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을 따뜻하게 해주는 사색”
<교양 브런치>
--“내 삶을 따뜻하게 해주는 사색”
강 일 송
오늘은 이 시대 대표 논객 중 한명으로 일컬어지는 강준만 교수의 새로운 저작을
한번 보려고 합니다.
저자인 강준만(1956~)교수는 성균관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중앙일보 수습기자로
입사했다가 다시 MBC라디오국 PD로 일했다고 합니다. 이후 미국 조지아대학교
신문방송학과에서 석사, 위스콘신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전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로 재직중에 있습니다.
저서로는 <평온의 기술>, <감정 동물>, <감정 독재>, <생각의 문법>,
<미국은 세계를 어떻게 훔쳤는가>, <갑과 을의 나라>, <한국 현대사 산책>, <미국사 산책>
등 외 많은 책이 있습니다.
그는 밝은 뉴스를 지향하며 “선샤인뉴스”를 창간했고 여기에 올렸던 글을 묶어 만든
책이 이 책이라고 합니다.
한번 보시겠습니다.
============================================================
★ “밝은 뉴스”가 넘치는 세상을 꿈꾸며
요즘은 뉴스의 홍수 시대입니다. “개가 사람을 물면 뉴스가 아니지만 사람이 개를 물면
뉴스”라는 오래된 명언이 말해주듯이, 뉴스는 ‘예외’에 집착합니다.
우리 주변을 둘러봅시다. 사기, 횡령, 절도, 폭행, 강도, 살인 등과 같은 범죄는 아무리
많이 일어난다고 해도 우리의 일상적 삶에서 예외적인 것들입니다. 그런데 뉴스는
늘 이런 예외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런 뉴스의 홍수 때문에 우리는 필요 이상으로 세상을 각박하고 살벌한 곳으로
인식합니다. 모든 사람이 그렇게 생각하면 실제로 세상은 각박하고 살벌한 곳으로
되고 맙니다. 저는 수십 년간 언론을 공부해온 언론학자로서 나름의 근거를 갖고
감히 주장합니다. 이제 뉴스의 정의와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말입니다.
어느 지역이건 지방 뉴스는 더욱 어둡고 부정적입니다. 주요 뉴스 메뉴가 ‘지방 낙후’
를 고발하면서 중앙의 지원을 요구하는 것들이기 때문입니다. 좀 과장되게 말하자면
‘하루빨리 지방을 떠나라!’고 재촉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그런 뉴스가 오히려 지방을 망친다는 확신을 갖고 학생들과 함께 ‘선샤인 뉴스’
라는 인터넷신문을 창간했습니다. 밝은 뉴스를 중심으로 제가 살고 있는 전주와 전라
북도에 활력을 불어넣어보자는 취지였습니다.
‘선샤인 뉴스’가 결국 실패로 끝났지만 이때 올린 글들을 모아서 이 책을 만들었습니다.
★ 미운 사람도 뒷모습을 보면 용서할 수 있다.
이어령 선생의 말입니다. 사랑하던 연인과 헤어질 때 연인의 뒷모습을 보신 적이
있나요? 뒷모습은 왠지 슬퍼보이지요. 뒷모습에 대한 너그러움, 그걸 세대 갈등에
적용시켜 보면 어떨까요? 세대 갈등이 치열했던 2006년 2월 이어령 선생은 이렇게
호소했지요.
“젊은 세대들은 기성세대들을 죄악시해서는 안 됩니다. 이 지상에는 우리보다 잘사는
사람이 많지만 남의 가슴에 못질하지 않고, 피눈물 흘리지 않게 하고 이만큼 사는
대한민국 같은 나라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하세요. 우리가 남겨두고 가는 뗏목이
삐걱거린다고 탓하지 말고 두 손으로 불끈 그 키를 잡으세요.”
뒷모습이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미운 사람이 생길 때엔 꼭 그 사람의
뒷모습을 보도록 합시다.
★ 어디 가십니까?
우리 한국인들이 자주 쓰는 인사말입니다. 버릇 때문에 그 질문을 던져놓고 내심
“아니 내가 왜 남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지?”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습니까?
이규태 선생은 그게 정(情) 때문에 생겨난 말이라고 했지요.
