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턴의 아틀리에>
“과학과 예술, 두 시선의 다양한 관계 맺기”
해 헌 (海 軒)
오늘은 얼핏 연관이 없어 보이는 과학과 예술 사이를 이어주는 예술을 사랑하는
과학자와 과학을 이해하고 있는 예술가가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는 책을 함께 보려고 합니다.
저자인 김상욱(1970~)교수는 카이스트에서 물리학으로 학사,석사,박사를 한 후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 연구원, 도쿄대학교와 인스부르크대학교 방문교수 등을
역임했으며, 부산대학교 물리학과 교수를 거쳐 현재 경희대학교 물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예술을 사랑하고 미술관을 즐겨 찾는 ‘다정한 물리학자’로 불리고
방송 <알쓸신잡>, <금요일 금요일밤에> 등에 출연하여 대중들에게도 익숙한 과학자
입니다.
두 번째 저자인 유지원은 서울대학교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독일 국제학술교류처
예술 장학생으로 독일 라이프치히 대학에서 타이포그래피를 전공했습니다.
국제타이포그래피 비엔날레에서 큐레이터를, 홍익대학교 디자인학부 시각디자인전공
겸임교수를 역임했고, 저서로는 <글자풍경>이 있습니다.
오늘은 그중 첫 번째 시간으로 미술과 과학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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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술은 물리다
미술 작품은 시각으로 인지된다. 시각은 그 속성상 분석적이고, 인간이 가진 감각 중
가장 정확하다. 듣는 것이 아니라 보는 것이 믿는 것이다.
물리는 갈릴레오가 망원경으로 하늘을 보았을 때 시작되었고, 상대성이론은 아인슈타인이
빛의 속도로 움직인다면 세상이 어떻게 보일까 생각했을 때 탄생했다.
물리는 언제나 보는 것에서 출발한다.
인간의 뇌는 물리학자가 연구하듯이 시각정보를 처리한다. 눈에 들어온 정보를 그대로
인지하는 것이 아니라, 거르고 가공한 후 의미에 대한 수많은 가설을 세우고 분석하여
최종적인 이미지를 구축해 간다.
하나의 미술 작품을 볼 때에도 관람자에 따라 다른 느낌을 받는 것은 개개인이 구축한
최종 이미지가 같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인간의 뇌는 미술 작품을 대상으로
물리를 한다고 볼 수 있다.
미술은 물질의 예술이다. 여러 물질이 가진 특성을 한데 모아 원래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특성을 만들어내는 것이 미술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여러 색의 물감을
모아 ‘모나리자’라는 새로운 존재를 만들어냈다.
미술은 공간의 예술이기도 하다. 미술 작품은 반드시 공간을 차지해야 한다.
하지만 작품이 차지하지 않은 빈 공간도 작품의 일부다.
미술 작품은 물질이 채운 공간과 빈 공간의 경계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물리는 물질의 과학이다. 양자역학은 물질이 왜 그런 특성을 갖는지 설명한다.
왜 태앙은 노란색을 띄는지, 왜 유화물감은 물에 녹지 않는지 알려준다.
물리는 공간의 과학이다. 물질은 공간을 변형시킨다. 블랙홀 주변의 공간은 물질
때문에 심하게 뒤틀려 빛조차 빠져나오지 못한다.
이렇게 물질과 공간은 서로 상호작용한다. 일반상대성이론에 의하면 물질은 공간이고
공간은 물질이다.
본다는 것은 물질의 표면에서 반사된 빛을 감각한다는 뜻이다.
표면은 물질과 빈 공간의 경계에 존재한다. 이렇게 물리도 물질과 빈 공간의 경계에
존재한다. 물리학자인 내가 미술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필연인지도 모른다.
★ 미술과 상상력
현대미술은 인간이 임의로 만든 의미와 가치에 대한 강박적 결과물로 보인다.
인간이 말하는 의미나 가치는 물리적 우주 속에 실재하지 않는 상상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작가는 모든 것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모든 것은 작품이 될 수 있다.
미술은 존재하지 않고 미술가가 존재하는 이유다.
놀랍게도 존재하지 않는 상상을 믿는 능력은 지구상의 모든 생물 중 인간만이
가진 것이라고 한다.
미술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선사시대의 동굴벽화에 이르게 되고, 거기서 인간의
상상을 물질로 구현한 최초의 흔적을 보게 된다. 존재하지 않는 상상을 믿는 것이
인간의 고유한 특성이라면, 인간은 동굴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서 인간이 된 것이다.
