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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헌 서재 Oct 17. 2018

<유럽 문화사>

<유럽 문화사> 도널드 서순

--“The Culture of the Europeans, 1800-1830”


                                              강 일 송


오늘은 문화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그중에서도 유럽의 문화, 특히 1800년부터

1830년에 걸친 내용을 가지고 풀어나가는 책입니다.


저자인 도널드 서순(1946~)은 이집트 카이로에서 출생했고 파리, 밀라노, 런던, 미국

등지에서 공부했습니다. 펜실베니아 주립대학교에서 석사학위를, 런던대학교 버크벡

칼리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현재 런던대학교 퀸메리 칼리지에서 유럽 비교사

교수로 재직하고 있고 저서로는 “현대 이탈리아”, “사회주의 100년”, “모나리자”,

“무솔리니와 파시즘” 등이 있습니다.


오늘은 이 책의 총론에 해당하는 문화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먼저 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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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가 흘러넘치는 현대


오늘날은 문화적 산물이 풍부하게 공급되는 시대이다. 지금의 상황을 아주 많은 이들이

아주 당연하게 여기고 있지만 이렇게까지 되는 데는 사실 오랜 시간이 걸렸다.

200년 전인 1800년에 일반 대중의 대부분은 읽거나 쓸 수 없었다.


학교 교육은 의무가 아니었다. 대학에는 극소수의 엘리트만 다녔다. 유급휴가도 없었다.

사람들은 퇴직을 하지 않았지만, 어차피 젊어서 죽었다. 사람들 대부분은 책을 살 돈이

없었고, 들판이나 공장으로 일하러 다니는 이들은 거의 아무것도 읽지 않았다.


음악이라고 해봐야, 일요일에 동네교회에서, 또는 1년에 몇 번 열리는 축제 등에서 경험

하는 것뿐이었다. 간혹 싸구려 소설이나 발라드가 있었지만, 독서의 즐거움은 대체로

중간계급에 한정되어 있었고 그나마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였던 대영제국에서도

좁은 소수의 계층이었다. 물론 특권은 귀족이 대부분 누렸다. 연주회나 쇼와 마찬가지로

책도 그들은 쉽게 이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1800년에는 제 아무리 귀족이라도 2000년의 평범한 상점 점원보다 문화적으로

궁핍한 상태였다. 지난 200년에 걸쳐 문화소비가 엄청나게 증가한 것이다.


★ 문화와 문화생산


문화란 이상하고 함의가 많은 말이다. 일반적으로 문화는 인류학적인 의미로 주로 사용

되었는데, “폭넓은 민족지학적 의미에서 문화나 문명이란 인간이 사회의 한 구성원

으로서 획득한 지식, 믿음, 예술, 도덕, 법률, 관습을 비롯한 다른 모든 능력과 습관을

포함하는 그 복잡한 전체를 말한다.”

문화는 현대적인 표현을 쓰자면 “생활 양식”이다.


문화의 근대적 기원은 계몽주의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데, 지금의 관점으로는

너무 순진하다고 말하겠지만, 1787년에 콩도르세는 “이 행성에 문명이 넒게 펼쳐지면

전쟁과 정복, 노예제와 빈곤이 사라지는 것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라고 하였다.


문화라는 말은 최근 수십 년 동안 급격히 확산되었는데, 책은 대출도서관, 신문연재물,

서점을 통해 유통이 되었고, 영화는 영화관과 텔레비전을 통해 배급되었다. 음악은

연주회장에서 공연된 뒤, 음반과 라디오프로그램으로 유통되며, 최근에는 인터넷에서

내려 받는다.

또한 한 시대의 고급문화는 다른 시대에는 대중문화가 되기도 한다.


문화는 자신의 시장을 창조한다. 문화의 생산은 더 많은 문화를 향한 욕망을 부추긴다.

문화산업은 자신을 먹이로 삼는 무한한 쾌락산업이다. 이런 뜻에서 모든 소비는 쾌락

주의적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음식, 옷, 자동차, 가구, 기계장치 등등 가릴 것이 없다.

문화생산자는 이 점을 의식한다. 그러나 소비의 쾌락은 소유의 쾌락이기도 하다.


소비자는 결코 고립된 개인으로서 소비의 대상과 마주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다른 이들은 가지지 않은 것을 원하면서, 동시에 모두가 갖고 있는 것을

원한다. 시장 안에 있다는 것 자체가 사회적 행위다.


★ 문화와 돈


어떤 문화이론가들은 ‘대중’문화를 소비자문화로 규정한다.

오늘날 적어도 서양에서는 사람들이 200년 전보다 살림이 나아지고 돈과 시간이 더

많고 교육도 더 많이 받기에 문화의 소비가 엄청나게 늘어났다.


청중은 200년 전의 문화생산자들이 상상도 못할 만큼 늘었다. 바흐가 300곡 가까운

칸타타를 쓴 것은 엄밀하게 말하자면 라이프치히의 성토마스 교회의 회중을 위해서였다.

<요한 수난곡>, <마태 수난곡>, <B단조 미사>, <푸가의 기법>도 마찬가지다.

오늘날 바흐의 작품은 비록 히트곡 인기 순위에는 못 오를지 몰라도, 그가 예상은커녕

꿈도 꾸지 못했던 엄청난 수의 청중과 만나고 있다.


인류는 전쟁수행 능력을 발전시켜 전보다 빠른 속도로 더 많은 사람들을 죽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문화도 더 많이 소비한다. 인류는 다양한 방식으로 문화를 소비하는데, 무엇보다

시장에 의존한다.

물론 많은 문화가 현금거래관계 밖에서 교환되기도 한다. 우리는 대화를 나누고, 서로

음악을 연주해주고, 농담을 한다.

