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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마음 공부를 시작했다>

“전에 없던 관계와 감정의 혼란에 대하여”

by 해헌 서재

<마흔, 마음 공부를 시작했다>
“전에 없던 관계와 감정의 혼란에 대하여”

강 일 송

오늘은 흔히 삶의 변곡점이 된다는 마흔, 그리고 “불혹,不惑”이라 불리지만
늘 미혹 속에 빠져 사는 나이 마흔을 살펴보는 책을 한번 보려고 합니다.

저자인 김병수 박사는 한국인의 고달픈 마음을 치유하는 의사로 “김병수 정신
건강의학과 의원”의 원장입니다. 직장인의 스트레스, 중년 여성의 우울, 마흔의
사춘기 등 한국적 특성에 기초한 아픔에 주목하고 있다고 합니다.
저서로는 <버텨낼 권리>, <감정의 색깔>, <사모님의 우울증>, <이상한 나라의
심리학> 등이 있습니다.

저 또한 마흔을 훌쩍 지나 50대를 거치고 있지만 나이와 상관없이 마음 공부는
늘 필요하다는 생각에 이책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한번 보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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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만 힘들다는 착각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이 시대의 중년이 몇몇 유명인사가 하는 말처럼 삶을
즐길 수가 있을까요? 한시도 긴장을 풀 수가 없는데, 마흔의 삶이 축제가
될 수 있을까요? 중년은 끝이 보이지 않는 전쟁입니다. 이제 끝났겠지 하며
안도하는 순간 총알이 날아듭니다.

마흔이 되면 마음이 자연스레 단단해질 것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이른바
연예인병, 잘나가는 사람이나 걸리는 병이라는 공황장애는 40,50대가 제일 많이
걸립니다.
저를 비롯한 모든 중년은 스트레스와 정신적 고통에서 절대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내담자 한 분이 이렇게 말하더군요.
“인생은 도박 같습니다. 잠시 돈을 땄는가 싶으면 어느새 다른 사람한테 가
있죠. 도박이나 인생은 끝까지 가봐야 압니다. 그런데 마지막에는 돈 벌었다는
사람이 한 명도 없습니다. 인생도 도박도 모두 빈손으로 떠나야 하니까요.”

내가 부러워하는 어떤 사람이 있다 하더라도 그 속을 들여다보면 나와 별반
다르지가 않습니다. 인간이라면 괴로울 수밖에 없습니다.
삶은 고통입니다. 누구나 상처 입고 고달픔을 맛봅니다.
상처받고 깨지기 쉬운 나약한 존재라는 것이 인간의 숙명이니까요.

★ 나이와 지혜는 비례하지 않는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50세가 되어야 배심원이 될 수 있었습니다. 중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사물에 대해 지혜롭게 판단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죠.
으레 나이가 들수록 자연스럽게 지혜로워질 수 있다고 여기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연령에 따라 지혜가 깊어지는지 연구한 결과들은 아주 작은 상관성만
존재한다고 나옵니다.

지혜를 주제로 한 심리학 연구들을 보면 우선 아는 것이 많아야 지혜가 클 가능성
이 높다고 합니다. 또한 세상과 사람을 평가하는 가치들에 대해 절대적으로 무엇이
더 좋고 나쁘다고 단정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 상대적 중요성을 갖는다는 것을
인정하는 자세도 지혜의 중요한 특성이라 합니다.

또한 삶의 불확실성과 예측 불가능성을 견뎌낼 수 있어야 합니다. 한 가지 고정된
관점이 아닌 다양한 시선으로 삶과 사람을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자의식에 빠지지
않고 한 걸음 떨어져서 자신을 관찰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지혜로운 사람은 공감 능력이 뛰어나고 정서적으로 평온하며 자신과 타인의 감정을
올바르게 지각하고 받아들일 줄 압니다. 긴 시간의 흐름 속에서 세상만사가 변해
가는 것을 바라볼 수 있는 안목이 있습니다.
살면서 겪게 되는 수많은 사건이 짧은 순간 고통을 주지만 그것이 인생이라는 큰
그림에 없어서는 안 될 요소라는 걸 잊지 않습니다.
안타깝게도 이런 지혜의 속성들을 고루 갖춘 사람은 아주 적다고 하네요.

