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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기쁨>

by 해헌 서재

<생각의 기쁨>

“더 좋은 생각을 하고 싶은 당신에게”


강 일 송


오늘은 16년차 카피라이터로 다양한 광고와 유명한 카피를 쓴 작가의 책을 한번 보려고

합니다.


저자인 유병욱 작가는 서울대학교 인류학과를 졸업하고, 런던 웨스트민스터대학교에서

마케팅커뮤니케이션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본인이 지은 유명한 카피는 e편한세상의

‘진심이 짓는다.’ SK텔레콤의 ‘생각대로 해 그게 답이야.’, 신한금융투자 ‘너 이름이 뭐니’

같은 것이 있고, SBS슬로건 ‘함께 만드는 기쁨’을 썼다고 합니다.


순간적인 재치보다 깊은 생각에서 비롯된 문제 해결이 광고의 진짜 매력이라고 생각한다는

저자의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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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저는 생각하는 사람인데, 그 생각을 종이 위에 쓰고, 판단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사람입니다. 그런 저를 광고회사에서는 CD(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또는 컨텐츠 디렉터)라는 이름으로 부릅니다.


생각이 직업이다 보니, 어떻게 하면 좋은 생각을 할 수 있을지를 늘 생각합니다.

그러자 한 가지가 분명해지더군요. 좋은 생각에, 법칙 같은 것은 없습니다. 당연한

일이죠. 법칙을 통해 좋은 생각이 나온다면, 그건 머지않아 누구나 낼 수 있는 평범한

생각이 될 테니까요.


하지만 또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평균 이상의 확률로 좋은 생각을 만드는 태도와 과정,

그 과정에서 오는 기쁨 또한 분명히 존재한다는 겁니다.


★ “나는 깊게 파기 위해서, 넓게 파기 시작했다.” - 스피노자(1632-1677)


직업이 직업인지라 저는 문장을 자주 줍습니다. 그리고 간직합니다. 생각하는 과정은

몸이 움직이는 과정과 똑같거든요. 먹어야 움직일 수 있는 것처럼, 읽어야 쓸 수 있습니다.

읽기 싫어하는 카피라이터? 전 단 한 명도 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우연히 좋은 문장을 발견하면, 보약을 먹는 심정으로 어딘가에 간직합니다.

간직하는 그 순간, 그저 진심으로 감탄합니다.

어느 날 이런 문장을 주웠습니다. “나는 깊게 파기 위해서, 넓게 파기 시작했다.”

스피노자의 말이었죠. 이런 좋은 문장의 마력이 있습니다. 눈을 뗄 수가 없게 만들지요.

수십 번 생각했지만 명확하게 정리할 수 없었던 어떤 생각의 덩어리에, 한 줄의 문장이

통과하는 순간, 모든 것이 분명해집니다.


더 좋은 생각을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깊이’는 정말 중요한 단어일 것입니다. 우리는 대체로

남들의 깊이를 부러워합니다. 지식의 깊이, 독서의 깊이, 등등, 깊이는 아름답습니다.

그리고 깊이는 매력적입니다. 그것은, 돈을 주고 살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깊이는 반드시 어느 정도의 시간을 지불해야만 얻을 수 있는 것이니까요.


그러면 깊게 파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스피노자의 말처럼 깊게 파려면 일단 넓게 파봐야

합니다. 그러다 보면 예상치 못한 어느 영역이 ‘쑥 내려가는’ 경험을 하게 되고, 그 경험이

생각보다 짜릿하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렇게 자신만의 깊이가 조금씩 생기는 거죠.


생각의 땅파기 팁을 드리자면 이렇습니다. 남들의 의견보다는 본인의 직관에 의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유 없이 마음이 가는 것, 꽤 오랜 시간 동안 나를 당겨온 것들에는 분명

이유가 있습니다. 이를테면 살면서 내 안에 쌓인 결핍이라든지, 본능적으로 끌리는 취향

같은 것들이지요. 그래서 남의 의견보다는 내 생각이 중요합니다.


깊이는 그렇게 넓이에서 시작됩니다.


★ 충돌의 기쁨


놀라움은 낙차에서 옵니다. 놀라움은 좀처럼 만날 일이 없었던 두 대상의 충돌에서 옵니다.

