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MBTI 검사를 해 본 적이 없고, MBTI가 뭔지도 잘 모른다.
하지만 나는 안다. 나는 I다. 그건 내가 여자인 것과 내 나이가 40줄이라는 걸 지금 와서 검사해보지 않아도 안다는 것과 같다. 나는 이미 경험으로 그걸 안다.
싸이월드 시절부터, 아니면 그 이전에 아이러브스쿨 시절부터, 나는 SNS에 적극적인 적이 없었다. 가입은 죄다 한다. 나는 아이러브스쿨에도 가입했었고, 싸이월드 미니홈피도 가졌었으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같은 것도 쓴다. 하지만 '보기 위해' 가입한다. 주로 남의 게시물을 보고, 가끔은 댓글을 남기거나 DM을 보내기도 한다. 다른 사람과 같이 찍은 사진을 올리기도 한다. 그 사진에 찍힌 사람과 공유를 하기 위해. 그렇지만 내 독사진을 올린다거나, 내가 간 곳, 내가 먹은 것들을 소개하는 일은 없다. 내 생각을 글로 남기는 일도 없다. 그렇게 나 자신을 내보이는 것은 어쩐지 남사스럽다.
그렇지만 이제는 해보려고 한다. 블로그에 비공개로 쓰던 일기를 (누가 봐도 좀 덜 부끄러운 것들은) 이곳에 적으려고 한다.
왜 이제 와서.
이제 와서 E가 돼 보려는 건 아니다. 나는 E가 별로 부럽지 않고, E가 되고 싶지도 않다. 생긴 대로 살자가 내 인생 모토다. 하지만 불혹의 나이가 되어보니 알겠다. 생각보다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관심이 별로 없다. 한때의 관심, 한 면의 관심 같은 걸 좀 보일 수는 있겠으나, 다른 사람에게 오래도록 그리고 깊이 관심 갖는 일은 그다지 흔하지 않다. 오히려 그런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내 옆에 있다면 감지덕지해야 할 일이다. 그러니 글 좀 쓴다고 누가 열심히 볼 거라고 생각하고 미리부터 부끄러워하는 게 큰 착각인 거다.
그리고 이제는 내 걸 좀 내보이고 싶기도 하다. 너도 이렇지 않아? 아니면 이런 거 괜찮지? 하는 심정으로. 물론 대자보를 붙여 내 입장을 호소하는 게 아니라 혼잣말을 하는 수준으로 글을 내보이니, 하겠다 마음먹었겠지만. 나도 피드백이라는 걸 받아 보고 싶은 것이다. 이건 내가 연고 없는 곳에 와 살고 있어서 그럴 수도 있겠다. 자연과 벗 삼아 사는 건 좋지만 자연 말고는 벗이 없는 곳이다. 점점 대화의 감도 떨어지고 미미하게나마 있던 유머의 감도 떨어지는 느낌이다. 나만 이래? 생각하는 것들을 어디다 털어놓을 데가 없다.
취미로만 뭘 하는 게 아깝기도 하다. 경제활동, 사회활동을 꼭 해야만 하는 나이다(공부만 때가 있는 게 아니다). 저작권도 사고파는 경제적 가치 아닌가. 아님 말고 식으로라도 뭐든 펼쳐놓아야지, 진짜 일기장처럼 꽁꽁 숨겨놓는 건 영 아깝다.
SNS는 '남들 보라고 쓰는 일기장'이다. 나도 남이 보건 말건 써볼 테다.