★ 기꺼이 받아들인다는 것

인생에 닥친 위기는 해결할 수 없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해결책을 알아도 도저히
실천할 수 없는 것도 많습니다. 원인을 알아도 해결되지 않는 경우도 많죠.
진짜 원인은 놔두고 엉뚱한 이유를 진짜라고 믿고 “이렇게 된 것은 다 너 때문이다”
“그 때 내가 그렇게 하지 않았어야 했는데...” 라며 타인과 자신을 비난하기도
합니다. 해결은커녕 미움만 키우고 마음만 괴로워질 뿐입니다.

지금 내 앞에 존재하는 것과 싸우는 일만큼 비생산적인 것이 없습니다,
나를 둘러싼 모든 사물과 현상 그리고 사람들은 그 나름의 존재 이유가 있기
때문에 내가 거부한다고 해서 사라지지 않습니다.
내 곁에 존재하는 것은 그것이 좋든 싫든 나의 삶에 초대된 것입니다.
이것을 쫓으려 하지 마세요. 있는 그대로 기꺼이 받아들이세요.

무조건 참거나 포기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고통과도 함께 앉아 있을 수
있어야 하며, 우는 아이를 끌어안아 달래듯이 고통을 품어 안을 수 있어야 하며,
가냘픈 꽃을 손에 살포시 쥐듯이 고통을 가볍게 움켜쥐고 갈 줄 알아야 합니다.
너무 꽉 움켜쥐지 않고, 그렇다고 느슨하게 놓쳐버리는 것도 아닌 부드럽게
가슴에 안아 품는 겁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해결할 수 없는 일에 매달려 힘을 빼지 않고 묵묵히
자기 길을 가는 겁니다. 마음을 다잡고 당장 자기 자신에게 중요한 일을
놓치지 않고 일상을 챙겨나가는 겁니다.
받아들인다는 것은 수동적 태도가 아닙니다. 깊은 성찰과 지혜가 필요한
적극적인 대처방식입니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것을 바라볼 수 있다면 언젠가 그 속에서 통찰을
얻게 됩니다. 새로운 희망의 길은 언제나 수용에서 시작합니다.
받아들이지 못하면 변화할 수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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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마흔이라는 인생의 한 시점에 겪게 되는 여러 마음의 상태에 대하여
다양한 조언을 해주고 있는 책을 함께 보았습니다.

사실 마흔은 불혹이라 불렀지만 현대에 있어서 마흔은 너무나 흔들리기 쉬운
사회생활의 중간쯤에 위치하고 있는 세대이고, 오히려 다시 찾아온 사춘기인
사추기라고도 불리우지요.

하지만 오늘 저자가 알려주는 이야기들은 서른이 들어도 가슴에 닿고, 쉰이
들어도, 예순이 들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는 중년의 이야기였습니다.
사람이 사는 궤적은 비슷해서 내가 보기에 너무 부럽기만 한 사람도 안을 열고
들여다 보면 나보다 더한 고민도 어려움, 번민이 가득한 경우가 많습니다.
자신의 내담자가 들려주었다는 인생과 도박이 같다는 이야기는 금방 공감이 되는
이야기였는데, 둘 다 마지막에는 돈을 벌었다는 사람도 없고, 결국 빈손으로
간다는 내용이었네요.

두 번째는 나이와 지혜로움의 관계성이었는데, 대체로 나이가 들면 지혜로울 가능
성이 높지만 일치하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어떤 특성을 지닌 사람이
지혜로운가를 보니 참으로 가슴에 담아둘 내용이 많습니다.

좀더 자세히 보면 지혜로움은 아는 것이 많은 것과 상관 관계가 높다고 하고,
절대적 가치에 대한 완고함보다는 상대성을 중요시할 줄 아는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인생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인 "예측 불가능성, 불확실성"을 잘 견뎌내고
공감 능력이 있으며 정서적으로 평온한 마음을 유지하는 사람이 지혜롭다고
합니다.

세 번째는 인생에 누구나 닥치는 위기나 고난을 무조건 비난하고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묵묵히 담담히 받아들이고, 고통이나 질병이라 할지라도 이를 감사하는
마음으로 인정하고 가슴에 품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사실 이 경지는 거의 성인의 경지인데, 기꺼이 받아들이고 일상을 성실하게 유지
해 나가는 삶이 되도록 조금이나마 노력하여야 하겠습니다.

오늘도 화려하지는 않지만 평온한 일상으로 가득 찬 하루가 되시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