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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직도 내가 제일 어렵다>

“나는 당신의 비밀을 응원한다”

by 해헌 서재

<나는 아직도 내가 제일 어렵다> 우르술라 누버

--“나는 당신의 비밀을 응원한다”


강 일 송


오늘은 “비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우리의 생각이 민낯처럼 다 드러나

모든 사람이 내 생각을 훤히 읽어낼 수 있다면, 결코 우리의 삶이 편안하고 행복하기

힘들 것입니다.


저자인 우르술라 누버(1954~)는 독일 최고의 심리상담가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입니다.

독일 뮌헨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했고 1983년부터 “현대심리학” 에디터로 일하다가

현재는 편집장을 맡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우울증”, “심리학이 어린 시절을 말하다.” 등이 있습니다.

한번 보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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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에게는 말하지 않을 자유가 있다.


세상은 갈수록 투명해지고 있다. 말하고 싶지 않은 생각과 들키고 싶지 않은 속마음과 보여

주고 싶지 않은 일상을, 굳이 말해야 한다고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사람들이 많다.

모두가 ‘말하지 않을 자유’를 포기하고, ‘알아야 하는 권리(요구)’에 수긍해, ‘말해야만 하는

의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생각마저 든다.


1970년대의 심리학에서는 투명하게 모든 것을 밝히지 않으면 정신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즉 “침묵은 해롭고 고백은 이롭다”는 식으로.

물론 아픈 상처나 힘든 경험을 털어놓는 일은 마음의 짐을 덜어주고 상처를 치유해주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은 최근의 일로 과거에는 ‘침묵’을 더 높은 가치로 평가했다.


★ 아무것도 숨길 수 없다면 우리는 발가벗은 채로 타인과 마주해야 한다.


비밀은 과거로부터 대체로 비판적인 대상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또한 누구나 비밀을

하나쯤은 다 가지고 있으니 이상할 따름이다. 다른 사람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생각,

계획, 열망, 부끄러움, 혹은 두려움 등이 비밀이 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비밀과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비밀은 관련된 모든 이의 삶에 심각한 피해를 입히는 ‘까만 양’ 같은 나쁜 비밀도 있지만

순하고 ‘하얀 양’같은 착은 비밀도 있다. 착한 비밀은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동시에 우리가 살아가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착한 비밀은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정서적 안정을 취하는 데 도움을 준다.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않은, 혹은 알려서는 안 되는 많은 비밀은 무엇보다 우리가

자율성을 지키는 데 큰 힘이 된다.

비밀이 없다면 무방비 상태로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의도, 희망, 욕구 등에 휘둘리기

쉽다. 즉 비밀은 우리 인생에 어떤 권한도 없는 사람이 우리 삶에 함부로 기웃거리지

못하게 막아주는 울타리라고 할 수 있다.


사회적으로도 비밀은 윤활제 역할을 한다. 모든 것을 밝히고 드러내야 한다면 사회

공동체는 제대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다. ‘절대적 진실’만 존재하는 사회는 스스로를

감당하기 힘들다. 긍정적인 비밀에는 절대 과소평가해서는 안 되는 매력적인 사회적

가치가 있다.


★ 당신의 비밀을 응원한다.


2006년 초 잡지 “현대심리학”에서 비밀에 관한 조사를 진행한 바 있었다.


“비밀을 찾습니다. 당신의 삶에 중요했거나 여전히 중요하다고 여기는 비밀이 있으세요?

비밀로 인해 특별한 경험을 한 적이 있습니까? 익명으로 연락주셔도 좋습니다.”


이 광고가 나가자 많은 사람들이 전화나 이메일로 연락을 해왔다.

그들이 털어놓은 이야기와 경험담은 기대와 예상을 훌쩍 넘어섰고, 그중 몇 편은 정말

손에 땀을 쥐게 했다. 충격적인 이야기도 있었고 감동적인 이야기도 있었다.

비밀로 가득한 삶의 이야기 중 중요하지 않은 것은 단 한 편도 없었다. 거의 대부분이

부당한 기대와 호기심으로부터 자신을 지켜준 비밀이었기 때문이다.


비밀의 도움으로 열정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었던 사람도 있고, 주변의 편견에 맞서

꿈이나 잠재력을 펼칠 수 있었던 사람도 있다. 이 광고를 통해 ‘비밀 없이는 독립적인

삶 역시 있을 수 없다’는 명제를 증명하게 되었다.


특히 여성들은 남성보다 더 민감한데, 무언가 숨기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불안해하거나

가벼운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당신을 잠 못 들게 하는 그 비밀에게

말해주고 싶다. 숨어 있어도 괜찮다고, 꼭 모든 것을 투명하게 보여주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때론 보이지 않아서 더욱 빛나는 것도 있는 법이라고.


누구에게나 비밀은 있다. 그 비밀 덕분에 당신이 스스로 설 수 있는 걸지도, 삶을

지킬 수 있는 걸지도 모른다.


당신의 비밀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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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모든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내밀한 마음의 영역, 비밀에 관한 담론을

펼쳐보았습니다.


저자는 독일의 대표적 심리상담가로 수많은 사람들, 특히 여성들을 많이 상담

하면서 인간의 깊은 내면의 영역들에 대해 우리에게 말해주고 있습니다.

현대는 너무나 투명해지고 모든 것이 드러나는 세상이어서 편리하고 좋아진

측면도 있지만 불편하고 힘들어진 면도 많이 있지요.


우리 주위에는 온통 CCTV, 즉 감시카메라가 지켜보고 있고, 고속도로를 빨리

통과하기 위해 만든 하이패스는 우리의 모든 동선을 기억합니다. 현금대신

쓰기 편리한 신용카드는 때론 나 자신보다 더 나의 소비패턴을 잘 알고 있고

나의 개인 경제 상황은 은행의 통합시스템이나 국세청 컴퓨터가 더 잘 파악

하고 있다고도 할 것입니다.


하지만 인간은 수만 년 전부터 유지해온 삶의 패턴이 있는데 지금 이 투명한

사회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주게 마련입니다. 재독 철학자 한병철교수의 피로사

회 라는 책에서는 이러한 현대인의 피로에 대해 잘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이에 오늘 저자는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햐얀 비밀"은 우리의 자율성을

지켜주고 개인의 사생활을 지켜주는 마지막 울타리라고 말합니다.

특히 남성보다는 여성에서 그러한 역할이 더 지대한데, 말하지 않을 자유와

드러내지 않아도 될 권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말합니다.


"당신의 비밀을 응원합니다."


평온한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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