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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예술

<단숨에 읽는 그림 보는 법>

by 해헌 서재

<단숨에 읽는 그림 보는 법> - 수전 우드포드
“Art Essentials”
강 일 송

오늘은 미술 감상 초보자를 위하여 쓴 미술 입문서에 준하는 책을 한번 보려고 합니다.

저자인 수전 우드포드(Susan Woodford)는 하버드대학교에서 학사를, 컬럼비아대학교에서
석사 및 박사학위를 받았고, 현재 영국에 거주하며 대영 박물관에서 예술사를 가르치고
있다고 합니다. 2003년 Criticos Prize를 수상했습니다.

저자는 시공을 초월해서 예술적 시각을 넓혀가기를 원하고 있고, 이 책에서 여기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해주고 있습니다.

한번 보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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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을 읽다.

그림을 보는 관점은 다양하다. 오늘 네 점의 그림을 예로 들어 전혀 다른 몇 가지 관점
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 그림이 어떻게 사용되었는가.

먼저 그림이 주로 어떤 목적을 위해 그려졌는지 생각하는 것부터 시작해 보자.
생동감이 넘치고 호쾌한 들소 그림은 지금의 스페인에 위치한 어느 동굴의 천정에
무려 1만 5,000년 전쯤에 그려진 것이다. 그렇다면 동굴 입구에서 조금 떨어진 어두운
구석에 그려진 이 아름답고 생생한 그림의 역할이 무엇이었는지 상상해볼 수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이 그림을 그린 사람 또는 그 사람이 속한 부족이 그림 속에 묘사된 동물을
잡거나 죽이기 위한 주술적인 목적으로 생각할 수 있겠다. 이와 비슷한 원리는 부두교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바로 특정 인물과 비슷한 인형을 만들어놓고 바늘로 찌르면 그 사람에게
해를 입힐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어쩌면 이 동굴 벽화가는 동굴 속 들소의 모습을 그대로 포착해 그려넣음으로써 진짜
들소를 잡을 수 있기를 바라는 소망을 표현했을 수도 있다.

두 번째 그림은 초기 기독교 모자이크화다. 그림의 주제는 라자로의 부활이며 매우 알아
보기 쉽게 표현되어 있다. 이 그림은 라자로의 이야기를 놀랍도록 명확하게 묘사해
‘손과 발이 수의로 묶인 채’ 자신이 묻혔던 무덤에서 나온 라자로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성당을 장식하는 일부로서 이 그림은 어떤 역할을 했을까? 이 모자이크화가 그려진
때는 6세기경으로 당시에는 글자를 읽을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그럼에도 교회는 가능한 많은 사람들이 복음서의 가르침을 배울 수 있기를 원했다.
교황 그레고리오 1세는 “문맹들에게 그림의 역할은 읽을 줄 아는 사람들에게 있어
글의 역할과 같다.”고 설명한 바 있다.
즉 이렇게 쉽게 알아볼 수 있는 그림으로 사람들은 성경의 내용을 이해할 수 있었다.

★ 사랑에는 기쁨만큼이나 질투와 기만이 함께한다.

이제 다음 그림을 보자. 16세기의 화가 브론치노가 세련된 붓놀림으로 그린 유화인데,
그리스 신화 속 사랑의 여신 비너스가 날개 달린 어린아이의 모습을 하고 있는
자신의 아들, 큐피드에게 관능적으로 안겨 있는 모습을 묘사했다.
이 중심 인물들의 오른쪽에 발랄한 소년이 있는데 이는 기쁨을 나타낸다고 한다.
그의 뒤로 녹색 옷을 입은 이상한 소녀가 있는데 이 소녀의 몸은 기괴하게도 드레스
아래로는 뱀의 형상을 하고 있다. 이는 분명 질투를 나타내는 것으로 사랑에 흔히
동반되는 감정이다.

위쪽에는 시간의 할아버지가 있는데 어깨에 이를 상징하는 모래시계가 있다.
맞은 편에는 진실을 상징하는 여인이 있고, 아래쪽에는 머리를 쥐어뜯는 노파가
있다. 그녀는 질투로, 젊음에 대한 부러움과 절망에 빠져 있다.

그리하여 이 그림은 도덕적 교훈, 즉 사랑에는 기쁨만큼이나 질투와 기만이 함께한다는
이야기를 표현한다. 이 그림의 목적은 문맹들에게 알기 쉽게 설명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교육수준이 높고 어느 정도 지식이 있는 사람들을 자극해 흥미를 불러일으키기 위한
것이다.

★ 창의적 행위와 예술가 자신의 에너지를 표현하다.

마지막으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와 그리 차이가 나지 않는 시기에 그려진 그림을
보자. 이 그림은 미국의 화가 잭슨 플록의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는 평범한 세계의 일부
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전혀 없다.
잡아야 할 들소도, 알려야 할 종교적 이야기도, 풀어내야 할 복잡한 알레고리도 없다.
이 모든 것을 대신에 이다지도 신나고 생동감 넘치는 추상적 무늬를 표현하기 위해
화가 자신이 거대한 캔버스 위에 페인트를 흘린 행위의 기록만이 있을 뿐이다.

