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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주인공은 모두 길을 떠날까?>

by 해헌 서재

<왜 주인공은 모두 길을 떠날까?>

“옛이야기 속에 들어있는 스토리의 힘”


강 일 송


오늘은 타고난 이야기꾼이었던 선친을 두었고, 그또한 국문학을 전공하고 구비

문학을 만나 운명적인 연구를 하고 있는 학자의 책을 한번 보려고 합니다.


저자인 신동흔(1963~)교수는 충남 당진에서 태어났고 서울대 국어국문학과에서

학사 및 설화 연구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현재 건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중입니다.


<한겨레 옛이야기> 시리즈를 기획하고 <살아있는 한국신화>, <세계민담전집,

한국편>, <삶을 일깨우는 옛이야기의 힘>, <이야기와 문학적 삶>, <서사문학과

현실 그리고 꿈>, <프로이트 심청을 만나다> 등의 책을 썼습니다.


한번 보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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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토리텔링의 시대 – 스토리를 특별하게 만드는 그 무엇


이야기(서사,徐事,스토리)를 이루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는 무엇일까요?

그건 아무래도 ‘사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무언가 사건이 일어나야 이야기가

성립될 수 있을 테니까요. 문제는 어떤 사건이 이야기로서 힘을 낼 수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잘 생각해보면 이야기는 사건만으로 구성되지 않아요. 시간이나 공간이 주어져야

하고, 또 행위의 주체가 필요하지요. 그러니까 ‘인물’과 ‘사건’, ‘배경’이라는 세

요소가 어울려서 이야기의 기본 틀을 이루게 됩니다.

거칠게 말하자면, 일정한 배경 속에서 특정 인물(주체)에 의해 펼쳐지는 모종의

사건을 풀어내는 담화가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들이 지나치게 단순하거나 일상적이어서는 이야기가 성립되지 않지요.

펼쳐지는 사건에, 또는 인물이나 배경에 특별한 자질이 있어야 비로소 이야기로

힘을 낼 수가 있습니다.


단적으로 말하면, 사람들의 관심을 끌 만한 ‘낯섬’이 있어야 합니다. 그를 통해서

사람들의 정서적 반응, 그러니까 재미와 긴장, 감동과 놀라움 같은 것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야 하지요. 그러한 ‘낯섬’, 또는 ‘특별함’은 인물과 사건, 배경 같은 요소에서

다양한 형태로 설정될 수 있습니다.


★ 오래도록 내려온 옛이야기


사람들의 관심을 끌면서 정서적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이야기 요소들을 화소(話素)라고

합니다. 영어식 표현으로는 ‘모티프,motif’라고 하지요. 주로 ‘행동 동기’를 뜻하는

‘모티브,motive’하고는 조금 다르게 서사의 구성 요소를 일컫는 말이지요.


오랜 세월을 이어서 내려온 옛이야기들은 예외 없이 특별한 화소들을 갖추고 있습니다.

화소들이 앞뒤가 꼭 맞게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재미와 긴장감을 일으키고 ‘의미’를

자아내지요. 거의 백 퍼센트 그렇다고 보면 됩니다. 그렇지 못하면 전승 과정에서

살아남을 수가 없으니까요.


비유하자면 옛이야기는 무언가가 끝없이 쏟아져 나오는 ‘화수분’같은 존재라 할 수

있습니다. 특이한 화소를 많이 동원해서 이리저리 조합한다고 훌륭한 이야기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상황에 어울려야 하고 앞뒤가 제대로 맞아떨어져야 해요. 복잡하고

어수선한 것보다 단순하면서도 강한 인상으로 각인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어요

실제로 수많은 옛이야기들이 그렇게 구성되어 있지요.


★ 옛이야기와 ‘길 떠남’


앞서 ‘사건’이 이야기를 이루는 기본 요소라 했지요. 옛이야기 화소 가운데는 인물이나

배경에 대한 것도 많지만 사건과 관련된 것들이 특히 많습니다.

‘변신’이 기본적으로 사건과 관련되는 화소라 할 수 있지요. 어떤 멀쩡한 사람이 뱀으로

변한다면 그 자체가 하나의 ‘사건’ 아니겠어요?


