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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절반쯤 왔을 때 읽어야할 장자(莊子)>

by 해헌 서재

<인생의 절반쯤 왔을 때 읽어야할 장자(莊子)>
“인위적 삶이 아닌 무위자연의 삶을 살아라”

해 헌 (海 軒)

오늘은 2천 년이 넘도록 인간의 삶에 큰 영향을 주고 있는 도가(道家) 사상의
한 축인 장자(莊子)의 사상에 대하여 잘 알려주고 있는 책을 한번 보려고 합니다.

장자(BC 369-289)는 송나라의 몽(蒙)이라는 곳에서 태어났으며 이름은 장주(莊周)로
맹자와 동시대 인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 기본적 사상의 중심에는 천지만물의 근본 원리인 ‘도,道’가 있고 무위자연을
지향한다는 노자의 사상과 일맥상통하여 노장사상이라고도 합니다.

어떠한 것에도 침해받지 않는 초연한 삶을 사는 사람, 즉 진인(眞人)에 대해서
한번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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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요유(逍遙遊)

‘소요유’란 마음 가는 대로 아무 것에도 얽매임이 없이 모든 것을 초월하여 아무
것에도 구속받지 않고 이리저리 자유로운 세계에서 자유를 누림을 말한다.
장자의 도(道)는 무궁하게 높고도 깊어 위로는 하늘과 땅의 조물주와 놀면서
하늘의 뜻을 따라 운행함을 소유에 비유했고, 그 표현에 있어 광대무변한 경지를
붕(鵬)이란 새를 들어 말했다.

★ 송영자(宋榮子)는 비록 온 세상 사람들이 그를 칭찬하더라도 우쭐해하지 않았고
온 세상 사람들이 그를 비난하더라도 기죽지 않았다.
공로에 얽매이지 않으며, 명예를 탐하지 않았다.

★ 큰 지혜를 가진 사람은 언제나 여유가 있지만 작은 지혜를 가진 사람은 언제나
급급하여 남의 눈치나 살핀다.
훌륭한 말은 담담하고 너절한 말은 쓸데없이 수다스럽다.

★ 자연은 인류를 낳았고, 인류는 자연에 순응하는 자연의 소규모 현상에 지나지 않는다.
자연이 아니면 내가 존재할 수 없고, 내가 아니면 자연의 섭리를 체득할 수 없으니
나와 자연은 그렇게 가까운 것이다.

★ 무릇 진정한 대도(大道)는 이름을 붙일 수 없고, 진정한 변론은 말로써 되는 것이 아니다.
진정 대인(위대한 사랑)은 그 표현이 무심하고, 위대한 청렴은 그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며
위대한 용기는 남을 해치지 않는다.

★ 큰 깨어남이 있어야만 비로소 이 삶이 큰 꿈임을 알게 된다.
어리석은 사람은 스스로 정신을 차리고 있다고 뽐내고 자기가 명철하게 사물을 보고
있는 줄 안다. 그뿐인가? 어떤 것은 높다고 추켜세우고 어떤 것은 천하다고 업신여기니
얼마나 고루한 짓인가? 나도 지금 자네와 더불어 꿈속에 있는 것이다.
내가 자네더러 꿈속에 있다고 하는 것도 결국은 나도 꿈속이란 말이다.

★ 양생(養生)
양생은 삶을 길러준다는 뜻이다. 모든 사물의 자연적인 이치를 순응하면서도 그 사물에
구애당하지 않고, 모든 감정의 복잡한 비환을 잊으면서도 그 천명을 거역하지 않는 것에
양생은 있다. 그것은 오직 자연에 순응하면서 삶과 죽음을 같은 이치로 보고, 다시 이
광대한 천지의 운행과 함께 존재함으로써 얻어지는 것이다.

★ 만물은 모두 하나로 되어 있는 것이다. 이를 아는 사람은 귀와 눈으로 시비선악을
가리지 않고, 마음을 덕에 조화에다 맡기고 거기서 노닐고 있는 것이다.

★ 밝은 임금의 다스림은 그 공이 온 천하를 뒤덮을 정도로 넓지만, 자기가 이룩한
것임을 의식 못하고, 그 교화 또한 만물에 미치건만 백성은 스스로 얻은 것으로 알 뿐
임금의 공을 잊고 있다.
밝은 임금은 자기의 공명을 드러내지 않고, 백성을 스스로가 즐기게 하고, 예측할 수
없이 신묘한 위치에 서서, 텅 빈 자유의 극치에서 노닐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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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도가 사상의 성인인 장자의 이야기를 함께 들어보았습니다.
도가 사상은 노자와 장자가 대표적인데 미묘하게 두 사람의 사상은 차이가 납니다.
우선 장자는 스케일이 매우 크고 광대합니다. 1편에 나오는 붕새는 어찌나 큰지
등짝만 몇 천리가 되고 9만리를 날아오르며 6개월을 날아가서야 쉰다고 합니다.

장자 사상의 핵심은 내편 1장에 나오는 “소요유”에 담겨 있는데, 어디에도 얽매임이
없이 마음 가는 대로 자유롭게 거닐고 노니는 경지를 이야기합니다.
이 험난한 세상에서 마음의 자유를 가지고 노니는 정도는 이미 자연의 순리를 익히
알고 그 흐름에 몸과 마음을 얹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겠지요.

또한 세상 사람들이 자기를 칭찬하더라도 그 말에 휩쓸리지 않고, 비난을 하더라도
구애치 않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 모든 것이 결국은 본질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다른 사람들 마음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는 것을 아는 것이지요.
마치 아침 안개와 같아서 해가 뜨고 낮이 되면 금세 사라지고 말 것들입니다.

그리고 지혜를 가진 사람의 말은 담담하고 여유가 있으며 억지로 꾸미거나 부풀리려고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원래 거짓의 말에 수사가 많은 법이지요.
진정한 변론은 말이 많지 않은 법이고 큰 사랑은 표현이 무심하다고 합니다.

도가(道家)에서는 유난히 자연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데, 자연은 인류를 낳았고,
인류는 그 거대하고 수많은 자연현상 중 소규모 현상에 지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온통 인간은 스스로를 위대하다고 자찬하고 거만하지요. 특히 서양 사상에서 더
두드러집니다. 하지만 장자는 인류는 자연의 소규모 현상이라고 정확하게
말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서 비로소 인간은 겸허해지고 자연을 경외하며 함부로 개발하고 파괴하는
일을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현재 일어나고 있는 세계의 극심한 혼란의 원인인 코로나바이러스도 사실 인간이
자연의 영역을 너무 과하게 침범하고 이기적으로 자연을 대하였기에 나타난 현상이
라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장자에서 유명한 고사로 “호접몽”이 있습니다. 꿈에 나비가 되어 즐겁게 놀았는데
내가 나비였는지, 나비가 나였는지 구별이 안 되는 경지를 말하지요.
장자는 꿈속과 현실이 구별이 안 되고, 자연의 이치에 순응하면 삶과 죽음의 경계도
큰 의미가 없음을 말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담백하고 수다스럽지 않으며 평안한 하루가 되시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