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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헌 서재 Aug 19. 2017

 <역사의 아이러니-문명과 도둑>

 <역사의 아이러니-문명과 도둑> 신동기

--“오래된 책들의 생각”中


                            강 일 송


오늘은 지난 번 소개한 적이 있는 “오래된 책들의 생각”중 다른 내용으로 한번 더

이야기를 이어볼까 합니다. 그때는 동양고전의 핵심인 이백과 두보에 관한 내용으로

자연과 환경이 어떻게 인간의 삶과 문화에 영향을 미치는 지를 살펴보았었지요.


저자를 한번 더 소개한다면 신동기박사는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및 경영대학원을 졸업하고,

단국대학교 경영학 박사를 받았으며, 저서로는 “네 글자의 힘”, “인문경영으로 리드하라”,

“독서의 이유”, “해피노믹스” 등 많은 책들이 있습니다.


오늘은 역사의 아이러니한 성격을 이야기하는 내용인데, 인류의 문명은 도둑질(thief)에서

시작되었다는 약간은 도발적인 내용입니다.

인문학이 기존의 생각을 흔들고 다른 시각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본다면 오늘 내용은 이에

아주 부합되는 내용입니다.


저자의 이야기를 함께 들어보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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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명은 도둑질로부터 시작되었다.


초등학교 시절 중국에서 붓두껍에 목화 씨앗을 몰래 숨겨 가지고 온 문익점(1329-1398)의

삶을 다룬 위인전을 읽을 때였다. 위인이라면 당연히 정직해야 한다는 것이 아직 어린

초등학교 저학년생의 위인관이었는데, 문익점 선생은 중국 사람들의 것을 그들의 허락도 없이

몰래 훔쳐 가지고 온 인물이었다.


이렇게 해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옷을 따뜻하게 해 입을 수 있게 되었지만 아무리 다시

생각해 보아도 남의 것을 몰래 가지고 온 행위는 분명 잘못된 것이었다.

물론 지금 같으면 ‘정직’이라는 것의 궁극적 의미가 무엇이고, 또 공리주의적 관점이 어떻고

원칙주의적 관점이 어떻다는 등을 논하겠지만 말이다.


★ 사람 도둑질로 시작된 일본의 도자기 문화


임진왜란,정유재란은 ‘도자기 전쟁’이라고도 불린다. 이 시기 일본에 끌려간 조선인 도공들에

의해 일본의 도자기 산업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일본의 도자기는 독일의 마이센(Meissen), 프랑스의 리모주(Lomoges), 덴마크의 로얄 코펜

하겐(Royal Copenhagen), 헝가리의 헤렌드(Herend) 등 세계적인 명품 도자기의 탄생에

영향을 미쳤다.


그런 일본의 도자기가 아리타야키의 도조 이삼평(~1655), 아리타 도예의 어머니로 불리는

백파선(1560~1656), 사쓰마야키의 도조 심당길(?~?)과 같은 임진왜란 때 조선에서 끌려간

도공들에 의해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오늘날 세계적인 자랑거리가 된 일본의 도자기문화가 결국 조선으로부터의 ‘사람 도둑질’로

시작된 셈이다.


★ 약탈해 온 유물들로 채워진 대영박물관과 루브르박물과


영국의 대영박물관은 프랑스의 루브르박물관, 바티칸박물관 또는 러시아의 에르미타주박물관

과 함께 세계 3대 박물관 중 하나로 꼽힌다. 1759년에 설립되어 1852년 현재의 자리로

옮긴 대영박물관의 소장 유물은 1,300만 점에 이른다. 그런데 그 중 상당 소장품이 제국주의

시대에 다른 나라에서 약탈해 온 것들이다. 이집트, 그리스, 중동 아시아, 중국 등 그 범위가

전 세계적이다.


그도 그럴 것이 영국의 역사는 이집트, 그리스, 페르시아, 중국 등에 비해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일천하다. 런던 주변에 한정해 국가가 들어선 것이 AD871년이고, 아일랜드를 제외한

잉글랜드, 웨일즈, 스코틀랜드까지 연합된 때가 1707년이니, 영국 자신이 세운 나라인 미국

못지않게 영국 자체도 4대 문명권 등에 비하면 꽤나 신생국가에 속하는 셈이다.

