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의 배신>
--“음식 중독과 진정한 맛의 향미”
강 일 송
오늘은 EBS 다큐프라임에서 방송했던 내용을 책으로 엮은 것을 한번 보려고 합니다.
저자인 유진규PD는 그동안 환경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베트남 전쟁 그 후 17년>을
시작으로, <환경호르몬의 역습>으로 한국방송대상을 수상했고, <인간 동력, 당신이
에너지다>, <옥수수의 습격>등 많은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 합니다.
이 책은 현대인들이 끊임없이 먹는 데 집착하고 과식하는 이유를 집요하게 파헤쳐
오던 중 이를 다큐멘터리로 제작한 내용을 책으로 엮은 것입니다.
한번 보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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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식에 중독된 뇌
세계 최대 생의학연구소인 미국 스크립스연구소에서 중독 분야의 권위자 폴 케니 교수와
폴 존슨 연구원은 음식이 중독성을 가질 수 있는지를 알아보는 실험을 했다.
이들은 쥐들을 A,B 두 집단으로 나누어 A그룹에는 일반 사료를 무제한으로, B그룹에는
베이컨, 치즈케이크, 소시지 등 고칼로리 식사를 무제한으로 주었다.
B그룹은 40일 지나자 살이 쪄서 처음 체중의 두 배가 되었다. 반면에 일반 사료를 먹은
A그룹은 체중이 거의 늘지 않았다. 연구진은 실제로 맛있고 칼로리가 높은 음식이
주는 쾌락에 B그룹의 쥐가 중독된 사실을 발견했다. 쥐의 뇌에서 ‘도파민’수용체가
감소한 것이다. 이는 먹는 음식이 마약처럼 ‘중독’을 일으켰음을 의미하고
음식 섭취를 통제하지 못하는 뇌와 마약 사용을 통제하지 못하는 뇌가 서로 닮아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또한 음식을 맛있게 먹었음에도 B그룹의 쥐들은 행복하지 않았다. 마약 중독자들과
마찬가지로 불행하고 절망적이었다.
★ 중독성이 있는 음식
음식이 중독과 유사한 행동을 일으키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가공’이었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학생들은 가공식품에만 중독되었다. 반면에 현미밥과 연어
같은 자연식품은 중독 행동과 연관되지 않았다.
호주인의 20%가 음식 중독이었으며 음식 중독이 없는 사람들의 식습관 중에
공통된 것은 ‘채소 먹기’였다. 중독을 일으키는 물질은 자연에서는 흔하지 않다.
중독성을 가지려면 변경되거나 가공되어야 한다.
자연식품에서 당과 지방이 같이 존재하는 경우는 드문데, 우리는 당분과 지방을
함께 넣을 뿐 아니라 함량을 훨씬 높인 식품들을 만들어냈다.
케이크, 피자, 초콜릿 등이다. 이런 가공식품들은 보상을 극대화하기 위해
정제당과 지방의 함량을 인위적으로 높였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조리와 구별된다.
★ 자연의 음식과 가공식품
자연의 음식은 수없이 많은 향미 화합물과 많은 종류의 당분과 많은 종류의
지방산과 단백질, 미네랄의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다. 자연에서 향을 내는 물질만
해도 특정 향기별로 최소 3백여 가지 이상의 화합물로 구성되며 수없이 많은 향이
없는 파이토케미컬(Phytochemical)이 함께 들어있다.
이런 음식은 중독을 일으키지 않으며 과식을 유발하지도 않는다.
중독과 과식을 유발하는 음식은 너무 단순한 성분으로 구성되는 것이 문제다.
오늘날 우리가 먹는 많은 음식이 이러한 문제를 갖고 있다.
단순화되고 정제되어 성분이 턱없이 부족하면서 인위적 맛과 향으로 포장된 음식은
포만감을 주지 못하며 과식을 유발하고 심한 경우 음식 중독에 이르게 한다.
또한 현대의 농산물들도 과거에 비해 맛과 향이 현저하게 떨어졌다. 맛과 향이
약한 농산물은 영양소가 부족하며 우리 몸에서 요구하는 영양을 다층적으로
만족시키지 못한다. 결과적으로 포만감을 주기 어렵다. 이런 음식은 배가
아플 때까지 먹어도 성에 차지 않는다.
