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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헌 서재 Sep 11. 2018

<감성의 끝에 서라>

<감성의 끝에 서라>

--“위대한 창조의 시작, 시인의 눈으로 세상을 보라”


                                               강 일 송


오늘은 ‘창조 프로듀서’라 불리며, 많은 사람들에게 창조의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강신장 대표의 책을 한번 보려고 합니다.

저자는 이 시대의 창조의 아이콘을 ‘시인’으로 보고 시를 통한 창조의 방법을 알려

주고 있습니다.


저자인 강신장(1958~)은 한양대 경제학과를 나오고 연세대에서 석사, 성균관대

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습니다.

그는 26년간 골수 삼성맨으로 일하였는데, 삼성인력개발원, 회장비서실, 구조

조정본부, 삼성경제연구소 등을 거쳤습니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운영하는 대한민국 최대의 CEO 커뮤니티 ‘SERICEO’를 기획

하고 만들어낸 제작자이고 삼성에서 나와 세라젬 대표이사를 거쳐 현재

‘모네상스’ 대표이사를 맡고 있습니다.


현재는 지식산업을 추구하는 (주)모네상스 대표로 있으며 저서로는 “오리진이 되라”

“고전 결박을 풀다” 등이 있습니다.


한번 보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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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 랑

          김 용 택


밤길을 달리는데

자동차 불빛 속으로 벌레들이 날아와 유리창에 부딪쳐 죽는다


필사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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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 참 이상하지요?

제목은 사랑인데, 사랑에 대한 이야기는 없고

밤에 벌레들이 자동차 불빛 속으로 달려드는 이야기만 나옵니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시가 나왔을까요?

바로 치환 때문인데, 치환은 유사점 찾기로 이루어집니다.


시인은 먼저 ‘사랑’이라는 단어의 마음을 살핍니다. 그러고는 ‘필사적이다’는 단어를

찾고, 다시 그 단어에서 연상되는 명사를 떠올려 ‘벌레’를 선택한 것입니다.

그러자 ‘사랑은 필사적인 벌레다’라는 비유가 나왔습니다.

사랑이 벌레가 된 것이지요.


이처럼 하나의 단어에서 유사점을 통해 또 다른 새로운 단어를 창출해내는 방식이

연결법이며, 곧 융합의 방법입니다.

이 방법을 통해 아름다운 시를 쓸 수도 있고, 획기적인 융합 아이디어를 창출할 수도

있습니다.


양성우 시인도 이런 방식으로 시를 쓰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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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어디론가 친구가 사라졌습니다.

이후 소식 한마디 없던 친구가 불현듯 나타났습니다.

시인은 너무나 반갑고 서럽기까지 해서

‘이 무정한 사람아, 어디 갔다 이제 오는가’하면서

두 손 들어 친구를 맞이합니다.


이것이 시의 내용입니다.

그래놓고는 시의 제목을 떡하니 ‘입춘’이라고 붙였습니다.

시인은 입춘>온다>친구 라는 등식을 만들어

친구 이야기로 입춘을 설명한 것입니다.


어떤가요? 입춘을 설명하기 위해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단어의 의미로 풀어내는 것, 이것이 시의 융합적 매력입니다.


★ 대추 한 알

               장 석 주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저게 혼자서 둥글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저 안에 땡볕 두어 날

저 안에 초승달 몇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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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들은 어떻게 대추 안에 있지도 않은 태풍과 천둥과 벼락, 그리고 무서리와

땡볕, 심지어 초승달까지 볼 수 있을까요?

그것은 바로 ‘일체화,一體化’라는 세 글자 때문이었습니다.


보통 우리는 경영을 할 때 역지사지까지 가보았다고는 하는 단계까지는 이야기

하지만 자신이 곧 ‘그것’이 되는 단계까지는 어렵습니다.

시인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이렇게 사물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대추의 일생에

들어가 그 어려움과 외로움까지 보고 온 것이지요.


살랑거리는 봄바람의 마음을 보기도 하고

덧없이 흘러가는 저 구름의 마음을

요란하게 바위를 때리는 파도의 마음을

그리고 매서운 눈보라 속에서도

꽃을 피우는 매화의 마음을 말입니다.


★ 산 가(山家)

              안 도 현


외딴집이다


둘러보니

아기원추리 집 한 채

도라지꽃 집 한 채

뻐꾸기는 집이 여러 채,


외딴집이 아니다

소란스런 한복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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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는 역발상(逆發想)을 활용해 우리가 생각지 못한 이미지를 만들어냈습니다.

우리의 고정관념은 ‘외딴집은 조용하다’로 인식합니다.

그런데 시인은 외딴집이 ‘조용하지 않다’고 말합니다. 되레 ‘소란스런 한복판’

이라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왜 소란스러운지를 찾아보아야겠지요? 여기서 바로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남들과 다르게 보는 시인의 눈이 필요합니다.

외딴집인데 잘 살펴보니 아기원추리, 도라지꽃, 뻐꾸기 집이 있습니다.

이들은 사람은 비록 없지만 집을 가득 채우고 자기들끼리의 소리로 시끄럽게

이야기를 나눌 것입니다.

시인은 이처럼 작은 사물까지도 놓치지 않고 들여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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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모네상스의 강신장대표의 창조의 원리에 관한 책을 함께 보았습니다.


저자는 현대사회에서 반드시 필요한 창조성이 인문학, 그중에서도 시를 쓰는

시인에게서 듬뿍 들어있다고 말합니다.

이 책의 제목처럼 시인들은 ‘감성의 끝에 서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시인들은 보통 보이지 않는 것을 잘 보고, 남들과 다르게 보기의 명수입니다.

또한 들리지 않는 것을 듣기도 하고, 만져지지 않는 것을 느끼기도 합니다.

다르게 말한다면 ‘오감의 명수’라고 할 수 있겠네요.


오늘 저자는 몇 개의 시를 예를 들면서, 일체화, 융합, 역발상 등의 이야기를

꺼내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이론을 떠나 저는 그냥 짧지만 여운과 운치가 있는 이 시들이

좋네요.


김용택 시인의 시처럼 ‘사랑’은 무조건적이고 무계산적임이 특징이지요. 벌레들은

계산없이 달려들고 장렬하게 전사합니다. 필사적입니다.

시인은 이 짧은 시에 사랑의 특성을 고스란히 담았습니다.


두 번째 시는 양성우 시인의 ‘입춘’이었는데, 봄은 소리없이 온다간다 말이 없이

떠났다가 슬그머니 다시 오는 친구와 닮았나봅니다. 시인은 두 손 들어

친구를 맞이합니다.


세 번째 시는 너무도 유명한 장석주 시인의 ‘대추 한 알’입니다.

대추 한 알을 통해 이 세상의 ‘인과’의 원리를 담아내고 있는 명시이지요.

대추 한 알 붉어지기까지 태풍, 천둥, 벼락, 무서리, 땡볕, 초승달까지 시인은

읽어냅니다. 하물며 사람 한 명 잘 익을 때까지 얼마나 많은 일들이 담겨져

있을까요? 그래서 시인은 한 사람이 오는 것을 온 세상이 온다고도 표현했지요.


마지막 시는 산의 외딴집에 사람은 살지 않지만 자세히 보니 아기원추리,

도라지꽃, 뻐꾸기 집이 있어 오히려 소란스럽다는 시였습니다.

이처럼 보이지 않는 곳에는 우리가 잘 인지하지 못하는 또다른 세상이 있기

마련이고 이를 보고 느낄 수 있는 감성을 기르는 것이 이 세상을 아름답게

살아가는 한 방법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감성의 날을 벼리는 하루가 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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