그러므로 박물관이 영국에 있다면, 그것은 당연히 자기 고유의 것이 아닌 다른 이들의 것,

즉 ‘약탈해 온 것’들로 채워진 공간일 수밖에 없다.


프랑스의 루브르박물관도 크게 다르지 않다. 부르봉왕조와 나폴레옹 1세 때, 이집트,중동,

등 프랑스 외부에서 가져온 소장품들이 상당하다.

대영박물관, 루브르박물관을 자랑하는 영국과 프랑스의 문화는 ‘강탈’에서 시작되었다.


★ 로마문명의 출발은 사비니족 여인의 강탈


서양 전체의 고대사라 할 수 있는 화려했던 로마문명 역시 그 출발은 다름아닌 ‘사람 도둑질’

이었다. BC753년에 로물루스가 쌍둥이 동생인 레무스를 죽이고 자신을 따르는 3천 명의

라틴족 젊은이들을 이끌고 테베레 강 동쪽 연안 일곱 개 언덕에 로마를 건국했다.

그런 로물루스가 왕,원로원,민회로 이루어진 정치체계를 갖추고 난 다음 가장 먼저 시작한

일이 바로 ‘사람 도둑질’이었다. 대부분의 로마 시민이 독신 남자였던 탓에 아내들을 어디

에선가 공급(?)했어야 했다.


해결책은 어느 한 부족의 여자들을 한꺼번에 잡아오는 것이었다. 그 해결잭의 실행이 바로

이후 수많은 화가들의 흥미를 자아내고 상상력을 자극했던 ‘사비니족 여인의 강탈’이었다.

로마인들은 사비니족을 자신들의 축제에 초대했고, 축제 도중에 여자 강탈에 나섰고, 전투

를 거쳐 아내들을 확보했다. 2,200년을 이어갈 위대한 로마문명은 이렇게 시작된 것이다.


★ 인류사 최대의 통 큰 도둑질로 시작된 미국의 역사


20-21세기의 로마제국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의 자본주의 문명 역시 ‘도둑질’에서 시작되

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로마처럼 단순한(?) 여자 도둑질 정도가 아니라 대륙 하나 전체를

도둑질하는 인류사 최대의 통 큰 도둑질이었다. 바로 북미 대륙 전체를 한꺼번에 빼앗은

사건이었다.


유럽인들이 북미 대륙에 발을 내디딜 때 동물과 식물만 있던 것이 아니었다. 사람이 있었다.

북미 대륙이라는 동산을 돌보고 있는 인디언이 바로 그들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아메리카 땅을 ‘신대륙’이라 불렀다. 특정 고유명사로서의 땅 이름이 없었다.

만일 그 땅의 이름이 없다면 그 땅을 터전으로 하는 부족의 명칭이나 그 땅의 상징적인

어떤 것을 이름으로 삼아야 했다. 하다못해 영국인 자신들의 편의를 위해 아시아를

극동,중동,근동 아시아로 구분했던 것처럼 지역 위치로라도 불렀어야 했다.

‘체로키의 대륙’으로 부르든 ‘옥수수의 땅’으로 부르든, 아니면 ‘서쪽 대륙’이라고 부르는

것이 맞는 것이었다.


‘신대륙’이라는 호칭에는 글자 그대로, ‘새로운’, 즉 ‘주인이 없는’ 땅이라는 인식이 전제가

되어 있다. 또한 영국의 철학자 존 로크(1632-1704)는

“자연이 제공하고 그 안에 놓아 둔 것을 꺼내어 자신의 노동과 섞고 그 무언가 자신의 것을

보태면 그것은 그의 소유가 된다.”라는 주장을 하였는데, 이 주장에 의하면 유럽인들이

신대륙에서 인디언들의 소유물을, 심지어 그들의 생명까지도 거리낌 없이 빼앗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의 불의 도둑질


서양 정신의 출발인 그리스 로마신화에서도 인간문명 자체가 ‘프로테메우스의 불’ 사건

이후 시작되었다. 제우스는 티탄들과의 10년 전쟁 끝에 올림푸스 신전의 왕좌를 확보한

다음, 자기를 편들었던 쌍둥이 티탄 프로메테우스와 에피메테우스를 불러 인간과 동물을

만들도록 명령했다.

