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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헌 서재 May 05. 2020

<카오스와 생명>

“역사의 역습”中

<카오스와 생명>
“역사의 역습”中

                                         해 헌 (海 軒)

오늘은 한국의 버트런트 러셀이라고 불리는 저자가 자신만의 역사 철학을
가지고 인류의 문명사를 분석한 책을 한번 보려고 합니다.

저자인 김용운(1927~) 교수는 도쿄에서 출생하였고 와세다대학에서 공부를 하고
미국으로 가서 어번대에서 석사, 캐나다 앨버타대에서 이학박사 학위를 받고 미국
위스콘신주립대학 교수로 활동했습니다. 이후 1969년 귀국하여 한양대학교 수학과
교수로서 동 대학 대학원장을 역임하였고, 저서로는 <풍수화>, <한국어는 신라어,
일본어는 백제어>, <천황은 백제어로 말한다>, <수학서설>, <한국 수학사>, <일본의
몰락> 등 백여 권에 이른다고 합니다.

오늘은 저자의 이야기 중 그 뿌리를 이루고 있는 카오스와 생명에 관한 내용으로
먼저 시작을 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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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오스, ‘Chaos’

카오스는 그리스어 “Khaos”에서 나왔다. 그리스의 시인 헤시오도스는 <신통기,
Theogonia>에서 카오스를 ‘크게 벌린 입’으로 묘사했다. 아마도 온갖 질서를
한입에 삼키는 블랙홀과 같은 불규칙한 혼돈의 세계를 상징했던 것 같다.
카오스의 반대개념은 “질서”다. 우주의 질서, 만다라의 전개, 꽃의 구도 등을
뜻하는 “코스모스,cosmos”이다. 코스모스에는 조화와 대칭성이 뚜렷이 드러나
보인다.
그리스 철학에서 코스모스의 개념은 카오스를 전제로 생겨난 것이었다.
플라톤 이후 그리스 지성들은 질서정연한 우주론을 바탕으로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세계를 추구했다.

아무리 오랜 장마라도 끝나는 날이 있고, 아무리 오랜 가뭄이라도 비 오는 날이
있다. 자연은 다음 단계를 준비하고 있다는 말이다.
이처럼 카오스는 오래 끄는 듯해도 결국에는 다양한 가능성을 맞이한다.
카오스 이론은 비교적 최근에 등장한 것으로, 다른 학문이 그렇듯 처음에는
철학에서 출발했으나 컴퓨터를 이용한 수리과학의 한 분야로 자리매김하면서
자연, 인문, 사회과학과도 융합해 연구되고 있다.

지구에는 사이클론, 태풍, 허리케인 등 바다를 휘젓고 지나가는 다양한
폭풍우들이 있다. 이런 비바람은 상당한 피해를 입히지만, 한편으로는
바다 생태계를 유지하며 새로운 생명체를 낳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태풍이 휩쓸고 지나가면 그 뒤에 나타나는 새로움은 신비스럽기까지 하다.
카오스의 전형적인 모습은 소용돌이다.

★ 인류사적 대카오스

인류 역사는 반란과 진압의 드라마다. 스파르타의 원주민이었던 헤일로타이는
침입자인 도리아인에게 정복당해 노예가 된다. 무자비하게 억압당해온 노예와
농민은 사소한 사건을 계기로 지배자를 놀라게 하지만, 무기와 조직력의 열세로
보통은 허망하게 무너진다. 그리고 주동자는 처형되는 패턴이다.
이런 힘의 강약을 국가차원으로 확대 해석해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금까지 약소국은 강대국의 질서에 얽매어왔다.

하지만 북한이 핵무기비확산조약을 위반하여 핵무기를 개발한 1993년 이후,
그리고 뉴욕의 세계무역센터를 무너뜨린 9.11테러(2001년) 이후의 20년은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지고 있다.
인류가 경험하지 못했던 가치관의 혼란과 경제 불황, 소득격차, 테러, 핵 위협
등이 얽혀 일으킨 카오스 때문이다.
역사는 더 이상 힘의 대소에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 약자가 오히려 강자를
위협하고, 강자의 위신을 추락시키고 역사의 순서와 법칙도 뒤바뀌고 있다.
한반도도 큰 소용돌이 속 작은 소용돌이처럼 세계의 카오스와 얽혀 갈수록
혼돈에 빠져드는 상황이다.

