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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헌 서재 Dec 13. 2018

<시(詩)를 잊은 나에게>

<시(詩)를 잊은 나에게>

-“평생 간직하고픈 시를 읽고, 쓰고, 가슴에 새기다”


                                               강 일 송


오늘은 시모음집 한 권을 보려고 합니다. 이책의 특이한 점은 그냥 시만 있는 것이 아니라

67명 시인의 명시를 선정해서 캘리그라피로 필사를 하게 구성이 되어 있습니다.

읽기만 하는 시집이 아니라, 직접 필사하면서 더욱 더 많은 감성을 얻을 수

있겠습니다.


그중 마음에 드는 시 몇 편을 골라 시 감상평을 곁들여 소개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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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약 내가

             - 에밀리 디킨슨(1830-1886)


만약 내가 누군가의 마음에

상처 깃들이지 않도록 막을 수 있다면,

나 헛되이 사는 것은 아니리라.

만약 내가

누군가의 아픔을 달랠 수 있다면

그의 고통을 덜어준다면,

지친 새 한 마리 둥지로 돌아가도록

도와줄 수 있다면,

나 헛되이 사는 것은 아니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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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시는 미국의 여류 시인 에밀리 디킨슨의 유명한 시였습니다.

그녀는 수많은 감성이 풍부한 시를 남겼다고 하는데, 이 시만 보아도 시인의 정신

세계를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겠네요.

시인은 자신만을 위한 삶이 아닌, 다른 사람의 상처를 막아주고, 다른 사람의

아픔을 달래주고, 지친 새 한 마리가 자기 둥지를 찾도록 도와준다면 이 한 생이

헛되지 않다고 말합니다.


디킨슨의 생애를 보면 그의 삶은 결코 원만하지 못했던 모양입니다. 외출을 극도로

자제하고 은둔생활을 하였으며 과도한 대인기피증으로 의사도 집에 와서 문의

열린 틈으로 보고 진찰을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의 마음은 한없이 따뜻하였고 자기 자신만을 위한 삶보다는 다른 사람의

아픔과 슬픔을 함께 할 마음의 소유자임을 이 시를 통해 알 수가 있습니다.


다음 시도 한번 보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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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

           - 유안진(1941~)


부끄럽게도

여태껏 나는

자신만을 위하여 울어왔습니다.


아직도

가장 아픈 속울음은

언제나 나 자신을 위하여

터져 나오니


얼마나 더 나이 먹어야

마음은 자라고

마음의 키가 얼마나 자라야

남의 몫도 울게 될까요


삶이 아파 설운 날에도

나 외엔 볼 수 없는 눈

삶이 기뻐 웃는 때에도

내 웃음소리만 들리는 귀

내 마음이 난장인 줄

미처 몰랐습니다

부끄럽고 부끄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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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시는 유안진 시인의 자성(自省)적인 시 한편이었습니다.

유안진 시인도 에밀리 디킨슨과 비슷한 마음의 흐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사람은 자기본위적입니다. 비단 인간 뿐아니라 동물이나

식물의 세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의 생존과 발전이 가장 큰 의미를

지니는데, 시인은 자신만을 위해 살아온 지난 날을 부끄러워합니다.

마음의 키를 가지고 본다면 자신은 마음의 난장이라고 말합니다.


요즘은 부끄러움이 드물어지는 세상입니다. 하지만 80세를 목전에 둔 시인은

자신만을 위해 살고, 자신만을 위해 울었던 과거가 한없이 부끄럽습니다.

이런 분이 진정 이 시대의 어른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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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지 않은 길

              - 로버트 프로스트(1874-1963)


노랗게 물든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네.

안타깝게도 두 길을 다 가보지 못하는 서운함에

한 길이 수폴 뒤로 구부러져 보이지 않는 곳까지

멀리멀리 굽어보며

한참을 서 있었네.


그리고 한 길을 택했네.

똑같이 아름다웠지만 풀이 우거지고 인적이 없어

더 나아 보이는 길을.

사실 지나간 발길로 닳은 건

두 길이 정말 비슷했다네.


그날 아침 두 길은 똑같이

아직 밟히지 않은 낙엽에 덮여 있었네.

아, 나는 첫 길은 훗날을 위해 남겨놓았네.

그러나 길은 길로 이어져 있어 계속 가야 함을 알기에

다시 돌아올 수 있으리라 믿지는 않았네.


먼 먼 훗날 어디에선가

나는 한숨 쉬며 이렇게 말하리.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그리고 나는 ~~

나는 사람들이 덜 지나간 길을 택했고,

그로 인해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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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한 시를 더 보겠습니다.

이번 시는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삶을 성찰하고 소박한 삶을 추구했다는 가장 미국적인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였습니다.


이 시는 그의 가장 유명한 작품인데, 우리 인생의 수많은 선택의 순간을 마치 숲속에

난 두 갈래의 길 앞에 선 순간으로 비유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안정을 더 추구하기에 남들이 많이 간 길을 선택하기 마련입니다.

남들이 다 대학가면 대학을 가야 덜 불안하고, 남들이 다들 유행을 따르면 그것을

함께 해야 직성이 풀립니다.


이는 인간이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시인의 말처럼 남들이 가지 않은 길에서

인생의 먼 훗날 돌아보면 더 많은 경험을 하고 더 큰 유익이 있었음을 알게

됩니다.


예전 개그맨 이휘재가 나와서 똑같은 상황에서 두 가지 선택을 했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오는가를 코믹하게 풀었던 프로그램도 있었지요.

인간의 일생은 끊임없는 선택을 강요당하는 순간이 반복되고, 한 가지를 선택해야만

하고 어떤 결과가 나오든 오롯이 본인만이 다 감수해야 합니다.


시인이 알려주는 지혜처럼, 우리는 남들과 다름을 추구하고 잘 모르는 길을

과감히 선택하는 용기가 필요하리라 생각합니다.


인간이 동물과 달리 인간다워지는 길은 조금이나마 자기본위성(Selfish)을 벗어난

말과 행동을 하는 것입니다. 자기만 알고, 자기만 잘 먹고 잘 살려고 하고,

남을 누르고 내가 더 우위에 서려는 마음 등은 가르쳐주지 않아도 동물이든 인간

이든 다 잘 실천합니다. 하지만 인간다운 인간, 사람냄새 나는 인간은

다른 사람의 아픔을 공감할 줄 알고, 다른 사람의 슬픔에 함께 울어줄 줄 아는

인간이지 않을까 합니다.


오늘 시를 공유하면서 다시 한번 스스로를 돌이켜 보게 됩니다.


마음 따뜻한 채로 하루 잘 마무리 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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