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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헌 서재 Nov 05. 2019

<무라카미 하루키와 일본문화>

“일본적 마음”中 (2)

<무라카미 하루키와 일본문화>
“일본적 마음”中 (2) - 김응교 인문에세이

                                          강 일 송

오늘은 일본문화에 대하여 많은 식견이 있는 김응교교수의 <일본적 마음>의
두 번째 내용으로 한번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저자는 김응교 교수로 연세대학교 신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국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1987년 <분단시대>에 시를 발표하면서 등단했습
니다. 1996년 도쿄외국어대학을 거쳐, 도쿄대학원에서 비교문학을 공부했고,
1998년 와세대대학 객원교수로 임용되어 10년간 강의하다가 귀국하여 숙명여자
대학교 기초교양학부 교수로 있습니다.

저자는 13년간 일본에 있으면서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너무도 민감한 이 시대에
한국과 일본이 대화하며 함께 살아갈 길을 구상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책을 썼다고 합니다.

오늘은 그 두 번째로 일본 문학의 거장 무라카미 하루키를 주제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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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라카미 하루키 – 일본적 치유의 문학

1949년생인 하루키는 와세다대학 출신이다. 하루키의 출세작인 <노르웨이의 숲>
의 배경은 신주쿠 지역과 와세다대학이다. 1998년부터 10년간 와세다대학에서
근무했던 나는 2007년 11월 와세다대학에서 쓰보우치 쇼요 대상을 받는 하루키를
보았다. 양복을 입은 그는 구두 대신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그 운동화가 하루키
문학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기표 같았다.

한국인 중에 많은 독자는 하루키 소설을 잠깐 시원한 콜라로 여기거나, 아니면
현실도피 의식을 주입하는 마약으로 생각하는 비평가도 있다. 내가 만났던 몇몇
일본인은 하루키 소설을 비타민이라고 표현했다.
일본 대학생들의 태도는 많이 달랐는데, 적지 않은 학생들이 눈물 흘리며 하루키
문학을 읽는 현상을 쉽게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다가 <해변의 카프카>를 읽고
‘아차, 속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하루키는 일본의 죄를 모르고 있구나, 하며
하루키 문학에 대한 거부감이 증폭되었다.

하루키 소설의 핵심에는 일본인을 위한 힐링이 있다. 치유 말이다.
일본인의 입장에서 본다면, 하루키 문학의 핵심은 ‘치유’다. 많은 연구자들이
하루키 소설은 무국적, 비(非)일본, 범(汎)아메리카라고 하지만 내가 보기엔
그러하면서도 가장 일본적인 작가다. 더 정확히 말하면 현대 일본인의 심리를
잘 읽어내는 작가라는 의미다.

<노르웨이의 숲>의 주인공은 와세다대학을 다닌다. 이 대학은 일본 최고의
학교다. 그 학교가 또한 최고 진보 운동을 열심히 했던 학교다. 그런데 와세다
대학 학생 하나가 실패와 좌절로 자동차에서 자살한다. 이 안에는 허무주의,
결핍주의, 자유에 대한 이야기가 깃들어 있다.
또한 주인공은 <위대한 개츠비>를 쓴 스콧 피츠제럴드를 가장 좋아한다.
등장인물이 <위대한 개츠비>(1925)를 좋아한다는 말은 하루키 자신의 고백이기도
하다. 하루키는 스콧 피츠제럴드를 가리켜 ‘한동안 그만이 나의 스승이요, 대학
이요, 문학하는 동료였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위대한 개츠비>의 주인공이 겪은 성공과 좌절은 당시 일본 사회의 급격한 성공과
그 이면의 좌절을 연상케 한다. 밀주 사업을 통해 마피아와 친분을 맺고 부자가
된 개츠비의 모습은 폭력적인 모습으로 서부로 영토를 확장했으며 1차 세계대전
이후 강대국의 지위에 오른 미국을 상상케 한다. 졸부가 된 개츠비가 몰락하는
과정은 미국 역사의 압축판으로 볼 수 있다.

