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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헌 서재 Mar 14. 2019

<다시, 多詩>

“삶을 위로하는 시(詩)들”

<다시, 多詩>

“삶을 위로하는 시(詩)들”


                                 강 일 송


오늘은 시모음집 한 권을 보려고 합니다.

우리가 잘 아는 윤동주 시인을 비롯한 61명의 시인의 시를 선별해서 독자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안식처 같은 시집입니다.


시 몇 편 골라서 저의 감상을 곁들여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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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니 1


               김 초 혜(1943~)


한몸이었다

서로 갈려

다른 몸 되었는데


주고 아프게

받고 모자라게

나뉘일 줄

어이 알았으리


쓴 것만 알아

쓴 줄 모르는 어머니

단 것만 익혀

단 줄 모르는 자식


처음대로

한몸으로 돌아가

서로 바꾸어

태어나면 어떠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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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시는 김초혜 시인의 작품을 골라 보았습니다. 김시인은 태백산맥, 아리랑 등의 소설가인

조정래 작가의 부인이기도 하지요. <사랑굿> 시집이 대표작인데, 오늘 이 ‘어머니’라는 시를

보면 오직 여자만이, 오직 어머니가 되어 본 사람만이 쓸 수 있는 시가 아닌가 합니다.

어머니와 자식은 한몸이었고, 세상으로 갈라져 나왔는데 공평하고 평등하게 갈라진게

아니라 한쪽으로 치우친 사이로 나뉘어졌다고 합니다.

한쪽은 주기만 하고, 한쪽은 받기만 하고, 한쪽은 주고도 더 주고싶고, 한쪽은 받고도

모자라다고 더 달라고 하는 불평등 관계. 쓴 것만 가져 쓴 줄 모르는 어머니와 단 것만

받아 단 줄 모르는 자식.

시의 마지막은 서로 다시 돌아가 바꾸어 태어나면 어떨까 라고 맺음을 합니다.


영화 대사였나요, 엄마와 딸이 다음 세상에서 바꾸어 태어나자 라고 하는 내용이 문득

생각납니다.

이 세상에 어머니와 자식과의 관계만큼 가깝고, 어머니와 자식과의 사이만큼 불평등한

관계가 있을까요?


다음 시 한번 더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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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릇


            오 세 영(1942~)


깨진 그릇은

칼날이 된다.


절제와 균형의 중심에서

빗나간 힘,

부서진 원은 모를 세우고

이성의 차가운

눈을 뜨게 한다.


맹목의 사랑을 노리는

사금파리여,

지금 나는 맨발이다.

베어지기를 기다리는

살이다.

상처 깊숙이서 성숙하는 혼


깨진 그릇은

칼날이 된다.

무엇이나 깨진 것은

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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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시는 오세영(1942~) 시인의 작품이었습니다. 오 시인은 서울대 국문과를 졸업

하고 1968년 “잠 깨는 추상”이 추천되어 등단하였으며 현재 서울대 국문과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이 시는 그릇의 속성을 통해 사물의 속성으로 더 전개를 하고 사유는 철학의 영역까지

들어갑니다. 그릇은 깨지면 날카로운 속성이 드러나고, 원은 허물어지면 모서리 각이

드러납니다. 사람이든 사회든 균형과 안정이 깨지면 날카로운 면이 드러나 다툼과

갈등이 생기게 마련인데, 이를 시인은 예리하게 표현합니다.

또한 맹목적인 사랑은 날카로운 칼에 베이기 쉬운 맨발과도 같다고 합니다.

시의 마지막엔 “무엇이든 깨지면 칼이 된다”라는 통찰에 마침내 이르게 되네요.


그릇이 되었건, 사랑이 되었건, 삶이 되었건, 깨지면 날카로운 면이 드러나고 그 날카

로움은 다른 사람을 베거나 찌르게 됩니다.


다음 시를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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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못 자는 밤


               윤 동 주(1917~1945)


하나, 둘, 셋, 넷

........................

밤은

많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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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가장 짧은 시 중 하나가 아닐까 합니다.

윤동주 시인은 우리 국민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 중 한 분이지요. 영화로도 나왔고

그의 “서시”는 가장 사랑받는 시일 것입니다.


오늘 “못 자는 밤”은 단순합니다. 하나, 둘, 셋, 넷 ..........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한

시인은 잠이 올 때까지 숫자를 세어봅니다. 다행히도 100개 이내에 잠들면 좋겠지만

아무리 세어도 잠이 오지 않으면 난감합니다.

이 같은 상황을 시인은 “밤이 많다”고 표현하네요. 이처럼 시는 자유롭습니다.

셀 수 없는 밤을 셀 수 있게 만들어, 많다고 표현을 하는데 우리는 이런 데 더욱

마음이 이끌립니다.

마지막으로 한 편 더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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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라보 다리


                 기욤 아폴리네르(1880-1918)


미라보 다리 아래 센 강이 흐르고

우리의 사랑도 흐른다

기쁨은 늘 괴로움 뒤에 온다는 것을

나는 또 알고 있나니


밤은 오고 종은 울리고

세월은 가고 나는 머문다


서로 손을 맞잡고 얼굴 대하면

우리의 팔이 만든 다리 아래로

지친 듯 흘러가는

영원의 물결이여


밤은 오고 종은 울리고

세월은 가고 나는 머문다


흐르는 강물처럼 사람이 흐르고

우리의 사랑도 흘러만 간다

삶처럼 저리 지루하게

희망처럼 저리 격렬하게


밤은 오고 종은 울리고

세월은 가고 나는 머문다


하루가 지나고 주말이 지나고

지나간 시간도 사랑도

가고 오지 않고

미라보 다리 아래 센 강만 흐른다


밤은 오고 종은 울리고

세월은 가고 나는 머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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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는 샹송으로도 유명한 시로 1907년 화가 피카소의 소개로 프랑스 시인이자

화가인 마리 로랑생을 만난 시인이 미라보 다리 가까운 곳에 살면서 센강을 보며

사랑을 속삭이다가 뜻하지 않게 경찰의 조사를 받는 일이 생기자 이별을 통보받았다

합니다.


이후 풀려난 이후 미라보 다리를 걸으며 마리와의 사랑을 회상하며 쓴 시라고 하는데,

세월이 흘러도 이 시는 많은 이의 사랑을 받습니다.

아쉽게도 1차 세계대전에 참여해 부상을 당한 후 아폴리네르는 38세에 세상을 떠나고

마리 로랑생은 73세까지 그를 그리워했다고 하네요.


미라보 다리에는 사랑의 추억이 살아 숨쉬고, 그 다리 아래에는 센 강이 흐릅니다.

강물처럼 시간도 흘러가고, 젊음도 흘러가고, 사랑도 흘러가지요.

반복되는 후렴구처럼, 밤은 오고, 종은 울리고, 세월은 흘러가는데 나 혼자만 변함이

없이 머물고 있습니다.


오늘도 밤은 오고 종은 울리고 센 강처럼 세월도 흘러가던 것이 10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센 강은 흐르고 있고 시간도 흐르고, 누군가의 사랑도 흘러가고 있을 것입니다.


유투브에서 “미라보 다리”를 검색해서 아름다운 샹송 들어보는 저녁 되시길 바랍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Df2HHbUoGXc)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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