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인문학>
--“커피는 세상을 어떻게 유혹했는가”
강 일 송
오늘은 세상에서 원유 다음으로 물동량이 많으며, 세계 곳곳에서 인간의 삶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자리를 하고 있는 커피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저자인 박영순 교수는 충북대학교 미생물학과를 나오고 같은 대학원 유전공학과에서 공부
했으며 세계일보 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습니다. “메트로” 창단 멤버로 참여한 뒤
식음료 향미 탐구에 심취하면서 와인 블렌더, 위스키 블렌더, 사케 소믈리에, 차 테이스터,
커피 로스터 등 다양한 자격증을 취득하고 디플로마 과정을 밟았다고 합니다.
2013년 “포커스” 편집국장을 끝으로 21년간 언론인 생활을 마감한 뒤 국내에서 최초로
“커피 인문학”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강의를 시작했습니다. 커피 분야를 개척한 공로로
2017년 세계 3대 인명사전 중 하나인 ‘마르퀴즈 후즈 후’에 등재 되었고 2017년 국내
처음으로 청주 서원대학교 교양학부에 ‘커피인문학’이 개설되어 강의하고 있습니다.
그의 커피 이야기를 함께 들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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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피의 기원은 ‘에티오피아’
커피의 기원을 두고 에티오피아와 예멘은 오래도록 경쟁을 벌였다. 결국 과학적 탐구
끝에 유전자 분석으로 에티오피아가 커피의 시원지로 밝혀졌지만 커피나무가 에티오피아
에서 처음 자라나 예멘으로 전해져서 번성했다는 사실은 지금은 상식으로 통한다.
인류의 역사에서 커피나무를 처음으로 경작한 나라가 예멘이며, 커피나무가 이곳에서
네덜란드와 프랑스를 거쳐 아시아와 아메리카로 퍼져 나갔다.
에티오피아는 험준한 산악지대로, 지금까지도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깊은 계곡이 많고
식물학자들이 새로운 종자를 찾기 위해 몰려드는 곳이라 한다. 3,000여 종의 종자가
그 유래를 에티오피아에 두고 있다.
★ 커피의 전파자, 이슬람세계
커피는 에티오피아에서 나일강 루트를 통해 이집트로, 또 하나는 홍해를 건너 예멘으로
전해졌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메카를 중심으로 이슬람권에 커피를 널리 퍼뜨린 일등공신
은 신비주의 수피교 수도승들이다. 이들은 종교의식에 커피를 사용했는데 이를 통해
영적 황홀감을 맛보고 신과의 합일에 도달한다고 믿었다. 13세기 몽골이 아랍을 침략
하자 피난길을 따라 커피는 이라크, 시리아, 레바논, 오스만제국(터키)까지 퍼져나갔다.
★ 유럽으로 커피의 전파
커피 역사에서 16세기 오스만 제국이 등장하고 17세기 초 이탈리아 베네치아를 통해 커피
는 유럽에 상륙하였다. 커피가 이슬람권에서 유럽 기독교권으로 전파된 경로를 추정할
때 또 하나의 큰 축을 이루는 것이 ‘오스만 제국의 베오그라드 점령’이다. 오스만 제국이
커피를 처음 들여온 셀림1세가 1520년에 죽자 그의 아들 술레이만 1세가 10대 술탄이
되었고 그는 46년 간의 통치기간에 13차례의 해외원정을 했고 지중해 해상권을 장악
했는데 이 시기에 커피가 유럽에 전해졌을 가능성이 크다.
★ 커피하우스의 탄생
유럽 최초의 커피하우스는 1645년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문을 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어 1650년 영국 옥스퍼드대학에 야곱이라는 유대인이 커피하우스를 연다. 옥스퍼드
대학의 커피하우스는 최초의 레스토랑으로도 기록된다.
1562년에는 런던 최초의 카페 ‘파스카 로제’가 문을 연다.
프랑스 최초의 카페는 1686년 이탈리아 출신이 만든 ‘카페 르 프로코프’다.
미국에서 커피를 마셨다는 첫 기록은 1668년이고, 보스턴에 살던 도로시 존스라는 인물이
최초의 커피 판매 허가를 받은 것이 1669년이며, 이는 미국 최초의 커피하우스로 알려졌다.
뉴욕 최초의 커피하우스는 1696년의 ‘더 킹스 암스’다.
★ 비엔나 커피의 탄생
커피가 유럽에 전파된 경로가 하나 더 있다. 1683년 오스만제국의 침공으로 시작된
‘빈 전투’다. 오스만제국 공격에서 오스트리아를 사수한 이 전투는 이슬람의 공격에서
유럽의 기독교 국가 전체를 지켜낸 것으로 평가받는다. 오스만제국은 물러나면서
커피 생두를 남겨놓은 채 퇴각했고, 아랍 지역 출정이 잦아 커피의 가치를 잘 알던
군인 조지 프란츠 콜시츠키가 이를 활용해 1683년에 빈에 커피하우스를 열었다.
비엔나 커피는 마부들이 흔들리는 마차에서도 커피를 흘리지 않도록 생크림을 얹어
먹은 것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다. 이 때문에 정작 오스트리아에서는 ‘마부의 커피’
라는 뜻의 ‘아인슈패너 커피’라고 하는데, 어쨌든 유럽인의 손에 들어간 커피는 맛과
멋으로 치장하게 된다.
★ 커피 추출법의 탄생
1908년 독일의 멜리타 벤츠가 삼출과 여과를 통합한 드립법으로 커피 추출법의 새
지평을 열었다. 종이 필터를 사용하는 동시에 커피를 물에 잠기게 하지 않고 양철
드리퍼를 통과시킴으로써 위장에 부담이 되는 지방산과 잡맛을 획기적으로 줄인 것이다.
