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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련>

“삶의 군더더기를 버리는 시간”

by 해헌 서재

<수 련> 배철현

--“삶의 군더더기를 버리는 시간”

강 일 송


오늘은 “나를 찾는 짧고 깊은 생각”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고전인문학자인 서울대 종교학과

배철현 교수가 “수련”이라는 제목으로 쓴 책을 한번 보려고 합니다.


저자인 배철현(1962~)교수는 서울대 인문대학 종교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미국 하버드 대학교에서 셈족어와 인도-이란어 고전 문헌학을 전공하여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습니다.

저서로는 <신의 위대한 질문>, <인간의 위대한 질문>, <심연> 등이 있습니다.


한번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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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只今)

-- 과거와 미래가 하나 되는 시간


‘시작’은 항상 불안하고 폭력적이다. 시작이라는 단어에는 과거와의 매정한 단절, 미래에

대한 비전과 희망, 그리고 지금과 여기에 대한 확신과 집착이 혼재해 있다.


익숙한 것들은 그것을 경험하는 사람들에게 편함을 선물한다. 그러나 이 편함은 이중적이다.

시간이 지나면 이내 불평과 지루함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주도적으로 고유한 목적을

구축하고, 그것을 위해 열정적으로 수련하는 자만이 실망하지 않는다.

최선을 지향하는 지금 이 순간이 내가 희구하는 천국이다.


자신이 원하는 운명을 개척하는 예술적인 행위가 시작이다.

시작은 독창적이다. 현재라는 시간을 파괴해 미래라는 영원으로 끊임없이 지배하려는

의지다.


로마제국의 시인 호라티우스는 말했다.

“바로 이 순간을 낚아채십시오. 미래에 일어날 일을 신경쓰지 마십시오.”


호라티우스는 시간을 두 가지로 구분한다.

“남을 부러워하다 보낸 세월”과 “바로 이 순간”이다.

부러움은 시간이라는 괴물을 만나 질투가 된다.


바로 이 순간을 포착해야 한다. 더 늦기 전에. 지금이 아니면, 언제란 말인가?


★ 배역(配役)

-- 인생이라는 무대에서 내가 맡은 임무


인생은 연습이 존재하지 않는 단막극이다. 인간은 누구나 단 한 번의 리허설도 없이

인생이라는 무대에 오른다. 모든 것이 처음이다. 정해진 대본도 없다.

무대에 선 우리는 스스로 이야기를 만들어야 하고, 조명을 조절하고, 극의 흐름에 따라

적절하게 의상도 갈아입어야 한다. 대사와 몸짓 모두 상황에 맞춰 즉흥적인 동시에

전략적으로 해내야 한다.


처음이자 마지막인 이 무대에서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은 자신에게 맡겨진 배역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배역이란 자신에게 주어진 역사와 환경을 응시해 자신에게 가장 어울리는 최적의

임무다. 자신의 배역을 알고 그것을 아름답고 완벽하게 실천하는 것이 인간의 운명

이며, 그 임무를 발견하는 것이 곧 깨달음이다.


솔로몬은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말을 듣고 자신이 가진 모든 권력, 재산 그리고 지혜

까지도 덧없는 인생의 한 부분이며, 언젠가는 흙으로 사라지리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교황의 대관식에도 “세상의 영광은 어찌 이리 빨리 사라지는가!”라는 글이 쓰여진

지팡이를 받음으로 비로소 교황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인생이라는 무대에서 당신에게 주어진 배역은 무엇인가?

당신은 그 배역을 완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

당신의 연기는 당신과 주변 사람들에게 감동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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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인문학자인 배철현 교수의 새로운 책을 함께 보았습니다.


배교수는 인생에서 “위대한 나”를 흠모하고 완성하는 것이 큰 목표라고 생각하고

이를 이루기 위해 먼저 자아를 만나기 위해 마음의 연못인 심연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미래의 나를 그리며 오늘의 나를 변화시키게 하는 수련의 길로 나서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이런 수련은 무엇을 더하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들을 덜어내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요즘은 모든 것이 모자라기보다는 너무나 넘쳐서 문제가 되는 세상입니다.

영양도 과하여 비만이 넘치고, 지식과 정보도 넘쳐납니다. 몰라도 될 사소한 사건

사고도 스마트폰의 세상에서는 시시콜콜 알게 되고 이에 영향을 받아 과거에는 없었을

스트레스가 쌓입니다.

저자의 말처럼 덜어내고 비우고, 적게 먹어야 할 시기입니다.


저자의 많은 이야기 중 “지금”과 “배역”에 관한 이야기를 옮겨 보았습니다.


“카르페 디엠”이라는 말이 회자되는 요즈음, 현재, 지금의 순간을 제대로 사는

것이 과거나 미래에 집착하는 것보다 훨씬 충실한 삶을 만들 것입니다.

저자의 ‘시작“이라는 단어에 대한 통찰은 매우 날카롭습니다.

‘시작’은 항상 ‘불안함’을 동반하고, 현재라는 시간을 파괴하고 미래를 담보한다고

하는 말은 참으로 옳습니다.

최선을 지향하는 ‘현재의 지금’이야말로 가장 소중한 시간이라고 하지요.


두 번째는 인생은 한 번도 서 본적이 없고, 대본과 리허설이 없는 연극무대라고 합니다.

하지만 스스로 자신의 배역의 임무를 알고 이를 성실히 이행하고 실천해야 한다고

말하지요.

마지막 말이 가슴에 와 닿습니다.

“당신의 삶의 연기는 당신과 주변사람들에게 감동적인가?”


마지막 이 질문을 가슴에 안고 한번 살아보아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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