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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힘, 노자 인문학>(2)

“철학과 법의 탄생”

by 해헌 서재

<생각하는 힘, 노자 인문학>(2) -- “철학과 법의 탄생”

-- EBS “인문학 특강” 中


강 일 송


오늘은 서강대 철학과의 최진석(1959~) 교수의 “노자 인문학”에 대한 이야기 두 번째를

보려고 합니다.


저자는 서강대학교 철학과에서 학부와 석사를 마치고 중국 흑룡강대학교를 거쳐

북경대학교에서 철학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현재 건명원 원장을 맡고 있는데

그의 저서로는 “인간이 그리는 무늬”, “탁월한 사유의 시선”, “노자의 목소리로 듣는 도덕경”,

“생각하는 힘, 노자 인문학”, “장자 철학” 등등이 있습니다.


오늘은 그 두 번째 시간으로 중국에서 철기의 사용이 되고 이를 통해 전혀 다른 상황이

전개됩니다. 진시황의 통일, 법(法)의 탄생 등의 이야기를 연이어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한번 보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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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변과 중심의 역전, 그리고 ‘철학’의 탄생


먼 옛날 중국 역사를 끌고 가던 사람들은 자신들의 나라를 ‘주,周’라고 이름을 붙이고 새로운

시대를 열었습니다. 상나라를 멸망시키고 중원을 장악한 희(姬)씨가 중심 씨족이 되어 건립한

나라입니다. 주나라는 두 시기로 나뉘는데 전반기를 서주(BC1046-771), 후반기를 동주(BC

770-256)이라고 합니다.


동주는 또 춘추와 전국이라는 두 시기로 구분됩니다. 이 두 시기를 합쳐 흔히 춘추전국시대

라고 하지요. 기원전 770년부터 기원전 476년까지를 춘추(春秋)시기라고 부르는 이유는,

공자가 편찬한 것으로 알려진 노나라의 편년체 역사책 <춘추,春秋>가 그 시기를 기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기원전 475년부터 기원전 221년까지를 전국(戰國) 시기라고 하는데

당시 유세가들의 언설이나 책략 등을 모은 <전국책(戰國策)>이라는 책 이름에서 유래했

습니다.


중국에서 인문사조의 시작, 즉 철학이라고 하는 본격적인 ‘생각의 탄생’은 바로 춘추 말에서

전국 초 사이에 일어난 일입니다.

신이 지배하던 은나라와는 달리 인문학적인 분위기가 팽배하고 새롭게 전개된 효율적 제도

들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던 주나라 초기를 공자도 매우 이상적인 시대로 간주하고 있었습니다.


★ 군자(君子)와 소인(小人)의 시대


이 시기 중국은 혈연적인 세습귀족인 “군자”들이 장악하고 있었고 노예수준의 일반백성을

“소인”이라고 하였습니다. 계급적으로 군자와 소인은 대립하고 있었는데, 오직 군자만이

신과 대비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고, 소인은 당시 상승하던 인간의 지위를 전혀 누릴 수

없었습니다. 군자는 글을 읽고 소인은 땅을 팠으며 그저 노동력의 원천이었을 뿐입니다.


★ 철기와 조세제도로 부의 흐름이 바뀌다.


조세제도가 노역을 통해 만들어낸 수확물 납부 방식에서 정해진 생산량을 납부하는 방식으로

바뀌자 사람들은 어떻게 해서든 정해진 조세 양만 채우면 나머지 시간은 마음대로 쓸 수

있었지요. 이로 인해 일정 부분 토지로부터 자유를 획득할 수 있었고 이는 안정적인 군자와

소인의 이분구도에 균열을 일으키게 됩니다.


철기가 발명되어 철기가 농업에 투입되자 급격하게 농업 생산량이 증가하게 됩니다. 이렇게

늘어난 생산력은 당시 소외 계층이었던 소인들이 부를 축적할 수 있게 해줍니다.

부는 속성상 권력화를 지향하기에 부를 축적한 일부 소인들은 축적한 부를 바탕으로 군자와

같은 지위를 누리려는 열망을 표출하여 신분 상승을 도모하게 됩니다. 이에 상승하려는

소인과 자신의 지위가 흔들릴까봐 두려운 군자와 충돌이 일어나게 되지요.


춘추 말기부터 전국 초기 사이에 벌어진 이 계급 갈등이 전국 말기까지 지속되면서 중국

역사 발전 추세에 진면목이 드러나게 됩니다. 철기발명으로 소인들 중 새로운 계층이 등장

하였는데 이들은 상업으로 무장했고, 이후 중국 역사는 상업으로 무장한 소인 계층은 계속

강해지고, 반면 혈연세습으로 기득권을 유지하던 군자 계급은 점점 약화되는 추세로

이동하지요.


