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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헌 서재 Jun 04. 2019

<시(詩) 세계를 걷다>

<시(詩) 세계를 걷다> - 동서양 시의 세계
-- “중국의 시”

                                                 강 일 송

오늘은 문학청년의 꿈을 포기하고 법조인의 삶을 살아온 저자가 오십 세가 되면서
새로운 인생을 살기 위해 다양한 인문학 공부를 하였고 여러 저서를 내기까지 하는 모습을 봅니다.

저자인 김성준 작가는 서울대 법대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사법시험, 행정고시에 합격
하여 검사로서 치열하게 살았다고 합니다. 쉰에 검사를 그만 둔 다음 “인생은 오십부터”
라는 책을 출간하였고, 시를 공부하다가 세계적 시각에서 시를 소개한 책이 없음을
아쉬워하다가 스스로 책을 내게 됩니다.

오늘은 그중 “중국시”에 관한 내용을 한번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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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전시(舊詩)와 현대시(新詩)

중국의 시는 고전시와 현대시로 크게 구분된다. 고전시는 우리나라에서 한시(漢詩)라고
하는 것인데, 기본적으로는 정형시다.
현대시는 1917년 문학혁명운동 이후 생겨난 신문학 장르의 하나로, 서유럽 시의 영향
아래 전통적 고전시를 비판하면서 출발한 자유시다.
고전시는 고어(古語;文言)로 쓰고, 현대시는 구어(口語;白話)로 쓴다.

<1> 시경(詩經)과 초사(楚辭)

중국 시의 기원은 시경이다. 동양의 시경은 서양의 그리스 로마시에 비견된다.
<시경>은 기원전 12세기경부터 수백 년에 걸쳐 궁정에서 창작되거나 민간에서 채집된
시 300수를 모은 것이다. 그러나 시경에는 시만 있었지 시인은 없었다 라는 표현이
있듯이 시경 속 작품은 무명작가의 손에서 탄생한 것이다.

공자가 시경의 정리에 관여했을 개연성이 높아서 유가에 의해 경전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고, 이후 중국시의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 시경은 전반적으로 북방문화를
대변한다고 할 수 있다.

남방문화를 대표하는 작품으로는 기원전 4세기경 <이소(離騷)>를 비롯한 굴원(屈原)의
초사(楚辭)가 나왔다. 집체적이고 현실주의적인 시경과 비교할 때 초사는 개인적이고
낭만주의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시의 형식적인 면에서는 4언을 위주로 한 시경과 달리 초사는 리듬을 조절하는
혜(兮)자를 포함하여 6언 또는 7언으로 이루어져 사부체(詞賦體)라는 새로운 장르를
탄생시켰을 뿐만 아니라 7언시의 발생에도 상당 부분 기여했다.

(2) 한나라 악부(樂府)와 오언시(五言詩)

한나라 무제 때 음악에 관한 일을 관장하는 악부가 설치되면서 다시 민간의 음악을
수집하였다. 이때 수집된 노래의 가라들은 악부 또는 악부시라고 불리었다.

(3) 위, 진, 남북조의 시

한말 이후 7세기까지 잦은 전쟁과 왕조 교체로 중국 역사상 가장 혼란했던 시기라서
문인들의 사상은 낭만적이고 염세적인 면을 띠게 되었고, 탈세간적인 것에 기울었다.

(4) 당나라의 시

중국의 고전시는 당나라 때에 꽃을 피웠다. 당대의 시를 모아놓은 전당시(全唐詩)에는
무려 2,200여 시인의 작품 48,900여 수가 수록되어 있다.
당나라가 ‘시의 시대’가 된 것은 과거시험에 시부(詩賦)가 과제로 주어지게 된 것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또한 정치 안정과 문화 발전에 따른 생활의 확대와 심화,
외래문화와의 접촉 등이 배경이 되었다.

(5) 송나라의 시

송대의 시는 주제와 표현방법에 있어 훨씬 확대된 모습을 보여 준다.
송나라의 대표적 시인은 소식(蘇軾)과 황정견인데, 소식은 송시의 모범으로 불리웠고,
그의 뒤를 이은 황정견은 표현의 단련을 강조해 강서시파의 조종이 되었다.

(6) 금, 원, 명, 청의 시

당, 송나라 두 시기에 중국 고전시의 내용과 형식이 대부분 완성되었고, 그 이후로는
특별히 새로운 발전은 없었다.

(7) 현대시

고전시의 문어(文語)를 전면적으로 구어(口語)로 해야 한다는 주장은 1917년 후스(胡適)의
<문학개량추의>가 최초이다. 고전시와의 결별을 호소한 이 문장은 신해혁명 이후
개혁에 불타는 젊은이들에게 큰 용기를 주어 이른바 문학혁명의 도화선이 되었다.
그러나 초기의 시는 거의 서유럽 시의 모방이라고 할 수 있으며, 중국의 독자적 현대시를
창조하기 위해 궈모뤄, 원이둬 등이 창작과 평론으로 고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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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문학을 사랑했던 청년이 치열했던 법조인의 생활을 마치고 인문학에 귀의하여
그동안 하지 못했던 다양한 공부를 하면서 자신의 새로운 삶을 살고 있는 모습을 보았고,
그 결과물인 책을 함께 보았습니다.