이와 같은 작품의 목적은 무엇일까? 이 그림의 목적은 창의적인 행위와 오롯이 예술가
자신의 육체적 에너지만을 드러내 이 그림을 그리기 위해 예술가가 수행했을 몸의
움직임뿐 아니라 정신까지 느낄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 문화적 맥락

그림을 보는 방법 중 하나는 작품들이 그려진 시기의 문화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전해
주는지 알아보는 것이다. 앞서 살펴본 동굴 벽화는 우리에게 초기 인류에 대해 알려준다.
6세기 기독교 모자이크화는 깨우침을 얻은 소수가 교육받지 못한 대중에게 가르침을
전하는 가부장적인 문화를 반영한다.

세 번째 브론치노의 그림은 지적으로 세련된 계층, 어쩌면 지식에 싫증이 났을지도 모르는
우아한 계층에 대하여 수많은 사실을 말해준다. 그들은 수수께끼와 퍼즐을 사랑했으며,
교양 넘치는 놀이를 즐기기 위해 예술을 활용했다.
20세기의 잭슨플록의 회화는 예술가 개인의 독특한 행동이나 비전을 중시하는 시대,
특권층이 중시하는 전통적인 가치를 거부하고 예술가들이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자유롭게
표현하기를 장려하는 시대에 사는 사람들에 대해 말해준다.

★ 그림에 대해 이야기하기

우리가 그림을 보면서 중요한 것은 단지 그림을 보는 방법을 익히는 것만이 아니라,
그림에 대해 이야기를 시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금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그저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림을 설명하는 단어를 찾고 그림을
분석하는 것은 수동적인 그림 감상에서 벗어나 능동적이고, 주관적인 감상을 할 줄
알고, 더 발전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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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전공자가 아닌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친절하게 그림을 보는 법을 가르쳐
주는 좋은 책을 함께 보았습니다.
저자인 수잔 우드포드는 대영박물관에서 예술사를 가르치고 있고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여러 저서들을 썼다고 하지요.

저자는 수없이 많은 작품들 중 4가지 작품을 가지고 그림을 보는 법을 설명해
주고 있는데, 첫 번째 그림은 기원전 1만 5천년 전에 그려진 스페인 알타미라
동굴 벽화이고, 두 번째 그림은 6세기 경 성 아폴리나레 누오보 성당의 모자이크
화입니다. 세 번째 그림은 1545년 경 그려진 브론치노의 <시간과 사랑의 알레
고리> 작품이며, 네 번째는 1950년에 그려진 미국을 대표하는 화가 잭슨 플록의
<가을의 리듬,No 30>입니다.

네 그림은 기원전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순차적으로 그림의 변천을 보여주고
있는데, 원시 시대의 그림은 자신들의 안녕과 먹을 것을 풍부하게 구하기 위한
주술적인 목적이 담겨진 그림들이었지요. 이후 <라자로의 부활> 그림은 기독교
시대에 대다수의 문맹인들을 위한 교화적인 목적에서 글 대신 교리를 가르치려는
연유가 있었고, 16세기의 브론치노 그림은 소수 엘리트 계층의 지적 유희와
교양을 위한 그림이었습니다. 현대에 이르러 잭슨 플록의 작품은 어떤 형태와
목적 없이 화가 스스로의 예술적 영감을 자유롭게 표현한 작품이었습니다.

예술작품은 미술이든 음악이든 건축이든, 문학이든 간에 각각 작품이 만들어진
그 시대를 반영하게 마련입니다. 그 시대의 문화와 역사적 배경, 대중들의 삶,
등이 녹아있지요. 작품을 마주하면 그 시대의 배경적 지식을 바탕으로 마치
그 시절에 삶을 살아간 사람의 입장에서 감상하면 훨씬 더 풍부하고 생동감
있게 느끼고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이 책의 표지 그림은 일본의 유명한 화가 가츠시카 호쿠사이(1760-1849)의
그림이지요. 엄청난 풍랑 속에 멀리서 후지산이 보이고, 이어서 부서질 듯한
배와 사람들이 보입니다. 일본의 풍속화인 우키요에의 대가이기도 한 그는
다른 우키요에 화가들과 함께 서양의 인상파 태동에도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개인적으로는, 보스턴의 유명한 박물관인 Fine Arts Museum을 방문했을 때 마침 호쿠사이의 작품들이 특별전으로 전시되고 있었고 여기서 다양한 그의 작품들을 접하는 기회도 있었습니다.

일본의 문화는 대체로 중국(대륙)에서 한반도의 고대국가나 고려,조선을 통해
일본으로 전파되어 자체의 독특한 문화가 형성되었고, 우키요에나 도자기를
통해 근대에 유럽의 문화와도 교류를 하게 되지요.
이처럼 예술과 문화는 고여 있는 것이 아니라 전파되고 융합이 되며 그 지역에
맞게 토착화되어 독립된 고유 존재로 거듭납니다.

마지막에 언급이 된 "그림에 대해 이야기하기"라는 문단은 굉장히 중요한
의미가 있는데, 단순히 예술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고 감상하는 것에서 나아가
스스로 그림을 설명하고 이야기를 하는 스토리텔링의 단계까지 나아갈 때
진정한 예술의 감상의 경지에 이르게 되고, 이것이야말로 제대로 된 예술 작품
감상, 그림 보는 법의 높은 단계라 생각됩니다.

다음에 다른 주제로 다시 한번 찾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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