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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헌 서재 Dec 22. 2017

<준비된 우연>

<준비된 우연>

“세계 석학들의 인생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강 일 송


오늘은 다양한 방면의 세계적 석학들에게 그들의 인생을 바꾼 터닝 포인트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이를 엮은 책을 한번 보려고 합니다.


지은이는 허병민 작가인데, 그는 연세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제일기획 제작본부

PD로 입사했고 두산동아, 오티스 엘리베이터, LG생활건강 등에서 경력을 쌓았다고

합니다. 현재는 자신만의 관점으로 지식을 발굴하고 재가공해 의미와 가치가 담긴

콘텐츠로 만드는 일을 하는 콘텐츠 큐레이터, 인사이트 큐레이터로 있습니다.


한번 보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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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연이 나를 이끌었다.

            -- 테크놀로지 경영학자, 엔리케 단스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들, 나를 지금으로 이끈 순간들을 떠올리면 ‘우연’이라는

말밖에는 생각이 나지 않는다. 사실 나는 아직도 그때 일어났던 일들을 정확히 설명

할 수 없다.


크리스마스가 되면 스페인의 기업들은 복권을 사서 직원에게 돌린다. 1986년, 아버지는

회사로부터 받은 복권이 당첨되어 꽤 많은 돈을 받았다. 부자가 될 정도는 아니었지만

근사한 선물을 사고 즐길 정도의 액수를 손에 넣은 아버지는 스물한 살이던 내가 새 차를

사달라고 조르자 무슨 이유에서인지 “차는 절대 안 돼! 대신 컴퓨터를 사주마!”하고

말씀하셨다. 1986년에 스페인에서 개인용 컴퓨터를 갖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게다가 아버지는 컴퓨터와 관련 있는 일을 하는 분도 아니었다.


내 친구들 중에는 컴퓨터가 있는 녀석은 없었다. 결국 아버지의 뜻을 받아들이기는 했지만

지금도 왜 내게 그 당시 아버지가 컴퓨터를 사주기로 했는지 이해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확실한 건 그 결정이 지금 내 경력의 씨앗이 되었다는 것이다.


나는 대학을 거쳐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을 때까지 컴퓨터 덕을 톡톡히 보았다. 다른

사람들보다 컴퓨터에 밝았던 나는 IT분야의 부교수로 제안을 받았고, 이 제안을 수락함

으로써 나는 정교수가 되는 길로 들어섰다.


우연은 우리 인생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지만 우연도 우리가 제대로 준비했을 때

찾아오는 법이다.

위대한 화가 파블로 피카소는 이렇게 말했다.

“영감은 존재한다. 그러나 영감을 받을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 실패라는 축복

             --과학자, 마케터 ; 제이콥 골든버그


나는 예루살렘의 히브리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준비하던 30대 때에 공부가 즐거웠다.

내가 관심 있어 하는 “창의력”을 연구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소린 솔로몬 박사가 교수로 있는 물리학과에 박사 과정을 등록하고 같이

연구를 하였다. 솔로몬 교수와 나는 물리학 관련 학술지에 논문을 제출했는데

제출과 동시에 혹평이 쏟아졌다. 내 논문이 해당 학술지의 주제와 무관한 데다

비과학적이라는 평가를 받은 것이다.


이 첫 번째 실패의 패착을 찾기 위해 히브리 대학 마케팅 학과 교수인 데이비드

마주르스키에게 논문을 보여주었다. 교수는 첫 번째로 연구 내용과 엉뚱한 학술지에

논문을 실은 실수를 지적했고, 내가 수집한 데이터를 입증하기 위해 사회 과학이라는

도구를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마침내 마주르스키 교수의 지도를 받은 나는 최고 과학 저널에 주목을 받고 실렸으며

‘SIT'라는 경영 혁신 툴을 개발했고, 세계 100대 기업들이 주요 고객이 되어 주었다.


나의 과거와 현재를 되돌아보면, 내가 연구를 지속할 수 있었던 추진력은 결국 나의

첫 실패, 과학 학술지에서 논문 게재를 거절한 일 때문이었다. 이 실패를 통해 나는

예기치 못한 성공의 기쁨을 누리게 되었는데, 이를 통해 실패가 내 일의 일부이며

성공으로 이끄는 안내자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실패는 곧 성공이다. 실패가 언제

기회로 탈바꿈할 지는 아무도 모른다.


★ 가지 않는 길, The Road Not Taken

             -- 로버트 프로스트(1874-1963)


단풍 든 숲 속에 두 달래 길이 있었습니다.

