

타인과의 경계가 불분명한 '자비심'과  신을 의미하는 '라흐민', 어머니의 자궁을

의미하는 '레헴' 등이 모두 비슷한 의미를 지닙니다.


수만 년 전의 동굴에서 인류는 벽화를 발견합니다. 그곳은 너무나 어둡고 깊은

안쪽인데, 인류의 선조들은 거기에 위대한 그림을 남겼습니다. 저자는 그 그림

들에서 인류 최초의 정신을 발견합니다.

인류의 위대함은 경쟁과 이기심에 있는 것이 아니라, 결국 남과 함께 공감하면서

세상을 살아가야 한다는 지혜를 얻었다는 것입니다.


혹자는 이러한 이타주의를 결국 이기주의의 외연 확장으로 보아 "호혜적 이타주의

"라고 설명을 하기도 합니다만, 어찌하였든 다른 종에서 볼 수 없는 공감, 사랑,

자비 등 이타주의가 인간의 특성임에는 누구도 부인하기 힘들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인류학자가 아님에도 방대한 지식으로 인류의 여정을 설명하고

나름의 이론을 추론해낸 학자의 연구심에 경의를 표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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