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지키며 일하는 법>
--“내일을 알 수 없는 역경의 시대, 어떻게 일할 것인가”
강 일 송
오늘은 재일 한국인 2세로 일본에서 태어나, 재일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사회 진출을
하지 못하는 어려움을 겪었고, 이후 재일 한국인 최초로 도쿄대학 정교수가 된
저자의 책을 한번 보려고 합니다.
저자인 강상중(1950~)교수는 일본 규슈 구마모토현에서 태어났고 폐품 수집상으로 일하던
부모아래에서 공부를 하였습니다. 와세다 대학을 다니던 1972년 한국 방문을 계기로
일본이름 대신 “강상중”이라는 이름을 쓰기 시작했고, 취업을 못해 독일로 유학하여
뉘른베르크 대학교에서 정치학과 정치사상사를 전공했습니다. 도쿄대학교 정교수,
세이가쿠인 대학 총장을 거쳐 현재 구마모토현립극장 관장 및 이사장으로 재직중이라
합니다.
저서로는 밀리언 셀러 “고민하는 힘”을 비롯하여, “악의 시대를 건너는 힘”, “구원의
미술관”, “살아야 하는 이유”, “도쿄 산책지”, “반걸음만 앞서가라”, “어머니”,
“마음”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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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이란 무엇인가
일이란 과연 무엇일까요? 살기 위해서 수입이 필요하기에 일합니다.라고 서슴없이
대답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돈을 위해 일한다고 말하는 분도
스스로의 일에서 만족감을 느끼든 못 느끼든 별 상관이 없다고 말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일이란 단순히 ‘돈을 벌어 생계를 꾸리기 위한 것’만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일은 개인의 인격 형성이나 정신 활동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매우 섬세한 것입니다.
‘사는 보람’, ‘개성의 창조’, 혹은 ‘나다움의 표현’이며 그 일을 하는 사람이 사회를
대하는 태도와 깊이 연관되어 있습니다. 또 그 일을 하는 사람의 인생 그 자체이기도
합니다.
★ 불확실한 시대
오늘날 우리 사회는 눈이 핑핑 돌아갈 정도로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그로 인해
사회는 불안정해지고 또 불확실해졌습니다. 성장이 지속되던 좋은 시절은 버블경제의
붕괴와 함께 이미 지나가버렸습니다. 계약직이나 파견 노동 같은 비정규 고용이 늘어
가고 정규직이라 해도 종신고용이 보장되지 않는 고용의 유연화 또한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미래를 내다보기 어려운 불확실성의 시대, 역경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또한 ‘비상시“가 일상화된 사회여서 일에 관한 한
기존의 ‘매뉴얼’을 그대로 적용하기가 힘들어졌습니다.
★ 학력 사회 모델의 붕괴
저는 1970년대에 20대, 1980년대에 30대를 보냈습니다. 안정적인 성장이 이루어지던
때였고 모두가 풍요로운 소비를 하고 장밋빛 미래에 대한 희망이 가득한 시절이었지요.
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자이니치,在日’라는 출신이 문제가 되어 직업을 얻지 못한 채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만 말이지요.
그런데 요즘은 어떻습니까? 내일이 있잖아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던 때와는 완전히
다르지 않습니까? 이렇게 상황이 180도로 바뀐 이유는 바로 버블 경제의 붕괴 때문
입니다. 이 시기에 나타난 변화 중 하나로 “학력 사회 모델”의 종언을 들 수 있습니다.
이는 누구든 노력하면 유명 대학의 간판을 딸 수 있다는 일종의 평등주의가 무너진
것입니다. 이제는 학력을 쌓아 취업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반드시 안정적인 미래를
보장받지는 못하는 상황입니다.
또한 “개인 경력 모델”이 주류가 되었습니다. 이제 기업은 학력이 높은 사람보다 주체적
으로 사고하고 어떤 상황에든 유연하게 대처하며 스스로 자기 활동을 적절히 운영할
수 있는 인재를 원하고 있습니다. 비즈니스맨은 개개인이 일을 수행하는 능력을 닦아
자신의 가치를 계속 높여가야 합니다.
대기업이나 유명 기업에 취업만 하면 만사형통이라는 알기 쉬운 목표가 사라진 오늘날,
‘다른 사람의 눈에 어떻게 비칠까’가 아니라 ‘나에게 과연 일이란 무엇일까’를
질문해야 할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 하겠습니다.
★ 변화의 시대를 살아가는데 필요한 자세 3가지
<1> 일의 의미를 생각하라
-- 저는 일이란 ‘나다움’이나 ‘인생 그 자체’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인생에서 아주 많은 시간을 일에 쏟고 있고, 동료들은 개인의 인격이나 사고방식에
커다란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나아가서 일에서 얻는 기쁨과 행복은 삶의 보람이기도
할 터입니다. 따라서 내가 왜 이 일을 하는지 이 일을 통해 나는 어떻게 변화하고 싶은지,
사회를 위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매일매일 질문할 줄 알아야 합니다.
<2> 다양한 관점을 가져라
-- 어떤 직종에 취업하여 무슨 일을 하든 이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여러
각도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상황을 볼 수 있는 “복안,複眼의 시점‘을 갖는 것이 매우 중요
합니다. 다양한 관점을 갖는 것은 사물의 본질을 파악하고자 할 때 혹은 더 이상 일을
진행할 수 없을 정도로 막다른 벽에 부딪혔을 때, 그 상황을 타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또한 다양한 관점에서 본다는 것은 편견 없이 대상을 본다는 뜻이며 이는 곧
객관적인 태도를 취한다는 뜻입니다.