그는 먼저 동서양의 시집은 많지만 세계적인 시각에서 시를 바라본 책이 없음을 깨닫고
스스로 책을 쓰기로 합니다.
오늘은 그중 동양시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중국시>에 대한 개괄적인 내용을 먼저 보았
습니다.

중국시의 근원은 <시경>이었고, 시경은 대체로 전체주의적이고 현실주의적이었다고 하며
북방문화를 대변한다고 하고, 반면 초사는 개인주의적이고 낭만주의적인 성향을 띤
남방문화를 대변한다고 합니다. 또한 4언 대비 6언 또는 7언시라는 차이도 있네요.
이는 결국 북방과 남방의 기후와 인종, 문화의 차이가 시의 형식이나 내용에도 당연히
영향을 미쳐 이런 차이가 났으리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위진 남북조 시기에는 전쟁과 혼란의 시기가 이어졌기에 당연히 낭만주의적이고 염세
적이며 비관적인 내용의 시가 많았음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가장 방대한 발전과 작품의 탄생이 이루어진 당나라 시기는 과거시험에 시를 쓰는
시부가 있었기에 이런 엄청난 발전이 있었다는 설명이 이어집니다.
역시 출세가 보장된 과거시험에 과목으로 채택되었다는 것이 수많은 유생들의 관심을
끌었을 것이고 시라는 장르는 발전은 불보듯이 뻔하게 진행이 되었습니다.

이후 송나라의 시가 특색을 나타낸 후, 현대시 이전까지는 크게 고전시의 발전은 보이지
않게 되고, 현대시에 이르러, 문어체가 구어체로 바뀌는 큰 변화가 일어나게 됩니다.
처음에는 서유럽의 시를 따라하는 수준에서 점차 현대시의 틀은 잡혀가게 됩니다.

과거 이백과 두보의 시는 몇 번 소개한 적이 있었고, 중국의 5대 시인에 속한다는
도연명의 시를 잠깐 보고 글을 마치고자 합니다.
참고로 중국 한시의 대표적 5대 시인은 굴원, 도연명, 이백, 두보, 소동파를 꼽는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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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거래사(歸去來辭)>

                       도 연 명 (365-427)

어려서부터 세속과 어울리지 못하고
본래의 성품은 산을 사랑했다네.
그만 먼지 가득한 그물에 떨어져
어느덧 삼십 년 세월이 흘렀네.
갇힌 새는 옛날의 숲을 잊지 못하고
물고기는 옛날의 연못을 그리워한다네.
남쪽 황무지를 개간하여
어리석은 마음 간직한 채 전원에서 살아야겠네
반듯한 집터가 십여 무
초가집은 여덟 아홉 칸
느릅나무 버드나무 뒤 처마에 그늘 내리고
복숭아, 자두 앞마당에 서 있네.
저 멀리 사람의 마을 아득한데
외딴 마을에 밥 짓는 연기
깊은 골목에서는 개가 짖고
뽕나무 우듬지에서는 닭이 우노니
앞뜰에 먼지 하나 없고
텅 빈 방은 한가롭네.
오래도록 새장에 갇혔다가
이제 자연에 돌아왔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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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주>

                          도 연 명

사람 사는 마을에 초가지붕 올렸어도
수레와 말소리 들리지 않네.
그대에게 묻노니 어찌 그럴 수 있겠는가?
마음이 저절로 먼 땅에 기울었기 때문이라네.
동쪽 울타리 아래서 국화꽃 따다가
아득히 남산을 바라보네
날 저물어 산 기운 더욱 아름다운 데
새들은 사이좋게 돌아가네.
이 가운데 우주의 참뜻 있으니
잡다한 말들은 다 잊고 말았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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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시 모두 세상 속세의 먼지 많은 삶에서 벗어나 고향의 자연으로
돌아가 은둔하며 유유자적하는 삶을 그리고 있습니다.
물론 고향의 자연에서의 삶이 늘 평탄하지만은 않겠지만, 마음 한켠으로
언젠가는 돌아갈 곳이 있다는 마음은 힘든 현실을 지탱하는 힘이 되어주었겠지요.

날이 저물어 바라보는 산에는 새들이 보금자리를 찾아 돌아가고
그 모습 속에 자연의 이치와 섭리가 있음을 알게 되는 시인의 마음이
세월을 뛰어넘어 문득 마음에 와 닿아 잔여운을 남기는 하루입니다.

평안한 날 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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