이제 인간은 현대미술을 통해 선사 시대 인간이 시작한 상상의 극단을 탐구하고 있다.
물리는 미술이다. 갈릴레오는 자신의 관측 결과를 정밀하게 스케치했다.
사진기가 등장하기까지 과학자는 자신이 관찰한 결과를 그림으로 기록해야 했다.
그린다는 것은 대상의 공간적 구조를 자신의 마음 속에 내재화하여 자신만의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사실 이것이야말로 과학이다.
관측 결과를 구조화하여 자신만의 시각으로 재구성하는 것.
물론 물리는 미술과 다르다. 물리와 미술 모두 질문이 중요하지만, 물리가 답이
있는 질문을 다룬다면, 미술은 답을 반드시 필요로 하지 않는다.
물리의 상상이 올바른 답을 얻기 위한 것이라면 미술의 상상은 질문 그 자체를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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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얼핏 연관이 없을 것처럼 보이는 미술과 과학의 다리를 놓고 서로가 멀리
있지 않음을 알려주고 있는 좋은 책 한 권을 보았습니다.
물리학자인 김상욱교수와 디자인 타이포그래피 전문가인 유지원 교수가 협업한
책으로 오늘은 김상욱교수의 목소리로 미술과 물리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김상욱교수는 알쓸신잡과 금요일 금요일밤에, 등으로 방송으로 대중에게 잘 알려
진 물리학자입니다. 여러 책을 집필하여 가장 어렵다는 양자물리학을 소개하기도
하였지요. 그는 물리학자지만 미술관을 즐겨 찾고, 예술을 사랑하는 과학자라고
합니다.
카이스트의 김대식 교수, 정재승 교수 등과 함께 대중과 소통하는 과학자입니다.
우선 그는 미술은 물리다. 라고 말합니다. 물리는 늘 '보는 것'에서 출발을 하였는
데, 갈릴레오가 망원경으로 천체를 관찰하면서 물리가 시작되었다고 하지요.
우리는 감각 중에서도 "시각"에 관해서 의존도가 큽니다. 뇌의 사용에 있어서도
시각을 처리하는 데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고 하구요.
"명약관화"라는 말처럼 불을 보듯 명확한 것이고, 우리는 흔히 "내 눈으로 똑똑히
봤다."라고 표현하기도 하지요.
하지만 사실 보는 것, 시각은 김교수의 말처럼 가공하고 분석하고 최종의 이미지
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실재와는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 뇌는 사실 깜깜
한 동굴속에 갇혀 있어서 보지도 듣지도 만지지도 못하지요. 신경감각 시스템이
작동하여 전달된 내용을 가지고 가설을 세우고 분석하고 가공하여 자기만의 이미
지를 만들어내기에, 똑같은 것을 보고도 모든 사람은 같은 것을 본다고 말하기
힘듭니다. 동물이나 곤충도 똑같은 사물을 보아도 인간과는 전혀 다른 이미지를
만들어낸다고 하지요.
마치 플라톤이 동굴 비유를 통한 이데아론을 말한 것이 어쩌면 인간의 뇌의
시스템을 알고 말한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입니다.
미술은 보는 감각을 통하여 각자의 이미지, 심상을 만들어 감동을 일으키거나
느낌을 가지게 되는데, 선사시대의 동굴벽화나 현대미술의 초현실주의나 모두
상상을 그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 공통됩니다.
존재하지 않는 것을 믿는 힘을 가진 것이 인간이라고 한다면 동굴에 벽화를
그리기 시작한 이후 비로소 인간이 된 것이라는 말도 일리가 있습니다.
이처럼 미술과 물리는 공통점이 많지만 마지막에 다른 점은 물리는 답을 구하는
질문의 작업이고, 미술은 답을 요구하지 않는 질문의 작업이라는 것입니다.
미술은 정답이 없고, 특히 현대미술은 더욱 그러하여 과거의 미술이라는 개념이
더이상 통하지 않습니다.
아름답지 않고 추하고 기괴해도, 그냥 변기를 떼어다 놓아도, 대량생산된 통조림
의 라벨을 가지고 와도, 바나나를 테이프로 해서 벽에 붙여 놓아도, 모두 미술이
됩니다.
작가가 상상하고 의미를 부여한다면, 그리고 미술 전체 시스템에서 이를 인정해
준다면 예술이 되는 것이지요.
다음에는 다른 내용으로 이 책을 좀 더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