졸부가 된 주인공이 죽음에 이르는 과정처럼 갑작스럽게 부자가 된 일본 사회에는
부패가 만연했고, 전공투(일본의 좌파 학생운동)는 실패한다.
1980년대 번역되어 나왔을 때의 우리나라 상황도 비슷했다. 왜 한국에서 <노르웨이
숲>은 베스트셀러가 되었을까. 개츠비가 겪었던 실패, <노르웨이의 숲>의 주인공이
겪었던 좌절을 1980년 말 한국의 젊은이들도 겪은 것은 아닐까.

하루키는 무의식이나 꿈, 환상의 이야기를 쓰는 작가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필터를 거치지 않는 인간의 무의식, 그것이 진실이라고 생각하고 쓴
작가다. 가해자도 피해자도 명확하지 않은 복잡하고 불완전한 인간세상에 대한
묘사는 도스토예프스키를 연상하게 한다.

하루키의 소설은 어떻게 보면 전세계적 루저를 겨냥하는 책이다. 그의 문학은
마취제, 콜라, 마약의 역할을 한다. 이만한 비타민이 없다. 꿈이 없고, 정치적
비관주의, 이상적 허무주의에 빠진 사람들에게 위로가 된다.
실제로 일본에서 하루키는 구세주다. 핵심은 힐링, 치유다.
그의 소설은 일본인들의 아픔에 깊게 가 닿았다. 하루키 문학은 한국인들이
역사를 보는 시각과 다르지만, 일본인과 세계인들에게는 치료가 되고 위로가
되는 것이다.

하루키는 더도 덜도 말고 잘 짜여진 하루키 놀이공원, 환상의 ‘하루키 시뮬라크르’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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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일본의 대표적인 문학가이며 한국에서도 가장 지명도가 높은 일본 작가인
무라카미 하루키의 문학에 대한 이야기를 김응교 교수를 통해 살펴보았습니다.

하루키의 팬들을  '하루키스트(Haruki + ~ist)'라고 할 정도로 팬들이 많고, 1987년
발간한 "노르웨이의 숲"은 430만 부 이상 팔리고, 당시 일본 최대 소설 발행 부수
신기록을 세웠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교보문고에서도 10년간 문학분야에 가장 많이 팔린 책들의 작가가 하루
키라고 하니 얼마나 우리나라에서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지 알 수가 있습니다.

오늘 저자는 하루키의 문학이 범세계적이고, 무국적적이고 비일본적이라는 평가
가 있지만 사실은 가장 일본적인 문학이라고 말합니다. 한국인을 비롯한 세계인
들에게는 콜라요, 비타민 같은 문학이지만, 일본인에게는 힐링과 치유, 눈물을
흘리게 하는 문학이라고 하지요.

특히 미국의 유명한 소설 <위대한 개츠비>의 저자 스콧 피츠제럴드를 가장 좋아
하고 개츠비의 삶이 현대 일본과 미국의 행보와 비슷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주인공 개츠비의 성공과 몰락 과정이 일본과 미국의 성공과 경제 불황 등의 관계
와 닮았고 이것이 일본인들의 공감을 얻어냈다고 하지요.

또한 1980년대 한국 대학생들이 겪었던 민주화 운동 과정과도 오버랩이 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베스트셀러가 되었다고 말하고, 도스토예프스키의 영향을 받은
그의 사조와 치밀하게 계획된 구성 등은 그를 세계적 작가로 만듭니다.

개인적 사생활도 철저하여 저녁 9시 취침, 아침 5시 기상을 몇십 년째 지키고
있으며 하루에 1-2시간은 달리기를 하여, 수많은 마라톤 대회, 철인 3종 경기까지
참여할 정도로 체력 관리도 확실하게 하고 있습니다.
또한 음악에 대한 조예도 깊어, 그의 소설에는 음악적 코드가 삽입되어 있다고
합니다.

마지막 언급한 '하루키 시뮬라크르'라는 말은 김교수가 하루키를 평가한 핵심적인
용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뮬라크르(simulacre)란 영어로 '시뮬레이션', 즉 허상
헛것을 말하고 거짓된 이미지를 말하지요.  대체로 허상은 거짓이 많지만, 그러한
가공에서 진실을 말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작가가 하루키라고 말합니다.

하루키가 만들어낸 허상의 세계, 시뮬라크르, 그 작품의 세계는 이처럼 다양한
표현으로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다음에 다른 일본의 문화편으로 찾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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