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한마디에 매료되다>
“사물을 꿰뚫는 촌철살인의 파격적 고찰”
강 일 송
오늘은 짧은 글로써 삶의 다양한 문제들을 파격적으로 흥미롭게 분석한 책을 한번
보려고 합니다. 약간 시니컬하면서도 냉철함이 배여있는 그의 글들을 보면 참으로
뛰어난 발상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자는 김동주 작가로, 서울대학교 문리대 학부를 나왔고 미국 인디아나 대학교,
아칸소 대학원을 졸업했습니다. 스스로를 재미작가, 발명가라 부르고 많은 독서량을
바탕으로, 위트, 유머가 넘치는 글을 쓰고 있습니다.
한번 보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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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치 (Value)
--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기준의 척도
가치관- ‘진선미의 정도나 가치 체계화에 대한 철학적 견해’란 의미이나 대개,
세속적 효율성을 뜻하는 말.
★ 가정 (Home)
-- 청소년의 감옥, 가출의 근원지, 은밀한 폭력의 치외법권 사각지대, 밤에 모든
곳이 문을 닫으면 할 수 없이 들어가는 장소
가사일 - 해도 해도 표가 안 나지만 하지 않으면 금방 표가 나는 집안일
가정학 - 체험 없이는 천년을 연구해도 터득할 수 없는 내용을 몇 권의 책으로 끝내는
엄청난 학문
★ 감사 (Gratitude)
-- 받을 때뿐이고 곧 시들해지는 근성을 우아하게 표현하는 말
이미 받은 은혜는 작아지고 앞으로 기대하는 은혜가 커지는 동안의 감정
감사의 분량이 곧 행복의 분량이다. 가장 행복한 사람은 가장 많이 소유한 사람이
아니라 가장 많이 감사하는 사람이다.
★ 삶 (Living)
-- 승산 없는 투쟁, 씨름에 가까운 댄스, 여분의 타이어가 없는 절박한 운전,
일순간의 휴식도 없고 ‘살자니 고생이고 죽자니 청춘’인 진퇴양난
발생하지 않을 일들을 긴 세월동안 대비하는 헛수고.
울며 태어나서 불평하며 살다가 실망하여 죽는 일.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희극, 느끼는 사람들에게는 비극인 실체.
반은 부모에게, 나머지 반은 자식으로부터 받는 시련
두 영겁 사이에서 잠시 반짝이는 허무
★ 거울 (Mirror)
-- 모든 여인이 그녀를 사랑하는 남자의 눈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물건
인간의 비극은 거울이 발명되면서 비롯했고, 인류 문화의 근원은 거울에서 출발
했다면 지나친 역설일까?
★ 건강 (Health)
-- 아프기 전까지는 전혀 문제가 안 되는 이슈. 수만 가지의 질병과 싸우는 독불장군.
가장 느리게 진행하는 죽음으로의 과정.
건강검진 - 이상한 결과가 나오면 허망하게 죽어야 하므로 죽어라 하고 기피하는 검진
건강비결은 사실 별 게 아니다. 간단히 말해, 먹기 싫은 음식을 먹고, 마시기 싫은 음료를
마시고, 하기 싫은 일을 하는 것이다.
사람은 건강이 최악일 때 가정 착한 사람이 된다.
★ 건축 (Architecture)
-- 공간을 낭비하는 기술, 손님의 재정능력에 맞게 설계도를 달리 그리는 재주꾼
건축에 관한 한, 자신은 ‘예술가’, 건축업자는 ‘노가다’라고 부르는 사람.
건축 노동자 - 허리에 찬 물통에 들어있는 소주의 힘으로 집을 짓는 사람
★ 논쟁, 언쟁 (Argument)
-- 겸손하고 유식한 자는 목소리 큰 무식쟁이를 이길 수 없는 말싸움
인간은 세 치의 혓바닥으로 꾸며대지 못할 말이 없음을 보이는 말다툼.
여자와는 논쟁을 하지마라. 이길지는 모르는 모르나 장차 큰일을 당할 것이다.
★ 독신자 (Single)
-- ‘결혼은 미친 짓’ 팻말을 걸어놓고 혼자 사는 현인. 상의할 사람은 없으나 상의할
문젯거리도 없는 사람. 실수를 하지 않은 댓가로 톡톡히 보상을 받는 사람
독신자에게는 중과세를 왕창 매겨야 한다. 누구는 행복하고 누구는 불행한 것은
불공평하기 때문이다.
★ 민주주의 (Democracy)
-- 무식한 다수에 의해 운영되는 제도. 최악을 정부형태이나 별다른 뾰족한 대안이 없어
할 수 없이 채택하는 제도. 자신이 유리하면 잠자코 있다가 타인들의 도움이 필요하면
목청 높여 사회정의를 들먹이는 제도.
민주주의란 ‘나는 당신처럼 소중하다’가 아니라 ‘당신은 나처럼 소중하다’라는 취지의
제도이다.
★ 성공 (Success)
가장 좋은 복수. 원칙 위에 군림하는 능력.
