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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헌 서재 Mar 16. 2018

<발견이 전부다>

<발견이 전부다>

“광고를 통해 본 인생”


                              강 일 송


오늘은 광고란 ‘발견의 예술’이라고 말하고, 마음을 움직이는 발견을 담아야 제대로 된

광고라고 이야기하는 저자의 책을 한번 보려고 합니다.

저자는 광고만이 아니라 사람살이가 다 발견이라 합니다. 서로를 발견하는 것, 발견하기

위해 사랑하는 것.


저자인 권덕형 대표는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나온 21년차 광고인이라 합니다.

주로 광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했는데, 현재는 콘텐츠 커뮤니케이션 컴퍼니

‘아이디어 오름’의 공동 설립자이자 콘텐트 디렉터입니다.


그의 손을 거쳐간 광고들로는 매일유업 <카페라떼>, 현대자동차 <투싼>, <그랜져TG>,

기아자동차 <뉴 프라이드>, GS칼텍스 <착한 기름 이야기>, 포스코 <소리없이 세상을

움직입니다.>, 동국제약 <인사돌>, 한국야쿠르트의 <팔도 비빔면>, <꼬꼬면>,

<비락식혜> 등이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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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은 것을 큰 것 보듯


봄이 오는 것은 ‘큰’ 사건입니다. 길가에 야생화 한 송이가 피어나는 것은 ‘작은’ 사건

이지요. 그동안 우리를 오랫동안 나누어 온 것은 큰 것 위주의 기준이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압니다. 그동안 눈길 주지 않던 것들에 인생의 의미는 더 크게 숨어 있음을,

시인들은 작고 소박한 것들을 사랑했고, 꽃 한 송이에도 우주의 섭리가 담겨 있음을

보았습니다.


현자들은 가지 않아도 될 길을 갈망했고,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난 길 위에서 깨달음의

단초를 발견했습니다. 그가 공유해 준 진리는 수백 수천 년을 이어오며 많은 사람들에게

살아갈 힘을 선물했습니다.


삶이라든지, 지혜라든지, 진심이라든지 하는 것들이 전체로서의 자신을 한 번에 드러내는

경우는 많이 않습니다. 대부분은 작은 조각의 모습으로 우리 곁에 흩어져 있습니다.

조각은 전체로 가는 열쇠입니다. 조각을 귀하게 여기는 자세는 발견의 기본 자세입니다.

조각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조각과 조각을 연결하는 노하우를 익히면 곧

전체와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작은 것을 사랑하는 마음에 성실함이 더해지면, 발견은 곧 습관이 되고 능력이 될

것입니다. 발견을 잘 하려면 작은 것을 큰 것 보듯 보면 됩니다.

통찰과 지혜를 발견하는 과정을 너무 어려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 자신과 생활

주변 평범한 것들 속에 보편적인 가치와 연결의 코드가 숨어 있는 게 틀림없으니,

우리는 그저 발견만 잘 하면 되는 과제를 부여받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삶은 길, 인생은 걸음걸이


광고명 ; The man who walked around the world(2010)

브랜드 ; Jonnie Walker

광고주 ; Diageo plc Brand

국가 ; U.K.


광고 하나를 보겠습니다. 스코틀랜드의 산과 너른 들판이 보이는 풍경, 길가에 백파이프를

부는 남자가 있고, 그 뒤쪽에서 어떤 남자가 걸어옵니다. 바로 영국 영화 배우 로버트 칼라일,

그는 조니워커라는 위스키 브랜드의 역사와 자부심을 얘기합니다.


그는 200년 전, 조니워커의 창업자가 소년 시절부터 생업을 맡았다는 것으로 말문을 엽니다.

식료품점에서 출발해 위스키를 블렌딩하기 시작했으며, 아들에 손자까지 그 대열에 합류해

조니워커를 세계적인 브랜드로 키웠다는 것이 요지입니다.

뒤이어 많은 스타의 사랑을 받아왔으며, ‘멈추지 않고 계속 걷는다, Keep Walking’라는

모토는 시민운동가들에게도 큰 영감을 주었다고 합니다.


일견 뻔해 보이는 이 브랜드 스토리를 빛나게 하는 건 바로 ‘멈추지 않고 걷는다.’라는

콘셉트의 영상화입니다.


나에게 ‘Keep Walking'이 가장 절실하게 요구되었던 때는 군복무 시절이었습니다.

한겨울이던 그때 완전 군장을 갖춰 아침 8시부터 행군을 시작했습니다. 50분을 걸으면

10분을 쉬었는데 총 24시간, 100킬로미터를 행군하는 훈련이었습니다.

겨울의 기나긴 밤을 걸으면서도 졸음이 쏟아졌습니다. 당사자가 어떤 상황에 있든지 고려

하지 않고 졸음은 밀물처럼 몰려들었습니다. 한편으로는 그 졸음이 싫지만은 않아 딱

10분씩 얼어붙은 땅 위, 걸음을 멈춘 그 자리에서 토막잠을 잤습니다.


