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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헌 서재 Nov 12. 2018

<기억과 자아>

“The BRAIN 中” <2>

<기억과 자아>

--“The BRAIN 中” <2>


                                    강 일 송


오늘은 얼마 전 소개한 <더 브레인>의 내용 중 다른 내용을 가지고 다시 한번

살펴보려고 합니다. 지난 번 “나는 누구일까?”라는 주제에 이어, 기억과 자아의

관계성에 관한 이야기를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저자인 데이비드 이글먼(David Eagleman) 교수는 미국 스탠퍼드대학교의 신경과학과

부교수이자, 베스트셀러 작가로 세계적으로 촉망받는 젊은 뇌과학자입니다.

세계적인 과학저널 사이언스와 네이처에 다수의 논문을 발표하였고, 2009년에

베스트셀러 우화소설 <썸,SUM>을 발표해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으며, 뒤이어 과학적

상상력과 통찰력이 돋보이는 대중적인 과학도서 <수요일은 인디고블루>, <인코그니토>

를 출간해 주목을 받았습니다.


한번 같이 보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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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내 기억들의 총합일까?


살아가는 동안 우리의 뇌와 몸은 알아채기 어려울 정도로 조금씩(시계의 시침이 변화

하는 것처럼) 변화한다. 예컨대 당신의 적혈구들은 4개월마다, 피부세포들은 몇 주마다

완전히 교체된다. 약 7년이 지나면, 당신의 몸을 이루는 모든 원자가 다른 원자로

교체될 것이다.


물리학적으로 보면, 당신은 끊임없이 새로운 당신이다. 다행스럽게도 다양한 당신의

버전들 모두를 연결해주는 상수(constant)가 하나 있다. 바로 기억(memory)이다.

어쩌면 기억은 당신을 당신으로 만드는 연속적인 실(thread) 구실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기억”은 당신의 정체성의 핵심에 자리를 잡고 단일하며 연속적인 자아감을 제공한다.


하지만 이 대목에서 한 가지 문제가 생길 수가 있다. 혹시 그 연속성은 환상이 아닐까?

만일 다양한 나이의 당신 자신들과 만난다고 상상해보자. 여섯 살 먹은 당신이 있다.

10대 청소년인 당신, 20대 후반인 당신, 50대 중반인 당신, 70대 초반인 당신, 마지막으로

죽음을 몇 년 앞둔 당신도 있다. 여러 나이의 당신들은 모두 똑같은 이름과 역사를 지녔

지만 사실상 제각각 조금씩 다른 사람들이며 다른 가치관과 목표를 가졌다.


게다가 당신의 삶에 관한 당신 자신들의 기억도 예상보다 덜 일치할 가능성이 있다.

당신이 기억하는 15세 때의 당신은 실제 15세 때의 당신과 다르다.

기억은 삶의 한 순간을 비디오카메라로 정확히 촬영하여 보존하는 기능이 아니다.

오히려 당신이 무언가를 기억하려면, 당신은 과거에 발생했던 불안정한 뇌 상태를

되살려야 한다. 그 상태가 바로 기억이다.


당신이 경험하는 모든 것은 당신의 뇌 속에서 특수한 활동 패턴을 일으킨다. 이 모든

패턴들이 연결되어 방대한 뉴런 활동의 연결망을 이루고, 해마는 그 연결망을 거듭

되새겨 고착시킨다.

우리가 늘 깨닫는 바는 아니지만, 기억은 통상적으로 기대하는 만큼 풍부하지 않다.

과거에 대한 당신의 기억은 이미 퇴색하기 시작하는데,


그 이유는 첫째, 당신이 보유한 뉴런의 개수는 유한하며, 모든 뉴런은 여러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 각각의 뉴런이 때에 따라 다른 연결망에 참여한다. 다른 기억

연결망에 동원되는 일이 거듭될수록 기억은 퇴색한다. 따라서 기억의 적은 시간이

아니라 다른 기억들이다.

오히려 놀라운 것은 기억이 퇴색했는데도 당신은 그렇게 느끼지 않는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지금 당신의 신경 연결망이 보유한 지식이 과거에 대한 기억을 변화시키기

때문이다. 당신의 현재가 당신의 과거를 물들이는 것을 막을 길이 없다.

따라서 당신은 단일한 사건을, 삶의 다양한 단계에서 어느 정도 다양하게 지각할

가능성이 있다.


