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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헌 서재 Nov 06. 2018

<더 브레인; THE BRAIN>

<더 브레인; THE BRAIN>

--“나는 누구일까?”


                                    강 일 송


오늘은 인간의 가장 중요한 장기이면서 갈수록 연구가 진행되고 있고 예전에 미처 알지 못하던 것을 점점 알게되어 가고 있는 뇌과학에 관한

책을 보려고 하고, 그중 가장 근원적인 질문인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뇌과학적인

접근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저자인 데이비드 이글먼(David Eagleman) 교수는 미국 스탠퍼드대학교의 신경과학과

부교수이자, 베스트셀러 작가로 세계적으로 촉망받는 젊은 뇌과학자입니다.

세계적인 과학저널 사이언스와 네이처에 다수의 논문을 발표하였고, 2009년에

베스트셀러 우화소설 <썸,SUM>을 발표해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으며, 뒤이어 과학적

상상력과 통찰력이 돋보이는 대중적인 과학도서 <수요일은 인디고블루>, <인코그니토>

를 출간해 주목을 받았습니다.


한번 같이 보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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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이로운 뇌


신경과학은 내가 매일 하는 예사로운 일이지만, 지금도 나는 인간의 뇌를 손에 받쳐들

때마다 경외감에 빠진다. 1.4킬로그램의 무게, 젤리 덩어리 같은 균질성, 쭈글쭈글한

겉모습이지만 이곳에는 우리의 생각과 꿈, 기억과 경험이 모두 이 이상한 곳에서

발생한다. 뇌의 전기화학적 펄스들의 복잡한 점화 패턴 속에 우리가 누구인지가

들어있다. 그 점화 활동이 종결되면, 당신도 종결된다.


★ 미완성으로 태어난 뇌


태어날 때 인간은 무력하다. 생존을 위해 1-2년은 주위 사람들에게 철저히 의존한다.

다른 포유동물들은 다르다. 돌고래는 태어나면서 헤엄친다. 새끼 얼룩말은 생후

45분 안에 달릴 수 있다. 언뜻 보면 이것이 동물들의 장점인 듯하지만 실은 한계다.

새끼 동물들이 빨리 발달하는 것은 녀석들의 뇌가 주로 미리 정해진 절차에 따라

회로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준비가 갖춰져 있다는 것은 융통성이 없음을

의미한다.


대조적으로 인간은 얼어붙은 툰드라부터 고산지대와 번잡한 도심까지 온갖 다양한

환경에서 번성할 수 있다. 이것은 인간의 뇌가 미완성의 상태로 태어나기 때문이다.

모든 회로가 고정 배선 상태로 태어나는 대신에 인간의 뇌는 세부적인 삶의 경험에

의해 변화할 수 있다. 그래서 어린 뇌는 서서히 환경에 적합한 모습을 갖추기까지

오랫동안 무력한 상태에 머문다. 인간의 뇌는 ‘생후 배선’된다.


★ 유년기의 가지치기 ; 대리석 속의 조각상을 꺼내기


어린 뇌가 발휘하는 융통성의 배후에는 새로운 세포들의 성장과 무관하다.

실제로 뇌세포의 수는 아이나 어른이나 똑같다. 오히려 비밀은 뇌세포들의

연결방식에 있다.


갓 태어난 아기의 뉴런들은 서로 이질적이며 연결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아기가

생후 2년 동안 감각 정보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뉴런들이 엄청나게 빠르게

연결되기 시작한다.

아기의 뇌에는 매초 무려 200만 개의 새로운 연결, 곧 시냅스가 형성된다.

두 살이 된 아기는 100조 개가 넘는 시냅스를 지녔다. 이 개수는 성인이 가진

시냅스의 두 배다.


이제 아기의 시냅스 개수는 최대치에 도달했으며, 이 시점에서 신경학적 ‘가지치기’

가 새로운 전략으로 제시된다. 당신이 성숙하는 동안, 당신이 가진 시냅스들의

50%가 감축된다.

