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그리스 사상과 기독교의 융합 – 서양의 토대>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0”中

by 해헌 서재

<그리스 사상과 기독교의 융합 – 서양의 토대>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0”中

해 헌 (海 軒)

오늘은 “지대넓얕”이라는 약어로도 유명한 베스트셀러 시리즈 0 편을 다시 한번 보려고
합니다.
지난 번에는 진리, 철학, 예술, 동양과 서양의 세계관에 대하여 보았고 오늘은 서양 사상의
두 토대인 그리스문화와 철학, 기독교 사상과 철학에 관한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저자인 채사장은 2014년 겨울에 출간한 첫 책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이
밀리언셀러에 오르면서 <시민의 교양>, <열한 계단>,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 등으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왔습니다.
보기 드물게 인문학 서적으로 베스트셀러를 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겠지요.

한번 보시겠습니다.

========================================================

★ 서양 사상의 두 토대

흔히 서양 사상은 두 가지 토대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말한다. 그것은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
이다. 헬레니즘은 그리스,로마의 정신을, 헤브라이즘은 <구약>성서의 세계관을 말한다.
헬레니즘은 서양 철학의 기원이 되었고, 헤브라이즘은 기독교의 기원이 되었다.
이것은 언뜻 대립하는 사상처럼 보인다. 인간의 주체성을 강조하는 인본주의적 철학과
절대자에 대한 순종을 강조하는 신본주의적 종교.
하지만 대립하는 두 사상은 근원에서 같은 세계관을 공유한다. 그것은 이원론이다.

플라톤 이후의 서양 철학이 세계를 이데아와 현실로 나누고 세계와 자아를 양분해온 것처럼,
기독교는 세계를 천국과 지상으로 나누고 신과 인간을 양분해 왔다.
이 유사성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실제로 기독교는 고대 그리스 철학으로부터 자양분을
얻어 논리적 체계화를 이루었다.
초기 기독교의 대표적인 교부 아우구스티누스는 4세기 무렵 플라톤 철학을 기반으로 원시
신앙에 머물던 기독교를 체계화했고, 13세기 이탈리아의 신학자 토마스 아퀴나스는 아리스토
텔레스 철학을 수용함으로써 종교와 철학의 통합을 시도했다.
유럽의 역사에서 철학과 기독교는 대립하며 갈등하며 화해할 수 없는 길로 나아간 것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근원에서는 이원론적 세계관을 공유하며 상호 보완적인 관계를 맺었던
것이다.

★ 기독교의 세계화 – 바울의 역할

바울이 기독교 역사에서 갖는 의미는 크다. 그는 유대교의 작은 종파로 여겨지던
기독교를 세계적인 종교로 성장하게 하는 토대를 마련했다.
바울이 초기 기독교 역사에서 갖는 의미는 형식적 측면과 내용적인 측면으로 이해할
수 있다.

1) 형식적 측면 ; 그는 기독교의 외연을 확장하는 역할을 했다. 로마 제국의 각 지역
에서 기독교를 열정적으로 전도함으로써, 할례를 받은 유대인의 종교가 아니라 할례를
받지 않은 비유대인의 종교로 규모를 넓혔다. 이 과정에서 바울은 베드로를 비롯한
다른 사도들과 충돌하기도 했다. 당시의 다른 사도들은 자신들이 유대교의 전통 안에
있는 하나의 종파라고 인식했고, 이에 따라 유대 율법과 전통을 따르는 것을 중요시했다.
반면 바울은 유대 율법과 전통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그의 선교 지역이 비유대 지역이었고
그곳의 사람들은 각자 다른 문화와 전통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바울이 보기에는 신앙에서 중요한 것은 유대 전통이 아니라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이었다.
그는 믿음만이 신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유일한 길이라 여겼다. 이러한 인식의 차이는
바울과 베드로를 대립하게 하였으나 점차 그들은 자신들의 역할을 이해했고 서로를 존중
하게 되었다. 베드로가 예루살렘 교회를 중심으로 하는 유대 기독교인을 이끄는 지도자라면,
바울은 타 지역 이방인 기독교인을 이끄는 지도자임을 서로 인정했던 것이다.

2) 내용적 측면 ; 바울은 십자가형과 부활이라는 신비주의적 신앙을 신에 의한 구원의 역사
라는 형이상학적 체계로 격상시켰다. 여기서의 내용은 형식적 측면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는다. 즉, 유대인의 율법과 전통에 관심이 없는 외국인을 전도하기 위해서는 보편적인
교리와 심도 있는 철학 체계가 필요했다.
그리고 바울은 이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냈다. 바울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의미가 그의 생전
가르침보다는 죽음과 부활의 초월적 의미에 집중되었던 것은 이 때문이다.
하지만 어떤 면에서 이것은 바울의 한계 때문이었을 수도 있다. 그는 살아있는 예수의 직접
적인 가르침을 듣지 못했으니 바울의 말대로 그는 신적인 현현으로서 예수를 만났고, 사도
들로부터 부활의 기적을 전해 들었다.

초월적 예수는 바울의 입을 통해 로마 제국의 각 지역으로 빠르게 전파되었다.
이스라엘 출신의 유대 사학자 요셉 클라우너스는 이렇게 평가한다.
“예수 없이는 바울도 없었겠지만, 바울이 없었다면 기독교 세계 또한 없었을 것이다.
그런 의미로 볼 때, 이방인의 사도 바울은 이방인들 사이에 퍼져간 기독교의 개창자였다.”