문화에서 곧 돈이 핵심이지만, 그렇다고 돈이 다는 아니다.


★ 문화적 경향, 동질성과 표준화


19세기의 문학, 특히 대중소설 분야는 프랑스와 영국이 지배했다. 기악에서는

독일과 러시아가 지배했다. 오페라는 이탈리아가 통치했다. 멜로드라마는 프랑스에

속했다. 오페레타는 처음에는 프랑스 것이었지만, 그후에는 오스트리아로 넘어갔다.

문화적 과정은 흥망이 있고 문화적 산물은 한 나라에서 다른 나라로 전개해 가기도 하고

현지 환경에 적응해서 다른 매체로 변화하기도 한다.


하지만 장기적인 경향은 소비, 통신, 국제교역의 성장이라는 전체적 패턴을 따라 더 큰

동질성과 표준화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었다.


표준화의 한 예를 보자면, 세계의 거의 모든 곳에서는 이제 법적으로 한 해가 1월 1일에

시작된다. 그러나 이런 관습은 최근에 나타난 것이다. 중세에 독일, 스위스, 포르투갈,

스페인에서 한 해는 크리스마스에 시작되었다. 베네치아에서는 3월 1일에 시작되었다.

영국에서는 3월 25일에 시작되었다. 프랑스에서는 부활절(물론 해마다 바뀐다)에 시작

되었는데, 샤를 9세 때인 1564년에 이르러 1월 1일이 공식적인 한 해의 출발점으로

채택되었다. 러시아는 표트르 대제 치세인 1725년에 그 뒤를 따랐고, 영국은 1752년에

따랐으며, 그 뒤에 나폴레옹은 이 제도를 유럽의 많은 지역에 강요했다.


★ 문화적 산물의 가치


문화적 산물에는 상징적 가치가 있다. 그것은 정체성을 규정하기도 한다.

위엄과 명성을 부여하고, 일자리를 제공한다. 정보를 제공하고 위로를 해준다.

우리가 시간을 즐겁게 보내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


또한 전쟁, 병마와 싸우는 일, 먹거리와 집을 확보하는 것처럼 묵직한 일들에 비교해서

하찮아 보일지 모르지만, 이런 문화생활을 추구하는 데 그렇게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야말로 문화와 문명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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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유럽의 문화를 관통하는 역사적 사실과 방대한 내용의 문화에 대한 담론을 담고

있는 세계적인 학자의 뛰어난 저작을 함께 보았습니다.

그중에서도 아주 총론적인 내용으로 문화의 정의부터 현대에까지 이르는 의미와 가치에

대한 다양하고 충실한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저자는 문화라는 키워드를 정말 엣지있게, 통찰이 가득한 시각을 가지고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주고 있습니다.


역사에서 볼 때 아주 가까운 최근이라 할 수 있는 200년 전만 하여도 극소수의 귀족이

아니면 독서를 포함한 음악감상, 미술감상 등 문화예술 활동을 거의 접하기가

힘들었습니다. 일부의 식자층 아니면 평생 글을 읽을 줄도 모르고 읽은 적도

없이 일생을 마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현대에 이르러서는 작은 가게의 점원일지라도 200년 전의 귀족보다

더 많은 문화적 산물, 컨텐츠를 소비한다고 합니다.

계몽주의의 역할로 인해 문화의 대중화는 시작이 되었고, 그 당시 순진했던

학자들은 문화가 모든 대중들에게 확산되면 전쟁도 없어지고 아주 이상적인 사회가

되리라 예측하기도 했다고 하지요.


현대에서는 자본주의와 함께 어우러져 문화는 소비라는 개념과 결합이 되는데

대중문화는 소비자 문화와 동일시 되기도 합니다.

저자의 탁월한 사고의 일면을 보여주는 문장이 있는데,

“우리는 다른 이들은 가지지 않은 것을 원하면서, 동시에 모두가 갖고 있는 것을

원한다. 시장 안에 있다는 것 자체가 사회적 행위다.” 라는 문장이었습니다.

현대 소비사회 속의 대중 심리를 정확히 표현하고 있지요.


대중을 벗어나 홀로 다른 이들이 가지지 않는 것을 추구하면서도, 동시에 모두가

갖고 있는 것을 가지기를 원하는 이중성은 소비의 심리를 적확하게 나타냅니다.


또한 저자는 문화 컨텐츠 생산자인 예술가의 입장에서 볼 때, 바흐는 하나의 조그만

교회의 성도들을 위한 작곡을 하였지만, 지금은 수백 년에 걸쳐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작품을 소비하는 청중으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문화의 특징으로 동질성과 표준화를 향해 나아간다는 것이었는데, 한 해의 시작이

나라마다 달랐다는 것이 흥미롭네요. 한 해의 시작이 크리스마스, 3월 1일, 3월 25일,

부활절 등 다양하던 것이 점차 1월 1일로 합쳐지는 동질화, 표준화가 일어났군요.


문화는 분명히 소비와 연관이 크고, 돈(자본) 등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었지만

모든 문화가 다 돈과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니고 문화적인 생활의 영위과 문화적 산물의

소비는 개인적인 취향과 영감, 선호가 분명히 함께 큰 영향을 준다고 하겠습니다.


문화란 생활양식 그 자체이고, 또한 현대 자본주의에서 소비의 대상임을 인정한다면

과거 귀족보다 더 많은 문화적 혜택을 누리고, 얼마든지 수준 높은 문화를 영위할 수

있는 현대에 태어난 것이 얼마나 운이 좋고 행복한 일인지 모르겠네요.


오늘도 문화의 향기가 배어있는 소중한 하루 가꾸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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