어떤 시냅스들은 제거되고, 어떤 시냅스들이 남을까? 회로에 성공적으로 참여하는

시냅스는 강화된다. 반대로 불필요한 시냅스는 약화되고 결국 제거된다.


유년기 내내 우리의 국소적 환경이 우리의 뇌를 다듬는다.

예를 들어 당신이 유아기에 접한 언어(이를테면 영어나 일어)는 거기에 포함된 특정한

소리들을 듣는 능력을 향상시키고 다른 언어들에 포함된 소리들을 듣는 능력을

약화시킨다.

일본에서 태어난 아기와 미국에서 태어난 아기는 양쪽 언어에 포함된 모든 소리들을

듣고 반응할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이 흐름에 따라, 일본에서 양육되는 아기는 예컨대

R과 L 발음을 구별하는 능력을 상실할 것이다. 일본어는 그 두 발음을 구별하지

않으니까 말이다.


우리가 우연히 속하게 된 세계가 조각상을 깎듯이 우리를 다듬는다.


★ 10대 시절


20년 전까지만 해도, 뇌 발달은 유년기에 거의 다 완료된다는 것이 정설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인간 뇌의 형성 과정이 25세까지 지속된다는 것을 안다.

우리가 우리 자신을 누구로 자각하는가에 극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신경학적

재조직화와 변화는 10대 시절에 이뤄진다.


우리 뇌의 구역 중 ‘안쪽 앞이마엽 피질(medial prefrontal cortex)는 자신에

대해서 생각할 때 활성화되는데, 아동에서 청소년으로 성장할 때 이곳의 활동이

점점 더 많아져 15세 무렵에 정점에 이르게 된다. 이 시기의 청소년에게 사회적

상황들은 감정적 무게가 크기 때문에 강렬한 자기의식적 스트레스 반응을 일으킨다.


이러한 사회적 어색함과 감정적 과민성 외에도 10대 청소년의 뇌는 위험을 감수하는

특징이 있다. 과속 운전이건 나체 사진을 인터넷에 올리는 행동이건, 위험한 행동은

성인의 뇌보다 10대의 뇌를 더 강하게 유혹한다. 청소년의 뇌는 뇌의 쾌락 추구와

관련된 구역에서 보상에 아주 강하게 반응한다.

또한 사회적 고려를 담당하는 구역들이 더 강하게 연결되어 있어 또래의 압력에 더

강하게 휘둘려 친구들이 있을 때 위험을 감수할 개연성이 더 높아진다.


★ 성인기의 가소성


우리가 25세 정도가 되면, 유년기와 청소년기의 뇌 형성이 마침내 완료된다.

그러나 성인기에도 여전히 우리의 뇌는 계속 변화한다. 이를 가소성이라고

하는데 경험은 뇌를 변화시키고, 뇌는 그 변화를 보존한다.


런던의 택시운전사들은 ’런던 지식,Knowledge of London‘ 시험에 통과하기 위해

4년 동안 고된 훈련을 받는데 런던의 수많은 도로를 온갖 조합과 순열로 기억할

것을 요구한다. 이들의 뇌를 스캔해보니, 대조군에 비해 공간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의 뒷부분이 커져 있었다. 운전 경력이 길수록 해마가 더 크다는 것도 발견

되었다.


바이올린을 열심히 연주했던 아인슈타인의 뇌에서는 왼손 손가락을 담당하는

구역이 보통 사람들보다 더 커져 있었고, 피아노 연주자들은 양쪽 대뇌반구에서

둘 다 커져 있었다.


당신이 태어난 가정, 당신의 문화, 친구들, 직업, 당신이 본 모든 영화, 당신이

나눈 모든 대화, 이 모든 것이 당신의 신경계에 흔적을 남긴다.

이 지워지지 않는 미시적 각인들이 모여서 지금의 당신을 만들고 미래의 당신을

제약한다.


