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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란 무엇인가>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

by 해헌 서재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
“정의란 무엇인가”

강 일 송

오늘은 <사피엔스>, <호모데우스>로 전 세계에 큰 반향을 일으킨 학자이자 베스트
셀러 작가인 유발 하라리 교수의 새로운 책인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
세 번째 이야기를 이어보려고 합니다.

유발 하라리(1976~)교수는 이스라엘 하이파에서 태어나 2002년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
에서 중세 전쟁사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현재 예루살렘 히브리 대학교에서 역사
학과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역사와 생물학의 관계, 호모 사피엔스와 다른 동물들과의 본질적 차이, 역사의
진보와 방향성 등에 관한 광범위한 주제를 다루고 있는 세계적인 학자입니다.

지난번에는 “인간해킹”, “정보”, “자유주의” 등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았고
오늘은 “정의”에 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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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의 정의감은 시대착오적일지도 모른다

우리의 다른 모든 감각들이 그렇듯이 정의감도 오랜 진화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인간의 도덕은 수백만 년에 결친 진화 과정에서 형성된 것으로, 수렵,채집인이
소규모로 무리를 이뤄 살면서 직면했던 사회적, 윤리적 딜레마를 해결하는 데
맞게 조정돼왔다.

가령, 만일 내가 당신과 같이 사냥을 나갔다가 사슴 한 마리를 잡았는데 당신은
아무것도 못 잡았다면, 내가 잡은 사슴을 당신과 나눠 가져야 할까?
만약 당신이 버섯을 캐러 갔다가 바구니 한가득 담아서 돌아왔는데 내가 당신보다
힘이 세다면 그 버섯을 다 빼앗아도 될까? 만약 당신이 나를 죽이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사실을 내가 알았다면 어두운 밤을 틈타 선제공격에 나서 당신의
목을 베어도 될까?

겉으로 봐서는 우리가 아프리카 초원을 떠나 도시 정글에 이르기까지 변한 것은
많지 않은 듯하다. 보기에 따라서는, 지금 우리가 당면한 문제들, 시리아 내전,
세계 불평등, 지구온난화 등도 예전 문제와 조금도 다르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착각이다. 문제는 규모다.
정의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다른 것들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지금 우리가 살아
가는 세계에 도저히 적응했다고 할 수 없다.

★ 한층 복잡해진 세계

문제는 어떤 가치에 있는 것이 아니다. 21세기의 시민들은 종교가 있든 없든
각자 수많은 가치를 추구한다. 문제는 이 가치들을 복잡한 지구촌 세계에서
실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화근은 숫자에 있다.
수렵,채집인 시절의 정의감은 수십 제곱킬로미터 넓이의 지역에 모여 사는 수십
명의 생활에 관련된 딜레마에 대처하도록 구성된 것이었다. 그렇게 형성된
도덕감으로 오늘날 온 대륙을 가로질러 수백만 명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이해
하려고 할 때는 압도될 수밖에 없다.

만일 버섯 바구니를 강제로 빼앗았다 한다면 누가 봐도 부당하다. 이런 예는
인과관계를 파악하기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우리가 사는 지구촌
세계의 내재적 특징은 인과관계가 고도로 분화되고 복잡해졌다는 것이다.
내가 집안에서 아무 것도 하지 않고 평화롭게 산다고 하자. 하지만 운동가
들에 의하면 이스라엘 서안의 정착민들과 병사들이 저지르는 잘못에 수수방관한
협력자가 된다.
또한 내가 누리는 안락한 생활은 비참한 제3세계 노동착취공장에서 자행되는
미성년 노동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또한 동물복지 운동가들에 따르면 내 삶이
인류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범죄에 얽혀 있다고 한다. 그 범죄란 수십억 마리에
이르는 농장 가축들을 잔인한 착취 체계 아래 둔 것을 가리킨다.

과연 나는 이 모든 것에 대하여 정말 비난받아야 하는 걸까? 답하기가 쉽지
않다. 나 자신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한 경제적
정치적 유대의 연결망에 의존해야 하고 전 지구 차원의 인과관계까지 너무나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에 나로서는 가장 단순한 질문에조차 답하기 어렵다.
가령 내가 먹는 점심은 어디에서 오는 건지, 내가 신는 신발은 누가 만든
건지, 내가 가입한 연금기금은 내 돈으로 무엇을 하고 있는지와 같은
질문들이다.

★ 도덕적 딜레마에 대처하는 현대인들의 방법

설사 세계가 당면한 주요 도덕적 문제들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싶어도 우리
대부분은 더 이상 그럴 능력이 없다. 부족을 이루고 살 때의 스무 명 사이,
혹은 두 이웃 씨족 사이의 관계는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수백만 시리아인
이나 5억 명의 유럽인, 혹은 지구상의 모든 교차 집단과 하위집단 간의 관계를
이해할 능력은 없다.

그만한 규모의 도덕적 딜레마를 이해하고 판단하려 할 때 사람들은 흔히 다음
네 가지 방법 중 하나를 사용한다.

1) 이슈를 축소하는 것
가령, 시리아 내전을 마치 두 명의 수렵채집인 사이에 일어난 일처럼
이해하는 것이다. 즉, 아사드 정권과 반군을 각각의 인격체로 보고, 하나는
착한 사람, 다른 하나는 나쁜 사람으로 상상한다. 분쟁의 역사적인 복잡성은
단순명료한 줄거리로 대체된다.

