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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헌 서재 Jun 14. 2019

<라틴아메리카는 처음인가요?>

“바나나공화국-사라지지 않는 제국의 그림자”

<라틴아메리카는 처음인가요?>
--“바나나공화국-사라지지 않는 제국의 그림자”

                                            강 일 송

오늘은 라틴아메리카, 즉 중남미 아메리카에 대한 책을 한번 보려고 합니다.
북아메리카는 영국의 영향이 커서 ‘앵글로 아메리카’라고 하기도 하고, 중남미는 스페인,
포르투갈의 영향이 커서 ‘라틴 아메리카’라고 합니다.

저자인 박정훈 작가는 한양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한 후 멕시코로 건너갔고, 7년간
멕시코시티에 살면서 교민신문인 <한인매일신문> 취재부장, <한겨레21> 중남미 전문
위원 등으로 일했고, 라틴아메리카 각국을 현장 취재하였다고 합니다.
2007년 귀국한 뒤 지은 책으로 <역설과 반전의 대륙>, 옮긴 책으로 <게릴라의 전설을
넘어>, <마르코스와 안토니오 할아버지>, <호세 마리아 신부의 생각> 등이 있습니다.

오늘은 그중 아직도 사라지지 않는 제국의 그림자, 플랜테이션에 관한 이야기를 함께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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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미난 별명의 라틴아메리카 나라들

라틴아메리카에는 재미난 별명을 가진 나라들이 있습니다. 바나나 공화국, 커피 공화국,
사탕수수 공화국과 같은 별명이지요. 바나나 공화국은 니카라과를, 커피 공화국은
엘살바도르를, 사탕수수 공화국은 쿠바를 가리킵니다. 이들 나라에서 각각 바나나와
커피와 설탕이 많이 나온다고 해서 이렇게 부르곤 합니다.

이런 별명이 무색하지 않은 것이, 실제로 한때 유럽인의 식탁가에 오른 설탕의 거의
전부가 라틴아메리카산이었어요. 그뿐인가요? 중앙아메리카와 멕시코산 카카오가 그랬고
카리브산 담배도 그랬지요. 브라질산 커피가 유럽인들의 식탁을 점령한 적도 있어요.
지금도 콜롬비아산 커피는 세계인이 가장 즐겨 마시는 커피 중의 하나지요.
라틴아메리카는 이런 작물을 재배하기에 딱 알맞은 기후와 토양을 갖고 있습니다.

★ 단일작물, 흑인 노예, 대농장

이렇게 된 데에는 스페인의 식민지가 된 이후 이 대륙에 펼쳐진 독특한 경제 시스템이
영향을 미쳤어요. 바로 플랜테이션입니다.
플랜테이션은 그저 작물을 심는 곳을 가리키는 단어에요. 그런데 15세기 이후 역사적인
의미가 하나 덧붙었습니다. 바로 라틴아메리카 지역에 형성된 대규모 농장을 뜻해요.
스페인을 비롯해 유럽 열강에서 온 이들이 이 지역에 농장을 설립하면서부터지요.

유럽에서 온 사람들은 이 대륙이 농사짓기에 아주 적합하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적도의 위아래로 뻗어 있어서 대부분의 땅이 열대와 아열대에 속하고, 위도 뿐아니라
고도도 좋았어요. 안데스 산맥 등 고도가 다양해서 고도에 따라 여러 작물을 심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형태가 조금 독특했어요. 크기만 거대한 것이 아니라, 너른 땅에 오직 한 가지
작물만 심었습니다. 당시 유럽은 중상주의 시절, 즉 최고의 무역 상품을 개발해 상업으로
돈을 버는 시대였습니다. 유럽 시장에서 가장 높은 값을 받을 수 있는 작물만 들입다
심었습니다.

그럼 그 농사는 누가 지었을까요? 지금처럼 헬리콥터로 농약을 뿌릴 수 있는 시절도 아니니,
큰 규모의 농장을 운영하려면 당연히 손이 많이 필요합니다. 그 일손은 아프리카에서
‘수입’한 노예들로 채워졌어요. 처음에는 원주민들을 마치 노예처럼 부려서 농장을 운영
했는데, 고된 노동과 전염병 탓에 날이 갈수록 원주민의 수가 급속히 줄어갔습니다.