성장한 소인들이 점점 확대되고 강해지다가 어느 단계에 이르러 계급 전복을 도모하는데,

이것이 정치적으로 성공한 역사적 사건이 바로 ‘진시황의 등장’입니다.

진시황은 춘추전국시대를 마무리하는 역할을 완수한 인물로서 의미를 부여받아요.

이는 철기 발명으로 새로 촉발된 역사적 발전 추세를 일단락 지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

니다. 진시황이 시행한 많은 통일 정책은 소인들로부터 성장한 신흥 자본가 계급의 이익을

대변하고 구(舊)귀족들의 세력을 일소하려는 정치적 목적으로 기획된 것들이지요.


★ 하늘의 시대에서 땅의 시대로


춘추전국시대에서 계급적으로 소인의 힘이 확대되는데, 정치적으로는 제후들의 힘이 점점

확대돼 천자의 힘을 약화시켜 나가다가 결국 제거해버리는 방향으로 전개되지요.

천자의 힘이 약화되자 정국의 주도권을 제후들에게 넘어가고 천하에는 제후들만 남게

되었지요. 제후들은 천하의 패권을 놓고 서로 각축을 벌이다가 7개의 강대국으로 재편

되는데, 이를 전국칠웅(戰國七雄)입니다. 이 재편의 종착역은 천하가 하나로 귀결되는

것이었고 이 하나로의 귀결이 바로 진시황의 통일이었습니다.


★ 법(法)의 등장과 현대의 컴퓨터


그동안 하늘은 인간을 절대적으로 지배했습니다. 천자는 하늘을 대신해 지상을 다스렸으니

지상의 모든 권력은 천자에게 집중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철기가 보급되어 생산성이 증가하면서 정치적, 계급적 이분 구도가 깨지게 됩니다.

이는 하늘과 인간 사이에 존재하던 지배-피지배 구도의 안정성도 함께 깨어지는 결과를

낳습니다.


이윽고 하늘에 대한 부정적 인상이 암시적이 아니라 표면적으로도 드러나는 지경에 이르게

되는데, “하늘이 일정하지 않고, 인간에게 더 이상 따뜻하지도 않으며, 평화롭지도 않다.”

라는 말이 나타납니다. 이는 역사발전 단계에서 하늘의 뜻이라고는 하나도 개입되어

있지 않은 “법,法”이 등장하면서 완결됩니다.


즉, 법이 세워진 것은 하늘이 인간에 의해 완전히 극복돼 제거됐음을 의미해요. 진시황이

등장한 것도 바로 이때입니다. 진시황에게 힘을 주던 법가(法家)라는 이데올로기는 급작

스럽게 돌출된 것이 아닙니다. 춘추전국시대 ‘천명론 극복’이라는 사명을 떠안은

중국인들의 부단한 투쟁이 불러온 결과인 것이지요.


요컨대 중국 역사에서 진시황을 등장시킨 것도 결국 철기였습니다. 그렇다면 요즘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회의 변화에 근본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무엇일까요?

세대간 격차, 빈부의 차이, 실업률, 정치 불신, 기존 권위의 하락 등 배경에는 무엇이

남몰래 작동하고 있을까요? 혹시 컴퓨터나 인터넷이 아닐까요? 철기가 빚어낸

변화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지금 컴퓨터를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는 변화의 방향을

가늠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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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두 번째 시간으로 역사의 주체가 신에서 인간,

신을 대리하던 천자에서 제후, 군자에서 소인으로의

이동되는 현상을 함께 보았습니다.


자연에 대한 두려움과 경외심을 갖던 인간은 불을

다루고 언어가 발달하며 과학적인 사고를 하면서

점차 인간 중심의 사회로 나아갑니다.


철기의 발명으로 급속한 농업생산성 증가와 조세제도의

개혁으로 경제력을 가진 소인들은 자신감을 가지고

세상을 바꿉니다.

이들의 지원으로 진시황이 전국을 통일하게 되고

천명보다는 인간이 정한 원칙인 법의 시대로 돌입

하지요.


이는 중세 유럽에서 왕과 귀족에 대항해 새로운 권력을

획득한 중상 계급의 부르주아와 유사한 역사적 위치를

차지한다 하겠습니다.


저자는 시대의 흐름과 패러다임을 바꾸는 혁명적인

기술의 발달이 과거에는 철기였다면 현대에는 컴퓨터

와 인터넷이라 합니다.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과거에 집착하다가 새로운

체제에서 도태되는 현상을 역사에서 자주 목도하였

습니다. 이를 거울삼아 새로운 시대의 흐름에 잘 발맞추고 오히려 앞서 선도한다면 새로운 역사의

주체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다음에 3편을 이어가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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