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도시라는 공간을 다양한 면에서 관찰하고 고찰한 좋은 책을 한번 보려고 합니다. 현대인들의 삶은 도시를 벗어나기가 쉽지 않습니다. 도시의 여러 특성을 이해 하고 그 안에서 행복감과 편안함을 얻기 위한 내용들이 담긴 책입니다.
저자인 마즈다 아들리는 이란 출신 외교관이자 교수인 아버지를 따라 유년 시절 전 세계 도시들을 다녔으며, 현재는 베를린에 살고 있는 스트레스, 우울증 분야 전문 정신과 의사입니다. 베를린 플리드너 병원 의학과장이며, 2009년 세계보건정상회의 창설에 상무 이사로 참여했다고 합니다.
오늘날 최신 기술의 발달은 인류가 지구상에서 수백만 년 이상을 살아오는 동안 유전자를 통해 보존된 생물학적 기록들을 알 수 있게 해준다. 인간의 DNA는 인류의 발전사적 흔적을 품고 있는 도서관과 같다.
인류는 가장 오래된 호모속인 호모 루돌펜시스와 호모 하빌리스 이래 총 12만 세대 이상을 지구상에서 수렵,채집인으로 살았다. 인간의 삶은 기껏해야 소규모 공동체 및 무리 속에서 이루어졌으며, 정착생활을 하지 않고 식량 및 안전한 활동공간을 구하기 위해 계절마다 이동해야 했다. 이 기간 동안 인간의 생물학적 특성이 탄생하였고, 스트레스와 관련된 반응도 마찬가지로 이때 형성되어 오늘날까지도 우리로 하여금 도피나 공격 행동을 하게 만든다.
약 1만 년 전 마지막 빙하기가 끝나갈 무렵에 인류가 정착 생활을 시작함으로써 최초의 마을을 형성했으며 수렵채집에서 농경생활로 전환했다. 동물들은 길들여 가축으로 삼았고, 이른바 신석기 혁명이라 불리는 변화가 커다란 성공을 이루어 인류의 수는 급격히 불어났고 지구의 지배자가 되었다. 문명화된 인류, 즉 농경과 더불어 정착생활을 시작한 역사를 종합해보면 겨우 500세대에 불과하다.
즉, 인간은 오래된 생물학적 체계를 지닌 채 도시를 비롯해 급속도로 변화하는 인공적인 생활환경에서 살고 있다.
★ 정착생활과 건강, 환경 문제
정착생활, 도시생활 등으로 인간의 활동량은 점차 줄어들었고, 이로 인해 근육은 약해지며 뼈는 물러졌다. 또한 세포의 인슐린 민감성이 감소하면서 혈당이 증가하고 혈액 내 지방성분 수치도 높아진다. 가공된 고칼로리, 고지방 음식을 자주 섭취해 심장, 순환계 질환, 혈압, 심근경색 위험이 커졌다.
또한 도시의 수많은 인공 불빛은 시간에 따른 구분을 없애버림으로써 인간이 가진 내면의 시계를 뒤죽박죽으로 만들어놓았다. 인공조명은 멜라토닌 분비를 억제해 불면증을 유발하고, 동물들에게도 영향을 주어 새들이 고층건물로 날아들다 다치거나 죽는, 타워킬(Towerkill)을 일으킨다.
정착생활을 함으로써 전염병도 크게 유행을 했는데, 병원균의 숙주인 소,돼지, 닭이 인간과 함께 생활을 했고, 밀집된 거주지에서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전염도 더 쉽게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 ‘건강도시’를 만들기 위한 움직임
세계보건기구는 ‘건강도시’의 정의를 “건강도시란, 물리적, 사회적 환경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지역주민들이 모든 생활분야 및 최대 잠재력을 계발함에 있어 상호 협력할 수 있도록 지역 자원을 확보하는 도시를 말한다.”
말하자면 좋은 보건환경과 높은 삶의 질, 충분한 위생, 보건시설을 확보하며 주민들에게 필수적인 보건 서비스를 지원하는 도시가 건강도시다. 그러나 지금껏 건강도시를 만드는 데 적절한 수단 및 개발계획을 수립하는 데 성공한 기관이나 관청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1984년 캐나다 토론토에서 건강도시 운동이 처음으로 시작되었고, 2년 뒤 세계보건기구는 리스본에서 “유럽건강도시 프로젝트”를 창설했고, 유럽 29개국 1,300여 개 도시가 이 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 도시에는 더 많은 녹지가 필요하다.
가로수와 녹지, 시립공원 등이 신체적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다. 도시에 조성된 식물은 대기의 질을 개선하고 한여름의 낮 기온을 낮추며 달구어진 공기를 밤새 식히는 데 도움이 된다. 또한 주민들의 심리상태에도 유용하다.
