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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헌 서재 Nov 01. 2019

<일본적 마음>

“수치(羞恥)의 문화”

<일본적 마음> - 김응교 인문에세이
“수치(羞恥)의 문화”

                                                       강 일 송

오늘은 우리와 가까이 있으면서도 닮은 듯 너무나 다른 듯한 나라, 일본에 대한
심도 있는 책을 한번 보려고 합니다.

저자는 김응교 교수로 연세대학교 신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국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1987년 <분단시대>에 시를 발표하면서 등단했습
니다. 1996년 도쿄외국어대학을 거쳐, 도쿄대학원에서 비교문학을 공부했고,
1998년 와세대대학 객원교수로 임용되어 10년간 강의하다가 귀국하여 숙명여자
대학교 기초교양학부 교수로 있습니다.

저자는 13년간 일본에 있으면서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너무도 민감한 이 시대에
한국과 일본이 대화하며 함께 살아갈 길을 구상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책을 썼다고 합니다.

다양한 내용들이라 연작으로 한번 이어볼까 합니다.
그 첫 번째 내용으로 일본인의 “수치”에 대한 문화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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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치의 문화

‘스미마셍’이란 말을 이들은 참 많이 쓴다. 하루에 몇 번 말했는지 셀 수 없을
정도다. ‘스미마스’ 곧 해결되었습니다, 돈을 다 갚았습니다, 별 문제 없습니다,
라는 상업적 의미가 오늘날에 ‘스미마셍’으로 변했다는 연구도 있다.
어원이야 어떻든 오늘날 너무도 많은 뜻으로 쓰이고 있다. 현재 ‘스미마셍’이라
하면, ‘미안합니다’라는 뜻뿐만 아니라, ‘여보세요’, ‘감사합니다’ 등 다양한
상황에서 쓰인다. 미안해하고 부끄러워하는 마음을 다양하게 바꾸어 쓰고
있다고 할 수도 있겠다.

미안해하거나 부끄러워하는 마음은 일본인들에게 아예 육체화되어 있다.
서구의 문화인류학자들은 이런 부끄러움의 미학을 일본인만의 특성으로
보곤 한다. 사실 일본인의 특수성이란 동양적인 특수성과 별다를 바 없을
때가 많다. ‘부끄러움’이란 서양보다 동양에 널리 퍼져 있느니 일반적인
특성이며 유교권의 국가에서는 하나의 덕목이었다.

★ 부끄러움보다는 죽음을 택한다.

일본인의 부끄러움을 만들어내는 핵심은 무엇일까. 전통적인 일본 문화론에
따르면 일본인의 인간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특성을 ‘집단주의’로 삼는다.
가령, 서양의 ‘죄의 문화’에 대별되는 일본인의 ‘부끄러움의 문화’, 계급적인
사회를 뜻하는 ‘종적 사회’, 응석부림을 뜻하는 ‘아마에 문화’, 철저한 동료
의식이 형성되어야 함께 일하는 ‘나카마 의식’, 일본의 특수한 집단주의를
강조해서 말하는 ‘집단아’, 라는 개념 등이 사실은 모두 집단주의와 연결되어
있다.

그런데 일본적인 집단주의를 만드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은 바로 ‘무사도
(武士道)’다. 무사가 명예롭게 사는 길은 ‘수치를 당하지 않는 것’이다.
명예란 곧 수치스럽지 않은 것이었다. 불명예란 수치스러운 것이다.
여기에는 죄의 개념이 없다. 당연히 전통적으로 일본의 젊은이들은 인생의
목적을 부(富)나 지식보다 명예에 두었다. 수치스러운 일을 당하면 차라리
스스로 배를 가르는 ‘하라키리’를 택했다. 그래서 무사도의 고전인 ‘하가쿠레’
에서 ‘무사도란 죽을 각오를 아는 것이다.’라고 했다.