몸이 하나니 두 길을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한참을 서서

낮은 수풀로 꺾여 내려가는 한쪽 길을

멀리 끝까지 바라다보았습니다.


....... 중 략


오랜 세월이 지난 후 어디에선가

나는 한숨지으며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고, 나는

사람들이 적게 간 길을 택했다고

그리고 그것이 내 모든 것을 바꾸어놓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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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세계적인 석학들에게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언제였는지를

질문하여 그 이야기를 모은 책을 함께 보았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여러 사람들에게 질문을 한 것이어서 정말 다양한 이야기들이 많이 실려

있는데, 그중 저는 “우연”, “실패” 두 가지 키워드를 가지고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첫 번째 내용은 스페인의 학자이자 교수인 엔리케 단스의 이야기였는데, 지금 현재 자신을

이 자리로 이끈 것은 자신도 이해하지 못하는 “우연”의 산물이었다고 고백합니다.

아직 컴퓨터가 일반화되지 못했던 1980년대에 ‘우연히’ 아버지가 회사에서 주는 복권에 당첨

이 되었고, 그 복권으로 ‘우연히’ 당시 드물고 귀했던 컴퓨터를 손에 넣게 됩니다.

일찍 접한 컴퓨터에 빠져 열심히 익히다보니, 이 분야에서 교수급의 실력을 갖추게 되고

진짜 교수가 되는 기회를 얻게 됩니다.


이런 삶의 궤적은 너무나 우리 주변에서도 자주 만날 수 있지요. 지금 현재 자신이 이룬

것들을 보면 우연의 산물이 참 많습니다. 유명인을 보자면 빌게이츠는 우연히 미국에서도

아주 일찍 훌륭한 컴퓨터 시설을 갖춘 중등학교를 다니며 컴퓨터를 접하면서 훗날 마이크로

소프트 탄생의 씨앗을 심게 됩니다. 스티브 잡스도 우연히 서체학 강의를 청강하게 되고

이후 매킨토시의 다양한 아름다운 폰트를 만들게 되지요.

일반인들도 우연한 기회에 어디를 갔다가 지금의 아내를 만났을 수도 있고, 우연한 기회에

관심을 가지게 된 학과나 대학을 선택하였을 것입니다.

우연한 기회에 어떤 직장을 갖게 되고, 우연히 고향도 아닌 지금 살고 있는 지역에 정착했을

수도 있습니다.


두 번째는 이스라엘의 혁신 컨설팅 기업 SIT의 창립자인 제이콥 골든버그의 이야기였습니다.

그는 예루살렘의 히브리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했지만 창의력 연구에 관심이 많았고

처음 발표한 논문은 사람들의 무관심과 냉정함으로 큰 실패를 맛봅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관심을 알아주는 멘토를 얻게 되고, 처음의 실패가 훗날의 성공으로 이끄는 안내자

였다고 말합니다.


굳이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우리 인생에서 많은 실패와 좌절은

훗날 더 낫고 성숙한 삶을 사는 밑거름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단,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

는 실패를 했을 때 이를 피드백하고 반성하여 새롭게 출발을 해야 이러한 일이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실패에 스스로 굴하고 무너져버리면 절대 다음의 밝은 미래가 오지 않지요.


인생을 살아감에 너무 승승장구하고, 어려움이 없이 산 사람은 오히려 조그마한 어려움이나

위기에 쉽게 좌절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소년급제’는 위험하다고 흔히 말하는 것일

겁니다.


마지막으로 미국의 국민시인이라고도 불리워지는 로버트 프로스트(1874-1963)의 유명한

시를 보고 이 글을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숲을 가다가 우연히 두 갈래 길을 만나면 우리는 흔히 사람들이 많이 다닌 안전한 길을

선택해서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시인은 사람들이 적게 간 길을 선택한 것이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이었고 인생의 모든 것을 바꾸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적게 간 길은 가시덤불도 있을 것이고, 길이 막혀 있어 주변을 돌아가야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남들이 가지 않은 길에서 남들이 못 본 기막힌 풍경을 접할 수도

있고, 남들이 캐지 못한 보물을 만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너무 안전한 길, 너무 알려진 길은 오히려 가장 위험하고 힘든 길일 수도 있다는 역설을

오늘 시인은 우리에게 말해주고 있습니다.


오늘 만난 화두 “우연”, “실패”, “남들이 가지 않는 길”에 대한 사색을 해보는 하루가

되었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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