프로메테우스는 인간 남자를 만들었는데, 자신이 인간을 공들여 만드는 동안 동생 에피메

테우스가 만든 동물들에게 제우스의 선물들을 이미 모두 나눠주고 만 것이었다.

프로메테우스는 제우스를 찾아가 인간에게 불을 나누어 주자고 제안했지만 제우스는

반대했다. 결국 프로메테우스는 제우스의 불을 훔쳐 인간에게 가져다 주었다.


하지만 프로메테우스가 가져다 준 것은 ‘밝은 문명’만은 아니었다.

불을 사용함으로써 익힌 음식을 먹게 된 인간은 생명을 늘릴 수 있게 되었고, 쇠를 녹여

노동수단을 만듦으로써 더 가볍고 따뜻한 옷 그리고 따뜻한 공간을 마련할 수 있었다.


그런데 사실 프로테메우스의 불은 훔친 것이 아니었다. 훔치게 한 것이었다.

신 중의 신인 제우스가 자신보다 하급 신인 프로메테우스의 불 도둑질을 모를 리가 없었다.

이 사건 역시 제우스의 계획된 의도였다.

불은 인간에게 밝은 문명을 가져다 주었지만 재앙, 즉 ‘어두운 문명’도 함께 가져다 주었다.

불의 사용으로 시작된 인간의 기술이 오히려 8천만 명의 살상이라는 대참극을 낳은

20세기 전반의 인류적 불행이나, 자신의 생명의 터전인 지구 자체를 파괴할 지경에

이른 것이다. 이것인 제우스의 저주, 즉 ‘어두운 문명’이었다.


사실 문명은 어느 시대 어느 곳에서나 이기적이다. 인류 또는 모든 생명 가진 것들을

위한 것이기보다 일부의 탐욕을 앞세우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것이 바로 문명이 인류

또는 생명 가진 것들 모두에게 언제나 긍정적이지는 않은 이유이다.

‘밝은 문명’, ‘어두운 문명’ 모두 그리스로마 신화에서는 ‘도둑질’에서 시작되었다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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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인류 문명을 바라보는 시각을 좀 달리해서 바라본 내용을 살펴보았습니다.

먼저 저자는 문익점의 목화씨 반입에 대한 어릴 적 이야기를 꺼냅니다.

우리는 문익점의 공로로 인해 자손들이 따뜻한 옷과 이불을 덮을 수 있게 되어

훌륭한 사람이라고 여기지만, 정직에 대해 철저한 초등학생의 눈으로 보면 바르지

못한 행동이었다고 할 수도 있겠지요.


이후 진행된 대영박물관과 루브르박물관의 문화재 약탈, 로마의 사비니족 여인

강탈, 일본의 조선 도공들 납치, 프로메테우스의 불 도둑, 에덴 동산의 이브의

사과 이야기까지 인류의 문명에는 문익점의 목화씨 밀반입과 같은 수많은

스토리가 있습니다.


저자의 말처럼 이를 정직이라는 도덕의 문제, 전체 사회집단의 이익에 관한

공리주의적 접근 등을 고려하면 상당히 많은 철학적 논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일은 현대에도 여전히 진행형이지요.  기업들의 독보적 기술이나

최신 기술을 빼가는 산업 스파이, 인사 청문회때 늘 문제가 되어 온 논문표절,

소설 내용의 표절, 음원의 표절, 방송내용의 표절 등, 수많은 이와 유사한 문제

들이 현대에도 줄어들지 않고 더 다양한 모습으로 드러납니다.


오늘은 좀 더 다른 시각으로 인류의 문명을 한번 바라보았습니다.

대영박물관이나 루브르 박물관 같은 곳에서 막연히 좋다고 감상만 할 것이

아니라 이런 역사적 배경과 배후 지식을 가지고 역사의 현장들을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좋은 주말 보내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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