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교양방송 프로그램 <차이나는 클라스>의 두 번째 이야기를 나누어 보고자 합니다. 우리는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를 자칫 혼돈하기가 쉬운 전체를, 집단을 중요시하는 문화권 에서 살아왔기에 그러합니다.
저자인 이진우(1956~)교수는 연세대학교 독어독문학과 학사, 아우스부르크대학교 대학원 철학 석박사를 했으며, 계명대학교 철학과 교수, 계명대학교 총장을 거쳐 현재 포항공과 대학교 인문사회학부 석좌교수로 재직중입니다. 한국니체학회 회장을 하는 등 철학자 중 니체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개인이나 개인주의 같은 말을 꺼내면 제일 먼저 이기주의를 함께 떠올리죠. 그것은 편견인데, 개인주의는 이기주의가 아니에요. 저는 더 많은 개인주의가 우리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더욱이 우리나라는 집단 주의적이고 공동체 중심인 사고방식이 너무나 뿌리 깊게 박혀 있기 때문에 개인적 사고를 하기가 힘들어요.
우리는 유교적 가치관에 지배를 받고 있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전통적 가치관에 묶인 말과 행동을 많이 하고 있어요. 특히 ‘우리’를 너무 강조하죠.
★ 벼농사와 밀농사
<사이언스>지에 실린 논문에 있는 실험인데, 대체로 벼농사 지역의 사람들은 전체적 인 사고, 관계지향적인 사고를 하는 반면, 밀농사 지역 사람들은 개인중심적인 사고를 하는 걸로 드러났어요. 그 이유를 찾아보니, 벼농사 지역에서는 여럿이 협동을 해서 경작을 해야 농사를 지을 수 있기 때문에 품앗이 같은 문화가 발전했던 것이요. 반면 밀농사는 협동을 하지 않아도 경작을 할 수 있었죠
★ 사회발전의 원동력 – 개인주의
개인이 자기의 의견을 자유롭게 표출하고 질문을 하지 않는다면 호기심이 없는거죠. 그러면 다양성이 보장되지 않아요. 그런 사회에서는 혁신도 일어나지 않아요. 울리히 벡이라는 독일의 사회학자는 ‘21세기의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메가 트렌드는 개인화’라고 말하기도 했어요. 어쨌든 전체적인 흐름은 개인화의 경향으로 가고 있어요.
★ 한국 사회의 집단주의, 이기주의
한국 사회는 질문이 없는 사회이고, 질문이 없는 사회는 개인이 없는 사회이기도 해요. 21세기 대한민국의 문화적 자화상을 그려본다면 개인화의 경향이 확산되고 있긴 하지만 아직 진정한 개인은 없다고 저는 진단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한국 사회도 전통적인 집단주의는 많이 붕괴가 되었는데 여전히 권위주의적 잔재가 남아있죠.
그리고 전통적 집단주의가 붕괴되면 개인주의가 성장하는 게 정상인데, 한국에서는 오히려 이기주의가 발달했어요. 그것도 집단적 이기주의, 가족 이기주의, 님비현상 같은 것으로 발달했습니다.
가장 극심한 기형적 집단주의는 ‘연고주의’라고 생각해요. 연고주의는 학연, 지연, 혈연 같은 것들을 통해서 자신의 정체성을 규정하고 개인적 이득을 취하려고 하는 태도를 말해요.
★ 엄격한(tight) 사회, 느슨한(loose) 사회
미국 메릴랜드대학 심리학 연구팀에서 33개국의 문화를 비교한 연구자료를 보면 엄격한 사회와 느슨한 사회를 나눕니다. 그렇게 사회를 나누는 기준은 우리의 행동을 구속하는 규범의 강도에요. 그중에서 우리나라와 일본이 가장 엄격한 사회로 조사가 되었다고 해요. 중국은 오히려 한국이나 일본보다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강하다고 해요.