이탈리아에서는 1906년 밀라노 만국박람회에 ‘Cafe Express’라는 글자가 선명한 원통형
머신이 등장해 시선을 사로잡았다. 루이지 베제라가 커피를 빨리 추출하기 위해 증기압을
이용하도록 만든 머신이다. 그전에는 커피 한 잔에 4-5분이 걸렸지만 이 기계는
증기압을 이용해 25초 만에 커피 한 잔을 만들었다. 하지만 물의 끓는점이 증기압
에 의해 100도를 훌쩍 넘으면서 쓴맛과 탄맛이 강했는데, 1938년 아킬레 가이차가
압력을 가하는 방식을 피스톤으로 바꾸면서 물의 과도한 온도를 해결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기막힌 일이 벌어진다. 증기압을 이용했을 때 1.2~1.5기압에 그치던
압력이 9기압을 넘어서면서 추출된 커피에 크레마가 생겨났다. 향기를 품은 미세한
거품인 크레마 덕분에 향미의 풍성함은 차원이 달라졌다. 이 맛에 감동한 이탈리아
사람들은 크레마가 있는 커피만을 에스프레소라고 부르기로 했고, 이때부터 에스프레소
머신의 추출 압력이 최소 9기압을 넘게 되었다.
★ 예술가들과 커피
커피는 문학가와 예술가들에게 밤새워 창작의 혼을 불태우게 한 요긴한 음료였다.
카페인은 작가의 지성의 각성뿐 아니라 불합리에 맞서는 시대정신도 일깨웠다.
프랑스에서 카페는 혁명을 불러일으키는 도화선으로 작용했다. 대서양을 건너
미국에서는 커피가 독립혁명을 촉발한 보스턴 차사건의 중요한 오브제로 작용했다.
음악의 아버지라 불리는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는 흔히 ‘커피 칸타타’로 알려진
<칸타타 BWV211>을 1732년 작곡하였다. 커피를 광적으로 좋아하는 딸과 커피를
그만 마시라고 다그치는 아버지가 승강이를 벌이며 주고받는 풍자적인 아리아가
인상적이다.
프랑스에서는 볼테르, 장 자크 루소, 빅토르 위고, 아튀아르 랭보 등이 카페의 단골
이었다고 한다.
독일에서는 괴테, 슈만, 바그너 등이 카페를 애용하였고, 특히 괴테는 하루에 커피를
20-30잔을 마셨다고 한다.
슈베르트도 소문난 커피 애호가로 낡은 원두 그라인더를 ‘재산목록 1호’라고 자랑했고
그의 가곡 <죽음과 소녀>는 커피를 분쇄하면서 향기를 감상하다가 갑자기 악상이
떠올라 쓴 곡으로 알려졌다.
베토벤은 오전에 작품 쓰기를 좋아했는데, 그는 모닝커피용으로 손수 원두 60알을
골라낸 뒤 추출하게 했다. 그래서 커피에서 ‘60’은 ‘베토벤 넘버’라고도 불린다.
원두 60알은 8-10그램으로 오늘날 에스프레소 한 잔을 뽑는 데 사용하는 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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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우리 현대인의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동반자가 된 커피에 관한 이야기를
전문가의 입을 통해 들어보았습니다.
커피의 기원은 에티오피아였고, 이를 계승 전파한 공은 예멘에 있었네요.
이슬람세계에서 먼저 음용하기 시작한 커피는 이슬람과 무역을 많이 하던 베네치아가
유럽에 먼저 들여왔고, 오스만제국이 유럽을 침공하면서도 커피는 함께 전해졌습니다.
이후 미국의 보스턴으로 전해진 커피는 스타벅스를 위시한 대기업 브랜드로 전세계로
더욱 확산되게 됩니다.
지금 우리나라도 한집 건너 커피전문점이 있을 정도로 커피소비의 대국이 되었지요.
예전에는 다방을 중심으로 커피 문화가 융성하였고, 커피 믹스의 등장, 커피 자판기로
인해 커피는 점점 대중화됩니다. 이제는 좀 더 커피의 깊은 맛을 느끼기 위해
스페셜티 커피 전문점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지요.
커피를 마시는 시간을 “커피 브레이크, Coffee break”라 하고 차는 “티 타임, Tea time”
이라 부르듯 두 음료는 미묘한 차이가 있습니다. 커피는 좀 더 각성을 위한 음료, 이성
의 음료이고 차는 여유를 즐기는 듯한 이미지가 존재합니다.
예술가들의 커피애호를 보면 더욱 드러나지요. 수많은 시간을 창작에 몰두해야 했던
작곡가, 문학가들은 커피를 20잔 이상 하루에 마실 정도로 집착을 하기도 합니다.
괴테, 볼테르, 루소, 위고, 랭보, 바흐, 슈베르트, 베토벤까지 엄청난 인물들이 커피를
사랑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비엔나 커피의 시작이 마부들이 마차를 타면서 흘리지 않게 생크림을
얹어 마셨다는 이야기와, 9기압의 마법으로 만들어진 크레마 이야기였네요.
이탈리아에서는 휴게소에서 마시는 커피도 싼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기가막힌 맛을
내었고, 오스트리아에서 맛본 커피도 환상적이었습니다.
무엇이든지 모르는 것보다 알고 바라보면 새로운 느낌이 들 듯이, 커피도 좀 더 알고
공부하고 마신다면 좀 더 풍요롭게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잠시 커피 브레이크 타임을 가져서 커피 한잔 드셔보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