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서 행복을 만드는 것들>
--“경제학자가 깨달은 인생의 가치”
강 일 송
오늘은 경제학자의 눈으로 본 부와 행복, 인생과 관계의 균형을 바라보는 시각 등을 담은
좋은 책을 한 권 보려고 합니다.
저자인 하노 벡(Hanno Beck)은 20년간 투자가, 은행가, 경제 전문기자, 경제학 교수로
활동한 독일 최고의 경제학자입니다. 요하네스 구텐베르크 마인츠 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독일 최고의 일간지이자
세계 3대 신문사 중 하나인 <프랑크푸르트 알마게이네 차이통>에 입사하여 8년 동안
경제 전문기자로 활약했고, 2006년 포르츠하임 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로 임용되어
현재까지 일반 경제학과 경제정책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한번 보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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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명의 채찍
몇십 년을 이 세계에서 살아온 여느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나 역시 운명의 채찍에서
벗어나 있지 않았다. 가까운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내린 잘못된 결정이든, 주변 사람의
질병과 죽음이든, 직업에 대한 회의감이든, 운명의 채찍은 개인적이면서도 동시에 보편적
이다. 그리고 언제나 아프다.
★ 아리스토텔레스의 행복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행복을 두 종류로 구분했다. 헤도니아와 에우다이모니아.
헤도니아(Hedonia)는 감흥을 불러일으키는 쾌락, 강렬하게 끓어오르는 긍정적 감정이다.
사랑에 빠졌을 때, 복권에 당첨되었을 때, 응원하는 팀이 득점했을 때, 데킬라가 흘러
넘칠 때, 삼바를 출 때, 웨딩드레스가 하얗게 빛날 때 생기는 감정이다. 이런 유형의
행복은 잠시 스치는 길동무로, 끓어오를 때와 똑같이 금방 식는다. 헤도니아는 인생
이라는 길고 어두운 밤에 잠시 반짝이는 불꽃이다.
에우다이모니아(Eudaimonia)는 다르다. 그것은 오랫동안 빛을 내는 삶의 만족감이며,
종종 성찰을 통해 비로소 느껴진다. 에우다이모니아는 감정가 이성 모두와 관련된
행복이다. 에우다이모니아는 우리가 조용한 시간에 삶을 관조하며 모든 일이 잘되고
있다고 느낄 때 생기는 만족감이다. 헤도니아는 경험으로 얻고, 에우다이모니아는
결과로 얻는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삶의 궁극적인 목적은 행복추구이며 그 중심에는 이런 주관적인
삶의 만족감, 즉 에우다이모니아가 있다고 했다.
★ 행복감은 본래부터 예외상황이다.
왜 우리는 행복감을 오래 지속할 수 없을까? 인간은 그렇게 진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든 일은 반복할수록 행복감은 줄어든다. 익숙해지기 때문이다. 심리학에서 이런 현상을
‘쾌락의 쳇바퀴, hedonic treadmill’라고 부른다.
영원히 큰 행복감을 느끼고 싶으면, 행복감을 자극하는 점점 강렬한 새로운 경험을 계속
해서 찾아야 한다. 그러면 결국에는 늘 새로운 자극을 찾는 마약중독자처럼 이른바
쾌락중독자가 된다. 이런 쾌락의 자리에는 스트레스만이 남는다.
자연과 진화는 인간이 더 빨리 이해하고 배울 수 있도록 행복감을 보상으로 이용했다.
우리는 인간 유전자의 보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행위를 한다. 이를테면 먹고, 마시고,
도망치고, 번식한다. 그리고 자연은 우리가 진화의 뜻대로, 그러니까 우리를 보존하고
확산하는 행위를 계속하게 하려고 행복감을 보상으로 준다.
직접적인 행복은 진화의 창조물이다. 진화는 우리를 쾌락을 추구하고 필요한 존재로
만들었다. 그리고 우리가 삶을 잘 꾸려 나가고 삶의 여러 어려움과 문제들을 잘 해결
하면 일종의 보상으로 행복감을 주었다.
행복감은 원래부터 예외 상황으로 마련된 것이다.
★ 돈과 행복
정치는 끊임없이 돈을 두고 다툰다. 부부와 연인도 마찬가지다. 돈이 너무 없어도
불행하다. 이미 수없이 입증된 사실이다. 그렇다면 돈이 많으면 행복해야 마땅하다.
그렇지 않은가?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그렇다.
예를 들어 돈은 신체적 통증을 완화할 수 있다. 방금 돈다발을 센 사람은 뜨거운 물에
손을 담가도 통증을 덜 느낀다. 뿐만 아니라 돈은 극단적인 마음 상태까지 완화시킨다.
돈은 버림받은 기분을 이겨낼 수 있게 하고 더 나아가 죽음의 공포도 줄여준다고 한다.
그러나 돈에는 어두운 면도 있다. 돈은 인간을 이기적으로 만든다. 돈이 많을수록
다른 사람과 나눌 마음이 줄고, 남을 속이는 경향이 있으며, 경제적인 면에서만큼은
자신이 강하다고 느낀다. 돈을 중시하는 사람은 자선사업에 기부하는 일이 거의 없고,
돈에 관심이 없는 사람보다 남을 돕는 일에 신경을 덜 쓴다.
