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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헌 서재 May 09. 2018

<보이지 않는 건축 움직이는 도시>

“세계에서 가장 핫한 도시, 서울의 재발견”

<보이지 않는 건축 움직이는 도시>

“세계에서 가장 핫한 도시, 서울의 재발견”


                                          강 일 송


오늘은 도시와 건축에 관한 책을 한번 보려고 합니다.


“건축은 시대의 거울이며, 도시는 기억의 박물관이다.”라는 말로 이 책의 내용을 정리하고

있는 저자 승효상(1952~)은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빈 공과대학교에서 수학을 했다합니다.

15년간의 김수근 문하를 거쳐 새로운 건축 교육을 모색하고자 ‘서울건축학교’설립에 참가

하기도 했습니다. 1998년 북런던대학교 객원교수를 지냈고, 서울대학교와 한국예술종합

학교에 출강하기도 했습니다.


저서로 “빈자의 미학”, “지혜의 도시”, “건축, 사유의 기호”, “지문”, “오래된 것들은

다 아름답다” 등이 있습니다.


한번 보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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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세계에서 가장 ‘핫’한 도시가 서울? 적어도 내 주변 건축가들 사이에서는 그렇다.

근래 들어 하루가 멀다 하고 내가 아는 외국의 건축가들이 서울을 찾는다.

한류의 영향이 없는 건 아니지만 유행이나 현실에 냉소적이기 쉬운 건축가들은 유행에

영향을 받지 않는 점을 생각한다면, 이는 서울의 재발견이라고 해야 옳다.

사실 서울은 그동안 너무도 저평가되었다.


건축가들이지만 도시에서 정작 그들이 좋아하는 것은 건축이 아니라 그곳의 생생한 삶

이다. 그들은 현대의 첨단 건축이 즐비한 강남을 피해 강북의 골목길 풍경에 탐닉한다.

지형과 경사를 따라 불규칙하게 조직된 서울의 골목길에서 그들은 건축의 지혜와

영감을 얻는 것이다.

서울의 골목길들은 경사지인 까닭에 공간 변화가 무쌍할 수밖에 없어, 서울의 골목길을

걷는 것은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것과 같다.


서울은 흘깃 보면 저급하고 부조화한 현대적 건물들로 급조된 도시 같다. 그러나

도시 한복판에 종묘 같은 엄청난 문화유산이 자리 잡고 있는 것에 망연자실한다.

게다가 종묘가 얼마나 근사한 건축인가. 동양의 파르테논이라며 건축가들의 방문 목록

첫 번째 줄에 있는 곳이다. 서울의 건축을 은근히 폄하하던 그들에게 종묘가 가진

침묵의 아름다움은 충격이다.


이게 다가 아니다. 한양도성은 어떠한가. 18킬로미터가 넘는 이 성곽은 세계에 유례가

없는 역사유적이다. 평지와 산의 등선을 연결하며 도시를 둘러싸고 있는 서울성곽 같은

압권적 풍경을 유럽에서는 결단코 보지 못한다.


더 큰 게 있다. 서양의 큰 도시에서 온 건축가들을 매료시키는 것은 서울의 산이다.

시내 어느 곳에서도 불과 10-20분 이내에 산에 도착할 수 있다는 것이 환상적이라고

했다. 그럴 만도 한 게 그들 관념으로 도시는 평지여야 한다.

2,000년의 역사를 가진 파리나 런던, 빈, 프랑크푸르트 등 모두가 로마군단의 캠프였던

카스트라(Castra)라는 조직을 원도심으로 가지며, 평지에 설치할 수밖에 없었던 그 캠프

시설이 시대를 거듭하며 확대된 게 오늘날의 모습이다.


천만 인구가 사는 세계의 메가시티 스물다섯 개 중에서 산을 도시 내부에 품고 있는 곳은

서울이 거의 유일한데, 그게 서울의 정체성을 만드는 결정적 조건이다.

알다시피 서울이 조선의 수도로 정해진 까닭은 산 때문이다.

네 개의 산(북악산, 낙산, 남산, 인왕산)과 이를 둘러싸는 또 다른 네 산(북한산, 용마산,

관악산, 덕양산), 그 사이를 흘러나가는 물줄기들이 이루는 풍경이 서울의 고유한 지리여서

산은 말그대로 랜드마크이며 도시는 그속에 작은 건축들이 모인 집합체다.

인공의 랜드마크가 없어지면 정체성도 사라지는 평지도시의 운명과 다르다.


지난 시절, 우리가 미숙하여 서양의 도시를 흉내 내느라 억지 랜드마크를 세워 자연과

역사와 부조화한 풍경을 만들긴 했어도, 산이 존재하는 서울은 그 고유 풍경을 회복할

원점이 있으므로 아직도 희망적이다.


부디 북악산에 올라 서울을 내려다보시라. 잘생긴 산들이 겹쳐진 풍경과 곳곳에 모여 있는

삶터들. 그 사이로 흘러드는 한강이 이루는 서울의 모습은 내가 아는 한 세계 최고다.

특히 봄꽃이 지천으로 흐드러지게 피어오를 때, 온 산이 울긋불긋 단풍으로 물들 때,

혹은 눈발이 희끗 날릴 때, 서울의 성곽과 골목길을 걸어보시라. 무릉도원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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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우리 시대 뛰어난 건축가인 저자의 글을 통해서 우리 수도인 서울에 관한

이야기를 함께 보았습니다.


"건축은 시대의 거울이며, 도시는 기억의 박물관이다."라는 말이 인상깊게 들립

니다.  하긴 비단 건축 뿐아니라 모든 문화 예술은 시대의 거울이 되겠고, 도시

뿐아니라 인간의 삶에 관계된 모든 것은 기억의 박물관이 될 터이긴 합니다만

우리가 자연보다 인공 건축물에 훨씬 더 오래 시간을 보낸다는 것을 염두에 두면

건축이 시대의 거울임은 틀림없어 보입니다.


먼저 서울은 다른 도시들에 비해 그동안 저평가되었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짧은 근대화를 거치면서 서양의 도시들에 비해서 과거의 건물들은 대다수

사라져 버리고 최신 건물들만 들어선 서울의 풍경 때문에 그러했으리라

생각이 되지요.  우리보다 역사가 훨씬 짧은 미국만 보아도 뉴욕에 백년이

넘은 건물이 많지만 우리 서울은 그러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강북의 골목길과 한양도성, 종묘 등을 발견한 외국의 건축가들은 탄성을

지른다고 합니다.   골목길의 변화 무쌍함, 특히 고즈넉한 시간에 바라보는

종묘 지붕의 낮고 기다란 능선은 동양적인 신비함을 건네준다고 하지요.


로마군단의 거주지로 출발한 현대의 대도시들과는 달리 산을 품고 있는 서울은

그 정체성이 오래가고 흔들리지 않는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누가 말했지요.  북한산은 서울에서 너무 가까워서 오히려 저평가되고 있는

명산이라고.   마찬가지로 서울의 산들과 도시 사이에 흐르는 거대한 강, 한강이

어우러진 풍경은 우리나라의 큰 보물 중의 하나일 것입니다.


다음에 한번 더 이 책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행복한 하루 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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