★ 깨어난 민족의 집단 무의식

카오스의 이러한 소용돌이는 정보화와 국제화 그리고 오랜 동면에서 깨어난
각 민족의 집단 무의식에서 비롯되고 있다.
국제화와 정보화가 만나면서 전 세계의 역사를 다른 국면으로 이끌었다.
민족들이 일상적으로 이민족과 접촉하게 되자 스스로의 정체성을 자각하게
되고, 국가주의와 민족주의를 소생시켰다.

국제화와 정보화는 스노든, 위키리크스의 대변인 어산지 같은 국가기밀폭로자나
무정부주의자들이 IT를 이용해 국가권력과 맞설 수 있게 만들었다.
또한 국가의 권위가 사라져 사회적 카오스가 증가되었다.
민족과 국가에 대한 소속감을 희석시키고 전통에 대한 경외감도 줄어들게
하였다. 누구나 동등하다는 생각에 지나치게 함몰되어 포퓰리즘을 발동
시킨다. 엘리트 의식보다는 이익과 돈만 추구하는 속물근성도 일반화된다.

★ 경제학의 한계

기술혁신에 대한 기대가 높은 것은 새로운 시장개척이 가져올 경제 성장
때문이다. 그런데 국제화는 단기간에 신상품을 포화상태에 이르게 해
시장한계가 예전보다 훨씬 빠르게 나타난다.
자본 또한 국제화되면서 거대한 국제기업을 단시일에 탄생시켰다.
IT를 근간으로 하는 다국적기업들은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기대치를 높이지만
문제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윤리성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는 사실이다.
현재의 자본주의에는 경제적 격차를 해소할 방법이 없다. 국제화는 경제적
요인만을 강조하고 윤리성을 도외시함으로써 오히려 카오스를 키우고 있는 것이다.

경제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A.스미스(1723-1790)는 원래 도덕 철학자였다.
그는 자본주의가 발달하면 번영으로 이어져 인간의 도덕성도 높아질 것이라고
낙관했다. 하지만 그 결과는 반대로 나타났다.
21세기 자본주의는 모든 것을 숫자로 판단하고 윤리적 제동 따위는 무시한다.

산업혁명 후 주기적으로 찾아온 공황과 대중의 빈곤화를 겪으면서 사람들은
자본주의가 결코 영원한 자연적 질서가 아니란 것을 알게 되었다.
마르크스(1818-1883)는 자본주의 경제학의 매커니즘을 철저히 분석해 노동자
계급의 빈곤화 법칙을 설명했다. 그러나 마르크스 경제학 또한 파산했다.
그후 케인즈(1883-1946)가 나서서 재정, 금융 정책으로 정부가 적극적으로
경제에 개입할 것을 주장한다.

케인즈 이론 또한 한계를 보이자 1960년대 신고전파 경제학자인 새뮤얼슨(
1915-2009, 미국인 최초의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현대경제학의 아버지로 평가
받음)이 등장해 미시경제와 거시경제를 통합, 재정을 우선시하는 금융 중심
주의를 탄생시킨다. 그러나 상품경제가 없는 자본주의는 결국 금융공학에
휘둘려 리만쇼크와 같은 사태를 일으킨다.

금융공학의 경제적 모순은 저금리정책에 있다. 경기가 좋을 때는 기업들이
대출을 받아 확장해가고 이때 이자율도 높다. 하지만 불경기에는 이자율이
낮아져 저금리가 된다. 세계적인 저금리현상은 이미 20세기 말부터 시작되었고
일본은 제로 금리가 20년 이상 계속되어 ‘잃어버린 20년’이라는 말이 나왔을
정도다. 한국 또한 이 패턴을 따라가고 있다.
원래 은행은 산업진흥에 기여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저소득자에게는
대출을 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 투자할만한 기업이 없어지자
은행은 이 원칙을 무시하고 저소득자들에게 대출을 해주고 주택을 구입시켜
주택버블을 일으켰고, 대출금을 기반으로 금융상품을 만들어 전 세계에 팔았다.
미국 투자은행은 거액의 수입을 올렸으나 결국 버블은 터지고 집을 잃은
사람들이 속출했다. 이로 인해 사람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금융자본을
저주했고, 인심이 험악해지면서 세상은 더욱더 카오스에 무력해졌다.

