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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헌 서재 Feb 25. 2019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 (2)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 (2)

“자유주의 이야기에 대하여”


                                                 강 일 송


오늘은 <사피엔스>, <호모데우스>로 전세계에 큰 반향을 일으킨 학자이자 베스트

셀러 작가인 유발 하라리 교수의 새로운 책인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

두 번째 이야기를 이어보려고 합니다.


유발 하라리(1976~)교수는 이스라엘 하이파에서 태어나 2002년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

에서 중세 전쟁사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현재 예루살렘 히브리 대학교에서 역사

학과 교수로 재직중입니다.

역사와 생물학의 관계, 호모 사피엔스와 다른 동물들과의 본질적 차이, 역사의

진보와 방향성 등에 관한 광범위한 주제를 다루고 있는 세계적인 학자입니다.


함께 보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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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주의, 공산주의, 파시즘 이야기


인간은 사실과 숫자, 방정식보다 ‘이야기’ 안에서 생각한다. 이야기는 단순할수록 좋다.

모든 사람, 집단, 민족은 자기 나름의 이야기와 신화가 있다.

하지만 20세기 동안 뉴욕과 런던, 베를린, 모스크바의 글로벌 엘리트들은 세 가지

거대 이야기를 만들었고, 그것으로 모든 과거를 설명하고 전 세계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파시즘 이야기, 공산주의 이야기, 자유주의 이야기다. 제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파시즘의 이야기가 나가떨어졌고, 194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 후반까지 세계는 단

두 가지 이야기, 공산주의와 자유주의의 격전장이 됐다. 그 후 공산주의 이야기가

무너지면서 자유주의 이야기가 인류의 과거에 대한 안내자이자 세계의 미래를 위한

필수적인 매뉴얼로 남았다. 적어도 글로벌 엘리트들이 볼 때는 그런 것 같았다.


자유주의 이야기는 자유의 가치와 힘을 신봉한다. 이 이야기에 따르면 수천 년 동안

인류는 억압적인 정권 치하에 살면서 정치적 권리와 경제적 기회, 개인의 자유를 별로

누리지 못했고 개인과 사상과 상품의 이동에도 심한 제약이 있었다.

그렇지만 인류는 자유를 위해 싸웠고, 민주 정부는 야만적인 독재 체제를 대신했고

자유기업은 경제적 제약을 극복했다.


자유주의에서는 사람들에게 더 많은 자유를 주어야 한다고 한다. 인권을 보호하고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며, 자유 시장을 확립하고, 개인과 사상과 상품이 세계 전역에

걸쳐 최대한 쉽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런 식으로 우리의 정치와 경제

체제를 계속 자유화하고 세계화하기만 하면 우리는 모두를 위한 평화와 번영을

이룰 것이다.


★ 전통적 자유주의의 약속


자유주의는 전통적으로 ‘경제 성장’에 의지해 어려운 사회적, 정치적 갈등을

마술처럼 해결했다. 자유주의가 프롤레타리아와 부르주아를 화해시키고, 신앙인과

무신론자, 토박이와 이민자, 유럽인과 아시아인까지 화해시킨 비결은 모두에게

파이의 몫을 더 키워주겠다는 약속이었다. 실제로 파이의 크기를 끊임없이 키워

감으로써 그것이 가능했다.


하지만 경제 성장은 지구의 생태계를 구하지는 못할 것이다. 오히려 정반대로

경제 성장이야말로 생태학적 위기의 원인이고, 경제 성장은 기술적 파괴도 해결

하지 못할 것이다. 경제 성장 자체가 점점 위력을 더해가는 파괴적 기술의

발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 자유주의에 대한 실망과 환멸


1990년대와 2000년대에 이 자유주의 이야기는 지구촌의 기도문이었다.

하지만 2008년 세계 금융위기가 닥친 이래 전 세계 사람들은 자유주의 이야기에

점점 환멸을 느끼게 되었다. 장벽과 방화벽이 다시 유행이다.

터키와 러시아 같은 나라들의 스트롱맨은 새로운 유형의 반자유주의적 민주주의와

노골적인 독재를 실험한다.


영국의 브렉시트 국민투표와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부상으로 뚜렷이 각인된 해였던

2016년은 이러한 환멸의 파도가 서유럽과 북미의 핵심 자유주의 국가들에까지 가

닿은 순간임을 의미했다.


어떤 이들은 옛날의 계층화된 세상을 다시 그리워하게 되었고, 이제와서 인종적,

민족적, 젠더적 특권을 포기하지 않으려고 한다. 급기야 2018년 우리 앞에는

세 가지 이야기 중 하나도 남아 있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급작스럽게 아무런

이야기도 없어진 상태는 끔찍한 일이다.