이른바 ‘포켓파크’라고 불리는 소공원은 주택의 틈새공간이나 주차장, 역의 승강장, 버려진 빈터 등 도시의 어디에든 조성할 수 있다. 이는 지극히 효율적인 방식으로 도시민들의 주거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작은 휴식터다.
또한 수목의 밀집도와 주민들 간의 사회적 교류 사이에 어떤 상호관계가 있는지 연구해 보았는데, 결과는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수목이 비교적 밀집되어 있는 지역에서는 주민들 간의 사회적 삶이 좀 더 집중적으로 이루어지고 상호 협력도 증대되었다.
우리가 편안함을 느끼고 건강함을 유지하는 데는 밀림까지도 필요치 않은 것이다. 작은 도심 녹지 한 조각으로 인해 집 밖에서 조금 더 긴 시간을 보낼 수만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이로써 우리는 타인과 교류하고 새로운 사람을 사귀며, 현재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에 대해 일종의 결속감을 느끼게 된다. 두 가지 모두는 우리를 사회적 스트레스로부터 보호해준다.
오늘은 인간이 오랜 수렵 채집 생활을 마치고 농경생활, 정착생활을 시작한 이후 만들어진 도시생활이 인간의 건강과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어떻게 하면 건강한 도시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지에 대한 좋은 이야기가 가득한 책을 함께 보았습니다.
인간이 수렵 채집 시절이 더 건강했는지, 농경생활을 시작한 후 더 건강해졌는지에 대한 담론이 있어왔는데, 수렵 채집 생활 때가 때론 굶는 날도 많았지만 대체로 더 영양이 풍부하고 다양한 식이를 했다는 견해가 많아 보입니다. 농경생활, 사회생활, 집단생활이 시작된 후에는 강력한 집권 세력이 생겨났고, 이들이 식량 등 중요 자산을 강한 권력으로 독점을 하다보니 노동시간이 늘어 나고 영양은 오히려 더 부족했다는 설명이지요. 발굴된 연구에 의하면 수렵채집인이 농경인보다 더 크고 영양상태도 좋았다 는 것이 그 근거가 될 것입니다.
어쨌든 집단 사회생활은 또따른 문제를 야기시켰는데, 모여 살다보니 전염병이 쉽게 퍼졌고, 동물을 가축화하면서 가축들을 숙주로 하는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병을 일으킬 기회도 늘어납니다. 또한 상하수도가 미비되어 있던 중세, 근대 도시들에서는 수인성 전염병도 끊이질 않았습니다. 운동량이 줄어들어 뼈와 근육이 약해지고, 심혈관계도 부실해졌으며, 인공불빛 등으로 멜라토닌 분비의 교란이 일어나 수면의 질이 떨어지고 불면증이 증가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문제만 많이 생긴 것만은 아니지요. 보건의료 학문 및 기술의 발달 로 전염병을 이겨낼 많은 약품 및 의술이 발달하고, 상하수도를 정비함으로써 비약적으로 전염병이 감소하게 됩니다. 보건의료 지원, 정신 심리 건강에 대한 지원이 늘어나 도시민의 수명이 시골에 사는 사람들보다 더욱 늘어나게 되지요.
현대에 들어 많은 인구가 도시로 집중하게 되고, 도시생활이 인간 삶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되자, 세계보건기구는 건강한 도시를 지향하는 활동을 하게 됩니다. 여러 실험 및 연구 논문을 근거해 보면, 결국 도시에 녹지 공간이 늘어날수록 인간은 편안함을 느끼고, 더욱 건강해지며 주위 이웃들과의 교류도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도시를 건강하게 하는데, 녹지 공간이 필수적이라는 말은 다시 유추해보면, 12만세대를 거듭했던 수렵채집인의 DNA가 500세대 밖에 안 되는 농경생활, 수십 세대밖에 안 되는 현대 도시생활을 압도하여, 수렵채집인들이 선호하고 안전하다고 생각하였던 환경을 갖추면 훨씬 육체적 건강, 심리적 안정감 등이 늘어나리라는 생각입니다.
현대인들은 비록 도시에 살지만 12만 세대를 거듭하여 우리 인체에 각인되고 오랜 세월에 걸쳐 쌓인 생리적 메커니즘은 쉽게 바뀌긴 힘들 것으로 보이고 점차 수많은 세월이 흐르면서 이 DNA도 서서히 현대 생활에 맞는 패턴으로 바뀌게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직은 푸른 녹지와 아름다운 꽃들, 맑은 시냇물, 파란 하늘을 가까이 하는 삶의 시간을 억지로라도 만들어 좋은 시간 많이 가지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