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해헌 서재 Sep 10. 2016

<치즈의 지구사>

앤드류 댈비

<치즈의 지구사>, 앤드류 댈비

                 강 일 송

오늘은 치즈를 매개로 역사를 되짚어 보는 책을 한번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우리가 역사를 볼 때,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 가능한데
예를 들어, 빵의 역사, 카레의 역사, 차(茶)의 역사, 커피의 역사,
등등 여러 매개체를 통해서 역사를 서술할 수 있습니다.

그 중 오늘은 치즈를 통한 세계사를 한번 엿보겠습니다.

-------------------------------------------------

치즈를 이야기하려면 우선 젖(乳)을 먼저 언급해야 합니다.
젖은 인류에게 훌륭하고 영양 많은 식량인데, 본능적으로 어머니의
젖을 먹고 자랐기 때문에 이 사실을 잘 알았습니다.
인류가 젖을 생산하는 가축을 최초로 길을 들인 것이 9000년전이고
고고학적으로 보면, 이란 북서부 자그로스 산맥 부근에서 최초로
염소를 길렀다고 합니다.  비슷한 시기에 중앙아시아에서 양도
길들여지기 시작했고, 조금 뒤에 중앙아시아와 사하라 지역에서
소를 길들였다 합니다.

그러면 언제부터 가축의 젖을 사용했을까 한다면, 기원전 3500년전
서아시아에서 “부산물 혁명(Secondary products revolution)이
일어났는데, 이전 인류가 가축을 기르던 유일한 목적인 도축하여
고기와 뼈,가죽을 얻던 것에서, 처음으로 부차적으로 “재생가능”하게
사용하는 방법을 터득했는데, 곧 도축하지 않고 “젖과 털, 노동”을
사용하는 것이었습니다.

이후 빠르게 중앙유럽과 남동부 유럽, 인도까지 전해졌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젖은 불안정한 식량이었습니다. 냉장보관이 없으면
며칠, 아니 몇 시간 만에라도 상합니다. 게다가 공급량도 일정하지
않지요.  따라서 젖은 오래 유지할 수 있는 형태로 바뀌어야 충분히
믿을만한 식량원이 됩니다.

처음에 목동들이 가축의 젖을 식량으로 사용하다가, 어느덧 그들은
젖을 치즈, 곧 안정적이며 고정적인 식량으로 만드는 방법을 알게
됩니다. 이것은 진정한 혁명으로, 이 시점을 기준으로 인류는 
도축보다 낙농에 의존하기 시작합니다.

젖은 그대로 두면 유산균의 활동으로 금새 시큼해지고 응어리지기
시작하는데, 동물의 위로 만든 주머니에 넣어 저장하거나 운반할 
경우 젖은 레닛(동물의 위에 있는 효소로 소화단계에서 젖을 응고시킴)
과 섞이게 되고, 이 때 응고과정이 신기할 만큼 빨라진다합니다.
이와 비슷한 효과를 내는 대체물질이 우연히 발견된 후 치즈는 
대량생산이 가능해 졌습니다.

남아있는 문헌 가운데 가장 오래된 기록은 초기 그리스의 서사시인
<오디세이아>에서 오디세우스는 양과 새끼염소를 키우는 외눈박이
거인 키클롭스를 만나는데, “치즈가 그득한 고리버들 상자와 양과 
새끼염소가 가득한 우리“를 발견했다는 기록입니다.

이제 우리나라도 치즈소비량이 급증하였는데, 그동안 아시아에서 
미국산 치즈수입국 1위를 지켰던 일본을 2009년 한국이 제쳤다
합니다. 

------------------------------------------

사소해 보이는 식품 하나에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이렇게 인류의
역사가 보이게 되네요.

역사는 결국 필요가 먼저 따르고, 이후 이를 해결하는 과정이
무수히 반복되는 일련의 알고리즘으로도 이해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 때 세계를 호령했던 몽골군을 보아도 엄청난 거리를 아우르며 
유럽을 공략했던 역사속에, 그들의 음식인 치즈가 큰 역할을
하였음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역사를 통시적, 혹은 연대기로서 보는 것 뿐 아니라, 여러 매개체
를 통해서 역사를 다른 시각, 혹은 다른 각도로 보는 것도
이를 이해하는 아주 흥미로운 방법이 아닐까라고 이 책을 
통해서 다시한번 생각해 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빵의 지구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