★ 죄의식과 부끄러움

문화인류학자 루스 베네딕트는 <국화와 칼> 2장에서 서양의 문화는 죄의 문화,
일본의 문화는 수치의 문화로 나누었다.
죄라는 의미를 인식하기 힘들기에 기독교 윤리를 이해하기 힘든데, 거꾸로
성경의 죄의 개념을 수치라는 단어로 설명할 때 일본인이 쉽게 이해하는
경우를 경험하곤 했다.

정치적인 태도에도 수치의 문화가 배경이 된다. 태평양 전쟁 때 군인 위안부
등 다른 나라 사람들이 ‘죄’라고 생각할 때, 일본의 정치인들 혹은 일본이라는
‘국가주의’를 강하게 강조하고자 하는 이들은 이런 일을 ‘수치’로 파악하고,
숨기거나 왜곡하고 싶어하는 것이다.

★ 부끄러움을 찾는 사람들

지금도 일본에서는 예부터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 즉 염치심을 제1 덕목으로
유치원에서부터 아동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그러나 무엇이 진정 부끄러움인지를
가르치는 이는 극히 소수다.
역사교과서 문제에 확실하게 비판하는 사람들, 1923년 관동대지진 때 조선인
학살 사건을 아직도 조사하고 보고서를 내는 사람들, 군인 위안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과 중국, 일본을 오가며 조사하고 정부와 투쟁하는 외로운
세력들이 아직도 섬나라에는 있어, 아직 이 나라는 실낱같은 희망이 있다.

아직도 남은 의인들은 인간의 진실한 화해를 위해 지난 일본의 역사가
‘부끄러움’의 심리학을 얼마나 왜곡되게 이용해왔는가를 증언하고 있다.
진실로 부끄러운 것을 아는 사람을 중심으로 동아시아는 새로운 평화의
세계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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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시절을 보면 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가장 극단적으로 대립하고 있는
시기가 아닌가 합니다. 위안부, 강제 징용 등의 판결에 의한 일본기업에
대한 배상 문제로 촉발된 갈등은 관광객 감소, 불매 운동 등으로 이어져
유례없이 반목하고 있는 실정이지요.

하지만 역사적으로 지리적으로 본다면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가 천 오백
년에 걸쳐 이어져 왔고, 유전적으로 본다면 한국과 일본은 아주 유사
하다고 하지요.

오늘 저자는 일본에서 13년간 공부하고 가르친 경험을 가지고 많은 일본에
대한 저서들에 비해 심도 있고 명쾌한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습니다.
그 첫 번째 이야기로 "수치"에 관한 문화에 대해 이야기해 보았습니다.

사무라이, 무사도에서 수치보다는 죽음을 택해 할복하는 경우를 영화든
드라마에서든 많이 보게 됩니다. 이는 <국화와 칼>의 루스 베네딕트가 오래전
통찰했듯이 서양의 '죄의 문화'가 아닌 '수치의 문화'가 일본인들에게 깊이
내재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맹자도 이미 2500년 전에 수치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고, 우리나라도 같은
유교문화권이라 예의와 염치를 중요하게 생각했지만 일본과 같이 극단적으로
까지 달하지는 않았습니다.

이는 일본의 지리적인 특수성, 섬나라인 것과 자연재해가 많았던 것 등이 여러
요인들과 결합하여 일본만의 특수한 '수치'에 대한 문화를 만들어 낸 것으로
보이고, 흥미로운 것은 성경의 '죄'에 대한 개념을 '수치'의 개념으로 바꾸어
말하면 훨씬 이해를 잘 한다는 것이었네요.

저자는 아직도 실낱같은 희망이 있는 것은 일본내에서 소수이지만 자신들의
진정한 부끄러운 역사를 알고 이를 해결하고 동아시아의 평화를 꿈꾸는 이들이
존재한다는 것에서 찾고 있습니다.

다음에 다른 내용으로 연이어 찾아오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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