낙차가 불러오는 강력한 힘은 생각의 영역에서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아이디어를 잘 내려면 어떻게 해야 하죠?’라는 질문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당연히 비법은 없습니다. 다만 경험으로 얻은 약간의 팁은 있습니다. 낙차를 만드는 겁니다.

늘 ‘하던 대로’의 방식에 약간의 변화를 주는 겁니다.


익숙한 공간에서 익숙한 아이디어가 나오더군요. 그런데 그 익숙함을 아주 조금만 바꿔도,

우리의 머리는 귀신같이 그 차이를 알아채고, 그동안 쓰지 않던 생각의 근육을 쓰기 시작

합니다.


★ 생각의 연료 -- 별이 태어나려면 혼란이 있어야 한다. 니체(1844-1900)


좋은 생각이 떠올랐던 순간들, 있으시죠? 하지만 아무리 돌아봐도 괜찮은 생각이 태어나는

정해진 장소나 시간은 없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좋은 생각은 샤워를 하던 중에, 지하철

3호선으로 갈아타려던 중에 찾아오더군요.


하지만 ‘흐름’상의 공통점은 있는데, 생각을 앞두고 머릿속에는 해결해야 할 문제와 생각할

거리들이 두서없이 자리를 잡고 있었어요. 마치 불씨를 기다리는 땔감처럼요. 그리고 그

위에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든, 영감이라는 ‘스파크’가 튀깁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머릿속에 넣어든 생각할 거리는 ‘연료’와 함께, 제가 살면서 쌓아둔

이런저런 지식과 경험이라는 ‘보조연료’가 생각의 발화, 방향, 그리고 크기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겁니다.


‘별이 태어나려면 혼란이 있어야 한다.’ 라는 니체의 말처럼, 생각의 탄생을 위해 미리 준비

되어 있어야 하는 혼란, 우주먼지처럼 뒤죽박죽인 채로 쌓여 있는 나의 경험과 지식들,

이것이 흔히 말하는 ‘인풋,input'일 겁니다. 이런 인풋들이 많이 쌓여 있는 사람이 좋은

생각을 꾸준히 내놓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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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새로운 아이디어와 생각을 만들어내는 직업을 가진 카피라이터 작가의

글을 함께 보았습니다.

글을 읽는 내내 "책은 도끼다"의 박웅현 작가가 떠오르더군요. 유작가는 박웅현

작가의 후배였고, 둘 다 유명한 광고 카피를 만들어내는 스타였습니다.


두 사람의 공통된 점은 일반인들이 무심히 지나는 당연한 일상을 새로운 각도로

새로운 시각으로 보는 눈을 가졌다는 것입니다. 또한 생각의 재료를 얻기 위해

여행, 독서 등을 좋아한다는 것도요.


첫 번째 내용인 스피노자의 깊게 파기 위해 넓게 파기 시작했다라는 말은 참으로

깊이 있는 말이었습니다. 저자는 이 말을 하면서, 자신의 경험을 곁들였는데,

다양한 관심으로 여러 분야를 파다보면 갑자기 쑥 아래로 내려가는 분야가 드러

난다고 하지요. 역시 유명 카피라이터 다운 표현을 합니다.

또한 깊게 파는 분야를 정함에 있어서 타인의 조언을 받을 수도 있지만 가장 좋은

선택은 스스로 가슴에서 알려주는 것이라고 합니다.

자신도 모르는 내적 결핍, 자신만의 취향이 이끄는대로요.


두 번째는 충돌의 기쁨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어떤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

의도적으로 낙차를 두라고 합니다. 새로운 세계를 맞닥뜨리게 되면 우리 뇌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안쓰던 근육을 움직인다고 합니다.

다른 세계 마주하는 가장 좋고 효율적인 방법이 바로 여행과 독서이겠지요?


마지막으로 생각의 연료에 대해서 보았습니다. 저자는 별이 태어나려면 혼란이

있어야 한다는 니체의 말을 인용해 옵니다. 머릿속에 있는 해결해야 할 문제와

그동안 쌓아온 경험, 지식 등의 뇌 속에서 혼재되어 있다가 스파크가 일어나며

획기적이고 신선한 아이디어가 태어난다고 말합니다.


이는 우리가 문학, 자연과학, 철학, 심리학, 역사 등 다양한 학문을 두루 섭렵해야

하는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자신의 영역이 아닌 분야를 다양하게 공부를 하다가

보면 자신의 영역의 문제가 해결되는 것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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