★ 깨어있음과 뉴런들


주어진 순간에 당신이 누구이냐는 당신의 뉴런들이 점화할 때 따르는 세부적인

리듬에 달려 있다. 낮 동안에는 뉴런들의 복잡한 활동으로부터 의식을 가진

당신이 발생한다. 밤에는 뉴런들의 상호작용이 약간 달라지고, 당신은 사라진다.

당신을 만나려는 사람은 이튿날 아침까지 기다려야 한다.

요컨대 당신이 누구인가는 그때그때 당신의 뉴런들이 무슨 활동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


당신의 뉴런들이 수조 개의 연결을 끊임없이 형성하고 재형성하면서 독특한

패턴을 이룬다는 사실은 당신과 유사한 존재가 과거에도 없었고 미래에도 없으

리라는 것을 의미한다. 바로 지금, 당신이 의식적으로 알아채는 경험은 당신

고유의 것이다.

그리고 물리적 재료가 끊임없이 변화하므로, 우리도 끊임없이 변화한다.


우리는 고정된 존재가 아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우리는 미완성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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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촉망받는 젊은 뇌과학자가 쓴 뇌과학 이야기를 함께 보았습니다.

하나의 우주와도 비교되는 우리의 뇌는 연구를 할수록 점점 더 모르는 것이

많아지고, 연구할 분야가 넓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는 와중에 알게되는 새로운 지식들은 우리에게 더할 나위 없이

흥미를 안겨주기도 합니다.


우리의 뇌는 다른 동물에 비해 미완성 상태의 뇌를 갖고 태어나는데, 이는 융통성

이 있음을 의미하고 "생후배선"이라는 표현처럼 한정된 동물들의 생태를 넘어선

온갖 다양한 환경에 적응할 수 있음을 의미하네요.


그리고 유년기가 되면 이미 성인의 뇌세포수에 도달하고, 2살 때는 성인의  2배 이상의

시냅스를 가지다가 점점 조각하면서 형상을 이루어가듯, 가지치기를 통해 꼭

필요한 시냅스만 남기게 된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위대한 조각가 미켈란젤로가

조각에 대해서 이미 들어있는 형태를 큰 돌에서 끄집어낸다고 했지요. 이를

응용한 표현이 흥미롭습니다.


그리고 사춘기에 이르면 사회적 어색함, 감정의 과민성, 그리고 주위 친구들의

행동을 잘 따라하면서 위험한 행동을 감행하는 특성을 보이게 됩니다.

흔히 중2가 무서워 북한이 쳐들어오지 못한다는 농담을 하듯이, 이 시기가 가장

혼란스럽고, 좌충우돌하며 자기 정체성에 대한 어려움을 겪는 시기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성인기에 이르면 우리의 뇌는 흔히 고정된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25세까지

뇌는 성장을 계속하며, 그 이후에도 가소성을 가진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런던의 택시 운전사의 뇌가 변화하듯이, 바이올리니스트나 피아니스트의 뇌가

변화를 하듯이, 우리가 성인이 되어서도 꾸준히 노력하고 반복하면 뇌는 거기에

맞게 적응하고 발전함을 알 수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누구인가, 자아는 어떤 것인가에 대해서 뇌과학자들은

철학자들과는 좀 다른 설명을 합니다.  우리의 뇌에서 뉴런들이 복잡한 활동들을

하면서 생기는 의식이 곧 자아라고 하고, 그런 뉴런끼리의 수조 개가 넘는 연결

들이 모이고, 쉴새 없이 변화하는 것이 곧 '자아', '나'라고 합니다.


이는 '자아'라는 것은 어떤 경험을 하느냐, 어떤 생각을 하느냐에 따라 자기가

원하는 방향으로 어느 정도 형성이 될 수 있음을 말해주며, 이는 아주 인간으

로서는 희망적인 뉴스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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