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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이런 심리법칙 알아?>

by 해헌 서재

<너 이런 심리법칙 알아?>

“네이버가 뽑고, 심리학자가 풀어냈다”


강 일 송


오늘은 흥미로운 심리학책을 한번 보려고 합니다. 특히 네이버에서 가장 많이 검색된

심리학 키워드를 중심으로 풀어나갔는데, 심리학은 보고 또 보아도 여전히 흥미가 넘치는

분야의 학문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저자는 이동귀 교수로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중입니다. 서울대학교 심리학과에서

학사 및 석사를, 미국 미주리주립대학교에서 문제 해결 상담 분야 권위자인 헤프너 교수의

지도 아래 상담심리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퍼듀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한국상담심리학회

부회장, 연세대학교 인간행동연구소장 및 언어 연구교육원 부원장을 역임했습니다.


저서로는 <서른이면 달라질 줄 알았다>, <청소년 자살행동 치료프로그램 매뉴얼>, <상담

심리학> 등이 있고 방송출연도 자주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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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그레셤의 법칙, Gresham's law)”


-- 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구축한다는 말로 표현할 수 있으며, 가치가 낮은

것이 가치가 높은 것을 몰아내는 현상이다.


가치가 다른 금화와 은화가 동일한 화폐가치로 통용되면 사람들은 가치가 높은 금화(양화)

는 소장해 두고, 대신 가치가 낮은 은화(악화)만 사용하게 된다는 뜻이다.

16세기 영국의 금융가였던 토머스 그레셤이 엘리자베스 1세에게 올린 편지에서 유래한다.


조선 후기에도 비슷한 현상이 있었는데, 화폐유통이 잘 되지 않는 ‘전황’이 발생하자

흥선대원군은 당백전을 유통시켰다. 그런데 당백전의 명목상의 가치는 기존 화폐인

상평통보의 100배였으나 실질 가치는 4-5배에 불과했다. 이렇다 보니 백성들 사이에서

상평통보는 양화, 당백전은 악화로 자리매김했고, 백성들은 상평통보를 숨겨놓고 당백전만

통용시켜 악화가 양화를 몰아내는 현상이 발생했다. 결국 화폐가치는 폭락했고 극심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여 조선 왕조에 큰 타격을 입혔다.


그레셤의 법칙은 ‘선택 오류’의 일종으로 당장 눈앞에 보이는 이득에 지나치게 주의를

기울인 나머지 결과적으로 손해를 자초하게 되는 심리적 현상이다.

인터넷에서 질이 좋지 않은 상품을 과대 포장하여 양질의 상품이 설 자리가 좁아지는

현상, 불법 다운로드 영화 파일의 범람으로 합법적으로 영화를 보는 관람객이 줄어드는

현상, 사고 확률이 높은 사람이 보험에 가입함으로써 보험료가 상승하게 되는 현상

처럼 다양한 사회 현상을 포함한다.


★ 가르시아 효과, Garcia effect


-- 특정 음식을 먹고 구토나 복통 같은 불쾌한 경험을 한 후 그 음식을 기피하게

되는 현상이다.


미국의 심리학자 존 가르시아와 동료들이 1955년 쥐를 대상으로 행한 실험에서 유래한다.

쥐에게 사카린이 든 물을 먹이고, 일정 시간 후 감마선을 쏘아 토하게 한다.

그 후 쥐에게 사카린이 들어 있는 물을 다시 주면 쥐는 그 물을 마시지 않는다.

쥐는 사카린 물을 먹어서 토했다고 생각하기에 더 이상 사카린 물을 마시지 않게 된다.


인간이나 동물은 학습을 통해 생존에 필요한 대처 능력을 갖게 되는데, 가르시아 효과는

생존에 필요한 학습 현상 중 한 예다. 즉, 경험을 통해 자신에게 해로운 음식이 무엇인지

학습하는 것이다. 가르시아 효과는 반복 학습을 통해 특정 반응이 유발되는 과정을 뜻하는

고전적 조건 형성 중 ‘혐오 학습’의 한 종류다.