프라이버시를 소중히 생각하는 외국인들에게 분노를 유발할 이 말이 정을 나누는
인사말로 정착한 것은 조상들이 살아온 사회의 정착성을 별나게 강해 정이라는
접착제로 억세게 엉켜 있어 떠난다는 것에 원천적인 거부감을 갖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미국 카트리나의 재난에서 수십만 명의 이재민이 생겼는데 그 난민 수용소에서 한국인을
찾아볼 수 없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흑인, 일본, 중국, 태국, 베트남 등 다른 난민
들은 득실거리는데 재해지역에 3000명이나 살고 있다는 한국인들을 수용소에서 찾아
볼 수 없다는 것에 세상의 눈들이 초점을 맞추었지요. 대부분의 한국 난민은 인근
지역 한국인의 집이나 한국 교회에 흡수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더러는 아는 사람도
있을 수 있지만 서로 모르면서 집에 들일 수 있는 이 정신자원이 바로 ‘잘살건 못살건
함께 살지 가기는 어디 가십니까’라는 이역만리에서의 한국 정의 표출인 것입니다.
듣고보니 그렇네요. “어디 가십니까?”
★ 상대방의 가슴에 감동을 주는 최고의 방법은 그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다.
미국의 데일 카네기가 한 말입니다. 찰스 다윈도 사람들이 서로에게 매력을 느끼는
이유를 나열하면서 ‘태도와 관심의 유사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연인들에게 사랑의 전략을 소개하는 레일 라운즈도 그의 저서에서 처음 만나서 상대를
사로잡고 싶다면 서로 유사하다는 것을 보이라고 조언합니다.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도 심리학자들도 위에 소개한 카네기의 처세술과 인간관계학에
탄복한다면서 “상대방에게 소중한 것을 이야기하라”고 주문합니다.
===================================================
오늘은 많은 이슈를 만들어내기도 하고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하는 이 시대의 논객
강준만 교수의 책을 함께 보았습니다.
저자는 이 책을 쓰게 된 서두의 설명에서 자극적인 뉴스들의 홍수 시대를 살고 있는 현대인
들에게 이런 뉴스만 있는 것이 아니라 따뜻하고 인간미 넘치는 밝은 뉴스들도
충분히 많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선샤인뉴스“라는 인터넷신문을 만들었고
이를 정리한 것이 바로 이 책이라는 것이었습니다.
현대는 정말 정보의 과잉을 넘어서 홍수의 시대입니다. 과거에는 라디오, TV를 통해
정보를 얻었다면 요즘은 손에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으로 실시간으로 쉴새없이 새로운
자극적인 뉴스를 전달받습니다. TMI(too much information)이라는 말도 있지요.
이런 뉴스의 홍수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휴식하게 해주는 것이 반드시 필요할 것이고
여기서 더 나아가 저자의 말처럼 훈훈하고 밝은 뉴스를 자주 접하는 것이 좋으리라
생각합니다.
저자의 많은 이야기들 중 인상깊은 3가지 정도 이야기를 가져와 보았습니다.
그 첫 번째는 미운 사람도 뒷모습을 보면 용서할 수 있다. 라는 말이었습니다.
아무리 미운 사람도 뒷모습을 보면 삶의 무게가 놓여있는 어깨와 등을 보게 됩니다.
헤어져서 뒤돌아서는 가족이나 연인의 뒷모습은 참으로 애잔합니다. 현대사회에서
갈등을 겪는 세대간이나 지역갈등의 당사자들도 서로의 뒷모습을 보면 마음이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두 번째 이야기는 어디 가십니까?라는 우리 민족 특유의 인사말에 대한 통찰이 깃든
이야기였습니다. 우리는 과거, ”진지 드셨습니까?“라고 어른에게 인사드리고,
친구들 사이에는 ”밥 먹었나?“라는 인사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오늘 저자가 언급한
”어디 가십니까?“라는 말도 많이 하였지요. 또한 자녀를 부를 때도 ”우리 딸“,
”우리 아들“이라고 합니다. 깊이 생각해보면 My daughter이지 Our daughter가
아니지요. 이 모든 것이 못 살던 시절 밥은 안 굶고 먹었는지가 큰 인사가 되었던
것이고, 한 지역에 정착해서 옆집의 숟가락 숫자까지 알던 사이에서 얻은 정이
”어디 가십니까?“라는 인사를 만들어낸 것이지요. 우리 딸, 우리 아들 이라고 하는
것도 우리 특유의 공동체 집단문화에서 나오지 않았을까 합니다.
마지막으로 데일 카네기의 말이었는데, 모든 처세와 인간관계의 기본은 상대방을
알려고 하고 이해하려고 하고 배려하는 데서 출발함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오늘 주위의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에게 그 사람이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대상
이나 무언가에 대해 관심을 표해주고, 이해해주고 감탄해주는 말을 건네보시면
어떨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