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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헌 서재 Jun 27. 2019

<시(詩) 세계를 걷다>(2)

 “일본의 시”

<시(詩) 세계를 걷다>(2) - 동서양 시의 세계
-- “일본의 시”

                                                    강 일 송

오늘은 지난번에 이어서 동서양 시를 알아보는 두 번째 시간을 가져보려고 합니다.
이 책은 문학청년의 꿈을 포기하고 법조인의 삶을 살아온 저자가 오십 세가 되면서
새로운 인생을 살기 위해 다양한 인문학 공부를 하였고 그 결과로 나온 책이었습니다.

저자인 김성준 작가는 서울대 법대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사법시험, 행정고시에 합격
하여 검사로서 치열하게 살았다고 합니다. 쉰에 검사를 그만 둔 다음 “인생은 오십부터”
라는 책을 출간하였고, 시를 공부하다가 세계적 시각에서 시를 소개한 책이 없음을
아쉬워하다가 스스로 책을 내게 됩니다.

오늘은 그중 “일본시”에 관한 내용을 한번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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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의 와카(和歌)

와카는 5.7.5.7의 31자로 된 정형시를 일컫는 말로 “야마토(大和)의 노래(歌)”의 준말
이다. 야마토는 원시 통일 국가인 야마토를 지칭하며, 중국을 의식하고 일본 만의
것을 지칭할 때 국수적으로 사용하는 말이다.
헤이안 시대 초기에 중국의 한시가 귀족들 사이에 유행하면서 천황의 명령으로 편찬된
칙찬 한시집이 세권이나 만들어지게 된다.
일반인들 사이에는 일본어로 보고 느낀 대로 노래하는 단가(短歌)가 유행을 하였는데
일본어로 일본의 자연을 노래한 ‘와카’라는 시 형태가 점차 공식적으로 인정받게 되었다.

★ 하이쿠(俳句)

하이쿠는 세계에서 가장 짧은 시형태로 유명하다. 하이쿠는 한 줄의 운문으로 계절과
자연을 노래하면서도 인간의 실존에 접근한다.
하이쿠의 정의를 간단히 말하면 5.7.5의 음절로 이루어진 한 줄짜리 정형시다.
대표적인 하이쿠 시인으로 바쇼, 부손, 이싸 등이 있다.

바쇼는 파초를 좋아해 자신의 이름을 바쇼(芭蕉)라고 했다한다. 그는 진정한 의미에서
하이쿠를 시작한 시인으로, 고행자이고 구도적인 성격을 지녔다.
부손은 한 줄의 시 속에 드넓은 공간을 담는 남다른 재능을 지녀 화가와 같은 원근감과
시공간 배치에 능했다.
이싸는 평생 동안 2만여의 하이쿠를 썼고 방랑하며 산 인간주의자였다.

하이쿠에는 계절이 있다. 계절을 나타내는 단어를 기고(季語)라고 한다.
하이쿠 시인들은 방랑생활을 하면서 수도승과 같은 생활을 하였다. 이들의
철저한 방랑은 현대 시인 나나오 사사키에게도 이어져 그는 전 세계를 방랑하며
일본어와 영어로 시를 썼다.

하이쿠의 재발견에는 영국인 R.H.블라이스의 공로가 컸다. 그가 일본에서 천황의
아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던 중 하이쿠에 매혹되어 출판한 번역서는 서양 시인들의
필독서가 되었다. 영국의 시인 파운드(Ezra Pound)도 일본의 하이쿠를 부활시킨
시인으로 유명하다.

이어령 교수도 저서에서 오늘날 일본의 전통문화 중에서 가장 국제성을 띤 문화로
널리 알려져 있는 것은 다름아닌 하이쿠라고 하였다. 한국의 시조와 일본의 와카를
비교해보면 그 길이나 시어 그리고 의미까지도 유사성이 커지고, 반대로 한국의
시조와 하이쿠를 비교해보면 차이성이 더욱 극대화된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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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개인적으로 가슴에 와닿는 와카와 하이쿠 몇 편을 함께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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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꽃을 꺾어 어떤 이에게 보내며 읊다.
그대 아니면 누구에게 보일까 그윽한 매화 그 자태와 향기를
아는 이만 안다네 (기노 도모노리)

상을 당하신 사람에게 조문하러 갔을 때 읊다.
그대가 입은 상복 소맷자락은 구름인가 봐
하염없는 눈물이 비처럼 내리도다 (미노부 다다미네)

입춘날 읊다.
소매 적시며 두 손으로 퍼올린 그 강이 언 걸 입춘날인
오늘의 바람이 녹이려나 (기노 쓰라유키)

밤에 핀 벚꽃
오늘도 또한
옛날이 되어버렸네. (이싸)

가는 봄이여,
새는 울고
물고기의 눈엔 눈물. (바쇼)

보이는 것 모두
꽃이 아닌 것 없고
생각하는 것 모두
달 아닌 것 없구나. (바쇼)

이 세상은
지옥 위에서 하는
꽃구경이어라. (이싸)

나비 날아가네
마치 이 세상에
바랄 것 없다는 듯. (이싸)

모심는 여자
자식 우는 쪽으로
모가 굽는다. (이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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