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도리, 人間道理>
--“인간도리, 인간됨을 묻다”
강 일 송
오늘은 우리가 흔히 접하는 한자의 구성과 뜻을 깊이 들여다보고 그 안에서
인간다움을 찾고자 하는 책을 한번 보려고 합니다.
저자인 한정주(1966~) 작가는 동국대 사학과를 졸업했고, 역사와 고전의
현대적 가치와 의미를 재발견하고 새롭게 해석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 저술
및 강연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문장의 온도>, <조선 최고의 문장 이덕무를 읽다>, <율곡 인문학>,
<천자문 인문학>, <한국사 전쟁의 기술> 등등 많은 작품이 있습니다.
한번 보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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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恕 용서할 서
내가 하고 싶지 않은 것은 남에게도 강요하지 말라.
‘용서할 서(恕)’ 자는 ‘같을 여(如)’와 ‘마음 심(心)’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한자에는 인간관계에서 다른 사람을 용서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가
잘 담겨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입장과 처지 혹은 상황과 태도와 ‘같이(如)’
되어 보는 ‘마음(心)’이 바로 용서라는 얘기입니다.
‘용서’의 핵심은 ‘사람의 마음은 같기 때문에 자신의 마음을 살피고 헤아려서
다른 사람의 마음을 미루어 생각하는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어느 날 제자 자공이 공자에게 사람이 죽을 때까지 실천해야 할 것을 한마디로
말한다면 무엇이냐고 묻자, “그것은 서(恕)”다 라고 답변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하고 싶지 않은 것은 다른 사람도 하고 싶지 않을
것이므로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지 않는 것”이라 한 것입니다.
★ 賢, 어질 현
베풀지 않는 자의 부유함은 결코 오래갈 수 없다.
‘어질다’는 뜻을 갖고 있는 ‘현(賢)’자는 ‘어질 현’ 과 ‘조개 패(貝)’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화폐경제가 발달하기 이전에 중국에서는 화폐대용으로 조개를 사용
했습니다. 이 때문에 조개는 재화, 재물을 상징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어질 현자는 많은 재화와 재물을 가지고 있으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어
구휼한다고 해서 ‘어질다’는 뜻이 되었다고 합니다.
황금보다 세상 사람들에게 베풀고 나누는 덕을 더 소중하게 여기게 되면
부유함을 오래도록 유지할 수 있습니다만 재물을 모으고도 나눌 줄 아는
사람은 흔치 않습니다.
★ 禮, 예절 예
본성과 욕망을 거스를 때 인간은 더 인간다워진다.
‘예절 예(禮)’자는 ‘보일 시(示)’와 ‘풍년 풍(豊)’으로 이루어져 있는 한자입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풍’자는 ‘그릇(豆)’위에 음식을 가득 담아 신에게 바치는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즉 풍성한 음식을 차려놓고 신에게 올리는 행위를
“예절을 다하였다.”고 하여 ‘풍’이란 한자가 예절을 뜻하게 된 것입니다.
이런 풍자와 보일 시자가 합쳐져 풍성한 음식을 차려 신에게 올리는 제사를
만천하에 보여주는 의식을 예절을 다하였다는 것으로 보면 됩니다.
과거 자연의 힘에 크게 지배받았던 옛사람들은 신에 대한 공경심과 경외심이
아주 높았습니다. 그래서 신에게 올리는 제사의식에 모든 정성과 노력을
다 쏟아야 한다고 여겼습니다.
순자는 성악설을 주장했는데, 인간은 태어나서부터 시기하고 미워하는 마음이
있으며 잔악하고 해치는 마음이 있다고 합니다. 또한 굶주리면 먼저 먹고 싶어
하고, 피곤하면 먼저 쉬고 싶어 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지요.
하지만 먼저 먹지 않고 윗사람에게 사양하는 것, 먼저 쉬지 않고 타인을 먼저
쉬게 하는 것은 예절을 배우고 익혔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이렇듯 예절과
도리를 교육하고 교화함으로써 인간의 사악한 품성과 욕망을 선한 품성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이 예(禮)에 담긴 순자의 견해입니다.
★ 完, 완전할 완
완전함을 좇지 말고 불완전함을 긍정하라.
‘완전할 완(完)’자는 ‘집 면(宀)’과 ‘으뜸 원(元)’으로 구성되어 있는 한자입니다.