★ 노예 무역, 삼각 무역

그렇게 ‘대서양 노예 무역’을 통해 많은 흑인 노예가 라틴아메리카로 들어오게 됩니다.
노예 무역은 유럽, 아프리카, 아메리카의 삼각 무역이에요. 먼저 유럽의 항구에서 면직물,
총, 구슬 장식 같은 물건을 배에 싣고 서아프리카로 가서 아프리카 노예와 맞바꾸어요.
그런 뒤 이 ‘인간 화물’들을 싣고 대서양 서쪽으로 항해해 아메리카에 데려와 브라질과
카리브해에 내렸지요. 그곳에서 플랜테이션 노예들이 생산한 설탕, 카카오, 담배, 커피를
싣고 다시 유럽으로 돌아가 파는 겁니다.

그런 식으로 스페인 정복 후인 1540년부터 1870년까지, 흑인 노예 약 900만 명이 아프리카
에서 아메리카로 건너와야 했습니다. 흑인 노예들은 대개 하루에 16시간 이상을 중노동에
시달렸어요. 노예의 가격은 꽤 높은 수준이었기에, 학자들에 따르면, 노예를 사서 약 2-3년간
일을 시켜야 비로소 ‘본전’을 뽑을 수 있었다고 해요.

이렇다보니, 노예들은 고작 5-6년 정도밖에 일을 할 수 없었다고 해요. 노동이 너무 고되었던
탓에 그 정도 기간을 일하고 나면 목숨을 잃을 수밖에 없었거든요. 농장주들은 노예들의
사람이나 건강은 전혀 돌보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플랜테이션 농업은 언제까지 계속되었을까요? 플랜테이션은 노예 노동이 없으면
유지할 수 없는 농업이이에요. 그래서 19세기에 노예가 해방되면서 위기를 맞지요.
대규모였던 농장은 그보다 작게 쪼개져 갔습니다.
하지만 19세기 내내 라틴아메리카에서는 단일 작물을 수출하는 방식으로 운용해 갔고,
이는 20세기 이후 지금까지도 두고두고 이 대륙의 경제발전에 걸림돌이 되었습니다.

★ 플랜테이션 그림자 지우기

이런 걸림돌에서 벗어나는 길은 무엇일까요? 많은 나라가 산업화라고 생각했어요.
브라질은 커피로 얻은 부를 통해 상파울루를 통신과 공업, 상업의 중심지로 만들려고
고군분투했어요. 아르헨티나도 팜파스의 목축업으로 번 부를 부에노아이레스의 산업화에
투자했지요. 대표적인 산유국인 베네수엘라도 석유 수출로 얻은 부를 제조업 발전에
적극적으로 투자했어요. 이를 두고 사람들은 ‘석유를 씨뿌린다.’라고 표현하기도 했지요.

하지만 갈 길이 쉽지는 않습니다. 중국이 제조업으로 무섭게 성장하고 있고, 유럽과
미국의 견제도 만만치 않지요. 또한 작은 나라들은 여전히 바나나와 커피 같은 단일
농작물에 크게 의존하고 있습니다. 플랜테이션이 남긴 그림자를 지우려는 노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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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중남미 아메리카, 즉 라틴아메리카에 대한 책을 함께 보았습니다.
라틴아메리카를 생각하면 늘 안타까운 마음이 개인적으로는 듭니다.  몇 명
되지도 않는 스페인의 기병들에 허무하게 나라가 무너지고, 수많은 사람들이
총칼 뿐아니라 천연두 등 유럽에서 넘어온 전염병에 사라져 갔지요.

또한 유럽 제국의 식민지, 플랜테이션 농업을 했기에 원주민 및 아프리카에서
죄없이 끌려온 900만 명이나 되는 흑인들이 강제 노동에 시달려야 했고
그 후예들은 아직도 선진국이 되지 못하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처지에 있지요.
물론 각 국민 개개인이 행복한가는 차치하고 말이지요.

스페인 등에서 넘어온 백인과 원주민 사이에 태어난 혼혈을 "메스티소"라고
부르는데, 나중에 들어온 아프리카 흑인들도 합해져 라틴아메리카에는 다양한
혼혈이 생겨나게 됩니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긍정하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고 하고,
대체로 삶을 긍정하고 이방인을 환영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합니다.

이렇게 개성이 강하고 독특한 문화를 가진 그들이 하루빨리 플랜테이션 제국의
그늘을 지우고 든든한 자신들의 나라를 세워나가기를 기원해봅니다.

다음에 다른 내용으로 한번 더 살펴보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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