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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헌 서재 Jan 11. 2018

<갈 곳이 없는 남자 시간이 없는 여자>

<갈 곳이 없는 남자 시간이 없는 여자>

“가정에서도 외로운 남성, 종일 시간에 쫓기는 여성”


                                      강 일 송


오늘은 현대의 남성과 여성이 어떻게 시대의 변화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지를 자화상처럼

그리고 있고, 양성이 함께 행복해지는 길이 어떤 것인지 알아보는 책입니다.


저자는 미나시타 기류(1970~)로 일본의 사회학자이자 시인입니다. 와세다 대학원 사회

과학연구과 박사과정을 수료하였고, 시집 “음속평화”로 나카하라 주야 상을 “Z경”으로

반스이 상을 수상하였다고 합니다.


남녀가 함께 행복해질 수 있는 사회를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지 한번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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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공간이 분리된 남자와 여자


도시에 사는 남녀는 일상적으로 공간이 분리되어 있다. 도시권에서 하루의 이동 행동을

보면, 서로 통근 시간대도 다르고 평균 통근 시간이 남성은 71.1분이고 여성은 26.4분이다.

이처럼 큰 폭은 ‘시공간의 뒤틀림’을 낳고 일상적인 엇갈림과 생활의식 격차로도 이어진다.


★ 남편은 돈 잘 벌고 집에 안 들어올수록 좋다?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광경이 있다. 대학원생이었던 나는 한낮의 전철을 탔는데 맞은편에

60대로 보이는 여자들이 수다의 꽃을 피우고 있었다. 갑자기 한 여자가 이렇게 말했다.

“그 집 남편, 퇴직하고 얼마 안 돼서 죽었대.!” 다른 여자들이 “어머나!”

“어머 부럽다!, 진짜 부럽네, 그게 내 꿈이라니까” 하는 것이었다.


남자에게는 몹시 불쾌한 상황인데, 일본의 1980년대는 정년퇴직한 남편을 거추장스러운

존재로 묘사하는 속어가 흘러넘치는 시대였다. 대표적인 말이 “대형 쓰레기”다.

퇴직한 후 집에서 빈둥거리기만 하는 남편은 처치 곤란한 대형 쓰레기나 마찬가지라는

속어다.


일상생활의 시공간의 분리는 때때로 과도할 정도로 남성의 배제를 부른다. 다만 기혼

남성은 다소 가족에게 배제당해도 기본적인 지위는 유지되지만, 나이가 지긋한 남자가

미혼인 경우라면 그들만의 장소는 없다.


★ 남자의 인생에는 선택지가 별로 없다.


일본에서는 남성의 인생과 일상생활이 전부 일을 중심에 두고 돌아가므로 그 이외의

선택지가 극히 부족하다. 반면에 여성의 인생과 일상생활은 좋든 나쁘든 사회의

변화와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제도가 개정되어 왔다.


남성은 사회적으로 고립이 잘 되는데, 고립무직자가 남성에게 많은 이유로

(1) 미혼율이 남성이 현저히 높고 (2) 일터에서 일단 밀려나면 남성이 더욱

쉽게 사회적으로 고립된다는 두 가지 요소 때문이다.


문화회관에는 매일 바둑이나 장기를 두는 고령 남성이 가득하고 도서관에도 하루 종일

신문이나 잡지를 읽는 고령 남성이 가득하다. 이들은 딱히 갈 곳이 없는 것이다.

앞으로 당신도 그런 노후를 맞이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은퇴를 하기 전부터 조금씩 지역 커뮤니티에 참가해서 일 이외의 연대를 적극적으로

구축해야 한다. 이 사회는 남성의 ‘노동’에 적극적이고 남성의 ‘행복’에 소극적인

것이다.


★ 여성의 시간은 가족의 공유자산


일과 육아의 양립은 어렵다. 육아는 끝이 없어서 한없이 시간을 빨아들인다.

게다가 더없는 애정을 가지고 임하지 않으면 나쁜 엄마라는 낙인이 찍힌다.

육아와 관련해서 국제비교를 한 논문에 의하면 특히 일본의 육아는 ‘손이 많이 간다’

는 점과 ‘아버지가 부재’한 점이 큰 특징이라고 한다.

또한 너무 높은 어머니 역할의 기준은 많은 여성을 괴롭히고 있다. 자신에게

관용을 베풀지 않으면 스스로 책망하게 된다.


