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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절반쯤 왔을 때 읽어야할 채근담>

by 해헌 서재

<인생의 절반쯤 왔을 때 읽어야할 채근담>

“담박함의 참맛을 알 때면 채근담이 들린다”


강 일 송


오늘은 동양의 지혜가 가득한 고전인 “채근담,菜根譚”을 한번 보려고 합니다.


‘채근’은 송宋나라의 학자 왕신민汪信民이 “인상능교채근즉백사가성人常能咬菜根卽百事可成”이라고 한 데서 나온 말로, 사람이 항상 나물 뿌리를 씹을 수 있다면 세상 모든 일을 다 이룰 수 있다는 뜻이라 합니다. 이 책의 본질도 바로 그러한 나물 뿌리에서 느껴지는 깊고 담담한 맛으로, 저자가 말하는 삶의 진리나 깨달음도 소박하고 단순하다는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저자인 홍자성(洪自誠)의 본명은 홍응명이며, 자성은 스스로 성심성의를 다한다 는 의미의

자호라고 합니다. 그의 출생과 삶에 대해서 알려진 바는 없으나 다만 친구 홍자성이 서문을

요청했다 라는 글에 서명한 사람이 명나라의 유학자, 우공겸이라는 것이 밝혀져 그 무렵의

사람으로 추정한다고 합니다.


담백하고 맑은 글들을 한번 보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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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박한 맛이 오래간다.


유유히 긴 맛은 짙고 향기로운 술에서 얻지 못하고, 콩을 씹고 물을 마시는 데서 얻으며,

그립고도 정다운 생각은 메마르고 쓸쓸한 곳에서 생기지 않고, 퉁소를 불고 거문고를 뜯는

데서 생겨난다. 진실로 알겠노라.

짙은 맛은 오래가지 못하며, 담백한 맛만이 홀로 참된 것이로다.


★ 최고의 문장과 인품


지극한 경지에 이른 문장은 남다른 기교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저 쓰고자 하는 내용에

꼭 알맞게 할 뿐이며, 지극한 경지에 이른 인품은 남다른 특이함이 있는 것이 아니라

다만 인간 본연의 모습 그대로일 뿐이다.


★ 역경은 때로 약이 된다.


역경 속에 있을 때에는 그 주위가 모두 침이 되고 약이 되어 절개와 행실을 갈고닦게

하는데 사람들이 이를 미처 깨닫지 못하고, 순조로운 상황 속에 있을 때에는 눈앞에

있는 것이 모두 칼이 되고 창이 되어 기름을 녹이고 뼈를 깎는데도 사람들이 이를

미처 깨닫지 못한다.


★ 너그러움이 부족하지 않게 하라.


살아 있을 때는 사람들을 너그럽게 대하여 불평과 탄식을 듣지 않도록 해야 하며,

죽은 뒤에는 은혜가 길이 이어지게 하여 사람들로 하여금 부족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해야 한다.


마음이 너그럽고 후한 사람은 마치 봄바람이 따뜻하게 길러주는 것처럼 만물이 이를

만나면 생기가 충만해지고, 마음에 의심이 많고 각박한 사람은 마치 겨울의 찬바람이

얼어붙게 하는 것처럼 만물이 이를 만나면 생기를 잃어버린다.


★ 쇠락한 사람에게 더욱 예를 다하라.


옛 친구를 만나거든 의기를 더욱 새롭게 해야 하며, 은밀한 일을 당해서는 마음가짐을

더욱 뚜렷이 드러내야 하고, 쇠락한 사람들 대하거든 은덕과 예우를 더욱 후하게

해야 한다.


★ 곱고 일찍 시드는 것보다 담박하고 오래가는 것이 좋고,

일찍 숙성하는 것은 늦게 이루어지는 것만 못한 것이다.


★ 시 한 수의 즐거움은 알아라.


부귀를 뜬구름처럼 여긴다 하더라도 굳이 산속에 파묻혀 수양할 필요가 없고,

자연에 심취하는 경지가 아니더라도 시 한 수는 즐길 줄 알아야 한다.


★ 지극히 큰 것은 지극히 평범한 것에 있다.


불교의 선에 이르기를 “배고프면 밥을 먹고 고단하면 잠을 잔다.”고 했다.

또한 시지에 이르기를 “눈앞의 경치를 평범하게 쓰던 말로 표현하라.”고 했다.

지극히 높은 것은 지극히 평범한 것에 깃들어 있고, 지극히 어려운 것은 지극히

쉬운 데서 나오는 법이다. 뜻이 있으며 오히려 멀어지고 마음에 두지 않으면

절로 가까워진다.


★ 세상을 알면 연연하지 않게 된다.


세상의 맛을 깊이 알면 손바닥을 뒤집듯 하는 세태를 눈뜨고 보는 것도 귀찮아 하고,

사람의 마음을 온전히 깨달으면 소라고 부르건 말이라고 부르건 부르는 대로 따라서

다만 머리를 끄덕일 뿐이다.


★ 덕을 기르는 세 가지 방법


남의 작은 과오는 꾸짖지 말고, 남의 사사로운 비밀은 들추어내지 말며, 남의 지난

허물은 마음에 새겨 두지 말라. 이 세 가지로 능히 덕을 기를 수 있고

또한 해악을 멀리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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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긴 말 하지 않고, 시 한 수 읽으며 담박하고 너그러운 마음을 가진

하루를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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