주로 타인의 어리석음을 통해, 또는 본인의 무식함과 이에 따른 자신감으로 이뤄지는 것.
성공의 비결-성공하지 못한 자들이 더 잘 알고 있는 비법. 운이 좋아 성공한 사람들이
결과론적으로 말하는 비결 아닌 비결.
★ 소유 (possession)
-- 자식생산과 함께 갑남을녀들의 일생일대의 2대 숙원사업
고민과 투쟁을 통해 필요한, 그리고 필요치 않은 것을 차지하는 행위.
소유는 소유욕을 결코 진정시키지 못한다. 소유가 늘면 처음에는 흥분되고 행복하지만
이런 감정은 곧 시들해지기 때문이다. 소유하면 그것에 얽매인다.
★ 소화불량 (indigestion)
-- 소화가 안 되는 음식을 먹어놓고 소화기관을 탓하는 병명
★ 수술 (Surgery)
-- 다시 깨어나면 좋은 일만 하겠다고 기도하고 의사에게 몸을 맡긴 후, 진짜로 깨어나면
별 잘못을 안 했나 싶어 다시 기고만장해지는 원인.
나의 수술은 모두 대수술, 남의 것은 모두 경미한 수술.
★ 술 (Liqour)
-- 인생이라는 수술을 하는 동안의 마취제
★ 시어머니 (mother-in-law)
시시콜콜한 문제로 한 가정의 헤게모니 쟁탈전을 볼이는 막상막하의 늙은 여자와 젊은 여자
좋은 일은 딸에게, 궂은일은 며느리에게 시키는 여자. 며느리의 흉이 없으면 쓸데없이
너무 희다고 흉보는 여자. 자신이 접시를 깨면 오래된 것이요, 며느리가 깨면 가보를 훼손
시켰다고 길길이 뛰는 여자.
요즘의 시어머니 ; 손자, 손녀를 키우는 무료 베이비시터. 신세대 며느리 밑에서 벙어리 3년,
귀머거리 3년, 장님 3년을 견디는 여자. 며느리 자라 시어머니 되니 시어머니 티 더 낸다.
며느리 내쫓아 보낸 후에야 그래도 무던했던 줄 안다.
★ 십대 청소년 (teenager)
-- 럭비공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젊은 아이. 자기 방 청소를 제외하고는 무서울 것이
없는 아이. “내가 14살 때 나의 아버지는 되게 무식했다. 그런데 21살이 되자, 나는
그의 현명함에 감탄을 했다. 몇 년 사이에 그가 엄청 현명해진 것, 참으로 놀랄 노릇이다.”
★ 아버지, 어머니 (Father, Mother)
-- 아버지- 자녀의 돈 줄, 아내의 하인. 겉으로 위엄을 보이며 속으로 우는 남자
어머니- 하나님이 모든 인간을 일일이 보살필 수 없어 만드신 자신의 분신, 늦게 돌아오는
망나니 자식을 밤새워 기다리는 여자. 마음 하나 편할 때는 잊었다가 괴롭고 서러울 때
생각하는 여자.
어버이 - 멋모르고 자식을 낳은 죄로 된통 당하는 사람들
어버이날 - 여태까지 해드린 것이 없어 평소에 안 하던 짓을 해보는 날
★ 약 속 (Promise)
-- 유리창과 같아 깨어지도록 만들어진 것. 쌍방 모두에게 유리할 때만 지켜지는 것.
우리는 희망으로 서약하고, 공포 때문에 이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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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굉장히 시니컬하지만 요즘 아이들이 쓰는 말로 팩폭(팩트 폭력)의 글들이었네요.
건강이란 의미는 “가장 느리게 진행하는 죽음으로의 과정”이고, 건강검진은 “이상한 결과가
나오면 허망하게 죽어야 하므로 기피하는 것”이란 내용을 보면 정말 탁월한 사고의 비틀기
명수란 생각이 듭니다.
삶이란 두 영겁 사이의 잠깐 반짝이는 허무라는 말도 가슴 아프게 들려오네요.
성공의 비결은 성공하지 못한 사람들이 더 잘 알고 있는 내용이고, 성공한 사람의 비결은
운이 좋아 성공한 것을 결과론적으로 설명하는 것이란 말도 흥미롭습니다.
소유는 결코 소유욕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말도 통찰이 깃든 말이네요.
시어머니와 며느리에 관한 이야기는 참 다양하게 많은데, 과거 벙어리, 장님, 귀머거리
3년을 며느리가 했다면 최근에는 시어머니가 한다는 발상도 예리합니다.
우리가 아는 많은 명언이나 교훈들도 역으로 그 반대의 교훈도 존재한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침묵은 금이다 라는 말이 있는 반면에 말 한마디에 천냥빚을 갚는다 라고도
하지요. 이외에도 수많은 사례가 있는데, 이처럼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은 참으로 다양할
수도 있고, 오늘 저자처럼 도발적이고 파격적인 사고도 우리에게 많은 것을 다시금
생각해볼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감사한 일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