신자유주의 경제는 성장한계에 도달해 더 이상 개선될 비책은 없다.
주주는 계속 더 많은 이익을 바라는데, 소비자는 보다 싸고 보다 높은
품질을 계속 요구하니까, 경영자는 선택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
세계적 명문기업이든 폭스바겐처럼 소비자를 속이는 유혹을 이기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이 위기를 극복할 방안은 단 하나이다. 현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윤리적
초자본주의”의 등장이다. 국제화, 정보화는 이전과 전혀 다른 새로운
공유의 경제로 활로를 찾는데 이는 인류의 이기적인 마음을 이타적인
협력으로 전환하는 범인류적 정신혁명으로만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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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수학자이자 문명학자이기도 한 김용운 교수의
인류 문명에 대한 자신의 독특한 철학을 들어봤습니다.

먼저 이 세상, 우주는 카오스, 즉 혼돈에서부터 시작을
한다고 합니다. 그리스 신화, 성경 등에서도 태초의 시작
은 늘 혼돈, 암흑이었지요.
이후 빛이 있고 만물이 생동하며 질서가 잡힌 세계, 즉
코스모스, 우주가 들어섭니다.

카오스의 특징은 소용돌이이고, 태풍이나 허리케인처럼
자연의 혼란도 처음에는 큰 피해를 주는 것 같지만 이후
새로운 질서와 더 큰 그림을 찾아가는 것을 보게 되는데
이는 놀라운 자연의 섭리라고 하겠습니다.
현재 온 지구를 흔들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도 결국은
새로운 생태와 환경을 만들게 될것입니다.

저자는 역사의 원래 질서인 강자가 약자를 누르던 시대
에서 국제화, 정보화를 통해 오히려 약자, 소수, 약소국이
반란을 일으키는 역습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합니다.
집단주의, 국가주의, 민족주의 등을 정보화, 국제화가
일깨웠다는 것이지요.

경제에 있어서도, 경제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보이지
않는 손"을 강조했던 스미스의 예측은 빗나갔고
인간의 도덕성, 윤리성 등은 마비되며 끊임없는 무한
경쟁, 무한 수익 추구의 장이 되어버렸지요.
이후 이를 수정하고 변화를 추구한 많은 경제 석학들,
즉, 마르크스, 케인즈, 새뮤얼슨 등등 수많은 천재들이
등장했지만 여전히 세상은 혼란합니다.

이에 저자는 새로운 대안 제시로 "윤리적 초자본주의"를
제안하였습니다. 즉, 이제껏 자본주의의 가장 큰 문제인
윤리성 결여, 무한 수익 추구 등으로 가장 근본이 되어야
할 인간이 설 자리를 잃어버린 상황을 윤리의 개념이
합쳐진 새로운 자본주의 형태를 만들어 가자는 이야기
였습니다.

오늘 본문에서 보았듯이 현대의 석학 버트런트 러셀처럼
저자는 학문의 영역을 가리지 않고 넘나들면서 그의
역사관, 문명관을 설명하고 대안도 제시합니다.
사실 역사와 문명을 바라보는 시각과 관점은 정답이
없습니다.
하지만 진정 시대를 염려하고 수많은 시간 스스로 공부
하고 사색하여 우리에게 생각하고 앞으로 나아갈 힘을
주는 노학자의 열정에 경의를 표합니다.

어느 시대나 카오스적인 요소가 없던 시대는 단 한번도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카오스는 늘 불안함, 두려움 등을
함께  안겨주지만, 또 다른 시각으로 보면 새로운 시대를
알려주는 신호가 되고 새 역사, 새로운 풍요의 첫 단추가
되기도 합니다.

모두 힘내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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