2) 감동적인 휴먼스토리에 집중
분쟁 전체를 피상적인 이야기로 만들고, 분쟁의 복잡한 진상을 통계와 정확한
데이터로 설명하려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반드시 실패하니까.
만일 한 어린이의 운명에 관한 사적인 이야기면 사람들의 눈물샘을 자극하고
피를 끓게 하고, 허위의 강한 확신을 불러일으킨다. 이것은 많은 자선단체들이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방법이다.
실험을 해보았는데 로키아라는 가난한 말리 출신 일곱 살 소녀를 돕기 위해
기부금을 요청하자 많은 사람들이 소녀의 사연에 감동해서 마음과 지갑을 열었다.
하지만 연구진이 아프리카의 폭넓은 빈곤 문제에 대한 통계와 자료를 제시하자
갑자기 응답자의 구호 의향이 줄어들었다.

3) 음모이론
세계 경제는 어떤 식으로 작동할까? 이것은 좋을까, 나쁠까? 세계 경제는
너무나 복잡해서 파악할 수가 없다. 그 대신 스무 명의 억만장자들이 자신들의
치부를 위해 언론을 지배하고 전쟁을 조장하며, 막후에서 조종을 하고 있다고
상상하는 것이 훨씬 쉽다. 이는 거의 언제나 근거가 없는 환상이다.
오늘날 세계는 너무 복잡하다. 우리의 정의감에는 물론 경영 능력에 비춰봤을
때도 그렇다. 아무도 – 억만장자, CIA, 프리메이슨, 시온의 장로들 까지 포함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니 아무도 막후 조종을
효과적으로 할 수가 없다.

4) 세계의 진정한 복잡성을 부정하는 것
최후의 방법은 도그마를 만들고, 모든 것을 안다고 주장하는 이론이나 제도,
우두머리를 믿고 어디든지 이끄는 대로 따라가는 것이다. 오늘날 과학의
시대에도 종교적, 이념적 도그마는 대단히 매력적이다. 왜나면 현실의 복잡성에
좌절감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안전한 피난처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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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이슈화되고 있는 "정의"에 대한 이야기를 하라리교수
의 말을 통해 살펴보았습니다.

수년 전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가 우리나라에서 베스트셀러가
되고 정의에 대한 붐이 일어난 적이 있었지요. 하버드의 석학교수인 저자의 화두
제기가 시대에 맞기도 했거니와 오히려 미국보다 한국에서 더 이 책이 많이 팔린
것을 보면 확실히 우리사회가 정의에 대한 갈망이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라리교수는 정의도 우리 인류의 문명 발달과 함께 진화해 왔다고 합니다.
수렵채집인의 예를 들면서, 사냥물의 분배, 그리고 버섯을 훔치는 사건, 살인
모의를 미리 알고 상대방을 선제공격해서 죽이는 것 등등
과거 우리 선조들의 수십, 수백 명 집안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경우의 수에
맞추어 인류의 정의감은 이루어졌지만, 현대 수백만 명, 수억 명이 연관된 일들에
대해서는 한계를 드러낸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를 읽어보아도 정의에 대한 답은 도무지
찾을 수가 없습니다. 여러 상황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하고 독자가 이에대한 답을
스스로 도출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 정의를 스스로 배우라고 하는 것이겠지요.
예를 들어, 당신이 달려오는 기차를 조절할 수 있는 레버를 쥐고 있고, 한쪽 레일
에는 모르는 사람 20명이, 다른 한쪽에는 한달 뒤 죽을 복역중인 살인자가 있을
때 누구를 선택할 것인지, 다른 예로 철로에는 4명이 있고, 당신의 앞에 100킬로
거구의 뚱뚱한 사람이 서있는데, 이 사람을 밀어 떨어뜨리면 기차가 멈추게 된다.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등등

이렇듯 명확하지 않는 도덕적 딜레마를 대처하는 현대인의 4가지 방법은 정말
그럴듯해 보입니다. 첫 번째는 이슈를 축소해서 거대한 국가간의 문제도 그냥
간단한 무리의 일로 축소시키는 것이지요. 일견 쉬워 보이지만 이는 심각한
문제를 발생하게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두 번째는 감동적인 휴먼스토리에 집중한다는 것이었는데, 인간의 심리를
정확하게 파악한 내용이었습니다. 모르는 100명의 어른보다 스토리를
아는 1명의 어린이가 더 대중의 심금을 울리게 마련
이지요. 이를 자선단체들은 일찍이 알고 응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세 번째는 음모론인데, 대표적인 것이 프리메이슨 집단이었고, 또 세계의 가장
부유한 가문인 로스차일드가 등이 있습니다. 음모론은 인간 심리의 한 단면을
잘 보여주는 이야기인데,
아직도 지구가 둥글다고 하는 것이 음모론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많고, 달에 다녀온 이야기도 음모라고 하는 사람들이 아주 많습니다.
네 번째는 부정이었는데, 종교적 이념적 도그마를 따라 그냥 우두머리가 이끄는
대로 편하게 추종하는 것이었습니다. 종교적, 이념적 도그마가 현대에 있어서도
유용한 이유가, 절대로 과학을 안다고 해서 각자가 닥친 현실의 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과학적이지는 못해도, 종교와 이념의
도그마는 현실의 피난처가 되고 위로가 되기 때문이지요.

다음 시간에 다른 주제로 찾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