10분을 자고나면 어깨와 소총과 철모에 하얀 서리가 앉았습니다. 서리를 더한 몸으로

우리는 다시 50분을 걸었지요. 내 인생에서 가장 춥고 가장 길고 가장 무의식적인 걸음

이었습니다. 가장 행복했던 시간은 당연히 식사시간과 10분 간의 휴식시간이었는데 가장

고통스러운 시간도 휴식시간이었습니다. 서리가 몸 위로 10센티가 쌓이든 1미터가 쌓이든

계속 눕고만 싶은 병사들에게 다시 몸을 일으키는 일은 정말 괴로웠습니다.


간부들의 군홧발에 차이지 않기 위해서든, 겨울의 한기가 몸을 얼리기 않도록 하기 위해

서든 아니면 실전의 그날에 적의 총알을 피하기 위해서든 나의 걸음은 죽지 않기 위해

이를 악물고 걷는 걸음이었습니다.


집 근처에 서울에서 손꼽히는 규모의 공원이 있어 가끔 산책하러 나갑니다.

600미터가 넘는 트랙을 사람들이 끝없이 도는 진풍경을 매일 감상할 수 있습니다.

밤 12시가 되어서도 그칠 줄 모릅니다. 대개는 건강을 유지하고 몸매를 가꾸려는 사람

들로 보이지만 주어진 분량을 걷지 않으면 당장 내일이고 모레고 죽음이 찾아올 것을

염려하며 필사적으로 걷는 사람도 보입니다.


삶은 길입니다. 그리고 인생이란 곧 걷는 것입니다. 영원히 무덤에 누운 자만이 거부

할 수 있는 숙명의 여정입니다. 그러니 인생이 막히면 걸어야 하고, 피가 막히면

걸어야 합니다.


하지만 인생은 정반대입니다. 출퇴근 시간 지하철역까지의 짧은 걸음, 환승할 때 떠밀려

걷는 걸음, 그리고 에스컬레이트 위에서의 몇 걸음, 그것이 내 하루를 구성하는 걸음의

전부입니다. 그러고 보면 나는 엉덩이로 살고 있습니다. 하루를 지탱하는 엉덩이, 거대한

삶의 엉덩이입니다. 다리는 연약해지고 엉덩이만 퍼집니다.


걸음 없이 퇴행하는 생활을 곱씹어 볼 때마다 살기 위해서 걸어야 했던 때를, 지금

이 순간 살기 위해서 걷고 있는 이들을 생각합니다. 다시 일어서야 합니다.

주저앉아 있을 수 없는 인생. 걸음걸이여, 나를 그곳으로 데려다 가오. 사랑이 있는

곳까지. 신의 뜻이 있는 곳까지. 이해가 있는 곳까지, 아이디어가 있는 곳까지 나를

데려가 다오. 지금의 나 자신이 깨어지고, 더 큰 내가 있는 곳까지 나를 데려가 다오.


인생은 걸음걸이, 오늘도 걷는 우리 인생에 건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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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국문학을 전공하고 광고업계에서 많은 활약을 하고 있는 저자의 책을 함께

보았습니다.


저자는 삶은 발견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서로를 발견하고 알아봐 주는 것, 발견

하기 위해 사랑해 주는 것이라고 합니다. 광고도 이 선상에서 함께 움직입니다.

우리가 사소하게 놓치지 쉬운 곳에 집중할 때 '큰' 것을 발견할 수 있다고 합니다.

사람들의 마음의 현을 움직이고 공명을 일으킬 때 광고의 최고 효과는 나타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전체를 보기 위해 조각을 소중히 여기고 관찰해야 하는데, 일반적으로

삶의 중요한 것들은 전체를 보여주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러기에 작은 조각들을

하나하나 살펴서 전체를 추론하고 이해할 수 있는 시각을 길러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러하기 위해서는 작은 것을 사랑하고 늘 관심을 가지도록 하여야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저자가 소개한 한 광고인데, 유명한 주류업체인 조니워커의 광고를

예를 듭니다. 조니워커 광고의 핵심은 "Keep Walking" 입니다.

이를 위해 주인공이 계속 걸으면서 조니워커의 역사를 이야기하고 미래의

나아갈 바를 말하는데,  저자는 자신에 있어서 "Keep Walking"의 가장 큰 기억은

군대에서의 100킬로미터 행군이었다고 합니다.


저도 군대에서 훈련받을 때에 행군을 해보았지만 정말 추위와 싸워야 하고

졸음과 싸워야 하고, 발의 물집, 엄청난 피로감과의 싸움이었던 기억이 납니다.

대한민국에서 군을 다녀온 모든 남자들은 이와같은 추억이 가득하겠지요.


저자는 이런 군대의 행군과 현대의 거대한 공원 트랙에서 아침부터 한밤까지

쉴새없이 돌아가며 걷는 사람들을 비교해 봅니다.  걷는 것보다 여차하면 앉아

있을 시간이 더 많은 현대인들, 마치 엉덩이로 세상을 살고 있다는 저자의

비유는 참 적절하네요.


삶은 길이고, 인생은 걷는 것이다 라는 말로서 마무리하고자 하는데,

인생이 막혀도 걸으면 뚫리고, 혈관이 막혀도 걸으면 뚫린다고 합니다.

"포레스트 검프"의 톰 행크스가 끊임없이 달리던 영화의 장면이 떠오르네요.


삶을 위해서 인생을 위해서 걸음을 걸을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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