★ 정보기술, 생명기술의 쌍둥이 혁명의 새로운 시대


자유주의 정치체제는 인류가 산업시대를 거치면서 구축된 것이었고, 현재 정보기술과

생명기술 분야에서 일어나는 혁명적 변화에 대처하는 데 곤란을 겪고 있다.

정보와 생명기술 분야의 혁명은 경제와 사회뿐 아니라 인간의 신체와 정신을

재구성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우리 내부 세계까지 통제할 수 있고 나아가 생명을

설계하고 만들 수도 있게 될 것이다. 우리는 뇌를 설계하고 삶을 연장하고 우리의

생각도 임의로 죽이는 법까지 터득할 것이다. 그 결과가 어떨지는 아무도 모른다.

인간은 언제나 도구를 현명하게 사용하는 것보다 발명하는 데 훨씬 뛰어났다.


★ “무관함”에 대한 두려움


2018년의 보통 사람은 착취로 고생하는 것이 아니라 훨씬 더 나쁜 지경인

“무관함(irrelevance, 사회에 관련성을 잃고 하찮은 존재로 전락한다는 뜻)”을

걱정한다. 대중은 무관함에 두려워하고 그래서 너무 늦기 전에 자신에게 남은

정치권력을 사용하는 데 필사적이다. 브렉시트와 트럼프의 부상은 전통적인

사회혁명과는 반대되는 궤도의 사례를 보여준 것일 수 있다.


21세기 포퓰리즘 반란은 사람들을 착취하는 경제 엘리트가 아니라 더 이상

사람을 필요로 하지 않는 경제 엘리트에 맞서는 구도로 전개될 것이다.

이는 지는 싸움이 될 가능성이 높다. 착취에 반대하는 것보다 사회와 무관해

지는 것에 맞서 투쟁하는 것이 훨씬 힘들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에게 남겨진 과업은 세계를 위한 갱신된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다.

산업혁명의 격동이 20세기의 참신한 이데올로기를 낳은 것처럼, 다가오는

생명기술과 정보기술 혁명을 맞이해서도 새로운 청사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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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유발 하라리 교수의 책을 연이어 소개하였습니다.


인류는 스토리(이야기)를 좋아한다고 하였지요.  우리 민족도 단군신화의 스토리

가 존재하고, 일본도 왕실의 스토리가 존재합니다.  유대인의 스토리는 성경으로

인해 유명하고, 미국의 자유주의 이야기, 프랑스의 혁명 이야기도 유명합니다.


오늘 저자는 자유주의, 파시즘, 공산주의의 세 이야기를 언급하고 파시즘과 공산

주의 이야기가 먼저 무너지고, 영원할 것 같았던 자유주의 이야기도 신뢰를 잃어

가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전통적인 자유주의는 모든 대립을 완화시켰는데, 이는 경제 성장의 과실로 인해

모두에게 늘어난 파이의 힘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경제 성장이 무한대로 되지

않는 이상 필연적으로 한계에 부딪치게 되어 있고, 이로 인해 자유주의에 대한

믿음이 금이 가기 시작되었지요.


영국의 브렉시트와 미국의 트럼트 대통령 부상 등을 저자는 같은 맥락에서 판단

하고 있습니다.  러시아도 과거의 영화를 다시 회복하기를 원하고, 중국도 예전의

화려함을 꿈꿉니다.  

이런 상황에 더하여 생명 과학기술의 발달, 인공지능 정보기술의 발달이 눈부시게

되면서 인류는 더욱 복잡한 방정식에 처하게 됩니다.


사랑의 반대말은 미움이 아니라 "무관심"이란 말이 있지요.  저자는 현재 인류가

처한 상황이 "무관함,irrelevance"라고 정의합니다. 사람을 착취하는 권력에 대한

투쟁이 아니라 사람을 필요로 하지 않는 권력에 대한 투쟁이 생겨날 것이고,

이는 오히려 더 힘든 싸움이 될 것이라고 예측합니다.


파시즘 이야기가 무너지고, 공산주의 이야기가 무너졌으며, 영원할 것 같았던

자유주의 이야기까지 희미해지는 지금, 인류는 자유주의 이야기를 보수해서

수정된 자유주의 이야기를 이어갈 지, 아니면 전혀 새로운 이야기를 창조해낼 수

있을 지 궁금해집니다.


좋은 책이란 현재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사고에 "흔들림"을 주거나 "균열"

을 줄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좀 더 다른 생각을 갖게 해주는 책이라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좋은 책이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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