‘변신’의 예에서 잘 볼 수 있듯이 사건은 기본적으로 일정한 ‘변화’를 필요로 합니다.

어떤 사건이 벌어졌다는 것은 모종의 변화가 일어났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변화란 다른 말로 하면 ‘움직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움직임은 변화의 핵심 요소

이지요. 무의미한 움직임이 아니라 무언가 특별함이 있는 움직임이 곧 ‘변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움직임의 종류나 형태 또한 무궁무진한데, 한 가지 전형적이고

중요한 것으로 ‘공간 이동’을 들 수 있습니다. 누군가가 어디로 옮겨 감으로써,

누군가 찾아오거나 또는 떠나감으로써 의미 있는 변화가 발생합니다.


★ 길 떠남의 다양한 종류와 형태


1) 누가 떠나는가?

남자/여자, 아이/어른, 가난뱅이/부자, 바보/영리한 사람....

2) 혼자 떠나는가 함께 떠나는가?

혼자/둘/셋/여섯/일곱/아홉/더 많이

3) 무엇을 가지고 떠나는가?

맨몸으로/동물을 데리고/각종 사물을 가지고

4) 어디에서 출발하는가?

집(시골/도시/궁궐 등)/들/숲/바다/하늘....

5) 어디로 떠나는가?

다른 마을/들/산/도시/궁궐/별세계.....

6) 자의로 떠나는가 타의로 떠나는가?

자의/자의 반 타의 반/타의(명령/강제)

7) 무엇을 위해 떠나는가?

그냥/복을 찾아/성공을 위해/짝을 찾아/부모를 찾아/특별한 물건(약초,보물,생명수)

8) 떠나서 무엇을 만나고 어떤 일을 겪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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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떠남은 숙명


떠남은 숙명이라고 믿고 있어요. 내가 오랫동안 공부해온, 내가 아주 사랑하는

옛이야기들이 언제나 그렇게 말하고 있거든요. 떠나라고, 떠나야 살 수 있다고.

머무는 건 죽음이라고.....

그 말 앞에서 나는 벗어날 수 없어요. 왜냐하면 그건 ‘진실’이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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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국문학을 전공하고 그중 옛이야기에 관심이 많아 독일까지 가서 그림형제

를 연구하기까지 한 학자의 책을 함께 보았습니다.


현대는 스토리텔링의 시대라고 말합니다. 각 브랜드도 스토리가 있어야 하고 개인

이나 조직도 스토리가 있어야 사람들한테 기억이 되고 각인이 잘 됩니다.

"스토리는 팩트보다 강하다."라는 말도 있더군요.


이처럼 스토리는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힘이 있고,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이

이러한 스토리를 만들어내고 이를 함께 믿고 공유하는 힘이 있었기에 사회를 이루

고 국가를 이루며 문명을 이루어내었다고까지 말합니다.


이렇게 중요한 스토리가 어떻게 형성이 되고, 어떤식으로 만들어지며 오래 내려온

옛이야기의 의미 등에 대한 저자의 설명이 있었습니다.

스토리에는 "인물", "배경", "사건"이 있어야 하고, 사건은 너무 일상적이거나 단조

로운 것이 아니라 "낯섬"이 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특히 이 책의 제목처럼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언제나 "떠남"을 가지는 경우가

많은데, 저자는 인간에게 있어서 "떠남"은 숙명이고, 남으면 죽고 떠나야 산다고

까지 표현을 합니다.


이 세상은 모든 것이 변화한다는 것이 기본 명제인데, 예전에 집착하고 예전 방식

으로만 고집한다면 도태될 것이 분명하고, 떠남이라는 것은 새로운 것을 찾아서

도전한다는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인간이 여행을 이토록 좋아하는 이유도 바로 이 "떠남"을 추구하는 본성이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도 생각해봅니다.


오늘도 일상에서도 늘 발견할 수 있는 "낯섬", "다르게 보기", "새로움" 등을 찾아

보고, 이를 통해 삶이 늘 깨어있는 하루가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