19세기 이후로 여성의 삶이 별로 나아지지 않은 이유로 필자는 “여성의 시간을 가족의

시간”으로 간주한다는데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국가의 정책도 많은 문제를 여성의

시간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해결해 왔음을 알 수가 있다. 예를 들어 초저출산, 고령화

에 의한 생산연령 인구의 감소에 ‘여성의 활약’으로 대처하려 한 것 등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금 필요한 것은 여성의 활약만이 아니라 남녀를 불문한 종합적인

취업, 가정생활, 지역 커뮤니티, 여가 방식의 재편이다.


★ 통합적인 삶의 균형을 꿈꾸다


일반적 가구의 ‘시공간 분리’로 대표되는 남녀의 생활구분은 사회에 거대한 뒤틀림을

초래하고 있다. 필자는 항상 남성과 여성이라는 성별보다 ‘본인의 개성’이 최대한

발휘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지극히 어려운 일이다.

또한 여전히 여성의 낮은 경제력과 사회적 지위는 여성 차별구조를 만들어내고 있다.


한편 여성보다 유리하다고 생각되었던 남성 역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가장 큰

문제는 남성의 직장 제일주의다. 취업 이외에 사회참여의 길이 극히 부족하고 결혼을

통해 가족 가구를 영위하는 방법 외에는 사적인 지원을 받을 수단이 없다.


남성에게 일방적으로 치우친 가계책임은 경제적 이유에 의한 중, 노년 남성의

자살, 남성의 확연한 사회적 고립, 압도적으로 높은 홈리스의 남성 비율, 그리고

평균 수명의 남녀차로 이어진다.


다시 말해 여성의 사회진출은 여성에게만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다. 가계에 대한

남성의 부담을 줄이고 인생의 선택지를 늘려준다.


공고한 성별규범을 해체하고 현재 상태에 맞게 바꿀 필요가 있다. 여성의 사회진출을

추진하는 동시에 남성의 가정과 지역사회 진출도 함께 추진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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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일본사회의 남성과 여성의 역할로 본 사회문제를 여성 일본사회학자의 눈으로

함께 보았습니다.

워낙 우리나라와 일본이 같은 동양문화권에 있다가 보니, 거의 우리나라 이야기를 듣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비슷한 내용이 많았습니다. 단지 시간의 격차가 20년

정도 뒤따라 간다는 것만 빼면요.


처음에는 남성의 사회적 고립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저자가 전철에서 들은 1980년대의

일본 여성들의 이야기가 최근에는 우리 사회에서 많이 들리고 있습니다.

일본과 같이 우리나라도 급격한 경제적 성장의 시기를 거쳤고 이 시기 가정을 돌보지

못하고 직장에만 모든 시간과 노력을 바쳤던 남성, 아버지들은 가정에서 가족들과

함께 어울리는 법을 배우지 못하고 퇴직하자 가정에 돌아온 아버지는 서로에게 어색한

존재가 되어버리는 비극이 펼쳐집니다.


가족들 입장에서는 과거에는 “돈이 들어오다가, 퇴직하자 돈은 안 들어오고 아버지가

집으로 들어온 것“이라는 겁니다. 이미 가족과 함께 보낼 젊은 시절은 가버리고 퇴직

하고 경제력 없는 아버지는 일본 사회의 속어처럼 “대형 쓰레기” 신세가 됩니다.


두 번째는 여성의 이야기였는데, 여성들도 늘 경제적, 사회적으로 약자였고 지위가 낮

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남성에 비해 육아라는 엄청난 짐을 지었고, 일과 육아,가사를

병행하다 보니 슈퍼우먼이 되어야 했는데, 조금이라도 소홀하면 스스로 자책하게 되는

사회적 구조를 가졌었습니다.


남성은 ‘관계의 부족’, 여성은 ‘시간의 부족’이라는 것이 저자의 통찰있는 시각이었고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전통적인 성별 역할을 재조정하여, 여성은 사회진출, 남성은

가정과 사회 커뮤니티로 진출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농업경제사회에서는 대가족, 노동력 우선의 남성우선주의 등이 동아시아 국가

들에게 공통적으로 필요했고, 산업화를 거쳐 이제는 남성의 노동력이 크게 필요가

없어지면서, 핵가족, 1인 가정이 늘어난 지금 시대에는 필연적으로 이러한 남녀 역할

구별의 패러다임이 수정되어야 할 것은 자명해보입니다.


이 책의 표지에 있는 그림은 미국의 화가 에드워드 호퍼(1882-1967)의 작품이네요.

현대인의 일상에서 고독함과 건조무미함, 외로움 등을 잘 표현한 그의 그림은 이 책의

내용과도 잘 맞아떨어져 보입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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