대체로 선진국일수록 느슨한 편인데, 느슨한 사회일수록 규범으로부터의 일탈에 대해 관용도가 높아요. 예를 들어 프랑스 사르코지 전 대통령만 해도 이성과 관련된 스캔들이 났어도 프랑스 사람들은 개인의 사생활일 뿐, 공직의 수행 능력과는 아무 상관없다고 보잖아요.
★ IMF 이후의 한국사회
저는 IMF 사태가 우리나라에 미친 영향이 상당히 크다고 봐요. IMF 직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의 문화가 조금씩 바뀌려고 했어요. 그런데 중산층이 붕괴되면서 무엇보다 물질적 안정, 돈이 최고라는 가치가 더욱 강화되었죠.
유럽이나 영어권 사회를 보면 자기 표현적 가치가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그들의 사회는 내 생각, 내 취향, 내가 생각하는 바람직한 사회 등의 자기 표현적 가치가 큰 데 비해 우리 대한민국 사회는 개인은 없고 상당히 변질된 집단주의가 너무 강하다고 볼 수 있죠.
★ 개인주의의 확산이 사회 발전의 토대
다시 한번 정리를 해보자면, 첫째, 내가 있어야 우리가 있다. 둘째, 개인이 없는 사회가 위기를 초래하고 사회를 왜곡시킨다. 셋째, 그렇기 때문에 개인의 자유와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는 것이 자유 민주주의의 토대가 된다.
마지막으로 존 스튜어트 밀의 프라이버시 철학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밀은 프라이버시를 아주 쉽게 정리했는데, ‘자신의 방법으로 자신의 선을 추구하는 자유’, 그러니까 내 삶을 나만의 방식대로 살아갈 수 있는 자유라는 것이죠.
우리 사회가 조금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개인주의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끝으로 전하고 싶습니다.
2015년 발간된 문유석 판사의 <개인주의자 선언>은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 로 이어져 왔습니다. 이 책이 이처럼 많은 반향을 불러온 것은 우리 사회가 아직도 집단주의, 전체주의, 공동체 문화의 성향이 강하다는 것을 반증합니다.
오늘 저자도 마찬가지로 이기주의로 매도되기 쉬운 건강한 개인주의의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도 우리나라, 우리 사회에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서양에 비해서 동양이 더 집단주의가 강한 것은 벼농사를 위해서는 많은 집단 노동력이 필요하고 이들의 유기적인 협조가 생존에 필수적이었다는 것이 최근 분석인데, 유교문화의 본산인 중국에 비해 오히려 한국과 일본이 집단주의가 더 강한 것도 흥미로웠습니다.
의외로 개인이라는 개념이 등장한 것은 서구에서도 14-16세기에 걸친 르네상스 시대 이후라고 합니다. 유럽도 종교적인 가치관이 지배적이었고, 집단주의적 성향이 강했지만, 르네상스, 종교개혁 이후 '개인'이라는 개념이 나타났고, 이후 유럽은 비약적인 발전을 하게 됩니다.
저자의 분석 중 전통적 집단주의적 가치관이 무너지면 개인주의가 발전해야 하는데, 한국은 IMF 등의 영향도 있고, 변질된 집단적 이기주의, 가족 이기주의, 님비 현상, 연고주의 등이 강화되었다고 하네요. 지금 우리 사회를 보면 저자의 주장은 상당히 일리가 있어 보이고, 한편으로는 가슴이 아프고 안타깝기 그지 없습니다.
사실 벼농사를 지으면서 생긴 공동체적 집단주의 가치관이 무조건 나쁜 가치관 인 것은 아니지요. 그러한 가치관이 있었기에 현재의 우리 사회가 존속해 왔을 것이고, 그 자체의 긍정적이고 좋은 장점도 분명히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문유석 판사의 이야기처럼 건전하고 건강한 개인주의가 발전하고, 전통적 가치관의 장점을 계승하여, 우리 한국 사회가 더욱 조화롭고 안정적인 사회로 발달하길 기원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