‘으뜸 원(元)’은 ‘위 상(上)’의 옛글자인 ‘두 이(二)’와 사람의 다리 모양을
본떠 만든 ‘어진 사람 인(儿)’을 합쳐서 만든 글자로, ‘으뜸’이라는 뜻 말고도
사람의 ‘머리’라는 뜻을 갖고 있습니다.
이렇게 보면 완자는 사람의 머리를 집이 둘러싸서 보호하고 있는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사람의 몸 가운데 가장 중요한 머리를 둘러싸고 보호
하는 집은 어떤 빈틈이나 결점 없이 완전무결해야 한다고 해서 ‘완전하다.’는
뜻이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완전하다’는 말은 나쁜 말은 아니지만 좋은 말도 아닙니다. 왜 좋은 말이
아닐까요? 세상에 완전한 것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완전하다’는 잡으려고 해도 잡을 수 없는 무지개나 신기루와 같은 존재
입니다. 오히려 세상에 완전한 것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사람도 완전할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게 훨씬 더 현명합니다.
사람음 모두 불완전하고 불완벽한 존재로 태어나서, 불완전하고 불완벽한
존재로 살다가 불완전하고 불완벽한 존재로 다시 자연으로 돌아갑니다.
이러한 사실을 받아들이고 불완전하고 불완벽한 자신조차도 긍정하면서
‘자기답게 사는 것’이 훨씬 더 지혜롭고 현명한 삶이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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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한자의 구성과 뜻을 통해서 이 세상의 원리를 풀어보고 가르침을
주는 책을 함께 보았습니다.
여러 한자 중 네 가지 정도를 추려서 살펴보았습니다.
첫 번째는 용서할 서(恕) 였습니다.
서(恕)자는 공자가 죽을 때까지 실천해야 할
덕목으로 꼽았기 때문에 유학에서는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사람의 마음은 다 똑같기에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 이것은 다른 성어인
‘역지사지,易地思之’와도 맥이 통한다 하겠습니다.
자신과 남을 다르게 보지 않는 것, 그 마음에서 비로소 모든 도와 예가 출발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두 번째는 어질 현(賢)자 였습니다.
현(賢)을 풀어쓰면 재물을 타인에게 잘 베푸는 것이 어질다의 한자 구성의 의미
이네요. 사람의 심리는 가지면 가질수록 더 많이 가지고 싶고, 더 홀로 가지고
싶은 것인데, 이를 거슬러 자기의 것을 어려운 이웃에게 베풀고, 봉사하는 마음을
가지면 오히려 더 부(富)가 지속되고 늘어난다는 역설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어질 현 이라는 한자 하나에도 이런 철학이 숨어 있네요.
세 번째는 예절 예(禮)자 였습니다.
예(禮)자를 풀어쓰니 먼저 과거 무시무시하던 자연의 힘을 두려워하고 경외하던
선조들의 마음과 상황이 떠오르네요. 이들은 약하기 그지 없는 인간으로서
운명을 좌지우지하는 신에게 자신이 가진 가장 좋은 재물을 바치고, 제사를
올렸습니다. 이러한 것을 만천하에 보여지게 하는 것이 바로 예(禮)라는 글자의
본뜻입니다.
또한 이러한 예가 없으면 인간의 본성과 욕심이 인간들 사이에 만연하여 공멸할
것이 자명하므로 순자를 비롯한 선현들은 이를 경계하여 예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완전할 완(完)자를 보았습니다.
인간은 영원히 완전함을 추구하지만 스스로도 완전할 수 없고, 완전함에 도달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불완전하게 태어난 인간이 불완전하게 살다가 불완전한 상태로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을 인생이라고 하는 것인가 봅니다.
하지만 저자는 이렇게 불완전한 존재이고 부족함을 스스로 인정하고 이것을 긍정하며
자기답게 사는 것이 진정 이 삶을 잘 사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인간은 자칫하면 교만해지기 쉽고, 스스로의 부족함을 잊기 쉽습니다. 또한 자신의
인생을 긍정하며 사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고 자기다운 것을 아는 것도 힘듭니다.
결국 인간의 삶은 불완전함과 완전함의 사이에서 완전할 수 없음을 알면서도
완전함을 추구하며 나아가는 여정이 아닐까 합니다.
그 안에는 어려움, 슬픔, 고통만 있는 것이 아니라
또한 즐거움, 기쁨, 보람, 만족
등도 함께 어우러지니 삶은 한번 살아볼만한 가치가 있다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