<3> 인문학에서 배우라
불확실성의 시대에 우리는 눈앞의 숫자, 이익에만 급급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내 눈앞의
숫자가 과연 어떤 의미인지, 좋은 방향으로 전환될 수 있을지를 생각해보는 거시적인
시야가 없다면 우리는 필요 이상으로 비관적이 되거나 단편적인 행동을 취하기 마련입니다.
이런 역경의 시대에는 고전이나 역사 같은 인문학에서 배워야 하는데, 인류가 지나온
기나긴 역사의 발자취에는 분명히 현대에도 활용할 수 있는 수많은 예지와 교훈이 가득
담겨 있음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인문학은 매우 긴 시간을 다루고, 시대와 상황은 변해도
인간이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는 유형이나 패턴은 그리 크게 변하지 않습니다.
또한 인문학은 무엇보다 ‘삶의 의미’와 관련이 큽니다. 얼핏 보기에는 길을 돌아가는 것
같지만 인문학을 통해 탄탄한 지식과 지혜를 얻는다면, 현재 처한 상황을 냉정하게 바라보고
적확하게 분석하여 앞으로의 행동에 반영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인문학의 가장 큰 효용은, 현 상황을 비관하지 않고 객관적으로 파악하여 어제의 나보다
조금 더 나은 행동을 하는 데 있습니다.
★ ‘쓸모없음’의 효용
문득문득 과거를 돌이켜보다가 ‘아, 나라는 사람은 이제껏 살아오면서 만난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졌구나’하는 생각이 절실하게 들 때가 있습니다. 한 시인의 말을 빌리자면
‘나란 지금까지 만나온 사람들의 일부’입니다.
저는 줄곧 ‘스피드 출세’나 ‘조숙한 천재’처럼 세상 사람들이 동경하는 모습과는 다른
길을 걸어왔습니다. 그 느리고 먼 길을 통해 저는 초조하기도 했고 스스로를 미워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쓸모없음’의 효용이라고나 할까요.
쓸모없음이 줄어들고 경제적인 효율만을 강조하는 요즘, 오히려 언뜻 보기에 쓸모없어
보이더라도 열심히 하다 보면 인생이 풍요로워지는 일도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저는 이것을
더 믿고 싶습니다.
대학에서 공부할 때도 전공수업에 들어가기 전에 교양 수업을 먼저 들어 폭넓은 지식을
쌓고, 이처럼 쓸모없어 보이는 것을 포함한 토대가 생긴 다음에야 비로소 무언가를 선택
하고 무언가에 집중하는 다음 단계로 걸음을 옮길 수 있습니다.
★ 이익과 상관없는 인간관계의 중요성
이익과 직접 관계가 없는 인간관계는 눈에 보이지 않는 재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폭넓고 다양한 인간관계를 가진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삶의 방식과 일에 대한
태도가 확연히 다를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이런 인간관계와 네트워크는 안전망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정신적으로도 안심할 수 있게 하고, 자신감도 얻을 수 있으며, 일을
하다가 막다른 골목에 들어선 것처럼 막막해질 때 조언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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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재일 한국인 학자로 도쿄대학교 정교수와 세이가쿠인대학교 총장까지
지낸 강상중 저자의 책을 함께 보았습니다.
저자는 재일 한국인으로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고, 이를 극복하고 일본 최고의
대학의 교수까지 지낸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였습니다. 일본 최고의 부자라는
소프트 뱅크 회장 손정의씨도 어릴 적 지독한 가난에 처해 있었고 많은 차별을
받았었지요. 두 분은 이렇게 어려운 환경을 딛고 오히려 가장 큰 성취를 이룬
인물들임에는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오늘 저는 이런 저자의 화려한 외적 모습보다는 이 책에서 보인 그의
진솔한 삶의 고백의 말들이 참 좋다고 여겼습니다. 장자가 일찍이 말한 쓸모
없음의 쓸모있음에 대해서, 자신의 어려운 차별의 처지, 불안정했던 시간들이
결코 헛되지 않고 그것들이 모여 자신의 현재를 이루었다고 말합니다.
또한 현재의 나는 이제껏 내가 만나온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말은 참으로
깊은 사유에서 나온 말이라 생각합니다. 나에게 좋은 영향이든 나쁜 영향이든
살면서 나에게 끼친 사람들은 지금의 나의 성향과 나의 모습 등 현재의 나를
형성한 것이지요.
일본의 고도 성장기 이후 버블 경제가 무너지면서 "학력 사회 모델"이 함께 무너
졌다는 말은 지금의 우리와 너무 비슷함을 느끼게 됩니다. 공부 잘해서 좋은
대학을 나와 좋은 직장을 얻으면 평생 고용으로 편히 살 수 있으리란 믿음은
일본에서 먼저 깨지고,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깨어지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제시한 3가지 지혜로운 권고는 결국 모두 인문학으로 귀결
되고 있습니다. 수천 년 전이나 지금이나 사람의 생각이나 느낌 행동 양태는 크게
변하지 않았지요. 그리고 수많은 뛰어난 사상가를 배출했던 춘추전국시대와
같은 시대는 가장 어렵고 힘들고 곤궁했던 시절이었고, 현재의 어렵고 힘든 시기
를 이겨나갈 지혜도 과거 그 시절 선현들의 글에서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미래를 예측할 수 없고 불안정한 시대에는 혼자 가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와 함께 감이 중요할 것입니다.
현재 나의 주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진실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이 세상을 잘 살아가는 길이지 않을까 생각해보는
아침입니다.
좋은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