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해헌 서재 Aug 09. 2018

<필 때도 질 때도 동백꽃처럼>

<필 때도 질 때도 동백꽃처럼> 이해인


                                      강 일 송


오늘은 시집(詩集) 한 권을 보려고 합니다. 오랜 세월 동안 따뜻한 감성적인 시로

많은 이들과 함께 한 이해인 수녀님의 시집입니다.


이해인(1945~) 수녀님은 강원도 양구에서 태어나 1964년 수녀원에 입회, 1976년

종신서원을 한 후 오늘까지 부산에서 살고 있습니다. 필리핀 성루이스대학

영문학과, 서강대 대학원 종교학과를 졸업하였으며, 제9회 <새싹문학상>, 제2회

<여성동아대상>, 제5회 <천상병시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오늘 시집은 진한 녹색 잎이 사계절 변하지 않고 눈 속에서도 붉은 꽃을 피우는

동백처럼 한결같은 삶을 꿈꾸는 시인의 소망이 담긴 시집입니다.

현재 투병 중에 있으면서도 많은 사색과 포근한 정서가 담긴 시 몇 편을 함께

보겠습니다.


==================================================


<동백꽃과 함께>


동백꽃이 많이 피는

남쪽에 살다 보니

동백꽃이 좋아졌다


바람 부는 겨울에도

따뜻하게 웃어주고

내 마음 쓸쓸한 날은

어느새 곁에 와서

기쁨의 불을 켜주는 꽃


반세기를 동고동락한

동백꽃을 바라보며

나도 이젠

한 송이 동백꽃이 되어

행복하다


---------------------------------------


이해인수녀님의 시는 어렵지 않습니다. 복잡하지도 않습니다. 마치 동시를 보는 듯

쉽게 쉽게 되어 있지만 어느 어려운 시보다도 따뜻함을 더 많이 가지고 감동을

주는 시들입니다. 이번 시도 보면 부산에 반세기를 살다보니 동백꽃과 친해져

그 한결같음에 고마워하고 아끼다가 스스로 한 송이 동백꽃이 되어 행복하다고

말합니다. 시인은 정말 동백꽃처럼 한 평생을 남을 위해 기도해주는 삶,

다른 사람을 위로하는 시를 쓰면서 살아온 삶이었고, 이는 곧 동백꽃 같은

삶이었네요.


다음 시도 한번 보겠습니다.


---------------------------------------------


<삶이 무거우니>


삶이 무거우니

몸도 무겁네

몸이 무거우니

맘도 무겁네


고향에 갈 때는

몸도 맘도

가볍게 해달라고

흰 구름에게 부탁한다

꽃들에게 부탁한다

새를 보고 부탁한다


아직은 살아서

행복한 내가

웃고 또 웃는다


기쁘게 떠나려고

가볍게 오르려고


---------------------------------------------


이번 시집은 수녀님이 투병 중에 있어서인지 아픔, 무거움, 병, 등에 대한

말이 많이 담겨 있습니다. 이 시도 몸과 마음이 무거운 현실에 대한 토로가

있지요. 하지만 거기에 머무르지 않고 살아서 행복하다고 웃는다고 합니다.

병을 잘 달래고 이겨나가시기를 기원해 봅니다.


다음 시도 한번 보겠습니다.


----------------------------------------------


<햇빛 일기>


오늘도

한줄기 햇빛이

고맙고 고마운

위로가 되네


살아갈수록

마음은 따뜻해도

몸이 추워서

얼음인 나에게


햇빛은

내가

아직 가보지 않은

천상의

밝고 맑은 말을

안고 와

포근히

앉아서

나를 웃게 만들지


하루를

살아야겠다


--------------------------------------------


이번 시는 너무도 당연하게 우리에게 주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는

“햇빛”의 고마움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문득 양광모 시인의 “무료”라는 시가

떠오릅니다.


<무 료>

       양 광 모


따뜻한 햇볕 무료

시원한 바람 무료


아침 일출 무료

저녁 노을 무료


붉은 장미 무료

흰 눈 무료


어머니 사랑 무료

아이들 웃음 무료


무얼 더 바래

욕심 없는 삶 무료


------------------------------------


이 시와 많은 부분이 정서적으로 겹쳐짐이 느껴집니다. 시인은 따뜻하고 밝은

햇빛을 보면서 감사함을 말하고 위로가 됨을 고백합니다.

또한 이를 통해 힘을 얻어 오늘 하루를 살아가겠다고 다짐합니다.


사실 우리한테 자연에서 주어진 것들은 안광모 시인의 말처럼 그 큰 가치에 비해

저절로 온 것들이 참 많습니다. 우리가 어디 가든지 마시게 되는 산소를 가격으로

매긴다면 얼마나 되겠습니까? 하늘에서 내려오는 햇빛, 비, 눈도 돈을 주고 살 수

없는 것이지요.


다시한번 우리는 많은 일상에 감사하고, 저절로 주어진 것들에 기뻐하고

이를 기꺼이 향유할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리라 생각이 듭니다.


오늘 하루도 감사하는 삶이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한시(漢詩)로 여는 아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