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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가 독립하려는 이유

우린 스페인이 아니다

by 김훈


1부 바르셀로나가 독립하려는 이유 - 우린 스페인이 아니다

2부 바르셀로나가 독립을 원하는 진짜 이유 - 차별에 분노하다

3부 우리의 꿈은 독립 - 바르셀로나는 독립할 수 있을까



작년만 해도 바르셀로나 독립에 대해 세계 언론이 뜨거웠습니다. 저는 카탈루냐 의회가 독립에 대한 투표 결과를 발표할 때 바르셀로나의 스페인 광장에 있었는데요, 정말 뜨거운 취재 열기에 깜짝 놀라기도 했습니다.


사실 바르셀로나 독립 사태는 토종 한국인의 마인드로는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대신 유럽권에 거주하신 분들은 이해가 빠르실 거예요.


바르셀로나는 도시의 이름이고, 그 외 발렌시아 등이 카탈루냐 주에 속해 있습니다. 카탈루냐는 과거에서부터 지역어인 카탈란을 사용하며 자치권을 획득해서 지금까지 이어왔습니다. 한국 사람 입장에서는 경상도와 전라도가 각자의 언어를 갖고 각각 다른 행정부를 갖고 있다고 예를 들수 있겠습니다.


그 이유는 유럽 국가의 특수성을 들 수 있습니다. 676년 통일 신라 이후 하나의 왕권이 지배한 한국과는 달리 유럽은 각 도시마다 영주가 있었고, 나라에 속하는 형태였습니다. 빈번하지는 않지만 영주는 국가를 선택할 수 있었고, 차츰 힘이 센 세력에 의해 지배당하며 지금의 국가 형태를 이루게 됩니다. 참고로 스페인은 카탈루냐 뿐만 아니라 동북부의 빠이스 바스코, 서북부의 갈리시아 지역도 지역어와 자치권을 행사합니다(이건 따로 다룰게요).


때문에 기본적으로 이 세 주(카탈루냐, 바스코, 갈리시아)는 자신들이 스페인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과거의 자신의 뿌리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가령 바르셀로나 사람들은 스페인어를 배우지만 카탈란도 배웁니다. 그들끼리 카탈란으로 이야기하죠.


이 얘기를 먼저 한 이유는, 한국인이 생각하는 국가의 개념과 위의 세 주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국가 개념과는 다르다는 걸 말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들은 스스로가 스페인 사람이 아니라 카탈루냐나 바스코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니 이들의 분쟁은 당연한지 모르겠습니다.


첫 번째 독립 시도


17세기 스페인의 유능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올리바레스 재상의 그란 메모리알 정책(중앙과 지방의 행정과 법 체계화)으로 카탈루냐에서는 세금뿐만 아니라 연합군의 일부를 부담해야 했습니다. "국가에서 군대를 징집하는데 웬 반대?"라고 말하겠지만, 언급한 대로 국가는 연합의 모습이고 각 지방은 의회나 귀족에 이해 지배되고 있었기 때문에 카탈루냐에서는 엄청난 반대를 하게 됩니다. 결국 반란이 일어나죠.


반란군은 스페인 부왕을 살해하고 루이 13세에게 지원을 요청합니다. 하지만 카탈루냐 귀족들은 자신들의 이권을 남기기 위해, 기존의 봉건체제를 유지해주길 원하지만 프랑스는 이를 거절합니다. 강렬히 독립을 열망하는 농민에 비해 이도 저도 아닌 귀족의 입장, 이 분위기를 파악한 프랑스는 전세가 기울자마자 철수합니다. 중앙 정부에 의해 카탈루냐는 항복할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반란을 일으킨것 치고는 자치권을 허용하는 관대한 처분을 내립니다.


이 부분은 굉장히 민감한 것이, '관대한 처분'이라고 바르셀로나 친구에게 말했더니 그것은 귀족들의 잘못이라며 핏대를 세우며 말하더군요. 어찌 되었든 이 일로 중앙 정부와 카탈루냐간에 미묘한 감정이 흐르게 됩니다.


두 번째 독립 시도


합스부르크 턱은 구루병 등 유전적 결함을 나타내는 말로, 근친결혼을 하여 세력을 확장하던 합스부르크 왕국의 후손들에게 나타났습니다. 그중 성불구(내가 고자라니)인 카를로스 2세가 죽고 루이 14의 손자인 펠리페 5세가 왕이 되는데, '루이'라는 이름에서 볼 수 있듯 이들은 프랑스를 중심으로 세력 확장을 하는 부르봉 왕조였습니다.

유럽의 다른 세력 축인 합스부르크 또한 신성로마제국을 포함하여 거대한 세력이었기에, 어느 왕조의 왕을 택해도 세력의 균형이 깨질게 뻔했죠. 결국 펠리페 5세가 프랑스 왕위를 포기한다는 조건하에 스페인 왕이 됩니다. 몇 줄로 축약되었지만 이로 인해 왕위 계승 전쟁이 발발합니다. 역시 차후 천천히 다룰게요.


하지만 카탈루냐 사람들은 이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과거 프랑스에 대한 앙금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죠. 그래서 당시 왕위 계승을 두고 다툰 합스부르크 왕조의 카를로스 3세를 왕으로 추대합니다. 결국 스페인 왕이 된 펠리페 5세에 의해 무참히 패배합니다. 결국 카탈루냐는 스페인에 수복됩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카탈루냐, 즉 바르셀로나 입장에서는 억지로 스페인의 구성원이 되었고, 두 번의 반란(그들은 독립이라고 말하지만)을 통해 굴욕을 맛봤습니다. 스페인은 한낱 지배자에 불가하다는 것이 제 주변 카탈루냐 출신 친구들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물론 역사적인 문제 때문에 이들이 독립을 원하는 건 아닙니다. 외려 싸움의 진짜 이유는 과거의 앙금보다도 현재의 지리한 먹고사는 문제에 의한 것이기도 하니까요.


2편 '카탈루냐가 독립을 원하는 진짜 이유-차별에 분노하다', 3편 '우리에게 봄은 오는가-카탈루냐는 독립할 수 있을까' 로 찾아뵐게요. 많이 기대해 주세요


*해당 글은 12월에 출간될 제 책을 인용했습니다.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스페인어 기초회화 자료를 포스팅하고 있습니다. 필요하신분은 아래 링크에서 활용하세요.

https://blog.naver.com/iggl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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