★ 잃어버린 향미를 찾아서
인간은 향미를 쫓는 존재이다. 음식이 주는 즐거움은 향미로 경험되며 이것은
너무도 강력해서 우리 대부분은 저항할 수 없다. 자연에서는 향미와 영양소 간에
밀접한 연결 관계가 있다. 그러나 합성 향미료는 이 연결을 끊었을 뿐 아니라
인간이 음식과 맺었던 질서 정연한 관계를 대혼란에 빠뜨렸다.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는 사람들이 먹어야만 하는 것들은 갈수록 맛없게 만들었고
먹으면 안 되는 것들만 더 자극적으로 진화시켰다. 우리는 음식을 먹는 게 아니라
음식 유사 제품을 먹는다. 음식 전체가 아니라 음식의 일부분만 먹는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음식의 맛이 느껴지는 방식이 변해야 한다는 점이다.
인간의 영양학적 욕구는 매우 복잡하다. 우리는 이 복잡한 욕구를 복잡한 것으로
해결한다. 바로 음식이다. 음식은 수천, 수만 가지 화합물로 구성된 소우주다.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과 몇 가지 비타민을 영양의 모든 것으로 파악했던 근대
영양학은 그 복잡성의 발끝도 이해하지 못했다. 21세기 들어 영양학은 지방만도
수십 가지 하위 단위로 나누고 미량영양소 분야도 비타민과 미네랄에 이어 파이토케미컬
로 영토를 확장하는 등 눈부신 성과를 이룩했지만 아직도 이해는 멀었다.
우리는 이런 얄팍한 지식을 전부인 양 음식의 언어인 맛을 인공적으로 합성했을 뿐이다.
이것이 우리가 망쳤던 부분이다.
★ 음식 본연의 맛으로 온전하게 먹어야
요즘 우리는 음식을 연료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음식에는 그것이 만들어진 토양과
바다의 미세 환경 같은 정보가 내재되어 있다. 어떤 의미에서 음식은 연료라기보다는
외부 세계의 정보를 운반하는 언어에 가깝다.
음식은 몸의 모든 세포와 자연계의 한 측면을 연결해주는 단절 없는 정보의 흐름이다.
음식이 소화되어 세포에 도달했을 때, 이 메시지에 손상이 없어야 당신은 건강할 수
있다. 음식은 바이오테크놀로지보다 더 안정적으로 유전자 행위를 제어할 수 있다.
자연 그대로의 음식을 섭취하면 유전자 오작동을 막고 최적의 유전자 발현이 촉진된다.
또한 그동안 우리가 놓쳤던 음식의 “향미”는 우리가 좋은 음식과 나쁜 음식을 가려
내는 데 필요한 기본적이며 동시에 궁극적인 수단이다. 이는 우리를 건강이라는 최종
목적지로 안내할 이정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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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음식 중독과 맛 등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함께 보았습니다.
현대는 패스트푸드가 넘쳐나는 사회이고, 최근 우리나라도 단짠 음식이 대세를
이루는 풍경입니다. 먹방이라는 새로운 방송의 아이템도 한국이 선도하고
있고 프랜차이즈 치킨집도 넘쳐나지요.
오늘 저자는 그 이면에 담겨진 중독을 일으키는 음식, 그리고 맛과 향을 잃어버린
현대의 음식들에 대한 심도깊은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고칼로리의 가공식품을 먹은 쥐의 뇌가 마약 중독된 뇌와 유사하다는 것은
아주 충격적입니다. 자연에서 얻은 음식들은 포만감을 일으켜 자연스레
칼로리 섭취를 줄이게 되지만, 가공 식품은 포만감을 못느끼게 하여 이미 충분한
양을 먹었음에도 폭식을 계속 하게 한다고 합니다.
저자는 이렇게 유발된 비만이 단지 시중의 다양한 다이어트만으로는 해결이 되지
않고 잃어버린 향미, 즉 맛의 역할에 대한 관심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음식은 우리 몸을 움직이는 에너지를 공급하는 연료에 가깝게 인식
해왔으나 저자는 음식이 우리가 사는 토양, 바다의 미세 환경, 자연 정보를 담은
언어라는 획기적인 이야기를 합니다.
가공 식품에 의한 폭식, 비만은 그것만이 문제가 아니라 정서적으로도 불안과
불만족, 불행감 등을 유발한다고 하지요.
인간이 그 근본 뿌리인 자연과 멀어져 인공 향미와 가까워진 결과가 이렇게
나타나지 않나 생각합니다.
음식은 자연 그대로, 자연의 향미를 최대한 담은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를 하고, 이 책을 읽고 조금이나마 나쁜 식습관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지
않나 생각합니다.
좋은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