★ 기억의 오류 가능성


기억의 유연성에 대한 단서들은 어바인 소재 캘리포니아 대학의 엘리자베스 로프터스

교수가 수행한 선구적인 연구에서 나왔다. 그녀는 기억이 얼마나 취약한지 보여줌으로써

기억 연구 분야를 바꿔놓았다.


스스로 고안한 실험에서 로프스터는 자원한 피험자들에게 자동차 충돌을 촬영한 동영상

들을 보여준 다음에 그들의 기억을 검사하기 위해 여러 질문을 던졌다.

그녀의 질문은 피험자의 대답에 영향을 미쳤다. 그녀는 이렇게 설명한다.

“나는 자동차들이 접촉할(hit) 때 속도가 얼마나 빨랐느냐고 묻기도 하고, 자동차들이

들이박을(smash)때 속도가 얼마나 빨랐느냐고 묻기도 했는데, 두 경우에 피험자가

추정한 속도가 달랐어요. 내가 ‘들이박다’라는 단어를 사용했을 때, 피험자들은

자동차들의 속도가 더 빨랐다고 추정했죠.” 질문이 기억을 오염시킨 것이다.


더 나아가, 전혀 틀린 기억을 주입하는 것도 가능할까?

그녀는 피험자들에게 각각의 유년기에 대한 이야기를 모아서 네 가지 이야기를 구성

했는데, 그중 한 가지는 완전히 허구였다. 그렇게 하자 네 명 중 한 명의 피험자는

전혀 경험하지 못한 이야기를 기억한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은 세부사항까지 기억한다며 추가로 이야기했다.


요컨대 새로운 가짜 기억을 뇌에 주입하는 것이 가능할뿐더러, 사람들은 그 가짜

기억을 끌어안고 치장하면서 부지불식간에 자신의 정체성에 상상을 엮어 넣었다.

우리는 누구나 이런 기억 조작에 취약하다.


우리가 기억하는 과거는 신뢰할 만한 기록이 아니다. 오히려 재구성의 산물이며

때로는 신화에 가까울 수 있다.

따라서 만일 ‘당신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당신의 대답이 단순히 당신의

기억에 기초를 둔다면, 당신의 정체성은 기이하고 불안정하며 미완성인 이야기와

유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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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기억에 대한 주제로 지난번 보았던 책을 한번 더 들여다보았습니다.

우리 뇌는 정말 알면 알수록 더 신비롭고 우리가 모르는 것이 더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뇌를 모르고는 과거에 되풀이 되었던 수많은 철학적

사유들도 제대로 자리잡을 수 없다는 생각입니다.


특히 우리는 기억(memory)의 중요성에 대해서 잘 알고 있지요.  우리의 몸은

시시각각 변화하고 있고, 그 다른 몸을 이어주는 연속성은 각 개체의 기억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 저자는 많은 과학적 연구에 의해 우리의 기억

이 얼마나 부실한 토대 위에 있는 지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이는 우리의 뇌가 무한대의 용량을 가진 하드웨어를 지닌 것이 아니기에 적절하게

삭제(delete)하는 기능이 잘 형성되어 있고, 이를 잘 인지하지 못하는 소프트웨어

적인 기능이 장착되어 있다고 하겠습니다.  따라서 과거의 기억이 부정확함에도

스스로는 강하게 이를 믿고 오류를 인식하지 못하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억이 곧 자아의 핵심이냐는 논란이 있을 수 있습니다.

우리의 몸은 수시로 변화하고 이를 이어주는 근거가 기억임에는 분명하지만

기억이 없다고 그 사람이 아니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마치 치매에 걸린 어머니가 아들에 대한 아무 기억이 없다고 해서 남이 아닌

것처럼 말입니다.


질문의 유도에 따라 달라지는 기억들, 가짜 기억을 주입하면 이를 믿을 뿐아니라

여기에 더 가짜 기억을 추가하기까지 하는 인간의 뇌.

결국 인간의 뇌는 인간의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변신을 추구했고,

진실이 아닐 지라도 생존과 자손 번성에 도움이 되면 이를 어느정도 용인해

왔음을 알게 됩니다.


우리는 고정된 존재가 아니고 죽는 순간까지 미완성인 존재라는 말은 인간의

유한한 한계성을 드러냄과 동시에, 또한 현재를 자기 스스로 가꿈에 따라

미래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희망도 함께 얻게 됨을  배우게 됩니다.


힘찬 한 주의 시작 되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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