★ 므두셀라 증후군, Methuselah syndrome


-- 추억을 아름답게 포장하거나 나쁜 기억은 지우고 좋은 기억만 하려는 심리이다.


므두셀라 증후군은 기억 왜곡을 동반한 일종의 도피 심리다. 싫어서 헤어졌지만 상대방을

좋은 사람이었다고 기억하려는 심리가 대표적이다. 사람은 특히 유년시절, 학창시절, 첫

사랑을 회상할 때 나쁜 기억보다 좋은 기억을 떠올리는 경향이 있다.


구약성서에 나오는 므두셀라(노아의 할아버지)는 969살까지 살았던 인물로 장수의 상징이다.

그는 나이가 들수록 과거에 대한 좋은 기억만 떠올리고, 좋았던 과거로 돌아가고 싶어 했따.

이러한 므두셀라의 모습에 빗대어 ‘므두셀라 증후군’이라는 용어가 탄생했다.


사람들은 보통 현실이 힘에 겨울 때 좋았던 과거로 회귀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처럼 과거로의

향수는 일종의 퇴행(regression)심리다. 즉 현실을 부정하고 감정적으로 안정적이었던

과거로 돌아가고픈 것이다.

대중매체에서 이것을 이용한 프로그램들을 유행시키고 반영하는데, 대표적인 드라마가

‘응답하라’ 시리즈이다. 이를 레트로 마케팅(Retrospective marketing)이라 한다.


★ 바넘 효과, Barnum effect


--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성격 특성을 자신의 성격과 일치한다고 믿으려는 현상이다.


바넘은 19세기 미국의 곡예단에서 사람의 성격을 알아맞히는 일을 하던 사람이었다.

‘바넘 효과’는 그의 이름에서 유래한다. 미국의 심리학자 밀이 1956년 처음으로 이 말을

명명했는데, 이미 1949년 미국의 심리학자 포러의 실험에서 이러한 현상이 발견되었다.

대학생들에게 성격 검사 결과지를 나누어 주고 각자 얼마나 자신의 성격와 일치

하는지 평가하게 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성격을 아주 잘 묘사했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모두 똑같은 성격 검사 결과지였는데 말이다.


사주나 타로카드 등 점을 치는 점쟁이들은 이러한 바넘 효과와 콜드 리딩 수법으로

고객의 귀를 솔깃하게 한다. 골드 리딩(cold reading)이란 어떠한 사전 정보 없이

상대방의 성격이나 심리를 읽어 낼 수 있다고 만드는 기술이라고 한다.


★ 침묵의 나선 이론, The spiral of silence theory


-- 여론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자신의 입장이 다수의 의견과 동일하면 적극적으로

동조하지만 소수의 의견일 경우에는 남에게 나쁜 평가를 받거나 고립되는 것이

두려워 침묵하는 현상이다.


여론의 형성 과정이 한 방향으로 쏠리는 모습이 마치 나선 모양과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고립에 대한 두려움과 주류에 속하고 싶은 인간의 강한 욕망이

침묵의 나선을 만든다.


침묵의 나선 이론은 윤리적인 문제나 공공의 문제에 관한 의견 등 주관적인 생각

에만 적용된다. 명백하게 참과 거짓을 구별할 수 있는 문제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선거가 끝난 후에 실제 투표 결과보다 당선자에게 투표했다고 발언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더 많게 나타날 때가 있다. 이는 사람들이 소외되지 않고 승자 편에 속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어떤 대세론이 생기면 자신의 의견을 당당히 밝히기가 꺼려지고 의견을 개진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게 된다.


★ 인지 부조화 이론, Cognitive dissonance theory


-- 개인의 신념, 태도, 행동 간의 불일치 혹은 부조화 상태가 발생하면 불편감이

생기게 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기존의 태도나 행동을 바꾸게 된다는 이론이다.