★ 서양 사상과 이원론, 일원론

다시 정리해보자. 우리는 일견 대립되어 보이는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이 서구 사회의 근간을 이룰 수 있었는지를 살펴보았다. 그것은 세 단계를 통해 가능했다.

첫 번째 단계는 바울에 의해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의 의미가 신에 의한 인간 구원의
역사라는 추상적 개념으로 정리된 것이다.
두 번째 단계는 이러한 개념적 일반화를 통해 기독교가 유대인의 종교를 넘어 다양한 문화권, 특히 로마 제국에 수용될 가능성을 갖게 된 것이다.
세 번째 단계는 기독교 교리가 아우구스티누스에 의해 플라톤의 이데아 사상으로 다듬어지고
접목된 것이다.

이후 서양의 철학과 종교는 플라톤의 이원론적 세계관을 공유하며 고대를 넘어 중세와 근대로
이어졌다. 1500년의 시간 동안 서양인은 드넓은 이원론의 세계관 위에서 태어나고 성장하고
눈을 감았다. 그들은 자연스럽게 세계와 세계를 나누고 세계와 자아를 나누는 이원론자가
되었고, 이데아와 이성, 천국과 영혼, 본질과 금욕을 추구하는 로고스 중심주의자가 되었으며
눈앞의 세계를 실체라고 믿는 실재론자가 되었다.

하지만 이원론을 공유하던 철학과 종교는 근대에 이르러 서로 다른 길로 나아갔다.
철학은 18세기에 이르러 독일 관념론을 탄생시키며 이원론의 한계를 극복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반면 기독교는 이원론적 세계관을 유지했다. 그것은 절대적인 신의 지위를
지켜내기 위한 기독교인의 노력의 결과였다.

서양 철학은 근현대에 이르러 이원론의 세계관을 극복하고자 했는데, 칸트의 관념론부터
현대 물리학에 이르기까지 서양 사상은 의식의 문제를 진지하게 다루기 시작했고, 보는
자아와 보이는 세계의 유의미한 연결성을 탐구하는 길로 나아가고 있다.
물론 고대 인도와 동양의 거대 사상처럼 과감하게 ‘나와 세계는 하나다’라는 결론에 도달
한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독일 관념론의 탄생은 기껏해야 200년이 조금 넘었고, 양자역학의 탄생은 100년이 되지
않았으니, 서양의 철학과 과학이 앞으로 어떤 결론에 도달하게 될 것인지 흥미롭게 지켜볼
필요가 있겠다.

============================================================

오늘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많은 시간 공부하고 사색한 결과를 정리하고 독특하게
책으로 엮어서 인문학 도서로서는 드물게 베스트셀러, 스테디셀러를 하고 있는
저자 채사장의 철학을 함께 보았습니다.

그는 우선 동양은 일원론, 서양의 이원론으로 시작하였고, 동양은 근대에 이르러
서구화되면서 자신의 일원론을 잃어버리고 이원론을 수용하였으며, 서양은 이원
론을 이어오다가 근현대에 와서 관념론과 양자역학 등으로 일원론을 탐색하고
수용하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것으로 정리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그중 서양사상의 근간을 이루는 두 뿌리,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에 대하여
살펴보았고, 인본주의, 신본주의로 전혀 달라 보이는 두 사상이 어떻게 하나의
체계로 묶여 2000년을 흘러왔는지에 대해서 보았습니다.
결국 그리스, 로마 사상은 인본주의적 바탕으로 중세를 지난 후 르네상스로 인해
다시 되살아 났고, 기독교는 유대인의 민족 종교에서 바울의 노력으로 세계화하여
세계적인 종교가 되었음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서양사상의 바탕인 이원론에서 두 사상은 접점을 찾게 되는데, 4세기에
아우구스티누스에 의해서 플라톤 사상을, 13세기에 토마스 아퀴나스에 의해서
아리스토텔레스 사상이 접목이 되면서 두 사상은 서양인의 모든 영역에 확고하게
자리잡게 됩니다.

저자는 관념론과 양자역학이 일원론의 징후라고 하는데, 사실 가장 철학적 어려운
부분이 독일의 관념론이고, 물리학 중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학문이 양자역학이라
한다면 이를 일반적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기에는 어려움과 한계가 있음을
인정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저자의 노력으로 인해 서양 사상의 두 축인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의 융합, 조우 등을 보았고, 이후 독일 관념론과 양자역학에 의해 일원론이 제기되는
배경에 대해서 많이 배우게 되었습니다.
양자역학은 제가 여러 번 소개한 경희대 물리학과의 김상욱 교수가 우리나라의
전문가인데, 그가 쓴 책을 여러 권 보거나 강의 동영상을 보아도 이해가 여전히
어렵습니다. 실제 있는 현상이 보는 사람에 따라 현상이 달라진다는 개념을
이해하기는 어렵겠지요.
하지만, 고대 사람들에게 지구가 태양을 돈다고 했다면 누구도 이해를 하지 못
했을 것처럼 이도 비슷하다고 설명을 합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프레임에 따라서 세상을 수많은 형태로 나타날 것이고 오늘 책
의 저자는 세상을 일원론과 이원론으로 나누어 보았고, 어떻게 보면 이 또한
하나의 이원론은 아닌가도 생각해 봅니다.
어쨌든 자기만의 공부를 하여 자기만의 방식으로 세상에 책을 내놓을 수 있을
정도의 영역에 오른 저자에게 경의를 표하는 바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