연구한 결과들을 보면 한 국가내에서 특정 시점까지 소득과 함께 삶의 만족도가 오르는
것을 보면, 기본적으로 부자가 더 만족하며 산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어느 정도까지는 돈이 역시 행복에 도움이 되고 슬픔도 줄인다.
★ 친구와 행복
행복의 ‘사바나 이론’이라는 것이 있다. 인류 역사에서 대부분의 기간을 인간은 숲에서
수렵과 채취로 살아왔고 인간은 비좁은 곳에서 복작거리며 살수록 덜 행복하다.
하지만 가까운 친구들은 필요한데 일반 무리 속에 있으면 불행하지만 친구들 무리 속에
있으면 행복하다. 이는 인간이 생존하려면 협력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협력하면서 동시에 경쟁하는데, 우정은 생존에 필수적인 조건인 ‘협력’의 유산이고
‘경쟁’은 인류의 진보를 위해 필요한 동기부여에 속한다.
★ 행복한 지출법
독일 성인의 대략 5-8%가 극단적인 쇼핑중독 위험에 있다. 그들은 재정적 고려 없이
무절제하게 물건을 산다. 그들은 물건에 관심이 있는 게 아니라 물건을 사는 행위에
관심이 있다.
심리학자와 경제학자들이 추천하는 행복하게 소비하는 방법이 있다.
행복한 지출법 하나, 물질적 상품 대신 경험을 구매하라.
예를 들어 콘서트관람이나 여행은 텔레비전이나 옷 같은 물질적 상품보다 장기적으로
더 행복하게 한다. 경험구매는 사회적 관계를 개선하고 강화하기도 한다.
둘째, 다른 사람을 위해 돈을 써라. 그러면 사회적 관계가 돈독해지고 스스로 더
괜찮은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때때로 친구들에게 돈을 쓰면 행복을 준다.
셋째, 큰 것보다는 작은 것을 사라. 크게 한 번 쓰는 것보다 작게 여러 번 쓰는 게
더 낫다. 가벼운 소비를 자주 하는 것이 총량으로 보면 큰 소비를 한 번에 하는
것보다 더 많은 행복을 준다.
넷째, 구매를 결정할 때는 소소한 일상을 고려하라. 소소한 일상이 우리의 기분을
좌우하고 그것으로 결국 우리의 행복감도 좌우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능력 이상으로 과하게 소비하지 않는 한, 쇼핑중독이 되지 않는 한, 소비는
순간적인 행복감에 중대한 공헌을 한다. 그런데 내가 쇼핑중독인지 아닌지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아주 간단하다. 물건을 사서 집에 가져와 풀지 않고 그대로
두면, 물건을 사기만 하고 사용하지 않으면, 소비의 적정선을 크게 넘어선 것이고,
그러면 소비는 더는 행복을 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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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행복에 관한 이야기를 경제학자의 눈으로 함께 살펴보았습니다.
행복은 인간의 영원한 관심사이고 인생의 목적이며 추구하는 가치이지요.
수많은 행복론에 관한 책이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서울대의 최인철 교수,
연세대의 서은국 교수, 아주대의 김경일 교수 등 많은 전문가들이
우리에게 행복에 관한 많은 이야기들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오늘 저자는 인간의 삶은 누구나 예외없이 "운명의 채찍"에 휘둘린다고 합니다.
운명의 채찍은 지극히 "개인적"이면서도 지극히 "보편적"인 것이지요.
이러한 운명은 '포르투나'라는 여신의 형상으로 받아들이기도 했었습니다.
그리스의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의 행복을 일시적 감정인 "헤도니아"와
오랜 만족감을 나타내는 "에우다이모니아"라고 구분해서 표현했지만 사실 인간이
삶에서 만나는 행복감은 두 가지가 혼재해서 있는 경우가 많지요.
연세대 심리학과 서은국교수가 "행복의 기원"에서 밝힌 행복의 실체와 오늘
저자인 하노 벡 교수의 행복에 대한 견해는 대체로 일치합니다.
인간의 행복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약하기 그지 없었던 인류가 생존하기
위해 자체로 보상하기 위한 도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행복감은 일시적
이기 마련이고 "익숙함"이 늘 행복감을 빠른 시간내에 제거해 버리는 것이지요.
행복과 돈, 행복과 친구에 관한 이야기는 다른 연구에서도 많이 나왔던 바인데,
돈이 없으면 불행하고, 어느 정도까지는 수입이 늘수록 행복해지지만 어느 이상
에서는 돈이 더 이상 행복의 증가에 기여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여기서 좀 더 나아가 저자는 돈이 통증을 줄여주고 심리적 고통도 줄여준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역작용도 만만찮아서 돈이 많으면 더 인색해지고 더 이기적
으로 만들기도 하는군요.
마지막으로 행복한 소비법, 행복한 지출법 이야기인데 상당히 공감이 되는 내용
들이었습니다.
물건 대신 경험을 구매하고, 자기보다는 타인을 위해 돈을 쓰고, 큰 것 하나 사는
것보다 싼 작은 것을 여러개 소비하고, 마지막으로 소소한 일상을 위한 소비를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한번 실천하셔서 이왕 소비하고 지출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행복감을 조금이라도
높이시는 것이 어떨지 권유해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