이솝우화의 <여우와 포도> 이야기는 인지 부조화 이론을 쉽게 설명할 수 있는

좋은 예다. 여우는 포도를 먹으려고 애썼는데 먹을 수 없자 포도의 상태를 좋지

않게 평가함으로써 심리적 부조화를 줄이려고 한 것이다.

이를 ‘신포도 심리’라고 한다.


문화에 따라 인지 부조화가 발생하는 맥락이 다를 수 있다. 일반적으로 개인주의

문화인 서양에서는 ‘개인을 위한 선택 상황’에서 더 큰 인지 부조화를 경험하는

반면, 관계가 중요한 동양의 집단주의 문화에서는 자신보다 ‘상대방을 위한 선택

상황’에서 더 큰 인지 부조화를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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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대중들에게도 널리 알려져 있지만 정확하게 알고 있는 경우도 드문

재미있는 심리학 이야기를 담은 책을 함께 보았습니다.


다양한 심리학 현상 중 개인적으로 관심이 가고 흥미가 있는 몇 가지를 선정해서

보았는데, 그 첫 번째는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라는 아주 많이 들어온 명제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가치가 높은 화폐와 낮은 화폐가 동시에 유통이 된다면

오히려 가치가 낮은 화폐가 시장을 장악하게 된다는 인간의 선택 오류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특히 조선후기의 당백전과 상평통보에 관한 스토리는 아주 흥미롭네요. 돈이 잘

돌지 않는 것을 '전황'이라 부른다는 것과, 흥선대원군의 화폐 경제 전략의 실패로

엄청난 인플레이션을 조선후기에 겪었다는 사실도 재미가 있네요.


두 번째 이야기는 가르시아 효과였습니다. '혐오 학습'을 쥐에게 시행하여 쥐들이

아무 관련이 없는 사카린이 들어간 물을 마시지 않게 되는 과정은 인간들에게

있어서도 상당히 많을 것이라 예상이 됩니다. 아무 관련성이 없는 사건이 우연히

같은 시기에 동시에 일어났다면 이것을 엉뚱하게 원인으로 지목하고 이를 배척

할 수도 있는 것이지요.


세 번째는 노아의 할아버지로 무려 1000세 가까이 살았던 므두셀라 이야기였습

니다. 우리는 흔히 어릴 적 과거는 대부분 아름답게 추억합니다. 이러한 심리

현상의 바탕이 므두셀라 증후군이었고, 최근 엄청난 히트를 친 '응답하라'시리즈가

바로 이를 바탕으로 한 대중매체 작품이었습니다.


네 번째는 '바넘 효과'인데, 일반적인 사람들에 대한 성격 평가를 자신과 딱 맞다고

여기는 성향을 말하고, 이는 곧 대체적으로 인간은 서로 비슷한 마음 바탕을 갖고

있음을 의미하겠습니다. 이를 이용한 것이 점장이들이고, 예로부터 뛰어난

점장이들은 뛰어난 심리학자(?)였다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다섯 번째는 '침묵의 나선 이론'으로 결국 인간의 전체 집단에 늘 동조하는 편이

더 개인적으로 이익이 되었음을 반증해주고 있지요. 홀로 다른 의견을 개진할

때 소외되고 전체에 어울리지 못하여 생길 불이익에 대한 두려움이 무척이나

컸음을 알 수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잘 알려진 '인지 부조화 이론'이었습니다. 내가 먹지 못한 것은 상한

음식이라고 치부하는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그래야 마음이 편해지지요.

여기서 흥미로운 포인트가 있는데, 서양과 동양의 인지 부조화가 일어나는 패턴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즉, 개인주의 문화의 서양은 '개인의 선택상황'에서 더 큰

인지 부조화가 일어났고, 집단주의 문화의 동양은 '상대방에 대한 선택상황'이

더 큰 인지 부조화를 일으킨다고 하지요.


결국 우리가 현실에서 드러나는 현상들은, 본래 인간의 본성에 맞추어진 성향에

더하여, 사회문화적인 특성이 이미 본성에 가까울 정도로 큰 영향을 개인의 삶에

미치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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