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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헌 서재 Oct 05. 2018

<시(詩) 감상>

“한국시인 대표작 1”中

<시(詩) 감상>

--“한국시인 대표작 1”中


                          강 일 송


오늘은 시모음집 한 권에서 뽑은 몇 편의 시를 감상을 섞어 올려보려고 합니다.

한국문인협회 소속 568명의 시인들이 자기 대표작을 골라 참여한 책입니다.

이중에는 익히 아는 시인들도 있지만 이름 모를 시인이 더 많은데 이런 숨어있는

시인들의 시를 읽어 보는 것도 새로운 맛이 있네요.


그중 인상깊은 몇 편을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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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섬

      박 명 규


빈 하늘

시려


눈 감으면

밀려오는


바닷가

그 섬


노을빛

익어가는 그 언덕


애지게 흔들리던 그 해당화는

지금도 피어 있겠지


닿을 듯

아득-한


그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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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시는 ‘섬’에 대한 시였습니다. 섬에 대한 시 중 대표적인 시를 들자면

가장 짧은 시로도 유명한 정현종 시인의 ‘섬’이라는 시지요.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싶다.” 정말 짧지만 여운이 긴

대표적인 시입니다.


섬은 사람들에게 고독함, 외로움, 그리움, 미지의 세계 등등의 다양한 이미지를

전해줍니다. 이 시에서도 하늘은 텅 비어 푸르기 그지없고, 눈을 감으니 마치

파도처럼 섬이 밀려옵니다. 다음 연에는 시각적 대비로 붉은 노을과 붉은 해당화가

등장합니다. 닿을 듯 하지만 닿을 수 없는 섬.

갈 수 없기에 더 가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들게 만드는 시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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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쳐가는 삶이었던가

                 곽 춘 진


완행열차 멈춰선 이름 없는 간이역


내 젊은 날

역마살 끼어 마음 헛짚고

깨지 못하면 갇힌다며 헤매고 다닐 때도

나는 이 역을 찾았던가.


해빙의 물소리가 한결 가벼이 휘돌던 그날

마음 깊은 곳 슬픔까지 데불고

내 설 길 찾아 헤매일 때도

이 역에 왔었던가.


넓디넓은 넉넉한 길을 두고

아무 역에서나 내 삶 다독거리며

바람, 별, 하늘, 자연 데불고

때 되면 하늘역 가고 싶었다.


갈 곳도 오라는 곳도 없이

달빛과 별빛 따라

하염없이 가고 가고 또 가던 내 삶

그 업장 다 어이할꼬.


이 저녁 비는 내리고

역마살 다독이며 추억한다


내 살아온 삶이

그저 스쳐가는 삶이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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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를 보자면 곽재구 시인의 “사평역에서” 라는 시가 떠오릅니다.

지금은 사라진 완행열차가 서는 이름 모를 작은 역, 그 곳에서 이름 모를 너무 평범한,

아니 평범보다 더 힘든 삶을 살아온 사람들의 일상이 드러납니다.

젊은 시절 역마살로 정처 없이 떠돌아다닌 삶을 이제 다시 되돌아보는 시인은

하염없이 지나온 세월과 삶이 한갓 스쳐가는 것들이었던가 하며 독백합니다.


“사평역에서” 도 시골 이름 없는 조그만 역에서 밖에는 눈이 내리고, 역사 안에는

사뭇 다른 인생을 살아온 사람들이 톱밥난로 옆에 앉아 기차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과거 그리웠던 순간들을 되새기며 한줌의 눈물을 불빛 속에 던지는 시인은 진한

삶의 애환을 끄집어냅니다.


다음 시를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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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래포구

         정 연 국


그리운 고향을 그리다

자못 그립고 그립거든

산이 산을 보듬는 소래산에 올라

그리운 고향을 그리겠네.


그리고 그려도

못내 외롭고 외롭거든

바다가 바달 품는 소래포구에 들어

그리운 고향을 마시겠네.


마시고 마셔도

사뭇 섧고 섧거든

고향 냄새 물씬 밴 갯골에

코박고 소래로 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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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래포구는 인천의 남서쪽에 있는 조그만 어항이지요. 다양한 수산물을 파는 가게들이

즐비한 이곳은 과거 수인선 협궤열차가 다녔던 곳입니다.

시인은 타향 출신인 모양입니다. 고향을 그리워하다가 근처 있는 소래산을 오르기도

하고, 그래도 그리우면 소래포구에서 고향 공기를 마시듯 바다향을 마시기도 합니다.

그래도 그리우면 고향냄새가 나는 포구의 갯골에 소라처럼 코를 박겠다고까지 말합니다.

이때 소래와 소라를 시적으로 동일시하고 있네요.


소래포구는 수인선 협궤열차가 1994년까지 다녔고, 이후 없어졌는데 개인적 추억으로

1994년 수원 쪽에서 군의관을 할 때 훈련 중 야산에서 벌판을 지나가던 협궤열차를 본

적이 있고, 이제 저 기차가 없어져서 더는 볼 수 없다고 말했던 기억이 아련히 납니다.


뭔가 소래포구는 옛날의 향수와 고향을 그리게 하는 아릿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힘이 있는 것 같지요. 문득 소래포구에 다시 가서 그 시절 같이 지내던 사람들과

회 한 접시 놓고 추억을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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